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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잔잔하게 흐르는 강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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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61g | 144*204*10mm
ISBN13 9791197817328
ISBN10 1197817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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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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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들다고 허리 굽히지 마라
향기 나는 몸이라고
다 참된 것만은 아니려니.
---「천태산 은행나무」중에서

경주시 내남면 논길 한쪽에
늙디 늙은 느티나무 한 그루 서 있다
한때는 마을의 절대적 존재로
숭배 받던 당산목이었나 본데
수백 년을 지켜온 동리 사람들
젊었기에 떠나고 명이 차서 떠나고
빈집들 하나씩 허물어지고 사라지니
지킬 것 없는 산야를 바라보며
저 또한 떠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장렬하게 싸우고 돌아온 호국 전사처럼
어느 한 군데 성한 구석이 없는 노거수
지난겨울 눈보라에 이젠 죽었을까 했는데
어디가 성하고 무슨 힘이 있어 물을 빨았던지
죽기는커녕, 올봄에도
파릇파릇한 새잎이 여기저기 움터 있다
아, 그렇구나
이젠 홀로 따뜻하게 살아야 하는 세상임을
저 늙은 나무도 진작 알아차렸구나
---「홀로 따뜻하게」중에서

미루나무 긴긴 두 줄
하늘 찌르는
건천乾川 송선리 자갈길을
내 어머니 타박타박 걸어가신다
아가의 조막손 같은 잎사귀들
손 흔들며 말려도
어머니 못 보시고
그림자 달라붙은 단석산 등지시고
타박타박 멀어지는 길
---「어머니 꿈」중에서

그 뜨거움
횃불처럼 활활 타오를 때
가끔 보였다
안동댐, 공포의 수심이 갈라지고
없다고 믿었던 고향이
툭툭 물기를 털며 걸어 나
---「회향懷鄕의 노래 2」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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