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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양장 ] 클래식 리이매진드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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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484g | 153*188*20mm
ISBN13 9791171650002
ISBN10 11716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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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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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가 사라진 후 어터슨은 불안한 기색으로 잠시 서 있었다. 그러다 느릿느릿 거리를 걷기 시작했지만, 한두 걸음마다 멈춰 서서 곤혹스러운 고민이 있는 듯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가 걸으며 씨름하고 있는 이 문제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이드는 창백하고 난쟁이처럼 작달막했으며, 어디가 잘못됐는지 꼭 짚을 순 없어도 기형인 듯한 인상을 주었고, 미소 짓는 얼굴조차 보기 거북했고, 소심함과 배짱이 흉악하게 뒤섞인 태도로 어터슨을 대했으며, 약간 툭툭 끊어지는 쉰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를 싫어할 만한 이유는 이처럼 넘쳐났지만, 그 모든 점을 다 합친다 해도 어터슨이 지금껏 몰랐던 혐오와 증오, 두려움을 그에게서 느꼈던 이유를 설명할 순 없었다.
---「하이드 씨를 찾아서」중에서

우리의 옛 친구를 원망할 생각은 없지만,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그 친구의 의견에 나도 동감하네. 나는 이제부터 철두철미하게 은둔 생활에 들어갈 작정이거든. 자네에게조차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놀라지도, 내 우정을 의심하지도 말고 나만의 어두운 길을 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길 바라네. 나는 이름을 알 수 없는 형벌과 위험을 자초했다네. 내가 죄인들의 우두머리라면, 고통받는 자들의 우두머리이기도 하지. 이토록 사람을 나약하게 만드는 고통과 공포가 이 땅에 존재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어. 어터슨, 이 힘겨운 운명을 덜어주고 싶다면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한 가지라네. 내 침묵을 존중해주는 거야.
---「래니언 박사의 놀라운 사건」중에서

그 한복판에 한 남자의 몸뚱어리가 심하게 뒤틀린 채 쓰러져 계속 씰룩거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발끝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몸뚱어리를 뒤집어 에드워드 하이드의 얼굴을 보았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큰 체구의 지킬 박사가 입던 옷이라 그에게 너무 커 보였다. 마치 살아 있는 듯 얼굴 힘줄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생기는 이미 빠져나가고 없었다. 그의 손안에 가루처럼 바스러진 약병과 방 안에 진동하는 아몬드 냄새*에 어터슨은 하이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터슨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늦었군. 구해주는 것도, 벌하는 것도 틀렸어. 하이드는 죽었네. 이제 자네 주인의 시신을 찾는 일만 남았군.”
---「마지막 밤」중에서

뒤이어 격심한 고통이 찾아왔지. 뼈가 갈리듯이 삐걱거리고, 지독한 욕지기가 일고, 태어나거나 죽을 때도 겪지 못할 영혼의 공포를 느꼈네. 그러다가 괴로움이 순식간에 가라앉고, 마치 큰 병이 나은 것처럼 정신이 들더군. 그런데 감각이 왠지 모르게 이상한 거야. 이루 말할 수 없이 새로운 감각이었고, 그 새로움이 믿기 힘들 정도로 달콤했지. 몸이 더 젊어지고, 더 가뿐해지고, 더 상쾌해진 기분이었어. 마구 들떠서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싶고, 환영 속에서 어수선하고 관능적인 이미지들이 물방아를 돌리는 물줄기처럼 계속 흐르고, 의무감은 스르르 녹아 사라지고, 영혼은 낯설면서도 그리 순수하지 않은 자유를 얻었네. 이 새로운 생명이 첫 숨결을 뱉자마자 나는 나 자신이 더 사악해졌음을, 열 배는 더 사악해졌음을, 본래 내 안에 있던 악인에게 노예로 팔렸음을 알았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와인이라도 마신 것처럼 기운이 돋고 환희가 찾아들지 뭔가. 두 손을 쭉 뻗으며 이 신선한 감각을 만끽하는데, 그러는 와중에 내 키가 줄어들었다는 걸 갑자기 깨달았지.
---「헨리 지킬의 최후 진술」중에서

이제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시간이 온 걸세. 나의 두 본성은 같은 기억을 갖고 있었지만, 그 외의 능력은 전혀 달랐지. (복합적인 존재인) 지킬은 신경질적인 불안감에 시달리고 탐욕스러운 열정에 휩싸여서 하이드의 쾌락과 모험을 계획하고 공유했어. 하지만 하이드는 지킬에게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네. 아니, 산적이 추적을 피해 숨을 동굴을 기억하는 정도로만 지킬을 기억했지. 지킬이 아버지처럼 관심을 기울였다면, 하이드는 아들처럼 무심했다고나 할까. 지킬과 운명을 함께한다는 건, 오랜 세월 남몰래 탐닉하다가 이제야 제대로 채우기 시작한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었어. 하이드와 한배를 탄다면 수많은 이익과 포부는 날아가버리고, 벗 하나 없이 괄시받는 인간으로 단번에 영영 전락해버릴 테지. 불공평한 거래처럼 보일지 몰라도,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었네. 지킬은 금욕의 고통 속에서 괴롭게 몸부림치겠지만, 하이드는 자신이 잃은 것을 의식조차 못하리라는 사실 말이야. 내가 처한 상황이 묘해서 그렇지, 이런 논쟁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도록 흔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나. 유혹에 빠져 바르르 떨고 있는 죄인의 운명을 결정짓는 건 바로 이런 동기와 불안감이지. 대부분의 인간이 그렇듯 나 역시 더 나은 쪽을 택했지만, 그것을 계속 지켜나갈 힘이 부족하더군.
---「헨리 지킬의 최후 진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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