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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섬의 검은 짐승

V섬의 검은 짐승

[ 양장 ] 틂 창작 문고-2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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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30쪽 | 286g | 크기확인중
ISBN13 9791198481702
ISBN10 119848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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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섬은 여행지나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섬은 아니었다. 육지에서는 정치적인 장소, 더 정확하게는 군사적인 분쟁이 발발했던 장소로 유명한 편이었다. 오래전 V섬이 뉴스에서 떠들썩하게 회자되었던 적이 있었다. 언론의 조명을 포함해 그때가 V섬에 가장 많은 외부인이 드나들던 시기였다. 국경 너머에서 발사된 포탄 두 발이 V섬 안쪽에 떨어졌다. 짙푸른 해무가 자욱하게 끼어 유난히 오싹하고 축축했던 저녁 무렵이었다.
--- p.69

그러나 감독은 가끔 준비되지 않은 그에게로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이때 카메라 바깥을 배회하는 그와 카메라 안쪽으로 입장한 그가 분간될 수 없이 합쳐지곤 했다. 여기에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물론 있는 카메라를 일부러 없다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카메라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자신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열심히 부인할 때 생성되는 불일치가 진짜 흥미로운 법이죠.
--- p.15~16

중요한 사건은 반드시 삶 속에서 한 번 이상 다시 반복됩니다. 작품 또한 새로운 반복을 창조해 사건을 구원하는 작업이지요. 인간은 반복할 때마다 사건 속에 태엽처럼 휘감겨 있던 진정한 의미가 풀려나오길 소망합니다. 그러나 대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벌어진 사건 앞에서의 입장과 선택을 정하는 일일 따름이지요. 눈부신 에피파니와 어두컴컴한 야만 속에서는 예리한 칼날처럼 살갗을 베고 지나가는 침묵이 있을 뿐입니다.
--- p.26

우명수 군은 V섬에 사는 유일한 인간 아이이며, 우명수 군을 보살피고 양육하기 위해, V섬이 스스로의 생태계에 잠재된 비현실적인 역량을 개방해 영험하고 괴기한 판타지나 현명한 지혜가 잠들어 있는 동화의 무대로 자신의 장르와 용도를 변경한다고 해도, 아무도 V섬을 향해 시비를 걸지 못할 것이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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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형은 나를 싣고 간다. 어디에서? 모르겠다. 어디까지? 모르겠고, 여기는 일단 아니고, 실려서 나는 가고, 저기도 아닌데, 상관없고, 나는 파도에 실려 가고, 잎사귀에 실려 가고, 떠내려가고, 실려 가는 것은 나, 나인 것 같고, 실려 가면서 생각을 한 것 같은데, 무슨 생각? 상관없고, 읽다 보면 쓰고 싶고 쓰다 보면 읽고 싶고, 이런 굴레가 생겼고, 상관없고, 양선형, 보간법이라고 쓰고 싶고, 끝도 없고, 양선형, 시작도 없고.
- 박지일 (시인)
『V섬의 검은 짐승』은 모험 소설, 해양 소설, 성장 소설, 심령 소설, 내면 소설, 관념 소설, 약물 소설, 사변 소설, 동물 소설, 이 모든 소용 없는 장르를 뒤섞어 버리는 미친 소용돌이다! 양선형은 검은 짐승의 탈을 쓰고, 스프처럼 끓고 있는 의식의 질서와 형태를 만들며, 쓰고 있다. 쓰고 있다고 믿는다.
- 김태용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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