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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말 걸기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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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508g | 133*200*30mm
ISBN13 9788954698047
ISBN10 8954698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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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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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뒤에서 남에게 말을 걸 때 우리는 이름을 사용한다. 이름은 그래서 필요하다. 이름이라는 공용어가 없다면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타인 가운데 그 자신이 불렸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할 것이며, 더욱이 어떻게 그의 눈길을 자기에게로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인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첫번째 단계로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상대방에게 자기의 이름을 대는 일인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그녀는 좀 이상하다. 남을 부를 때 모든 사람이 하듯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하다못해 자기가 부르고자 하는 사람이 알아들을 만한 그 사람 방식의 언어로도 부르지 않고 제멋대로 제가 지어낸 별명이라든지 저만 아는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다.
---「타인에게 말 걸기」중에서

나는 손에 펴들고 있던 그녀의 일기장을 가만히 덮으면서 눈으로 마지막 문장을 읽는다. 살아가는 것은, 진지한 일이다. 비록 모양 틀 안에서 똑같은 얼음으로 얼려진다 해도 그렇다, 살아가는 것은 엄숙한 일이다.
---「빈처」중에서

10월 27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나는 서른 살이 되었다. 서른 살이 된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느 나이나 마찬가지로 서른도 외로운 나이이다. 뉴캐슬이 세상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고독한 장소인 것처럼. 가을 학기가 시작된 지 이 주일이 지났는데도 나는 뉴캐슬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오렌지 껍질을 세로로 벗기며 생각한다. 언니와 나는 다르다, 언니는 연미이고 나는 유미이다, 라고.
---「연미와 유미」중에서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냐. 아마 내 생에서 그 사람 말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난 지금의 내 인생이 싫어. 몽땅 바꾸고 싶다구. 근데 대체 뭘 바꿀 수 있겠어? 이름? 나이? 성별? 출신 학교? 지금까지 읽은 책 제목들? 같이 잔 남자들과의 과거? 내가 거쳐온 몇 가지 직업, 옷 입는 취향, 버섯과 카레를 싫어하는 식성, 다 지긋지긋해. 넌더리가 난단 말야.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나로 죽을 때까지 그럭저럭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끔찍하니. 그래서 낯선 사람과 결혼하려는 거야. (…) 이제 난 낯선 세계로 가서 낯선 사람으로 살아갈 거야. 행복? 그거야 알 수 없지. 어쨌든 다른 인간이 되어본다는 것으로 만족해. 지금보다 훨씬 나쁘더라도 지금보다는 나은 거야.”
---「그녀의 세번째 남자」중에서

죽은 이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에서 불꽃이 너울거리면서 사방으로 검은 재가 흩어졌다. 그리고 한가운데에서 희미한 연기가 솟더니 하늘로 올라갔다. 극락으로 가는 거였다. 그도 극락으로 갔을 것이다. 사랑을 맹세한 영추사가 물에 잠겨버려 지금까지 그의 넋은 구천을 떠돌았다. 이제 오래된 반지를 노자 삼아 극락으로 떠났다. 그러나 그녀가 보내는 것은 그가 아니었다. 천상의 약속을 천상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사랑이란 천상의 약속일 뿐이다. 그녀의 머리와 어깨에 검은 재가 와서 앉았다. 그 밤 수문 앞에서 안개에 둘러싸일 때처럼 그녀는 무언가가 자기의 어깨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세번째 남자」중에서

사랑의 존위와 진실성에 대해서 유난히 신중하거나 의심 많은 사람은 아직도 그들 감정의 특별하고도 위대한 점을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상대를 그 정도로 미화하는 기술쯤은 저절로 터득하는 법이니까. 사실 연인들은 사랑이라는 최면과 자기암시를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자주 실험해보며 그러는 가운데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게 된다. 그 방면에 뛰어난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지나간 모든 사랑의 환부를 외과의사처럼 봉합함으로써 감정을 새것처럼 수선하여 바치는 기교까지 익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는 사랑에 빠졌어’라는 자기암시와 ‘저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야’라는 최면에다 ‘이것이야말로 나의 진짜 첫사랑이야’ 하는 망상의 세 가지 구색이 다 갖춰지는 셈이다.
---「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중에서

어제 오후 차창 밖으로 보았던 나비가 생각났다. 악착같이 바람을 거슬러서 위태로운 비행을 하던 작은 나비. 그때 나는 왜 그것이 방향을 거슬러가려 한다고 생각했을까. 가고자 하는 제 방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걸까. 물론 처음에 착각한 대로 나비가 아니고 먼지였다면 그냥 바람을 따라갔을 것이다. 그랬다면 나는 제대로 바른 방향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겠지. 바르다거나 거스른다거나 그런 방향은 다 그 나비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내가 멋대로 짐작한 것일 뿐인데도.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의 준열한 차이인데도.
---「먼지 속의 나비」중에서

인혜가 아버지를 원망스럽게 떠올리는 것은 그렇게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가장이 집에 없어서가 아니다. 그다음날은 날씨가 활짝 개었다. 그 갠 아침에 들어와서 아버지는 몸살로 앓아누운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자가 집에서 하는 일이 다 그런 거라고. 그래서 인혜는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대들었고 역시 난생처음 뺨을 얻어맞았다. 딸을 그렇게 기특해하고 애지중지했어도 그때만은 아버지도 참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인혜가 딸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 주제넘게도 권리를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이중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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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 있는 문체와 폐부를 찌르는 에피그램들, 의뭉스러운 유머와 해학적인 풍자에 힘입어 다른 어떤 작가와도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확보한 은희경의 소설은, 가볍고 날렵하다. 유쾌하고 발랄하다.
- 신수정 (문학평론가)
은희경 소설에서 삶을 대하는 이러한 이지적이고 현실적인 태도는 사랑의 허구적 성격에 대한 통찰과 한 짝을 이룬다. (…) 타인과의 소통이 불가능한 현실을 정직하게 시인하려는 자세와 아울러 타인과의 소통에 집착하는 삶의 정형(定形)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충동이 거기에서는 엿보인다.
- 황종연 (문학평론가)
1995년, 지금보다 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세계를 살던 여성들에게 은희경의 소설은 그저 ‘냉소’라고만 규정할 수 없는 뜨거움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그의 소설은 여성으로서 한국사회를 살며 느꼈던 ‘말할 수 없는 무언가’의 언어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 최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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