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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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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22*200*20mm
ISBN13 9791167241542
ISBN10 116724154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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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 맘 초봄인데 어느새 산수령傘壽嶺에
무서리에 단풍 들듯 흰머리 성긋성긋
간 세월
보듬어 보니
무상한 뜬구름 같네.

몸이 좀 허룩해졌다고 속 끌인들 뭔 소용
아련한 사랑과 미련 아쉬운 청운의 꿈도
비움의
황혼빛 정원
느릿느릿 가꿀 거야.
---「가는 세월」중에서

우리 집 앞마당 섶 감나무 비만이다

잔가지마다 부러질 것 같이 매달려 휘청거리는 잘 익은 감, 은은한 누이의 민얼굴처럼 뽀송뽀송하다. 심술궂은 바람 등쌀에 나뭇가지 틈새로 누렇게 질려 끙끙 몸을 추스르며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자애로운 수박 등이다 내가 좋아하던 단발머리 소녀에게 뚝 따주고 싶기도 하고 두 손 모아 소원도 빌고 싶은 너, 어젯밤 된서리 한 사발에 화들짝 놀란 너의 알몸이 가엾다.

주홍빛
서늘한 얼굴
불현듯 노을이 탄다.
---「감」중에서

네 이놈, 썩 비켜라 155마일 휴전선아
초병들 날 선 시선 가늠자에 머무는데
앙칼진
철면피 얼굴
막무가내 버티네.

끊어져 사라져라 외가닥 쇠심줄아
칠천만 불호령에 귀 막은 고집불통
동강 난
한반도 허리
먹구름만 웅성대네.

철조망 가시에 찢긴 시퍼런 아픔의 누더기
횡산리 여울물에 훌훌 벗어 던지고
남과 북
해 돋는 아침
부둥켜안고 웃자.
---「군사 분계선」중에서

신목으로 받들던 백악산 박달나무
뇌성과 번갯불에 맥없이 쓰러졌다
잔가지
진물도 말라
버러지들 다 떠났네.

벌레가 다 파먹어 속 빈 강정 나뭇등걸
가마에 구워본들 숯도 재도 안 남으리
파르르
사위는 불꽃
설핀 수의 한 벌 없네.

봄볕이 풍성할 때 몸 건사 잘하시지
진딧물에 몸살 앓다 불벼락에 허리 잘려
나목들
쇠사슬 잡고
뒤늦은 후회 펑펑.
---「박달나무의 후회」중에서

옹달샘 길어다가 곱게 빚은 달콤한 향기

산허리에 치렁치렁 내걸고 하얀 미소 살랑살랑 짓는 갈색 눈동자, 먼 이국의 낯선 조선 땅 끝자락에 선 이방인의 서러움도 잔잔한 잎사귀 간격 같은 징검다리 세월을 견뎌내며 희디흰 화해의 꽃송이 빚었지, 앙칼진 가시 끝에 차마 말 못 할 사랑을 숨겨놓고 푸른 손 파르르 떨며 향긋한 순백의 오월을 달궈왔지 이젠 지금 밟고 있는 훈훈한 이 땅이 내 조국이라며 꽃비를 뿌리는 충성의 기쁨으로

아카시
대들보 아닌
향기로 보은하네.
---「아카시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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