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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꽃은 예언이다

걷는사람 시인선-09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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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52g | 125*200*20mm
ISBN13 9791193412091
ISBN10 119341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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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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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공단 화학 공장 앞 도로 따라
노조 플래카드들이 어깨 걸고
시위 중이다

갓길 걸으며 풀들도 꽃들도
푸른색 노란색 빨간색 리본 두르고
시위 중이고

벚나무 살구나무 이팝나무
손마다 하얀 피켓 들고 구호 외치며
시위 중인데

나중일 씨, 독한 화학약품 냄새에 절어
간장 속의 게처럼
오늘도 찍소리 한번 못 하고
---「봄이 와서」중에서

내가 벌겋게 익은 살을 씹는 동안
누나는 자기 안의 질긴 슬픔을 씹고 씹었다

잠시 후, 그 뜨겁던 불판도 서늘히 식고
숯에서 검정이 다 빠져나갔다

그때 난 알았다 검정이 숯의 영혼이었음을
누난 아직 불붙은 한 덩이 숯임을
---「술병과 숯」중에서

시청광장에서 처형된 사형수다
그녀의 눈동자에 고인 12월의 밤하늘이고
목에 걸린 인조 목걸이다

육교 계단에서 추위에 떠는 고아들
녹슨 빗속을 최면 상태로 걸어가는 부랑자들이고
젖은 불빛이다

낫들이 활보하는 도시
거리엔 웃음 없는 무녀의 피가 떠돌고, 우리의 얼굴은
죽음이 화인(火印)으로 남긴 검은 판화들

잠들면 종이가 자객처럼 내 눈을 베는 소리 들리고
고열과 오한 사이에서 나의 펜은
눈물을 앓는 새
---「우리 시대의 시」중에서

죽은 줄 알았던 복숭아나무 가지에
파릇파릇 움이 돋고

새소리 물소리 꿀벌소리
음의 물결들, 나이테 그리며 서녘 하늘로 번져 가는

봄날 어린 샅 근처
복사꽃 시큼한 입술 밑에서 나는
갓 둥지 떠난 때까치 새끼처럼 오래 울었다
---「사월」중에서

첫눈이 왔다 죽음이 흰 날개를 달고
굴뚝으로 내려왔다

나는 밤새 밭은기침을 했다
새벽에도 뜨거운 이마가 가라앉지 않았다

첫눈이 왔다 죽음은
세 갈래 발자국을 찍으며 뜰에 내려왔다

할머니는 내복 바람으로 부엌에서 물을 뜨다가
산머루 빛깔 죽음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첫눈이 왔다 밤새 먼 길을 걸어
아침이 따신 물 주전자 들고 대문으로 들어섰다

그때 식구들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궁이 앞에 할머니 물 사발이 떨어져 있었다

첫눈이 왔다 그을음으로 덮인 부엌 흙벽 가득
세 갈래 발자국을 찍고 죽음이

뒷문으로 걸어 나갔다 어린 내 눈에는 다 보였다
할머니 발자국도 나란히 찍혀 있었다

첫눈이 왔다 첫울음이 왔다
밤사이 할머니가 내 열을 먼 들로 가져갔다
---「첫눈」중에서

세 개의 동사로 요약된 시다
오다 살다 가다

조금 긴 농담의 시도 있으니
오다 살다 울다 싸다 웃다 가다

아 그리운 사람아
발목만 남겨 두고 떠난 눈사람아
---「사람은」중에서

그림자가 계속 뒤를 따라온다

내가 일생을 똑바로 걸어가서

배고픈 무덤에 잘 들어가는지

검안하라고 빛이 보낸 검시관
---「걷는 사람」중에서

모든 꽃은 예언이다

불꽃들 다 지리라는

침묵이 활짝 꽃피자

모든 말이 시들었다
---「시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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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형식과 내용의 일대 갱신을 보인다. 한국 시가 가지 뻗고 자라 오면서 내장한 여러 성과와 경계를 공교한 화법으로 고개를 넘는다. 그의 메타포는 슬픔을 경쾌한 기억의 금속성으로 변형시킨다. 비극이 우울로만 남을 수 없는 “빛의 문자들”(「DMZ」)로 시가 된다. “햇살이 흙 속 유골을 찾듯 붓질하는”(「감은 눈」) “동백꽃 찢어진 그늘”(「그늘 무늬」) 등은 시간을 앞지른 감각의 재현이다. 그 밑자락은 “이번 생을 당신과 함께해 미안하다”(「밤눈」)고 한다. 시는 눈송이 사이로 빠져나가면서도 삶의 정면을 통해 현대사라는 ‘그녀’와 대면한다(「현대사」). 그것은 아주 사적인 언어인 둥근 “마침표./마침표./마침표.”(「분꽃」)의 까만 씨앗의 약속이고 믿음일 것이다. 또 “옅은 살구 냄새가 딸아이 첫울음처럼 올라와”(「처가에서」) 그 울음과 이별을 만나게 할 줄이야. 역사와 사적 오브제가 이렇게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니! 그리하여 두 톱니바퀴로 맞물려 시는 다른 방향으로 돌면서 먼 곳의 슬픔을 자아낸다.

“여수 밤바다 아픈 물숨 소리”(「여수」)는 “청주 식물대학 목련과 재학 중인/함박꽃”(「오늘의 강연」)과 함께하는 우리 시의 한 진경이다. 죽음의 이별에서 터지는 목소리는 쓰라린 언어로 빛난다. 죽음이 이런 의식의 씨방을 보여 줄 줄은 몰랐다. “봄날 어린 샅 근처”에 “다시 찾아오라던 복숭아뼈 하얀 그 여자”의 「사월」은 우리 시의 다른 사월이다. 삶이든 죽음이든 역사든 사랑이든 이 모두가 “어디로 흘러가는 아픈 꿈일까”(「먼 곳」). 능선에 걸린 해의 산 그림자 안으로 들어선다. 가고 없는 그녀의 “밥물 끓는 소리”(「떠난 사람」)가 들린다. 우리는 “누구의 아름다운 서쪽일까”(「서쪽」), 나는 그 누구의 동쪽 삶일까. “반짝, 눈뜨는 아기별”(「빈집」)과 눈마주친다. “캉캉을 추며 캉캉 눈이 내리”(「캉캉」)는 하늘을 쳐다보고 침묵을 깨뜨린다. 함기석 시인의 시가 그립고 아름답고 외롭다! “내가 일생을 똑바로 걸어가서//배고픈 무덤에 잘 들어가는지//검안하라고 빛이 보낸 검시관”(「걷는 사람」)을 마주하리. 우리는 끝에서 자신의 「겨울 화형식」을 마주하게 될 것인즉, 빼어난 시상이다. “탯줄 달린 시뻘건 해가” 보고 싶다는 열망을 담아 「시실리」로 나도 가겠다. 소주 한잔으로 눈송이처럼 헤어질 터. 다른 계절 하나가 이곳에 있다.
- 고형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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