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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과 살인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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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362g | 128*188*30mm
ISBN13 9791193149072
ISBN10 11931490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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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히나의 집은 한겨울 감옥의 독방 같았다.
---「첫 문장」중에서

경찰은 히나의 사인을 말하기를 꺼렸다. 나중에야 언론 보도로 칼에 찔려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온몸에 남아 있던 자상이 십여 군데 이르렀다고 한다. 범인은 현재 수사 중이다. 히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p.10

지금 나는 텅 빈 동생의 방에서 그 말을 덧그렸다. ‘어째서 우리만 이런 일을 당하는 걸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손에 든 어두운 붉은색 상의가 사정없이 구겨졌다.
--- p.15

나를 비웃고 있다. 결코 자의식과잉이 아니었다. 마린은 중학생 때도 똑같은 짓을 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이라고 할 정도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 마린은 내 흉한 치열을 비웃었다.
--- p.20

그러나 세상은 히나를 돈에 미쳐 사람을 멋대로 조종하다 못해 죽음으로 내몬 악녀로 취급했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라고 단언하는 자칭 전문가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사회 반응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지만 머릿속을 부유하는 잡음은 심해지기만 했다. 모두가 말했다. 그렇게 떠들어댔다. 히나는 정말로 그런 사람이었을까?
--- p.51~52

렌은 요리사가 되고 싶어서 우리 집에 오는 것이 확실했다. 그 식당 요리사의 딸인 내게 던지는 질문도 가게 위주였다. 하지만 애초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말을 주고받을까? 정기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찾아올까? 렌도 나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 아직 초등학생이었기에 사귀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못 했지만 나는 사랑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혹시, 어쩌면. 마음속으로 거듭 중얼거렸다.
--- p.98

그러나 사가미의 머릿속에 있는 우시와카야말로 사실이고 절대적인 존재였다. 사가미는 그를 동경했다. 밥을 먹을 때도 놀 때도.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그 모습이 머릿속 한구석에 어른거렸다. 아니, 꿈에도 자주 나타났다. 서걱, 서걱. 우시와카, 우시와카. 칼을 휘두르자 칼끝이 쓰윽 살을 파고든다. 어묵을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처럼. 그리고 곧바로 흰 날이 살을 가르며 빠져나온다. 수영하는 손이 물을 가를 때처럼. 그 감각을 끊임없이 상상했다. 그리고 불길이 일듯 생각했다. 베고 싶다. 사람을 썩둑 베고 싶다.
--- p.142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인생은 어릴 적부터 남들만 못했다. 괴로운 일, 슬픈 일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 불합리한 고통도 분한 마음도 동류가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간 옅어졌다. 나만 불행하지 않다. 아버지가 살해당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다. 동생 히나도 같은 처지다. 나를 덮친 재앙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어지러운 마음을 납득할 수 있는 표현이 있었다. 그런 운명의 별 아래 태어난 사람이다.
--- p.201

사가미는 자숙하기로 거듭 다짐했다. 이제 두 번 다시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고. 다시는 그런 서툰 살인은 하지 않겠다고. 다음에는 더 잘할 것이다. 아니, 한 번이나 두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시와카처럼 살아가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사람을 베고 다닐 것이다. 사가미는 정신없이 계획을 세웠다.
--- p.213

칼을 휘두를 때마다 실감이 났다. 자신은 옳게 죽이고 있다. 죽이는 데 의미가 있다. 생각이 형체를 띠었다.
--- p.238

허옇게 빛나는 칼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가 힘껏 빼낸다.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며 ‘더, 더’라고 생각했다.
--- p.323

마스크를 벗자 때마침 불어온 밤바람이 입술을 차갑게 식혔다. 입술 사이로 튀어나온 하나뿐인 앞니도 바람을 맞았다. 이 치열을 고치자. 그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시간과 돈이 아무리 들어도 좋으니 이제 깨끗하게 고치자. 신선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다짐했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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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거듭되는 반전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 다키이 아사요 (작가)
추천! 반전을 사랑하는 내게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 사이토 나기사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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