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에게 특정한 이미지와 역할이 부여되고 이것을 벗어나는 존재에 대해 사회가 잘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가 그 사람에게는 차별과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아동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아주 사소한 일이 아동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귀엽거나 불쌍한 아이들, 공부만 하거나 부모님의 돌봄만 잘 받으면 되는 아이들에게는 특별히 의견을 물어보거나, 그들의 몫을 별도로 떼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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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대중매체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정신적, 도덕적 웰빙과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향상에 도움이 되는 국내외 다양한 정보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다양한 영상 플랫폼이 등장하고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다. 셀 수 없는 매체와 제작물 속에서 문제가 되는 것을 찾아서 대응하는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후에 점검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작 단계에서 아동보호원칙을 적용하고 제작자와 이용자의 인권의식을 높이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동은 미디어의 고객이기 전에 미디어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정보와 기술을 익히는 존재이자 미디어를 안전하게 활용할 권리가 있는 주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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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기 동안 시설 아동이 겪었던 문제는 감염병 때문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끝났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감염병이 재난이 아니라 그로 인해 드러난 고통,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것이 아동들에게는 진짜 재난일 것이다. 아동들이 사회와 거리를 두어야 하는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동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방역 지침과 시설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유엔은 ‘아동의 대안양육을 위한 지침’을 통해 대규모 양육 시설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동 발달에 유리한 서비스와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맞춤형 및 소그룹 돌봄을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2019년 한국 정부에 구체적인 탈시설 계획을 통해 아동의 시설보호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드러난 대규모 양육 시설의 취약함을 보완하고 아동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보호체계로 전환하는 논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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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인권에 기반한 조직은 아동이 주도하고 성인이 함께하여 사업의 기획부터 모니터링 평가에 이르기까지 아동의 참여를 극대화하면서 사업을 성취하여 아동과 성인이 함께 유익과 만족을 누리도록 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대형 아동 NGO들이 한국의 전쟁고아를 살리기 위한 자선 기반 접근을 통한 아동복지 자선사업으로 시작하였으나 점진적으로 욕구에 기반한 구호·개발 사업으로, 다시 인권에 기반한 접근을 통한 아동인권옹호 사업으로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 가면서 국제사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됨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아동 NGO들이 말로만이 아닌, 조직의 체계로부터 운영 전반에 변화를 이끌어 조직의 미션과 비전을 새롭게 하고 아동권리프로그래밍을 시행하여 한국 사회에 아동인권 친화 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서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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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옹호활동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고귀한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기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의 연대가 필수다. 소중한 가치관을 삶의 현장에서 실현하려는 투철한 사명감, 그리고 열정과 헌신의 마음, 겸손한 자세를 갖고 가장 작은 자들 편에 서야 한다. 아동을 존엄한 인격체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 아동에게 예의를 지키며 부드럽게 말을 거는 것 등 아주 작은 몸짓으로부터 아동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아동인권옹호활동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 p.231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보호의 대상일 뿐 아니라 ‘권리의 주체자’임을 명시한다. 협약은 아동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는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라고 천명하고 있다. 특히 협약 제12조는 아동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안에 자기의 의견을 표명할 권리가 있다고 규명한다. 또한 표명된 의견은 들려지고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장의 사회복지사에게 ‘보호 대상’인 아동과 일하는 것과 ‘권리주체자’인 아동과 일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복지사가 아동에게 접근하는 방식, 아동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달라진다. 아니, 반드시 달라야 한다.
--- p.243
이 책을 통해 소개하는 글은 아동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에 틈틈이 썼던 글과 신문, 잡지 등에 기고했던 글을 모은 것이다. 아동을 옹호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많은 순간 답답하고 슬프고 화가 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쓴 글 또한 두서없고, 감정적인 너무나 부족한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기로 결심한 것은 이 책이 가닿은 독자라면 분명히 아동의 인권에 대해 고민하며 이미 아동을 옹호하고 있는 독자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손에서라면 나의 부족한 글과 서툰 생각들이 더 좋은 생각과 변화를 돕는 미약한 디딤돌이 되거나 더 나은 토론을 위한 소소한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 p.255
아동인권이나 아동옹호는 한 번 배우고 끝나는 것이 아닌 평생 생각하고, 연구하고, 준비하면서 실천함을 통해 숙련된 일꾼으로 살게 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 우리의 생각과 경험을 담은 이 작은 책이 옹호 활동가들 가까이 놓인 유익한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이미 아동인권 교육훈련의 강사로 양성된 분들과 옹호 전문가로 활동하는 일꾼뿐 아니라 약하고 작은 자들을 옹호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우리 사회 모든 사람에게 친구처럼 다가가는 책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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