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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제주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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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녀가 듣고 기록한 할머니 자서전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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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30*190*20mm
ISBN13 9791168671294
ISBN10 116867129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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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30살 땐 뭐했어요?
아이고, 그땐 다른 사람의 밭 빌려 살아서, 삶이 삶 아니었어. 그때 101살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있었어. 그 시어머니가 아침에 밝아가면 아주 지친데 와서는 “얼른 밭에 가라” 하면 밭에 가서 해 저문 후까지 김매다가 오고, 그렇게 안 한 날은 물질가서 해 저문 후까지 하다가 왔지. 아기들은 갓난아기였으니까 오죽 힘들었겠어?
--- p.41

그땐 먹을 게 그거밖에 없었구나.
저기 동규 할머니도 이제 고구마 먹고 싶지 않다더라. 어릴 때 하도 지겹게 먹어서. 아이고, 우리도 친정어머니부터 가난해서 고구마만 고구마만 먹었어.
--- p.42

우리 때는 물 사서 먹는데. 할머니 얘기 들으면 제주도가 이렇게 달라졌구나 사람들도 알 수 있겠어요.
우리 예전에 태풍 불어서 센 날은 막숙물 없으면 ‘공물’(법환의 용천수 중 하나) 물. 공물도 물 안 날 땐 공물 넘어가면 그 아래 요만한 물 졸졸 나는 데가 있어. 그 용천수에 가서 져다가 먹었어. 우리 살았던 건 말해도 몰라. 우리 살았던 것은 말해도 너희들은 모른다.
--- p.58

그럼 그때는 지금처럼 신혼여행 가고 그런 거 없었어요?
없다! 신혼여행이 뭐니? 해녀 할머니들이랑 일본 여행 간 게 처음으로 비행기 타 본 거야. 옛날에 난 그래도 가마 타고 시집 갔어. 다른 사람은 트럭 타고 갔다고 하더라.
--- p.76

15살 되니까 본격적으로 해녀 일 한 거예요? 13살 때는 배우기 시작하고? 그때 얘기해 주세요.
난 다 자라서도 물질하지 못했어. 우리 어머니가 모자반 캐러 가니까 어머니 마중 갔는데, 난 13살이 되도록 물질을 할 줄을 모르니까 어머니가 날 안아다가 저 바다 깊은 데로 가서 내버려두고 어머니는 나와버리셨어. 난 거기서 어떻게 어떻게 헤엄쳐서 나온 게 물질 배우게 된 것이야.
--- p.116

큰아빠는 뱃속에 임신해 있고, 큰고모는 어렸을 때 데리고 갔다오셨다구요?
응. 너희 큰고모 세 살 때. 그땐 할아버지는 군대에 가 있을 때. 뱃물질 하려고 하는데 아기 바다로 떨어질까 봐 배에 묶었어. 바닷속에 들어갔다가 아기 울음 소리 들리면 올라와서 쳐다보고. 그전에 아기 없을 때도 두 번 물질 갔다왔고, 아기 데리고도 한 번 물질 다녀왔어. 그 이후에는 안 갔어.
--- p.126

지금은 사라져가는 물건들이 많겠어요. 미역도 잘 안 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잘 안 났대. 소라도 이제는 예전만큼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것도 오염 때문인지 여기 법환 마을에서만 아니라 TV에 다른 지역 해녀가 나와서 말하는 거 보니 사람이 늙는 것보다 바다가 훨씬 오염되어 버렸대. 바다 덕분에 지금까지 살았는데 바다에 물건도 없고, 우리 늙는 것보다 바다가 더 빨리 오염되고 늙어버렸다고.
--- p.139

그래도 할아버지 있을 때가 좋았다고 해야지!
(단호한 절레절레) 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때에 나보고 “아이고, 좋은 아내 만나서 오래오래 살았어.” 하면서 많이 울더라. 돌아가기 전날, 할아버지 가까이에 앉으니 “여보, 아무것도 없는 집에 와서 고생만 하면서 살게 해서 미안해.” 하더라. 그 말 하고 다음 날 돌아가셨어.
--- p.159

아이고, 손녀딸이 야무지게 할머니 얘기 듣고 글로 써주고 다 부러워하지! 이미 친척 어른들께도 다 말씀드렸어요. 할머니 책 쓰고 있다고. 책 완성해서 설날 때 가져와서 자랑할 거예요.
(어느새 함박웃음) 하하. 손녀가 야무진 덕분이지. 야무진 손녀가 있어서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거지.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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