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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88쪽 | 508g | 120*202*24mm
ISBN13 9791198088581
ISBN10 119808858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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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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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끝나갈 즈음 항구의 유흥가에서 첫 번째 감염 사례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부도덕한 여자들, 범죄자, 인신매매범이 희생자였기 때문에 내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임시 고용된 선원들이 인도네시아에서 들여온 성병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액운이 사방에 퍼진 걸 감출 수도 없고, 문란한 성도덕과 환락의 생활을 비난하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질병은 죄지은 자와 정숙한 자를 차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로가 신부를 이겨낸 바이러스는 완전히 해방되어 어린이든 노인이든, 빈자든 부자든 사납게 공격하며 유유히 돌아다녔다.
--- p.20

“넌 코흘리개가 아니다. 독립성을 지켜야지. 네가 할 결정을 다른 누군가가 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라. 그러려면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 내 말 이해하겠니?” 루신다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충고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 p.151

나는 해마다 몇 주는 농장에서 보내겠다는 계획을 지켰다. 일이 복잡하게 꼬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내가 내 땅에 뿌리 내리는 방법이었다.
--- p.241

물론 누구나 각자 자기 삶에 책임이 있다는 게 사실이기는 하다. 우리는 특정한 카드를 갖고 태어나 그 카드로 인생이라는 게임을 한다. 나쁜 카드가 걸려 모든 걸 잃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쁜 카드를 능숙하게 사용해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 카드는 우리가 누구인지, 즉, 나이, 성별, 인종, 집안, 국적 등을 결정한다. 카드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최선을 다해 카드를 잘 쓰는 것이다.
--- p.259

기쁘고 궁금한 것도 사실이지만 가끔은 두렵기도 하다. 저편에는 오로지 적막함이 존재할 수도 있다. 우주 공간에서 부르짖고 또 부르짖는 영원한 방황만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빛이 있을 것이다. 많은 빛이 있을 것이다. 불확실성의 순간은 아주 짧다. 나를 뒤에서 잡아당기는 삶이 있어 버리고 떠나기가 힘들구나.
--- p.474

한 세기를 살다 보니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백 년은 어디로 갔을까?
--- p.47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여성의 한 세기에 걸친 삶은 남미의 역사도, 여성의 역사도 아니다. 인류의 ‘보편적’ 역사다. 글로벌의 전제는 로컬이며, 여성은 남성과 달리 공/사 영역 모두를 살아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뛰어난 세계사의 서사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이 책의 치밀한 묘사와 튼튼한 구조는 ‘문학적인 것’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고전이 등장했다.
- 정희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문학박사)
벅차게, 이사벨 아옌데와 다시 만난다. 그는 나를 포함한 세계의 많은 작가들에게 ‘청춘의 이름’이 아닐까.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남미의 격렬한 근현대 정치사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여성주의를 뛰어넘는 여성주의를 마술처럼 직조해 나간다. 언젠가 그의 작품을 닮은 글을 쓰고 싶다는 영원한 소망을 품게 했던 이사벨 아옌데는 이제 어머니가 되어 원주민과 다가올 세대를 위해 싸우는 비올레타의 목소리로 또다시 나의 귓가에 속삭인다. 젊은 날의 소망을 잊지말고 끝없이 전진하라고.
- 심윤경 (『나의 아름다운 정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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