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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피쉬 드림하우스

사유악부 소설선-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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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35*200*20mm
ISBN13 9791198530707
ISBN10 119853070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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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는 처음 그녀를 고스란히 그대로 상자 속에 담아두고 싶었다. 가끔 궁금하면 열어보듯, 그는 그녀가 평범하게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는지만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뜻밖에도 그를 이 방으로 데려왔다. 그렇게 아침을 준비하고 7시 30분경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타고 회사에 가면, 9시에 회의를 하고 10시쯤 그날의 서류작업을 마치고 11시쯤에는 사무실을 나와 그가 있는 이 방으로 다시 왔다. 그때 집에 들어서는 그녀의 손에는 그날 먹을 야채나 반찬 같은 것이 들려 있었는데, 그녀가 집까지 걸어오는 몇 가지 경로의 길 위에 있는 반찬 가게나 야채 가게에서 산 것들이었다.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신애는 자주 싱싱한 생선을 구웠고, 돼지고기나 새우 낙지 같은 것들로 양파와 함께 볶아 접이식 식탁에 앉아 둘이서 나눠 먹었다. 그러고는 그녀는 다시 영업을 하러 집을 나갔다. 그는 그녀가 보험회사 직원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 하루 종일 어디를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는 알지 못했다.
--- p.13

신애의 아버지가 신애를 쫓아냈다는 것과 그녀의 교복과 책, 책가방 따위는 모조리 찢어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와 친한 친구들 몇몇의 집을 그녀가 찾아왔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어디서 어떻게 다니는지, 친한 친구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며칠 머물 수 없느냐고 묻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몇몇 남자아이에게도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그때부터 기영수는 신애에 대해 분노를 터트리곤 했다. 곱슬머리에 조금은 소심하고 고집이 세어 보이는 외모를 가졌지만, 기영수는 까다롭거나 괴팍하지 않았다. 인간에 대해서도 그리 까다롭지 않은 그가 신애에 대해 냉소적으로 변해 갔다. 아마도 신애가 그 친하지도 않았던 다른 친구들의 집을 찾아갔어도 그에게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난 듯도 했다. 그리고 그는 자주 구상규에게도 신애가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묻곤 했다. 구상규 또한 한동안 소문이 아무리 나빴어도 신애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신애는 그 뒤 그의 눈앞에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 온 동네를 한 바퀴 다 돌았을걸. 우리만 빼고. 우린 왕따야. 알아?” 신애가 퇴학 처리되고 난 뒤의 일이었다.
--- p.124

“언제부터입니까? 남편을 죽이겠다고 말한 것이?”
“확실한 것은 모르겠지만 오래된 것같아요. 하지만 적어도 상규 씨가 여기로 올 때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전이었죠. 얼마 전에 사고가 났으니까요.”
“그걸 알면서도 절 사고 현장에 데려간 이유는 뭐죠?”
“어쩌면 신애의 브레이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제가 신애에게 오게 된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군요.”
구상규는 혼란스러웠지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전 오히려 기뻤죠. 신애씨에게는 다른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구상규씨가 신애씨의 다른 눈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했고요.”
진선아는 잠시 말을 끊고 곁눈으로 구상규를 보았다.
--- p.154

설정식은 놀란 듯한 둥그런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를 보았다. 그가 농담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남자는 꽤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수염을 깎지 않아 조금 수척한 얼굴이었지만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첫인상만큼이나 편견에 오염되기 쉬운 것은 없을 거라고 늘 생각했지만, 남자의 태도는 꽤 진지해 보였다.
“하지만 한 사람이 죽는 게 그런 식으로 해결되지 않을 건데요? 의사의 사망진단서나 증인 같은 것이 필요할 텐데.”
“그 친구는 그런 식으로 죽고 싶어 했어요. 죽음 대신 실종이 차라리 낫다고 하더군요. 죽어서도 살아있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는 방식. 가장 숨기 좋은 죽음이라나 뭐라나. 죽음은 재미없는 끝이니까 이왕이면 자신은 의문으로 남았으면 더 좋겠다고 하더군요.”
“의문스런 실종이라....... 관심을 받고 싶었던 걸까요? 하긴 요즘 실종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더군요. 안 좋은 조건에서 강제 종료 당하느니 리셋인지가 유행한다니까.”
설정식이 혼자서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남자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무엇인지 찾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럼, 그쪽이 유일한 목격자겠네요. 그 죽음인지, 실종인지의 해답요.”
슈퍼주인은 문득 그렇게 말했고 남자는 그를 바라보더니 감탄했다.
“오~ 그렇게 되는 겁니까?”
그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로 자신의 볼을 몇 차례 긁으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비밀은 싫은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바다와 그 한가운데 있는 섬을 바라보았다. 빛나는 아침 잔물결 위에서 섬은 가물가물하며 떠 있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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