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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요령껏 상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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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30*190*15mm
ISBN13 9791198485403
ISBN10 11984854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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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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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과일의 유익은 여럿이 나눌 때 배가 됐다. 회사 동료인 예슬 씨가 깎아준 사과를 먹고 시작한 하루는 종일 마음까지 든든했고, 경희 씨가 만들어 온 아보카도 스프레드를 식빵에 발라 먹으면 바닥난 에너지도 금세 충전됐다. 그때 과일로 서로를 돌봤던 것처럼 대신 샤인머스캣 골라준다는 생각으로, 수박을 잘라준다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다. 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치 기쁨은 얻을 수 있길 바란다.
--- p.7

대표적인 여름 과일을 봄에 소개하는 이유는 그저 더 맛있어서다. 봄 수박을 처음 먹고 충격과 함께 깨달은바, 제철 과일이 가장 맛있다는 것은 진리가 아닌 내 고정 관념이다. 어쩌면 수박이 여름 과일이라는 것까지. 봄 수박은 과육이 탄탄해 여름 수박보다 식감이 훨씬 아삭하다. 단맛과 풍미도 꽤나 풍성한 편. 마음을 열어 차분히 맛보면 수박 껍질처럼 쩍 하고 고정 관념에 균열이 생기는 걸 경험할 수 있다.
--- p.42

우리가 흔히 아는 털이 부숭부숭하고 분홍빛을 띤 ‘말랑이 복숭아’는 겉보기엔 비슷하나 모두 그레이트, 단황도, 천중도, 단금도, 엘바트 등의 이름이 있다. 이 중 ‘천중도’는 단맛과 복숭아 향이 진하고 신맛은 적어 많은 청과 MD들이 백도의 이상향으로 꼽는다. 구분이 어렵다면 대부분의 과일이 그렇듯 중만생종이 등장하는 시기를 노리는 것도 방법. 8월초~중순이 적기이다. 대월, 경봉, 유명은 딱딱이 복숭아 애호가들에게 익숙한 이름으로 강경 딱복파라면 유명이 그 입맛을 만족시킬 것이다. 처서를 지나 바다에 가면 무더웠던 날들이 짧게 느껴지듯, 복숭아의 맛을 종류대로 헤아리는 동안 여름은 이내 끝나 있다. 복숭아는 여름으로 인해 맛있고 여름은 복숭아로 인해 그리워진다.
--- p.67

가장 솔직한 욕구와 반응을 알 수 있는 존재는 결국 자신이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먼저 맛보고 즐기는 것이 남을 돌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한 번쯤은 마음 편히 이런 멜론 저런 멜론 탐미해보면 어떨까?
--- p.73

그러던 어느날 선물로 곶감말이라는 것을 맛봤다. 레드 와인에 졸인 건무화과와 견과류, 고메버터를 곶감으로 말아 숙성시킨 것이었는데 예상 밖의 깊고 세련된 맛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곶감의 찰진 식감과 진한 단맛이 속에 든 고소하고 바삭한 재료와 어우러져 풍성한 감칠맛을 자아냈다. 이후 곶감말이만큼은 깊이 아끼게 됐다.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는 뻔한 맛이라고 생각했지만 감의 모든 가능성을 아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에게도 사실 다른 가능성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어떤 사람이나 사건이라는 부재료를 만나면 다시 빛나지 않을까? 닫아두었던 가능성을 다시 열어보게 된다.
--- p.98~99

이렇게 매력적인 동시에 시즌이 한정적인 품종들을 알게 되자 사과가 다시 소중해졌다. 부사 같은 ‘언제까지나’가 늘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의 모든 부분에 제철이 있다는 걸 떠올리게 된다. 그 유한함을 기억할 때 오늘을 더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 p.107

그래서인지 귤은 유독 먼 과거부터 최근까지 타임라인의 이곳저곳을 소환한다. 내 첫 기억은 초등학교 겨울 방학 중 이불 속. 맞벌이인 부모님은 늘 귤만은 떨어지지 않게 사주셨고 두 동생과 나는 일주일에 10kg 한 박스를 너끈히 비우곤 했다. 이불 속에 몸을 파묻은 채 만화책을 읽으며 먹다 보면 어느새 산처럼 쌓여 있던 껍질들. 노래진 손가락. “얘네 귤 벌써 다 먹었네. 또 사와야겠어.” 우리가 귤을 해치울 때마다 엄마, 아빠는 놀라 이야기했다. 당시 귤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부모님 마음이 당황스러움보다 뿌듯함이 컸다는 건 갈수록 또렷해진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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