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에 차고 슬픈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디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닥는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고흔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ㅅ새처럼 날러 갔구나!
---「유리창 1」중에서
지리교실전용지도는
다시 돌아와 보는 미려한 칠월의정원.
천도(千島)열도부근 가장 짙푸른 곳은 진실한 바다 보다 깊다.
한가운데 검푸른 점으로 뛰어들기가 얼마나 황홀한 해학이냐!
의자우에서 따이빙자세를 취할수있는 순간,
교원실의 칠월은 진실한 바다보담 적막하다.
---「지도」중에서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향수」중에서
옴겨다 심은 종려나무 밑에
빗두루 슨 장명등,
카페·프란스에 가쟈.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뻣적 마른 놈이 압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 처럼 가는데
페이브멘트에 흐늙이는 불빛
카페·프란스에 가쟈.
이 놈의 머리는 빗두른 능금
또 한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 처럼 젖은 놈이 뛰여 간다.
---「카페·프란스」중에서
얼골 하나 야
손바닥 둘 로
폭 가리지 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 만 하니
눈 감을 밖에.
---「호수 1」중에서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꾹이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진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힌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고향」중에서
나의 가슴은
조그만 「갈릴레아 바다」.
때없이 설레는 파도는
미(美)한 풍경을 이룰수 없도다.
예전에 문제(門弟)들은
잠자시는 주(主)를 깨웠도다.
주(主)를 다만 깨움으로
그들의 신덕(信德)은 복되도다.
돗폭은 다시 펴고
키는 방향을 찾었도다.
오늘도 나의 조그만 「갈릴레아」에서
주(主)는 짐짓 잠자신 줄을―.
바람과 바다가 잠잠한 후에야
나의 탄식은 깨달었도다.
---「갈릴레아 바다’ 중에서
1
절정(絶頂)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소모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版)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팔월한철엔 흩어진 성신(星辰)처럼 난만하다. 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백화(白樺) 옆에서 백화가 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처럼 흴것이 숭없지 않다.
4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통이, 도체비꽃이 낮에도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백록담」중에서
이밤에 안식(安息)하시옵니까.
내가 홀로 속에ㅅ소리로 그대의 기거(起居)를 문의할삼어도 어찌 홀한 말로 붙일법도 한 일이오니까.
무슨 말슴으로나 좀더 높일만한 좀더 그대께 마땅한 언사가 없사오리까.
눈감고 자는 비달기보담도, 꽃그림자 옮기는 겨를에 여미며 자는 꽃봉오리 보담도, 어여삐 자시올 그대여!
그대의 눈을 들어 푸리 하오리까.
속속드리 맑고 푸른 호수가 한쌍.
밤은 함폭 그대의 호수에 깃드리기 위하야 있는 것이오리까.
내가 감히 금성(金星)노릇하야 그대의 호수에 잠길법도 한 일이오리까.
---「슬픈 우상」중에서
백성과 나라가
이적(夷狄)에 팔리우고
국사(國祠)에 사신(邪神)이
오연(傲然)히 앉은지
죽엄보다 어두은
명호(鳴呼) 삼십육년!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찬란히 돌아오시니!
허울 벗기우고
외오 돌아섰던
산(山)하! 이제 바로 돌아지라.
자휘 잃었던 물
옛 자리로 새소리 흘리어라.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찬란히 돌아오시니!
---「그대들 돌아오시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