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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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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30*200*20mm
ISBN13 9791193710036
ISBN10 119371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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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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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거장을 통과하는 일이 사막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것처럼 기약 없이 막막하거나, 좁고 컴컴한 골목을 지나는 것만큼 위험한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열차가 순식간에 내릴 역이 멈춰 섰을 때, 전철역 입구로 올라와 다시금 아침의 상쾌한 바람을 맞았을 때 화인은 일종의 뿌듯함을 느꼈다.
---「화이트: 화인」중에서

누군가의 일상이 화인에게는 비일상일지 몰랐고, 그녀는 그런 착각이 마음에 들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유리문 안쪽에 숨어서 세상을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화인은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의식을 치르듯 매일 첫차 시각을 엄수했다.
---「화이트: 화인」중에서

이상스런 한기가 느껴졌다. 어느덧 일정한 거리에 남은 이들은 대부분 남자였다. 검은 마스크 가운데 부엉이 로고가 새겨진 남자가 가장 가까이 있었다. 여자들은 차라리 전철에서 내리겠다는 듯 화인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었다.
---「화이트: 화인」중에서

감히 너 같은 게 내 일터에 와 물을 흐려, 열심히 사는 사람 엿 먹이는 년들은 아주 혼쭐이 나야 돼. 지켜보던 몇 사람이 펼쳐진 우산 사이로 뛰어들어 꼽추를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화인이 쥐고 있던 주홍의 전단 수백 장이 우수수 쏟아졌다.
---「화이트: 화인」중에서

어쩔 수 없이 주차선 밖으로 차를 빼내야 했다. 전체가 와인 컬러인 포르쉐 무슨무슨 기종이었는데, 잡지에서만 보던 차량이었다. 그때 호텔로 다시 돌아갔어야 했을까. 고가의 차량에 거의 관심이 없다고 자부해왔지만, 운전석에 오르는 순간 어떤 힘찬 기운이 인석을 사로잡았다.
---「블랙: 개를 데리고 다니는 동안」중에서

황실에서 자란 개라더니 만인을 향한 친밀함이 몸에 밴 것이었다. 자기 것을 빼앗기거나, 누군가로부터 해코지나 괴롭힘 당할 우려가 거의 없는 환경 속에서 호의호식한 결과 다가서는 모든 이들이 자기에게 호의를 가졌다 여기는지도 몰랐다.
---「블랙: 개를 데리고 다니는 동안」중에서

제기랄, 전부 다 개 같아져버리라지.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이상스레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뿌연 시야를 더욱 뿌옇게 만들며 눈물 몇 줄기가 샘솟았다. 그렇게 또 한번의 유턴 신호를 놓쳤다.
---「블랙: 개를 데리고 다니는 동안」중에서

형은 행방이 묘연했다. 연락 자체가 되지 않았다. 좀더 애썼더라면 찾을 수 있을지 몰랐지만 이상스레 행동이 주저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인석은 멍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 형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블랙: 개를 데리고 다니는 동안」중에서

왕자의 옷을 입은 거지를 대하듯 세상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인석은 차츰 인정해나갔다. 그것을 돈의 힘이라고 해야 할지, 장인과 명품에 대한 경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껏 자기와는 무관한 세계였으며,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블랙: 개를 데리고 다니는 동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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