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고민하던 시점에는 퇴근길마다 매일 엄마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도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며 애처럼 엉엉댔다. 대체 무슨 대단한 일을 하겠다고 이토록 갈망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걸까. 돌아보면 이 고민은 해를 거듭할 때마다 나를 괴롭혔다.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상사에게 칭찬을 받는 순간들로 잠시 유예해뒀을 뿐이었다. 이렇게 답답해서 눈물이 나는 순간에도, 나의 선택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원래 잘하는 일로 돈 벌고, 하고 싶은 일은 취미로 하는 거래”라는 말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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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끌리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당신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면, 그 작은 설렘을 꼭 실행으로 옮겨봤으면 좋겠다. 해보지 않으면 결코 자신을 알 수 없다. 내가 그 일이 잘 맞는지, 정말 오래 좋아하며 할 수 있는 일인지, 나는 어떨 때 기쁜지……. 무수히 많은 회사와 직무와 일의 형태가 있듯 당신에게도 생각지 못한 재능과 적성과 잠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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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도 언제까지고 회사에 다닐 순 없는 노릇이지. ○년간의 조직 생활을 졸업하고 내 일을 해보는 거야!” 하고 무작정 나오면 안 된다. 원래 잘 되는 사람들의 콘텐츠는 조회 수가 높은 편이다. 안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을뿐더러 용기 있게 꺼내놨다고 하더라도 관심을 받기가 어렵다. 원래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가 더 달콤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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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일이 아닌 내가 좋아하고, 잘해서, 기꺼이 고통을 감수하고도 하고 싶은 일. “경제적 자유를 이뤄도 이 일을 할 건가요?”라고 묻는 말에 주저 없이 “네”라고 답할 수 있는 일.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하는 게 고역이 아닌, 일을 하러 가는 길이 설레는 삶. 판타지 같지만 그런 일을 찾고, 나다운 일과 삶의 터전을 가꾸며, 삶의 대변자로서 당당해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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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담장을 넘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 사람이 담장을 넘어 기웃거린 다양한 길들과 시도들을 보고 실마리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처럼 유달리 ‘내가 원하고, 좋아하고, 잘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그런 일을 찾아 헤매고 있다면, 나보다는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더 빠르게 원하는 길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서 이 로드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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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삶의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면, 꼭 스스로와 깊게 잘 대화해보길 바란다. 이 대화는 현재를 점검하는 과정일 수도, 혹은 당신이 원하는 길을 스스로 이끌어주기 위한 레버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 하는 일의 5년, 10년 뒤의 미래가 내가 원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방향성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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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뛰던 레이스에서 옆길로 벗어났을 때, 바로 다시 원하는 길로 성큼성큼 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옆 공터에 털퍼덕 앉아 거친 숨을 고르고, 시원한 물을 마시고, 충분히 땀을 식힌 후, 다리가 저리지 않을 정도가 되면 그때 일어나겠지. 그리고 다시 자신의 레이스를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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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이에게 당신의 포트폴리오가 닿았을 때, 어떤 일을 맡기면 좋을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문장이 필요하다. 당시 나는 디지털 마케팅과 콘텐츠 기획·제작에 대한 일을 모두 해왔던 경험을 살려 두 가지 파트의 일을 다 받을 수 있는 문장을 만들었다.
--- p.108
인맥이 중요하다거나, 남에게서 정답을 얻으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나보다 앞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레퍼런스 삼는 것은 중요하다. 저마다의 이야기 속에 내 이야기를 찾을 실마리가 숨어있을 테니까. 선명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또 어떤 기준으로 자신의 업과 삶의 방식을 만들어갔을까? 지금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으며, 부단히 그 방향성을 유지하며 나아가기 위해 어떤 식으로 노력하고 있을까? 나는 그 방법을 알고 싶었다.
--- p.118
내가 발행한 나의 생각과 글, 나의 경험과 인사이트, 나의 사진과 영상들은 바다에 띄운 하나의 ‘유리병 편지’와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뉴미디어 세상에서 내가 띄운 편지들은 알고리즘의 파도를 타고, 어디에서는 나와 함께 일할 동료를, 또 어딘가에서는 내게 일을 줄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해준다. 그러니 당장 답이 없더라도 되도록 자주 편지를 띄웠으면 좋겠다.
--- p.139
남들보다 더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시간이란 녀석을 내가 잘 컨트롤하지 못해 끌려다니는 기분이었다. 이런 상황을 바꾼 것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게 된 이후였다. 퇴사를 했기 때문에 내게 자유가 주어진 게 아니라는 것. 그저 나를 고용한 고용인이 회사에서 나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나는 내 하루를 통솔하는 주체가 나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기로 했다.
--- p.160
갭이어의 시간 대부분을 나와 대화하는 데 썼다. 모든 선택에 있어서 이 경험이, 이 대화가, 이 시간이 나를 발견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출발했다. 자신 있게 말하건대, 미디어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자기발견 방법을 동원해 나를 발견해나가는 작업을 했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 나라는 인간을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쓰고, 지우고, 답하고, 생각하며 나를 알아갔다.
--- p.179
나 역시 나를 알고 싶어서 데굴데굴 구르던 밤들이 많았다. 그만큼 너무 절실했고, 간절했다. 누구보다 스스로를 알고 싶었고,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과 기준을 잡고 싶었다. 고민스러운 날들이 찾아오면 나는 삶의 중요한 질문들을 모아 셀프 워크숍을 떠났다. 자기발견을 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와 대화하는 것이다.
--- p.201
돈이 필요할 땐, 돈이 되는 일만 있어도 감사하다. 좋아하는 일이 있을 땐,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하지만 이 이유들을 넘어서야 하는 시기가 올 때는, 내가 이 일을 통해 결국 무엇을 해내고 싶은지, 어떤 삶을 추구하고 또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싶은 것인지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 p.207
나는 이 목표 쓰기와 읽기에 대한 작업을 나만의 방법으로 좀 더 발전시켜 보기로 했는데,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BE노트〉다. 삶을 어우르는 아주 많은 분야 들을 작게 쪼개고, 그 분야에서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 들을 나만의 ‘BE문장’으로 작성해보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키워드 중심으로 겨우 작성하곤 했지만, 앞에 써둔 자기발견 방법들을 꾸준히 시도하고 훈련하면서 내가 원하는 모습을 자세하고 정제된 문장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
--- p.230
이후에 또 어떤 얘기들이 내 인생에 펼쳐질지 나도 궁금하다. 중요한 건 내 하루가 진심으로 궁금하고 설레는 삶으로 바뀌었다는 것. 행여 중간에 또다시 다른 길로 튼다고 해도, 이 선택이 맞지 않았다고 느껴지더라도 뭐 어떤가. 여기서 끝이 아니니 노선을 수정해서 가면 그뿐이다. 그저 한 걸음씩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양으로 가기 위해 오늘도 걸어가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 p.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