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기찻길 옆 불란서 양옥집

: 나의 사적 문명기

레트로-01이동
강정수 | 시용 | 2024년 0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4건 | 판매지수 744
정가
13,000
판매가
11,7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국내배송만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122*188*30mm
ISBN13 9791197926228
ISBN10 119792622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기찻길 옆에 바싹 붙여서 지은 불란서 양옥집이 있다. 오막살이는 아니었지만 낮이나 밤이나 지축을 울리며 내달리는 기차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 벽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모두 잠든 깜깜한 밤에도 기차는 달렸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방안을 환히 비추던 열차의 전조등은 내가 즐겨보던 〈환상특급〉 속의 그 열차 불빛과 똑같았다. 플랫폼으로 변한 우리 집 앞에 기차가 멈추고 망토가 달린 코트를 입고 머리에는 실크 햇을 쓴, 한 손에는 트렁크를 들고 입에는 담배 파이프를 문 그 누군가가 내릴 것만 같았다. 우리 식구들 가운데 누구도 기차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지는 않았다.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삶이 고단했으니까 잘 잤다.

기차가 지나갈 때 말을 하면 당연히 잘 안 들린다. 특히 가는 귀가 먹은 증조할머니는 평상시에도 잘 못 들었기 때문에, 할머니에게는 기차가 지나갈 땐 어지간해서는 말을 걸지 않았다. 안방에 다들 둘러앉아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빠아아앙 기차 기적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하던 말을 멈추거나 아니면 더 크게 소리를 지르듯이 말하는데 이 장면이 너무 웃겼다. 표정과 내용의 불일치는 흡사 코미디 무성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과장된 제스처로 재현되어 기차가 다 지나가고 고요가 찾아왔을 때면 그런 행동을 한 당사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 역사(驛舍)가 이전하면서 건널목도 사라지고 기차도 더는 다니지 않았다. 집 외벽의 금도 갈라지지 않았고 기차를 탄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즐거움도 더는 누릴 수가 없었다. 달리는 기차의 기적소리와 굉음이 오히려 그리울 정도였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더는 한밤의 ‘환상특급’ 열차를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달리는 기차와 그 안에 탄 사람들을 보면서 다들 어디를 가고 있는 거지? 궁금했다. 이 철로는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 기차가 더는 다니지 않게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친구와 함께 철길을 따라 모험을 떠났다. 햇볕에 달궈진 철로와 그 주변 자갈은 너무 뜨거웠고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계속해서 걸었다. 친구와 나는 굵은 쇠못도 몇 개 주웠다. 얼마쯤 지났을까. 주변이 너무나 한적해서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가도 가도 기찻길의 끝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가다가는 돌아가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서 다시 집으로 향했다.

내달리는 기차가 사라지고 뭔가 내 인생의 스펙터클한 한 시기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중학생이 되고부터는 쏘다니지도 않고 팝송이니 소설책에 빠져 괜히 심각한 척해 보이고 싶어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불란서 양옥집과 집 뒤 공터 600평은 도시계획에 포함되어 헐값에 정부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보상금으로 85년도쯤 읍내에 막 지어지기 시작한 2층 연립주택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사와 함께 야생마처럼 날뛰던 나의 유년시절은 막이 내렸고 요절 작가들에게 심취했던 세상 고민 많고 멜랑콜리한 청소년의 삶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기찻길 옆, 불란서 양옥집의 고래는 잘도 잤다」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사사롭지만은 않은 유년 시절의 일대기

저자는 『기찻길 옆 불란서 양옥집』에서 유년 시절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과거의 풍경을 기록하고 채록된 사연들을 술술 풀어낸다. 그는 과거가 실제로 어떠했는지 묻기보다는, 과거는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는지에 중점을 둔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과거를 생생하게 기억해 내는 저자는, 다른 사람은 알 길 없는 자신만의 내밀한 과거를 드러내는 데 만족하기보다는, 이 책의 독자들 역시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작업에 기꺼이 동참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는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을 소환해 낸 후, 이를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연결시키는 능력을 지닌 타고난 이야기꾼인 것이다.

기억, 공간 속에서 정박되다

저자는 장소와 풍경에 머물던 사람들의 곡진한 사연보다는 그곳에 자리 잡은 풍경과 사물에 더 자주 눈길을 주는 것 같다. 이를 두고 요새 유행하는 인간과 비인간 주체의 결속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손쉬운 제안일지 모른다. 이 책이 안겨다 주는 진정한 즐거움은 다른 곳에 있다. 책을 읽다가 지금의 상황을 살펴보면, 모든 것이 변했음을 어렵지 않게 감지하게 된다. J읍의 풍경도 변화했을 것이고, 90년대 초반에 저자가 활보하던 소공동과 종로 일대의 거리도 변모했다. 어디 그뿐이랴. 공간에 관한 저자의 기억, 의식, 관념, 태도도 마찬가지로 변화했을 것이다. 우리의 기억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면, 사회가 변하는 만큼 기억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곧 변화무쌍한 기억의 흐름을 고정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그 공간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저자는 여전히 불란서 양옥집, J읍 시내, 90년대 초반의 소공동 일대 등에 사로잡혀 있다. 궁극적으로 『기찻길 옆 불란서 양옥집』은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흐름이 특정한 장소 속에서 어떻게 정박되는지 기억하려는 책이다.
- 하승우 (한예종 영상이론과 교수)
지나온 시절과 소소한 경이

누군들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이해하고 때로는 음미하고 싶지 않을까? 저자는 71년생으로 90년대 초까지의 사적인 동시에 알고 보면 어느 세대의 것인 경험을 돌아본다. 어쩌면 저리 잘 기억하지? 세세하고 생기 넘치는 기억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70, 80년대의 경험이 어느새 회상하고 기록할 만한 과거가 되었다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럽다. 90년대 이후에 태어났더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시절의 맛과 공기와 생활질서와 구경거리들, 그것이 이미 꽤 먼 과거가 아니면 무엇일까!

온갖 것에 대한 호기심과 천진한 선망 그리고 적극성을 지닌 아이였던 저자가 기억해 낸 ‘칠공팔공’ 시절의 일화들을 읽노라면, 아 그랬지, 그 시절엔 그런 게 있었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었나, 하는 내적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나도 기억하는 일들이 있어, 이야기하고 싶다는 기분에 젖게 된다. 이 책은 어쩌면 그렇게 막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기분에서 출발한 것은 아닐까? 원고를 읽다가 저자에게 전화를 걸어 ‘나도 어쩌다 생각나면 참 이상하더라고요. 서울인데도 길거리에 소와 말이 다녔다는 게!’라고 수다를 떨곤 했다.

70년대 경제발전에 발맞추어 대거 보급된 바 있는 불란서 주택에서 ‘불란서’란 20세기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선망의 목록 가운데 한 대상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유일했던 어떤 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빛바래고 ‘그 시절의 것’으로 낯설어진다. 돌아보면 ‘양옥집’은 이제는 조금 촌스럽게 느껴지고 레트로한 취향의 대상으로 애틋해진 무엇이다. 이 책에 실린 숱한 사물들이 같은 처지에 있다. 그땐 그렇게 괜찮았던 옛 사물을 저자는 그런데, 오늘의 시선이 아니라 당시의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따뜻해진다.

저자는 이 책에 ‘사적 문명기’라는 부제를 붙였다. 문명이라니! 언제 저자가 비문명인이기라도 했던가? 다분히 과장된 낯설게 하기이다. 성장기의 기억을 사적인 톤으로 서술하며 그것을 ‘신문물’의 체험기라고 명명함으로써 이 책은 특별한 성격을 얻는다. 저자는 어린 마음으로 접한 다양한 사물의 경이로움을 되살린다. 사회학적 조망 대신 다정하고 소소한 일상 사물들의 기억을 통해 ‘지나온 시절’의 작은 흥분들과 소망을 되살려 전하는 것이다.

70, 80년대의 한국은 거시적으로는 경직되고 억압적인 국가, 사회였다. 이 책은 그런 체제의 잿빛 지붕과 울타리 안에서도 훼손되지 않는 생기를 품고 성장한 어느 마음의 따뜻한 기억일 것이다. 그런 것을 잃지 않으려는 개인들의 삶이란 얼마나 소중한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여느 마음들이 알아볼 것이다.

이 책의 독자는 누구일까? 누구여야 가장 적당할까? 필자처럼 이미 알던 것을 상기하는 독자도 계실 터이고 살지 않은 시절을 건너다보게 된 독자도 계실 것이다. 어느 편이든 이제 자신의 이야기 나누고픈 기분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 조원규 (시인, 문예지 『베개』 편집자)

회원리뷰 (2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2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1,7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