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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118*185*30mm
ISBN13 9791190710732
ISBN10 119071073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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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렌스카 백작 부인의 일 때문에 오래전에 정착된 굳은 신념이 흔들려 그의 마음속을 위험하게 표류했다. “여자들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워야 해요”라는 그 자신의 외침은 그의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간주하기로 합의된 문제를 뿌리까지 뒤흔들었다.
--- p.64

그는 친구들의 (행복해 보이는) 결혼 생활을 되짚어 보았지만, 메이 웰랜드와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은 관계로 상상한 열렬하고 다정한 동지애와 일치하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상상 속 관계가 이루어지려면 그녀에게 경험과 융통성과 판단의 자유가 있어야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들을 갖추지 않도록 세심하게 교육받았다. 자신의 결혼이 다른 대부분의 결혼처럼 한쪽의 무지와 다른 한쪽의 위선으로 지탱되는 물질적, 사회적 이해관계의 무미건조한 결합이 되리라는 불길한 예감에 몸을 떨었다.
--- p.65

“아, 나도 알아요, 안다고요! 하지만 불쾌한 말은 듣지 않는다는 조건이 따르죠. 내가 말하려고 하니 웰랜드 이모가 딱 그렇게 말하시더군요…. 여기서는 아무도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나요, 아처 씨? 진짜 외로운 건 가식적으로 행동하라고만 요구하는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거예요!”
--- p.110

그렇지만 아처도 그런 온갖 문제에 대해 확고하고 약간 공격적인 의견을 지녔을 때가 있었다. 그의 소규모 일족의 예절과 관습에 관련된 모든 것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보이던 때가 있었다.
‘그러는 내내 어딘가에 진짜 사람들이 살았고 진짜 일이 그들에게 일어났겠지….’ 그는 생각했다.
--- p.253

아처는 대대로 물려받은 결혼에 대한 케케묵은 생각으로 돌아갔다. 전통을 따르고 그의 모든 친구들이 아내를 대하듯이 메이를 대하는 것이 족쇄를 차지 않은 총각 시절에 막연히 그리던 이론을 실천하는 것보다 덜 골치 아팠다. 본인이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는 아내를 해방시키려고 애쓰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 p.270~271

“내 결혼은… 당신을 여기에 있게 할 구경거리가 아니에요.” 그녀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당신은 나한테 처음으로 진짜 삶을 보여줘 놓고 동시에 가짜 삶을 이어가라고 부탁했어요. 인간이 견딜 수 없는 일이에요. 그뿐입니다.”
--- p.334

“난… 난 어떻게든 그런 말이… 그런 범주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으로 당신과 달아나고 싶어요. 그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으로, 서로가 삶의 전부인 두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곳으로요. 다른 것은 무엇도 중요하지 않는 곳으로요.”
--- p.395

뭔가 놓쳤다는 것은 알았다. 삶의 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너무나 달성하기 힘들고 일어날 성싶지 않은 일로 여겨져 그 일로 푸념하는 것은 복권에 일등으로 당첨되지 않았다고 절망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의 복권은 수억 개가 발급되었고 일등은 단 하나였다. 그가 당첨될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 엘런 올렌스카를 생각하면 책이나 그림에서 상상의 연인을 생각하듯 추상적이고 담담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그가 그리워하는 모든 것이 혼합된 환상이 되었다.
--- p.473~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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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는 1870년대 초 뉴욕을 배경으로 이른바 구세대 상류층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허위와 모순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그들은 시대의 변화와 진보를 눈앞에 두고도 이를 체득하지 못했고, 계급주의와 관습을 극복하지 못해 우스꽝스러운 겉치레에 힘을 쏟았다. 소설의 주인공 뉴랜드 아처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한다. 그런 그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엘런이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여자’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녀는 모두가 숨기는 말, 입만 벙긋거리고 마는 말, 두려움에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그 말들이 뉴랜드의 견고했던 세계를 무너뜨린다. 엘런은 뉴욕을 벗어나 더 넓은 세계까지 가보았고, 그보다 많은 것을 경험한 여자였다. 뉴랜드는 그녀로 인해 딱딱한 일상 너머 있는 삶의 본질에 대해 깨닫는다. 가장 뜨겁고 강렬한 앎, 사랑의 방식으로.
- 정한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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