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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592쪽 | 118*185*35mm
ISBN13 9791190710718
ISBN10 119071071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지금까지 읽은 책들이 하나같이 다 그렇게 말하더라고. 실은 누구나 오만해질 수 있다, 유독 오만에 빠지기 쉬운 게 인간의 본성이다, 실제건 상상이건 자기한테 있는 어떤 특성을 이유로 자만심을 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이야. 허영과 오만은 달라. 같은 뜻으로 쓰일 때가 많지만. 허영이 없어도 오만할 수는 있거든. 오만이 내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라면, 허영은 남들 눈에 나를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의 문제야.
--- p.35

거의 모든 애정은 고마운 마음이나 자기만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대로 내버려 두면 사라져버리기 십상이야. 누구나 시작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약간의 호감 정도야 충분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하지만 자극제가 없는데도 진짜 사랑에 빠질 만큼 강심장인 사람은 극히 드물어.
--- p.37

남자나 결혼생활을 동경한 적은 없지만 결혼은 언제나 그녀의 목표였다. 교육은 잘 받았으나 부유하지 못한 아가씨에게 결혼은 품위를 잃지 않고 향후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행복을 가져다줄지는 미지수일지언정 빈곤을 막아줄 것은 확실한 경사였다. 바로 이 경사를 치르게 됐으니, 스물일곱 해를 예쁘지 않은 여인으로 살아온 그녀로선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 p.196~197

제 또래의 남녀 사이에 애정이 있으면 당장 재산이 없어도 약혼까지 감행하는 경우를 매일같이 보는데, 어떻게 저만은 그런 유혹이 있어도 더 지혜롭게 처신하겠다고 장담할 수 있겠어요? 그런 감정에 저항하는 게 과연 지혜로운 결정일지는 또 어떻게 알고요.
--- p.228

내 눈을 가린 건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이었어. 첫 만남에 한 사람한테는 관심을 받아 우쭐해지고 또 한 사람한테는 무시를 받아 불쾌해져서는, 그 둘에 관한 한 편파와 무지를 자초하고 이성을 내몰았지. 이날 이때껏 난 나를 몰라도 너무 몰랐어.
--- p.323~324

그녀는 스스로가 초라해졌고, 서러웠다. 왠지 모를 회한도 밀려왔다. 그에게 잘 보여봤자 아무 소용 없게 된 지금에야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졌다. 그의 소식을 알 길이 없어진 지금에야 그의 소식을 듣고 싶어졌다. 다시는 그를 만날 일이 없을 것만 같은 지금에야 그와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p.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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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인류는 천문학적인 돈을 놓고 벌이는 금융가의 쟁탈전이나 핵무기를 놓고 벌이는 소수 열강의 기싸움이 아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내 앞의 밥 한 공기, 내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는 한 명의 사람, 볕 좋은 베란다에 가지런히 널린 빨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살아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작은 사물, 작은 관계가 ‘인간’이라는 우주를 이루는 가장 치명적인 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오만과 편견』은 그것을 가치관이 섞인 장황한 설교를 늘어놓는 대신 평범한 이들의 삶을 그려내는 것으로 탁월하게 보여주었고, 그렇기에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 고전으로 남았다.
- 정아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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