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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계절

: 귀주대첩, 속이는 자들의 얼굴

차무진 | 요다 | 2024년 0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5 리뷰 11건 | 판매지수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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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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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580쪽 | 670g | 135*210*35mm
ISBN13 9791190749695
ISBN10 1190749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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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수 강감찬은 황송해하는 표정으로 그럴 수 없다며 사의를 표했으나 왕은 술을 떠먹여 주겠다고 계속 우겼다. 군신 간 이런 법도는 없었지만, 오늘은 파격적인 날이었기에 결국, 강감찬은 몇 오라기 없는 수염이 붙은 입술을 뾰쪽하게 내밀어 왕이 주는 잔에 입을 댔다. 왕은 오랫동안 잔을 들고 천천히 기울였다. 늙은 강감찬은 왕이 먹여주는 술을 전부 받아 마셨다.
--- p.10

죽화는 매화가 죽이는 병에 걸렸다는 것을 말하지 못했기에 자신이 신병에 걸렸다는 것 또한 말할 수 없었다. “……그냥 안다고.” 철이 들었을 즈음 죽화는 자기 몸에도 저런 기운이 있나 싶었다. 하나 다행히도, 매화처럼 죽이는 병이 아니라, 무언가를 아는 소리를 해대는 병이 있었다. 매화가 어미의 살인 욕구를 이어받았다면, 죽화는 어미의 신력(神力)을 받았다. 죽화의 신력은 앞날을 보는 예지이거나, 일어난 상황을 가늠하는 예지였다.
--- p.142

대원수가 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왜소한 몸이었으나 이제 원숭이의 등은 굽어 있지 않았다. “자네 추리는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네. 자네 말대로 이 시신은 쓰리나리 연기에 취해서 일을 저질렀네. 짐작했겠지만 우리는 쓰리나리가 어떤 풀인지 이미 알고 있네. 북신 사당에서 제를 올릴 때 사용하는 풀이니. 이 사건은 죽은 놈이 한 명이 아니라고 하네. 총 여섯 명을 죽였네.”
--- p.191

“싸울 준비가 안 되어 있지?” “더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더 하려는 것이다. 알겠니? 더 상상하는 거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모든 규칙은 파괴될 것이다. 공자든, 귀신이든, 천신이든, 지하 신장이든 전부 불러내 물어볼 참이다. 네가 가진 신력이 나를 도울 수 있다면 나는 너에게 의지할 수도 있다.”
--- p.276

“보셔야 할 것입니다. 천문, 지리, 인화를 보시려면 각하의 마음부터 들여다봐야 할 것입니다. 그 아이의 예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미래를 엿보는 게 아니라 각하의 마음이 얼마나 강한지를 측정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대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볼 만큼 강해져야 한다는 뜻이겠지.”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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