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의 핵심은 방향이다. 삶에서 힘은 크기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 나를 따돌리고 괴롭혔던 녀석들은 마치 마이너스에 힘을 실은 벡터와 같다. 이와 달리 플러스 방향에 힘을 실어준 C가 내 곁에 있었다. 학원을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포켓몬 빵을 사준 친구 덕분에 혼자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C는 날 왕따로 바라보기보다 내 외로움에 주목했다.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에 자신의 방향을 얽어매지 않았다.
--- p.23, 「힘은 크기보다 방향이 중요하다_벡터」 중에서
사람마다 속력이 이토록 다양하지만 무조건 빨리 가기 급급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뒤처질까 봐 생기는 두려움 때문이다. 당시 20대 중반, 주변 친구들은 취업을 하거나, 인턴으로 스펙을 쌓고 있었다. 직장을 다니며 바쁘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아직도 용돈을 받고 사는 내가 한심해 보였다. 졸업 시험에 떨어져 남들보다 늦게 졸업할 거란 두려움, 좋은 학점을 받지 못해 취업에 실패할 거란 두려움. 머릿속을 맴도는 온갖 나쁜 상상이 파도가 되어 날 덮쳤고 난 이리저리 허우적댔다. 이 두려움은 극복할 수 있는 걸까?
--- p.26-27, 「내가 바라야 했던 아름다운 속력_속력」 중에서
시간이 흐르고 난 사범대 수학교육과에 진학했다. 교육 봉사로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교실 단상에 올라서는 바로 그때, 그 친구가 했던 말들이 번쩍 스쳤다. 지금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이유는 사소하지만 내 영혼을 흔들었던 그의 말 몇 마디 때문이었다. 갑자기 가슴이 벅차올라 웃음이 터졌다. 내가 웃자 말똥말똥한 눈을 한 아이들이 방실거렸다. 행복한 웃음꽃이 교실에 활짝 피어올랐다. 세상은 이렇듯 사소해 보여도 한 사람의 영혼을 흔드는 일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우리의 사소한 말과 행동은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거듭제곱을 하게 될까.
--- p.37-38, 「한 사람의 영혼을 흔들었던 말 한마디_거듭제곱」 중에서
10대든 20대든 30대든 어느 순간에는 자유와 안정,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둘 중 어느 길이 옳은 길이라고 선뜻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누구는 안정적인 삶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또 다른 누구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기에 불안정과 위험을 감수하며 순간순간을 살아간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굳은 확신을 가지고서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1+1의 정답이 1이 될 수도 있고 2가 될 수도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지금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1+1=2라는 ‘정답’이 아니라 1+1에 대한 각자의 답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 p.51, 「1+1의 정답이 1이 될 수도 있어_위상수학」 중에서
수직선 위에 채워진 수많은 점엔 희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의 대부분은 0에서부터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정으로 채워진다. 그러니 어제보다 0.001만큼 조금 나아갔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 없다. 조금은 진부할 수 있지만 ‘카르페 디엠(현재를 충실하고 오늘을 즐기자)’이다. 특히 나의 지금이 마치 숫자 0처럼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숫자 0은 ‘없음, 무기력함, 공허함’이란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지만 양의 정수와 음의 정수를 구분하는 기준점으로서 0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은 플러스 방향 혹은 마이너스 방향으로 가는 선택의 순간에 있는 것이다. 내가 절망감에만 사로잡혀 멈추어 있다면 마이너스로 향하는 길이고, 무엇이든 도전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플러스로 향하는 길이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간에 조금씩 플러스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 p.137-138, 「13번의 불합격 끝에서_숫자 0」 중에서
주사위 5개를 던져 모두 4가 나올 확률은 1/6을 5번 곱한 1/7,776이다. 1/7,776과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1/8,145,060을 모두 곱하면 0에 무척 가까운 확률, 1/63,335,986,560이다. 대략 630억 분의 1이다. 사람 간의 인연도 0에 가까운 확률이었다.
우린 0에 가까운 확률임을 알아도 반드시 이루어질 거란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양광모 시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가을이 와도 밤하늘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아. 그대 가슴 속에 별이 있는가.”
당신에겐 별 같은 사람이 있는가. 0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서 내게 1을 가져다준 사람 말이다. 그런 기대를 품는다면 마치 밤하늘에 유성을 보는 것처럼 실로 아름다운 광경일 것이다
--- p.150-151, 「만남은 마치 유성을 볼 확률과 같다_확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