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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인사이트

: 세계의 판도가 바뀐다

이세형 | 들녘 | 2024년 0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9 리뷰 31건 | 판매지수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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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74쪽 | 646g | 145*217*30mm
ISBN13 9791159258992
ISBN10 1159258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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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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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은 세계 3대 종교(기독교, 이슬람, 유대교)가 탄생한 곳이다. 현재 중동에 거주하는 다수는 이슬람을 믿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국민 다수가 유대교를 믿는다. 또 레바논, 이집트,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에는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레바논에서는 원래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다만, 레바논의 경우, 최근 인구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독교와 이슬람 인구 중 어느 쪽이 다수인지 애매하다.

이란은 국회에서 소수계인 기독교와 유대교 신자를 배려해 해당 종교를 믿는 국회의원을 일부 선출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대부분의 중동 이슬람권 나라에서는 다른 종교, 특히 기독교와 유대교에 대해 완전히 배척하지도 않지만, 열린 자세를 보이지도 않는다. 말 그대로 애매모호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가령, 중동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나는 기독교를 믿는다” 혹은 “나는 가톨릭을 믿는다”라고 말했을 때 단지 종교만을 이유로 배척하거나, 관계를 끊는 식의 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적어도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겉으로 심하게 ‘반감’ ‘어색함’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중동 이슬람권 나라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교회를 허용한다. 또 자국민을 대상으로 선교하지 않는 한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래도 깊은 관계를 맺는 과정, 혹은 마음을 여는 과정에서 종교 차이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유대교의 경우 팔레스타인과의 악연 때문에 당연히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튀니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등에는 유대교 회당이 있다. 호의적이진 않아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식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미있는 것은, 많은 무슬림이 ‘종교가 없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무슬림들은 이슬람 대신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보다 종교가 없는 사람을 오히려 더 이상하게 본다. ‘종교가 없다’ ‘신을 믿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두고 무슬림들은 ‘영혼이 없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무슬림이 힌두교 등에 비해 기독교와 유대교에 대해 상대적으로 열린 자세를 취한다는 것도 의미 있는 부분이다. 일단 같은 지역에서 출발한 종교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많은 선지자와 조상을 공유한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무슬림들은 여러 신을 숭배하고, 조각과 그림으로 신을 표현하는 것에 심한 불편함, 나아가 반감이 있다. 많은 무슬림이 기독교와 유대교를 힌두교 등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이유다.
---「알고 보면 재미있는 중동 상식: 종교」중에서

2019년 9월 21일 오후 1시, 사우디아라비아 제2 도시인 제다Jeddah의 킹 압둘아지즈 국제공항King Abdulaziz International Airport. 중동 그리고 이슬람권에서도 ‘미지의 나라’로 여겨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처음 발을 디뎠다.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을 떠나 사우디아Saudia(사우디아라비아 국영항공사) 항공기를 탄 지 2시간 반 만이었다. 해외 출장을 수없이 다녔지만, 가장 기분이 짜릿했던 순간이었다. 외국인, 그중에서도 특히 외국 기자가 가기에는 쉽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비전 2030Vision 2030’이란 문구가 곳곳에 보였다. 공항 실내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Salman bin Abdulaziz Al Saud 국왕,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의 사진과 함께 비전 2030 문구를 담은 선전물들이 붙어 있었다. 입국 심사, 보안 검사, 안내를 담당하는 공항 직원들은 가슴에 비전 2030 배지를 달고 있었다. 공항 환경미화원 중 일부는 비전 2030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쓰고 있었다.

비전 2030은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직접 기획해 2016년에 발표한 중·장기 경제·사회 발전 전략이다. 석유 의존도 줄이기와 관광 산업 육성 등 다양한 개혁·개방 정책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를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국가로 변화시키겠다는 게 비전 2030의 목표다. (중략)

사우디아라비아가 관광 산업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비전 2030을 통해 강조하는 산업 다각화, 국가 브랜드 향상, 일자리 창출 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분야가 관광 산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보기술과 신재생에너지 등 비석유 분야의 첨단 산업을 육성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자리잡고 있다.
---「‘은둔의 왕국’, 관광 개방에 나서다」중에서

노스웨스턴대 미디어학부, 조지타운대 국제관계학부, 카네기멜런대 경영학과·컴퓨터과학과·생명과학과, 웨일 코넬 의대(코넬대 의대), 텍사스A&M대 화학공학과……. 이 학교 대부분은 미국 대학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랭킹을 자랑하는 명문대들이다. 오랜 전통과 독특한 학풍 그리고 막강한 연구력과 동문 파워, 나아가 높은 콧대를 자랑하는 이 대학들이 해외 캠퍼스를 설립해 운영 중인 지역(혹은 나라)을 보면 뭔가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가 미국이야? 카타르야?”
에듀케이션 시티Education City에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조경에, 멋들어진 현대식 디자인 건물들, 캠퍼스 어디에서나 들리는 ‘완벽’ 혹은 ‘거의 완벽한’ 발음의 미국식 영어 그리고 다양한 옷차림과 외모의 학생과 교수들……. 한국에서 에듀케이션 시티는 2022년 11~12월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해외 지역이었다. (중략)

카타르는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미국 대학들을 유치한 것일까? 이유는 많다. 중동의 외교, 문화, 교육 중심지를 지향하는 카타르 정부의 정책이 우선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면에는 자국의 대학 수준이 아직 많이 뒤떨어진다는 고민도 있다. 그리고 이를 단기간에 개선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외국 명문대학을 가져오자’는 파격적인 전략을 발휘했다. 풍부한 자금으로 최근 중동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브랜드에 어울리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대학들은 카타르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동시에 중동에 대한 연구나 교육 노하우를 늘릴 수 있다. 일종의 윈윈 전략이다. 또한 외국 명문대 유치는 현지 여성 교육과도 관련된다. 보수적인 이슬람 사상과 사막의 유목민 문화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선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어도 여성을 멀리 유학 보내는 것에 부정적이다. 그런데 카타르처럼 천연가스와 석유를 팔아 부가 축적되고, 개혁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글로벌화’ 혹은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 나라에서 여성들의 교육열은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딸(여성)’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은 깊어진다.

이런 환경에서 에듀케이션 시티는 사막의 오아시스다. 중동 안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 대학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유학을 가지 않아도 미국 명문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카타르 여성들에게는 말 그대로 ‘자기 나라 안에서 수준 높은 대학 교육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집트 같은 주변 국가에서도 카타르라는 ‘다른 나라’로 유학을 보내는 것이기는 하지만 같은 문화권에서 세계적인 명문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해외 명문 대학을 사 와서 딸들을 교육시키자」중에서

2022년과 2023년 국내 콘텐츠 업계와 금융업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핫이슈 중 하나였다. 정확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인 PIF에 시선이 집중됐다. PIF가 넥슨, 엔씨소프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같은 한국 기업의 주식을 대거 매입했기 때문이다. PIF는 2022년 게임 기업인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각각 약 2조 3,000억 원, 약 1조 1,000억 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2023년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약 6,000억 원을 투자했다. 단기간에 한국의 대표급 콘텐츠 기업들의 주요 주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PIF는 캡콤(일본의 게임 회사), 닌텐도, 디즈니 같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도 대규모로 투자한 경험이 있다. 특히 일본 게임업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닌텐도에도 2022년 5월 약 4조 5,000억 원을 투자해 3대 주주로 등극했다. 2023년 9월에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국부펀드 중 하나인 무바달라Mubadala가 KT 자회사인 KT클라우드에 약 3,993억 원 투자를 추진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석유와 천연가스 판매로 얻은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조성된 중동 산유국 국부펀드는 오래전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미국 국부펀드연구소Sovereign Wealth Fund Institute, SWFI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 자산총액 상위 20개 국부펀드 중 중동 국가의 펀드가 10개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 중 PIF는 약 6,100억 달러 규모로 세계에서 6번째로 자산총액이 큰 국부펀드다.
---「국부펀드, 중동 산유국들의 ‘경제 영토 넓히기’」중에서

중동 정세와 직접 연관된 건 아니다. 하지만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를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해진다. 북한과 시리아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다. 일단 두 나라 사이에는 세습 독재, 국민들의 비참한 상황, 국제사회의 불신 등 공통점이 많다. 정상 간의 개인적 친분도 특별하다. 하페즈 알아사드(바샤르 알아사드의 아버지)는 살아 있을 때 김일성 주석과 가까웠고 북한을 방문한 적도 있다. 북한은 1967년과 1973년 아랍권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치를 때 시리아와 이집트에 공군 조종사 등 군인들을 보냈다. 전쟁을 같이 경험한 ‘혈맹’인 셈. 1990년대, 2000년대 들어서는 미사일 개발 등에서도 서로를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랍연맹 소속 22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과 수교를 안 한 나라는 시리아다. 시리아를 제외하면 유엔 회원국 중 쿠바만 아직 한국과 수교를 안 했다. 중동 외교가에선 북한과의 친분 때문에 시리아가 한국과의 수교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는 게 정설로 여겨진다. 이집트의 경우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김일성이 살아 있을 때는 한국과 수교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하자 이듬해 한국과 수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자주 서한을 주고받는 사이다. 2023년 2월 대지진 때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리아에 위로 서한을 보냈다. 북한의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시리아의 독립 기념일에도 두 정상은 축전을 주고받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 ‘국제무대 복귀’를 환영 및 축하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을까? 시리아와 북한의 관계를 아는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3): ‘시리아의 도살자’ 국제무대에 복귀하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나라’」중에서

개인적으로 중동 음식을 좋아한다. 지금도 종종 서울 이태원에 있는 아랍 사람이 하는 식당을 찾는다. 하지만 음식 대부분이 채소보다는 고기(양고기와 닭고기)와 빵(혹은 밥) 위주라 먹고 나면 상당히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든다. 또 소금, 기름,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 있어 맛은 있지만 다소 자극적이다. 그래서 중동 음식을 먹을 땐 평소보다 더 많은 탄산음료를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갓 구운 양고기와 따끈따끈한 아랍 빵(인도식 빵인 ‘난’과 비슷한 모양이다)을 같이 먹는 맛이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훔무스Hummus, 샐러드, 올리브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팔라펠Fallafel과 훔무스는 중동 전역에서 ‘국민 먹거리’로 인식될 만큼 인기가 많고 누구나 즐기는 요리다. (중략)

팔라펠과 훔무스는 오래전부터 중동 전역에서 즐긴 음식이지만,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지역에서 생긴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즉, 아랍권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 내 많은 ‘전통 음식점’과 이스라엘 유명 셰프들이 쓴 요리책들을 보면, 팔라펠과 훔무스를 ‘이스라엘 요리’로 소개한다. 당연히 아랍인들은 이에 반발한다. 심지어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에는 ‘훔무스 전쟁’도 펼쳐졌다. 이 전쟁은 2008년 10월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 때 많은 사람이 훔무스를 이스라엘 음식으로 알고 있다는 것에 레바논 정부 관계자들이 분노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파디 아부드Fadi Abboud 레바논 관광부 장관은 귀국한 뒤 곧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훔무스를 만들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레바논 식품업계에서는 2009년 10월 무게가 3,000kg에 이르는 초대형 훔무스를 만들었다. 이스라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2010년 1월 무게 4,090kg, 지름 6m짜리 훔무스를 만들었다. 레바논은 다시 2010년 5월 무게 1만 452kg, 지름 7.17m짜리 훔무스를 만들었다. 이는 현재까지 가장 큰 훔무스로 기네스북에 등록돼 있다.
---「훔무스는 어디 음식인가,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음식 전쟁」중에서

“언제쯤 연락이 오려나…… 연락이 와야 할 텐데…….”
아랍권 나라의 정부나 기업 관계자에게 인터뷰 또는 방문을 위한 이메일을 보낼 때 나도 모르게 자주 나왔던 혼잣말이다. 반면, 이스라엘의 정부나 기업에 역시 취재를 목적으로 이메일을 보낼 때는 위와 같은 혼잣말은 안 나왔다. 보낸 뒤로 수시로 답장이 왔는지 체크할 뿐이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사이에는 차이점이 많다. 역사, 정치, 외교, 경제, 종교처럼 ‘진지한 분야’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정말 차이기 많다. 개인적으로는 취재(일반 기업체 기준으로는 비즈니스 미팅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하기 위해 연락하고 사전 조율을 할 때도 이 차이를 크게 느꼈다. 인터뷰 스케줄을 잡고 자료를 요청하는 등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답변 태도와 ‘답변 속도’는 “정말 아랍과 이스라엘은 다르구나”란 말을 또 한번 하게 만든 기억으로 남았다.

먼저 아랍권 국가에선 정도 차이만 있지, 정말 많이 ‘인샤알라Inshaallah’란 표현을 쓴다. ‘신의 뜻이라면’이란 의미를 지닌 이 단어는 “내일 인터뷰가 가능할까요?”라는 내 질문에 “3시쯤 가능할 겁니다. 인샤알라~” 하는 식으로 나온다. 일상생활에서도 정말 많이 쓰인다. “내일까지 세탁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마 가능할 것입니다. 인샤알라~.” 문제는, 이 말에 일이 잘 안되거나,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아닌 말로, “나는 말한 대로 하려고 했는데, 신의 뜻이 그게 아니었나 봐”라는 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 (중략)

같은 중동에 있지만 이스라엘은 아랍권 나라들과 참 많이 비교된다. 이곳은 일단 연락하면 상당히 빠르고 정확하게 답변이 온다. 그리고 이메일에는 자주 ‘ASAP(As Soon As Possible)’이란 문구가 붙는다. ‘가능한 한 빨리 답변해주겠다’ ‘가능하면 빨리 알려달라’ 식인 것이다. 직접 대화를 나눌 때도 “As Soon As Possible”을 강조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평균적인 일 처리 속도가 한국만큼 빠르지는 않은 것 같다. 또 한국 사람들처럼 속도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중동 나라는 물론이고 유럽이나 아시아권의 많은 나라와 비교할 때 이스라엘의 업무 처리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에 속한다. (중략)

통상적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의 경우 티타임을 하면서 평범하게 혹은 말 그대로 업무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 약속도 정확하게 지키는 편이다. 반면, 아랍권 사람들은 티타임을 해도 일단 차려놓는 게 많다. 대개는 여러 종류의 커피나 차, 과일과 과자 등을 내놓는다. 취재 과정에서 친해지거나, 처음부터 취재(인터뷰)가 마음에 들었다면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도 꽤 있다. 다만, 약속 시간보다 20~30분 늦게 시작될 때가 많다. 아니, 이 정도면 그래도 양반이다. 1~2시간 늦어지거나, 당일 갑자기 약속이 바뀌거나 취소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중동에서 활동하는 적잖은 외국인(한국인 포함)들은 농담 반, 진담 반 “아랍 사람들은 비즈니스 미팅을 하기 전에는 엄청짜증나게 만들어놓을 때가 많다. 그런데 만나면 그런 감정을 불식시킬 만큼 친절하고 인간적이다.”
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아랍 사람들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업무 태도를 합쳐도 괜찮은 조합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신의 뜻대로! IBM과 ASAP」중에서

회사를 1년간 떠나 카타르의 유명 연구소 겸 싱크탱크인 아랍조사정책연구원Arab Center for Research and Policy Studies에서 방문연구원Visiting Researcher으로 근무할 때였다. 매일 오전 8시경 나의 일과는 M과 함께 시작했다. M은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밝고 선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조금은 왜소한 체형의 그는 아침이면 늘 흰색 셔츠에 나비넥타이를 깔끔하게 매고 내 연구실에 나타났다. 아침을 깨우기에 딱 좋은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는, “Good Morning Sir! How are you?”라는 인사말과 함께.

카타르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의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에는 통상 ‘Tea Boy*’라고 불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근무한다. 주로 방글라데시, 인도,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업무는 직원과 손님들에게 커피나 차를 가져다주고, 사무실을 청소하거나 물품을 정리하는 등의 잡무다. ‘Sir’라는 호칭이 부담스러워 그냥 ‘세(영문 이름 Se Hyung의 앞 글자)’ 혹은 ‘미스터 리’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M은 항상 Sir라고 불렀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교수, 연구원들에게도 항상 Sir 또는 Madam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중략)

중동 산유국의 대형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도 절대다수가 M처럼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필리핀, 네팔처럼 가난한 서남아시아 또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들이다. 이들은 산유국의 공항, 백화점, 호텔, 은행 등 서비스 직종에도 다수 근무한다. 가정마다 주로 필리핀 여성들을 보모나 가사도우미로 고용해 아이들을 키우기도 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비좁고 열악한 공동 숙소에서 생활한다. 보모나 가사도우미들은 그래도 경제적으로 넉넉한 현지인의 집에서 머물기 때문에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거주한다. 중동 산유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집단 숙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하기도 했다.

중동 산유국에서 일하는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의 임금은 대부분 월 수백 달러 수준이다. 자국에 있을 때보다는 상당히 많이 버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중동 산유국의 높은 물가와 노동량, 그리고 은연중에 나타나는 차별 등을 감안하면 괜찮은 임금이라고 보기 어렵다. 중동 산유국의 화려한 마천루, 풍족함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생활은 적잖은 국제인권단체들이 꾸준히 지적하는 ‘주요 이슈’ 중 하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생활환경, 업무 중 부상과 사망(주로 공사 현장에서 벌어졌다)은 국제기구와 인권단체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던 이슈다.

특히 중동 산유국 건설 현장에서, 한여름 40~50도 수준의 기온 속에서 일하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심장마비 증세로 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21년 2월 10년간 6,750명의 아시아 출신 노동자가 카타르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국가별로는 인도 2,711명, 네팔 1,641명, 방글라데시 1,018명, 파키스탄 824명, 스리랑카 557명 순으로 사망자가 많았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아부다비에서도 과거 다양한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자주 큰 문제로 지적됐다. 지금도 국제앰네스티 등 주요 인권 단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동 산유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및 인권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 다양한 문제 사례를 발표한다.

중동 산유국들은 “우리는 선진국이다” “우리는 세계 최첨단을 지향한다” “우리는 글로벌화를 지향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인권 의식 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와 복지 문제에 있다.
---「산유국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 ‘외국인 노동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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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어시장 활어처럼 살아 있는 중동 정보와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책이다. 이스라엘 모사드를 다루었다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고민을 살피고, 소수민족 쿠르드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등 이슈를 망라하며 종횡무진한다. 카타르 도하와 이집트 카이로를 살아낸 저널리스트의 감각 덕분이랄까? 고담준론 없이 현장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풀어내며 중동의 ‘더 절박한 고민’인 석유 시대 이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시각도 덧대었다. 이 책을 읽으며 얻는 또 하나의 보물이다.
-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중동정치학 박사)
중동을 설명한 책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맛깔나게 쓰는 것은 힘들다. 알아듣기 힘든 전문용어에 현학적인 기술 때문이다. 그런데 기자의 눈과 손은 다르다. 같은 것을 보고도 더 빨리 생생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한다. 저자 이세형 기자는 ‘다소 가볍더라도 따끈따끈한 현안과 관련된 지식’을 전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고백한다. 상쾌하게 읽을거리를 펼쳤다. 중동을 애정어리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오랫동안 바라본 기자가 쓴 책이라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담아냈다. 중동 현안에 관심 있는 독자분들이 한번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한국은 아직 중동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이를 끌어올리는 데는 언론, 특히 대중적 글쓰기에 강한 기자들이 만든 콘텐츠가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을 계속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좁은 시각을 조금씩 넓혀가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중동 이슈에 재미, 의미, 현장을 담았고, 동시에 세련된 문장으로 풀어낸 저자의 『중동 인사이트』 출간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최소한의 중동 수업』 저자)
저자는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중동 곳곳을 누볐다. 모든 현장과 경험에는 중동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 인사이트가 가득하다. 이 책을 통해 중동 사회와 문화, 중동에 부는 변화의 바람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프로젝트,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관계의 배경, 산유국의 탈석유 전략, 한국과 중동 국가 간 관계 등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김창모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 전 외교부 주알제리 대사·카타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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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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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교환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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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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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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