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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엄마로 늙을 뻔했다

: 인생 쫌 아는 여자들의 공감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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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88g | 138*200*16mm
ISBN13 9791191867008
ISBN10 119186700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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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에 진학하기 위해 방과 후에 미술 학원으로 향하던 고등학생 시절의 제 꿈은 ‘아내’가 아니었고, ‘며느리’나 ‘엄마’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런 역할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저절로 찾아오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화가라는 목표 지점을 향해 가는 여정의 중간 기착지 같은. 결혼 생활을 가볍게 여긴 적은 없지만, 그 역할들은 내 삶을 이루는 수많은 요소들 가운데 조금 비중이 큰 것일 뿐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어요. 내 삶의 시간을 송두리째 바쳐야 한다는 걸 전혀 몰랐던 거예요.
--- pp.6~7 「저자의 말」중에서

오십을 넘어서면 여행이 항상 설레는 건 아니다. 국내의 웬만한 데는 거의 가봤고, 해외에도 몇 번씩은 나가봤을 나이다. 어디로 떠난다 한들, 여행 그 자체로 설레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게다가 그동안 여행 파트너는 항상 가족이었다. 가족 여행이 즐겁지 않은 건 아니지만, 여행하는 동안에 시시때때로 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큰맘 먹었다. 친구들끼리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제주도에서 2박 3일씩이나.
--- p.20 「2박 3일, 우리끼리 제주도 여행」중에서

“하나도 안 변했어.”
“너 진짜 옛날 그대로야.”
도대체 뭐가 그대로라는 건지……. 고등학교 2학년 교실을 떠난 지 24년이었다. 출산과 육아에만 10년 넘게 바쳤다. 여자를 낡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 사실을 우리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에게 그대로야, 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 뭐 어때? 그냥 우리에게만 시간이 멈춰 있었다 치는 거지. 그게 허세든 과장이든, 남들은 우릴 모르잖아. 자, 내게도 말해줘. 나도 그때랑 똑같다고!
--- pp.39~40 「평생 엄마로 살아야 할까?」중에서

남의 아이를 두고는 믿고 기다려주라고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는 여유를 가질 수도, 관대할 수도 없다. 내 아이 앞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불공정하고 부조리할 수밖에 없다. 엄마의 굴레가 이토록 단단한 것일까?
--- p.71 「누구에게나 가보지 않은 길이 있다」중에서

돌이켜보면 20대 때의 나는 웃음에 인색했다. 길에서, 전철이나 버스에서 주변은 아랑곳없이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쉰 언저리의 여성들이 주책없어 보였다. 느슨하고 풀어 헤쳐진 듯한 그녀들의 몸가짐이 조심성 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되었고, 친구들의 별것 아닌 말에도 웃음이 터진다. 세상살이는 20대 때보다 더 각박해져서 살림에 시달리고 아이들 챙기느라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었는데도 그날 우리는 웃음이 헤펐다.
--- p.121 「여행하기 딱 좋을 나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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