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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즐거움

나이듦의 즐거움

: 인문학자 김경집의 중년수업

[ 개정판 ]
리뷰 총점8.8 리뷰 31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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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424g | 152*225*20mm
ISBN13 9788925552576
ISBN10 892555257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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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40대 후반, 참으로 어설픈 나이입니다. 뭐 딱히 근사하게 이뤄놓은 것은 없고, 아직도 해결해야 할 책무와 가장으로서의 의무가 고스란히 어깨를 누르는 압박감은 여전하면서도, 미래의 삶에 대한 아무런 보장도 대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삶입니다. 앞으로도 더 가열차게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위로도 받고 보상도 받아야 할 나이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그저 앞만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서서히 지금까지 타고 온 차에서 내려야 한다며 등 떠미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합니다. 모두가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노동할 수 있는 삶의 막바지에서 겨우 남은 모든 정력을 쏟아야 하는 비정한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나는 아니라고 아무리 부인해봐도 단지 정도의 차이일 뿐,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_29쪽

한참 동안 사진을 들추며 옛 추억에 잠겨 있는데, 제가 나온 사진은 거의 없음을 새삼 확인합니다. 늘 사진을 찍는 일만 했지 렌즈 앞에 서 있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진기 앞에서 어색한 표정과 자세를 잡아야 하는 게 꺼려져서, 그리고 어차피 내 사진이 아니라 아이들 사진을 찍으려고 했던 거라서 그리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족사진을 내야 할 경우 어쩔 수 없이 함께 찍은 사진 말고는 예외 없이 저는 부재중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사진을 찍을 걸 하는 후회가 듭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별로 없어 서운해 하지는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하기야 그 녀석들이이 사진첩을 들춰볼 일이 몇 번이나 있겠습니까?_31~32쪽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바람을 가르며 유유하게 달리는 꿈은 여전히 제 어깨를 들썩이게 합니다.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오랫동안 감춰두었던 꿈을 간지럽혔습니다. 체 게바라처럼 자유롭게 바람이 되어 달리고 싶습니다. 몽골 초원에서 그 목부들과 함께 칭기즈 칸이 달렸던 그 언덕을 달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 자식놈들이 따라할까 걱정이 앞서는 건 아비로서의 노파심인지 소심함인지 모르겠습니다._47쪽

권위라는 건 요구하거나 거친 힘을 내세워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람됨에 감동한 이들이 저절로 머리 숙여 모여들게 하는 힘입니다. 그것은 딱딱한 권세나 막강한 재력이 아니라 부드럽지만 어긋나지 않는 인격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아버지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스승의 권의가 짓뭉개졌다고 한탄합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품고 따랐던 권위란 것이 사실은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나이의 많고 적음에 따른 것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이 생깁니다. 남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다고, 나이가 많다고 윽박지르고 어떤 경우에는 경험과 지식이 많다고 얕보는 것을 권위라고 착각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_53쪽

설날 유서를 쓰면서 그 시간이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긋난 시간의 상사병이 아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서는 괄호 속에 남겨진 과거도, 미래도 아닌 살아 있는 현재를 위한 일종의 자기계약서와 같은 겁니다. 항상 스스로를 경계하고 채근하며 가족에 대한 의무와 사랑을 다짐하는 소중한 문서입니다. 내년에도 또다시 유서를 쓰는 한 올해의 유서는 아무도 읽어보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폐기문서가 되겠지요. 또 한 해의 유서를 당당하게 쓰기 위해서라도 이 한 해 잘 마무리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앞으로 한 30, 40년 유서를 계속해서 쓸 생각입니다. 작은 부활을 꿈꾸며.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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