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빈곤율이 높은 것은, 우리가 베짱이처럼 내일을 준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노후 대비 잘하는 사회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국가가 제대로 된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다수는 늙어서 빈곤하기 마련이다.
--- p.13, 「프롤로그 왜 지금 연금 개혁인가?」 중에서
우리 사회에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데는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취약하다는 점도 큰 몫을 차지할 것 같다. 서구 사회처럼 연금이 노후 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림 1-2〉처럼 연금이 노인 빈곤율 감소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면, 사람들이 연금의 중요성을 체감한다. 그러면 “차라리 안 내고 안 받겠다”는 목소리가 클 수는 없다.
--- p.34, 「1장. 연금의 이해」 중에서
보험료를 모아 기금으로 적립해서 운용하고, 기금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을 적립식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부과식은 연 단위로 그해에 필요한 재원을 보험료로 걷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거둔 근로 세대 보험료로 올해 받을 노인 세대 급여를 지급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적립식이면 강제 저축, 부과식이면 세대 간 계약에 해당한다. 적립식이 계속 유지되려면 낸 것과 받는 것 사이의 수지 균형이 필수다.
--- p.49, 「1장. 연금의 이해」 중에서
낸 것보다 많이 받게 설계되어 있고, 그 정도가 과거에는 더욱 심했던 탓에, 지금 이대로면 2050년대 중반 기금은 고갈되고, 고갈 이후에도 연금 제도가 유지되려면 보험료율이 30% 가까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그때의 근로 세대는 받는 것보다 훨씬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세대 간에 불공평한 것은 물론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
--- p.69, 「2장. 세대 간 계약의 공정성」 중에서
연금 개혁에서는 세대 내 불평등 완화도 중요하다. 노인 중 국민연금(특수직역연금 포함) 수급자는 절반에 못 미친다. 연금 수급자는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다. 그래서 낸 것보다 많이 받는 혜택은 노인 중에서도 중산층 이상에게 돌아간다.
--- p.85, 「2장. 세대 간 계약의 공정성」 중에서
우리의 노인 빈곤율이 OECD 최고인 데서 알 수 있듯이 국민연금은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몹시 취약하다. 내는 것보다 많이 받는 구조여서 지속 가능성이 결여됐다는 것, 그리고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취약하다는 것은 국민연금의 양대 문제다. 그래서 연금 개혁에서는 지속 가능성 제고뿐만 아니라 노후 소득 보장 강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 p.88, 「3장. 우리 연금, 이대로 괜찮을까」 중에서
명실공히 국민연금이라면, 국민 대다수가 노후에 수급권을 지녀야 하고, 연금만으로도 최소한의 생활은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름뿐이 아니라 실제로 국민의 연금이 되게 하는 것, 이게 연금 개혁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 p.114, 「3장. 우리 연금, 이대로 괜찮을까」 중에서
국민연금의 혜택(초과 이익)은 가입 기간에 비례하는데, 가입 기간은 대체로 고소득층이 소득층보다 길어서 국민연금의 혜택(초과 이익)은 역진적이다. 보험료 9%, 소득 대체율 40%일 때 국민연금 초과 이익은 2022년 기준으로 가입 기간 1년당 16만 원 정도이다. 20년 가입한 사람은 매년 320만 원, 30년 가입한 사람은 매년 480만 원의 초과 이익을 얻는 셈이다.
--- p.123, 「3장. 우리 연금, 이대로 괜찮을까」 중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국민연금만 대상으로 하면 안 된다.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퇴직연금을 포함한 연금 체계 전반을 대상으로 하면서, 그 안에서 국민연금의 위치와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
--- p.139, 「4장.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 중에서
빈곤층은 아니지만 아주 여유롭지도 않은 노인분들에 대한 지원은 상당 기간 기초연금이 담당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줄이는 정책과 미래 국민연금 수급자를 늘리고 수급액 높이는 정책을 함께 취함으로써,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구분된 우리의 공적연금은 ‘최소한의 소득 보장’과 ‘그 이상의 소득 보장’ 기능을 더욱 효율적이며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 p.189, 「6장. 기초연금 개혁은 이렇게」 중에서
한국의 60~64세 연령대 노동 시장 참여율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높다. 60대 초반에도 일하는 사람이 많으며, 연금 수급은 63~65세가 되어야 시작하는 데도 가입 기간을 59세까지로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 p.201, 「7장. 국민연금 강화 대안」 중에서
2021년까지 5년간 우리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2% 정도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7%가 넘으며, 외국 퇴직연금 수익률도 그렇다. 왜 우리 퇴직연금만 이래야 하는가. 5% 포인트의 차이는 수익금에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져온다. … 이 차이는 누가 가져갔을까? 금융 기관이 원리금 보장형에 쌓인 적립금을 그냥 묵혀두었을까?
--- p.261, 「8장. 이 황당한 퇴직연금을 어찌할까」 중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펀드 조성은 젊은이들이 느끼는 불공평을 다소는 완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뢰의 기초는 솔직함이다. 국민연금 가입자, 특히 젊은 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상당 부분 국민연금에 관한 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데 기인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노후 보장 체계의 현황과 전망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활발한 소통 속에 함께 해결책을 찾으면 이런 불신과 불만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
--- p.314, 「9장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하여」 중에서
총량만 문제가 된다면 왜 우리의 노인 빈곤율이 다른 OECD보다 압도적으로 높겠는가. 우리의 경제력(1인당 GDP)은 OECD 국가 중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데도 말이다. 우리와 1인당 GDP가 유사한 국가로는 이탈리아, 뉴질랜드, 이스라엘, 스페인 등이 있는데, 이들 국가의 노인 빈곤율은 순서대로 11.3%, 10.6%, 20.6%, 10.2%이다. 40% 내외인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데, 이는 그 사회에서 생산한 재화와 용역을 어디에 얼마나 배분했는가에 따른 결과다.
--- p.358, 「에필로그 초고령 사회, 연금 개혁이라는 질문에 응답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