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마케팅의 관점에서 건축 외부에 발현되는 이미지는 대중에게 시각적인 정보 제공뿐 아니라 소비 경험의 감각을 파고드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건물 표면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의식 속에 스며들어 오래 각인된 가운데 끊임없는 미적 자극과 정서적 교감을 유발하는 매체로 자리한다. 그래서 건축에서는 외피의 표현과 활용에 대한 감각적인 설계 방법, 외피의 물성을 다루는 다양한 구축 방식이 고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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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 스토어는 도시 안에서 손쉽게 시선을 끌 수 있는 위치 선정, 브랜드를 대변하는 독특한 입면과 형태, 체험적 내부 공간, 그리고 브랜드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판매 연출 기획 등 총체적 경험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감각적 즐거움뿐만 아니라 미적 취향,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복합적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소비자가 체험하게 될 분위기를 디자인하여 제품과 소비자 간의 직·간접적인 정서적 관계 형성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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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도시 산책자처럼 어슬렁거리며 거리를 감각하고 사유하고 기록하며 공유하는데, 이러한 행위는 우리의 감각을 다른 차원으로 열리게 할 수 있다. 음악을 마시고, 커피를 듣고, 향기를 보고, 시간을 만지고, 햇빛을 맡는 공감각(共感覺)을 느껴보기 위해 온 감각을 열고 공감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가치 있는 브랜딩의 시작이자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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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상상력에 기반한 창조는 일상의 도구 같은 작은 물건부터 기념물이나 건축 환경 같은 큰 구조물에 이르기까지 기능적이고 시각적 체험뿐만 아니라 좀 더 포괄적으로 촉각, 기억, 감정 등의 정서적 반응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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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서는 특정 목적에 맞는 공간과 형태를 만들기 위해 나무, 철, 콘크리트 등의 재료를 사용한다. 이때 재료의 본질인 ‘물질의 상태’를 투영하면, 나무에서 시간의 흐름과 온화함, 매끄러운 촉감을 경험할 수 있으며, 철에서는 차가움과 단단한 힘에 대한 상상력을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다. 또 콘크리트는 유동성, 표면의 다양성, 형태의 역동성을 통해 우리의 경험과 연관될 수 있다. 그렇게 투영은 외부 대상을 좀 더 폭넓은 시각으로 깊이 있게 상상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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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이 추구하는 물질의 상상력은 예술가나 장인의 작업 속으로 들어와서 그들이 다루는 물성과 접합하여 새로움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여기서 상상력은 명확성보다는 존재적 감수성을 드러내며, 일상의 재료에 생명을 부여하고 그것을 시적 세계로 승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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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물질에 주목하면, 예술가들은 재료 고유의 성질을 변형하여 재현의 ‘매체’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질에 기반한 재현은 형상 표현을 넘어 표면의 물질성과 함께 반응하며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물질은 고정되고 불변한 것이 아니라 상상에 의해 변화하며, 이미지와 의미를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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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의 상상력(algorithmic imaginary)으로 만든 프로그램 ‘스크립트’는 변수를 조합한 고유한 레시피(recipe)의 하나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재료가 되는 개별 요소들을 선정하고, 각 요소의 비율과 강도를 어떠한 방식으로 조합·연결하여 결과물을 도출해낼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과정에서 건축가가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최상의 결과가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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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물성의 주요한 관점은 형태-구조-재료라는 건축의 전통적인 설계 프로세스를 재료-구조-형태로 변화 가능하게 했다는 데 있다. 논리적이고 효율적이며 공식화된 재료의 기하학적 관계를 넘어, 디지털 물성은 단위 재료들 사이의 관계를 넓히고 풍부하게 하는 아이디어로서 기술, 제조 및 구축 환경의 포괄적 행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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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모폴로지는 생물학에서 시작하여 지형학, 언어학, 도시학, 그리고 최근에는 디지털 이미지와 물성 분야로 확장했다. 나아가 변이, 진화, 발달, 전이 등 다양한 변형 기능을 수치적으로 탐구하고 체계화하여 이해하는 학문으로 발전하고 있다. 건축에서 모폴로지는 토폴로지(topology)와 함께 기하학적 특성을 기반으로 기본 데이터에 따라 다양한 조형적 결과물을 형성하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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