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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민한 나를 사랑한다

: 나겨울 작가의 예민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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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123*188*20mm
ISBN13 9791198612236
ISBN10 119861223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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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예민해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꼭 하루가 아니라 한때다. 때로는 일주일, 몇 주, 길면 한 달까지. 최근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일들을 겪고 그 모든 사건이 합쳐져 나 자신을 더 예민한 사람으로 만든다.

한때는 예민한 사람이 문제인지, 예민하게 한 사람이 문제인지 토론한 적이 있다. 물론 정답이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예민함은 내 사람을 지키는 무기로 사용할 거라고 했지만, 그 토론에서 이기고 싶어질 정도로 나를 예민하게 하는 이들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내 인내심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게 하기가 싫어서. 그러다 혹시 나 자신까지 싫어질까 걱정되어.
---p.19

예민함을 무기로 쓰며 살 거라고 했지만 가끔은 무딘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애써 감춰서 누군가를 지킬 필요가 없도록, 내 예민함에 내가 지치는 일이 없도록. 온종일 불편했던 말 한마디, 누군가의 표정, 하지 말아야 하거나 해야 했던 말을 떠올린다. 바쁘게 보내는 시간의 틈으로 그런 생각들이 들어오면 내 시간은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그래서 하루가 더뎌지는 것이 질릴 때쯤 신경쓰이는 새로운 일이 그림자처럼 따라와 그늘을 만들고 서늘하게 한다. 어떤 일이든 쉽게 넘길 수 있다면, 가끔은 그냥 금방 잊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26

그러므로 예민한 사람들이 정작 생각해야 할 부분은 스스로가 피곤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닐까. 예민함을 오해한 사람들이 말하는 수많은 단어를 들어오면서 예민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은 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자신이 피곤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데 방해가 된다.
---p.35

마음공부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한마디로 ‘난 왜 이렇게 예민하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예민함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고, 그래서 지금 난 이런 사람이구나. 그럼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뭐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조차 ‘이게 나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마인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때부터 감정과 기분을 다스리는 연습도 시작하면 된다.
---p.66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자, 예민한 나 자신을 조금씩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상실한 것들을 제대로 직시하면서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깨닫기 마련이니까. 우리의 감정은 한 겹이 아니다. 분노 안에 사실 가장 연약한 감정이 들어 있는 것처럼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다. 문제는 그 보호의 화살표가 나를 향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틈틈이 확인해보는 작업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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