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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사람들

보스턴 사람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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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728쪽 | 892g | 138*210*37mm
ISBN13 9791167373915
ISBN10 116737391X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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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는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어떻게 하셨을지 잘 알고 있었기에 결정을 내리기가 쉬웠다. 어머니는 항상 긍정적인 쪽을 택하셨으니까. 올리브는 만사를 두려워했지만, 두려워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그녀의 지극한 바람은 자비를 베푸는 것인데,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어떻게 자비로울 수 있겠는가? 그녀는 위험을 발견하면 반드시 맞선다는 것을 일종의 행동 원리로 세웠지만, 결국 자신은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고 창피를 느끼는 일이 종종 있었다. 베이질 랜섬에게 편지를 쓴 뒤에도 그녀는 지극히 안전했다.

사실 그가 그녀에게 뭔가 위험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보기 어려웠던 게, 그저 그는 그녀의 편지에 사의를 표하며(그 말투가 유난히 거창하긴 했다) 보스턴에 (이제 막 시작한) 비즈니스차 가게 되는 대로 찾아뵙겠다고 장담했을 뿐이었다. 감사한 마음을 가득 품은 이 맹세를 이행해 이제 그가 정말로 왔지만, 미스 챈설러는 위험을 자초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 「2장」 중에서

둘 사이에 잠재된 그 모든 불협화음에도 식사는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막바지에 다다르자 그녀는 그에게 식사를 마치고 나가봐야 한다며 혹시 동행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친구 집에서 열리는 소소한 모임에 가는 것으로, 친구가 ‘새로운 사상에 관심을 가진’ 몇몇 사람을 퍼린더 여사에게 소개하는 자리라고 했다.

“어쩌면 당신도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토론을 듣게 되실지도 몰라요, 그런 걸 좋아하신다면. 아마 찬성하지 않으시겠지만.” 이렇게 덧붙이며 그녀는 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렇겠죠. 전 만사 반대하는 사람이니까요.” 미소와 함께 자기 정강이를 만지작거리며 그가 말했다.

“당신은 인류의 진보를 바라지 않나요?” 미스 챈설러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글쎄요. 진보적인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저에게 좀 보여주실 건가요?”
--- 「3장」 중에서

마침 그때 도착한 손님은 닥터 태런트 부부와 그 딸인 버리나였다. 닥터 태런트는 최면술 치료사였고, 그 부인은 왕년의 노예제 폐지론자 집안 출신이었다. 미스 버즈아이는 예의 그 희미하고 메마른 미소를 처음 보는 그들의 딸을 향해 짓고 있자니, 이 아이는 필시 부모의 핏줄을 물려받아 놀랄 만한 재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미스 버즈아이에게는 온갖 곳에 천재가 숨어 있는 듯 보였다.

셀라 태런트는 놀라운 치료 성과들을 거둔 적이 있는 인물로, 미스 버즈아이는 자신의 많은 지인이 이 남자에게 치료를 받아보면 좋겠다 싶었다. 그의 아내는 에이브러햄 그린스트리트의 딸로, 일찍이 도망 노예를 자기 집에 30일 동안이나 숨겨준 적이 있었다. 벌써 몇 년 전이었으니, 이 소녀도 당시에는 아직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건이 이 아이의 요람에 일종의 무지개를 드리워 어떤 재능을 타고나게 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소녀는 빨간 머리였지만 아주 예뻤다.
--- 「4장」 중에서

베이질 랜섬은 모친이 말하는 동안 자기 바로 옆에 서 있는 딸에게 뭔가 말을 걸고 싶었지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나는 말이라고는 미시시피식 인사뿐으로, 잘난 체한다거나 너무 엄숙하고 지루한 인상을 줄 것이었다. 게다가 그로서는 그녀의 연설 내용 자체에는 동의를 표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그녀가 매력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 차이를 분명히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그저 입을 다물고 그녀에게 미소 지었고, 그녀도 그에게 미소로 답했다. 그에게는 오직 자기에게만 보여준 미소처럼 여겨졌다.
--- 「9장」 중에서

올리브는 셀 수 없이 많은 질문을 그녀에게 퍼부었다. 소녀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 대화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는 그런 대화, 모든 말을 주고받았으며, 장차 당연해질 어떤 것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그런 대화였다. 소녀의 삶에 대해 알게 될수록 올리브는 점점 더 그 속으로 파고들고 싶어졌고 점점 더 자신을 잊게 됐다.
--- 「11장」 중에서

랜섬은 미스 챈설러가 악수해주지 않을 거란 걸 알아챌 수밖에 없게 되자 역시 마음이 좀 상했다. 방을 나서기 전에 그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문손잡이를 잡고 거기에 선 채로 말했다. “그런데 미스 올리브, 당신이 편지를 써서 나를 여기에 초대한 목적이 대체 무엇이었습니까?”
--- 「13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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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는 진보와 개혁의 성지로 꼽히는 보스턴을 배경으로, 남북전쟁의 상흔과 영광을 나눠 가진 전후 세대의 욕망, 갈등, 분투를 숨 가쁘게 담아낸다.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은 무엇을, 왜, 어떻게 열망하고 성취하고 또 좌절하는가? 세상은 어떻게 변화하고 또 변화하지 않는가? 서사의 고비마다 요동치는 이런 심오한 질문들이 로맨스 플롯과 교차함에 따라 《보스턴 사람들》은 때로는 전환기 미국사의 아카이브가 되고 때로는 흥미진진한 구애의 멜로드라마로 읽히고 또 때로는 불꽃 튀는 페미니즘 공론장으로 변모한다.
- 조선정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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