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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40g | 138*203*13mm
ISBN13 979115740401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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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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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여기서 개수모를 당했어. 너희가 뭔데 실업급여를 주고 말고 결정해? 게다가 사람을 무시하고 말이야. 너희가 나를 무시했다고. 내가 그 복수를 하려고 오늘 여기 온 거야, 알아들어?”
복수라는 말이 무시무시한 심각성을 실어 날랐다. 잔인한 핏빛 죽음이 연상되는 단어였다. 돈을 훔치러 왔다는 말보다 더 직원들을 좌절로 내모는 암담한 표현이었다.
--- pp.10-11

모든 의학적 상태는 정상 궤도에 있지만 환자는 깨어나지 못한다. 이건 최악의 상황이라는 말이었다. 의학적 해석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의사들은 수학 공식과도 같은 확실성으로 진단해야 한다. 그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는 것은 돌팔이거나 암담한 사태라는 말이다.
--- p.40

천안의 한 저수지에 잠겨 있던 차량이 끌려 올라온 것은 오후 햇살이 마지막 빛을 내고 있을 무렵이었다. 부식이 시작된 차량이 뭍으로 올라오고 운전석 문을 통해 한 남자가 발견되었다. 인근 주민이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다가 좌측 사이드미러가 떠오른 것을 신고하면서 수색이 시작되었다. 겨울 가뭄 탓에 수위가 낮아졌고 그 덕에 차량 일부가 노출된 덕이었다.
--- p.75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는 없었다. 꼭 위로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함께 아침을 먹자고 말하거나 옆에 있어주는 것이면 족했다.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라고, 늦어서 걱정했다고 토닥여주는 말이면 더할 나위 없었다. 함께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몇 분 동안의 대화. 그 정도면 마음에 온기가 돌아올 것 같았다. 마음을 긁고 간 공포의 잔해들을 덜어낼 수도 있을지 몰랐다. 그러나 기대의 끝은 슬픔으로 다가오곤 했다. 슬픈 순간들 대부분은 기대한 것과 다른 모습으로 들이닥치는 현실에 있었다.
--- p.111

희진과 재윤이 롤러코스터 꼭대기에 있을 때 호찬이 물었다.
“그곳에 사는 건 어떤 건가요? 두려워요?”
- 말해 뭐해요. 기괴한 상태라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이 기괴함을 나밖에 느낄 수가 없다는 게 두려워요. 이건 죽은 것과 다르지 않은 거 같아요.
호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 말 마요. 그럼 난 귀신과 얘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 p.147

“내 세금으로 일하는 것들이 잘한다. 전화를 받는 것도 당신들 일이잖아. 국가가 월급을 주는데 일을 왜 안 해!”
날카로운 목소리가 쏟아져 나와 공기를 메웠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희진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죄송하면 무릎이라도 꿇든가.”
--- p.194

병원에 입원 중이던 5번 창구 직원 김재석이 사라진 것은 서이안의 병실에 괴한이 침입한 날이었다. 실종인지 도주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었다. 김재석의 핸드폰을 추적 중이었는데 전원이 꺼진 지 열 시간이 넘었다. 진욱은 김재석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으로 나섰다.
--- p.218

이안은 낮에 피해자로서 진술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경찰서에 다녀왔다. 이미 알고 있는 서사였는데 아나운서의 언어적 확인은 낯설고도 새로웠다. 물기로 젖어들고 있는 이안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런 순간엔 제로의 공간이 절실히 그리웠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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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요 배경인 실업급여과는 타인의 상실을 상대하는 곳이다. 그러나 누구도 창구 맞은편에 앉은 상담 직원의 상실은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는 예리한 시각과 뛰어난 상상력으로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한 건녀편의 세상을 펼쳐낸다. 어쩌면 현실 가장 깊숙한 곳. 이곳은 보통의 삶이 지니는 특이점으로 가득하다.
- 민규동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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