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자전거 도시, 평양의 잠재력을 묻다
평양은 자전거 도시인가? 필자의 생각은 '그렇다'. 그렇다고 평양 이 '자전거 천국'이란 말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 평양은 '자동차 도시 가 아니라 자전거 도시'라는 뜻이다. 평양은 개인 승용자를 불허하는 대신 대중교통에 오랫동안 의존해왔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고 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자전거를 허용했다고 한다. 이는 배급제 붕 괴로 인해 인민들이 제각기 살길을 찾는 '각자도생' 시대로의 전환과 때를 같이 하는 것이다. (중략)
자전거는 자유의지의 상징이다. 자전거 역사에서 살펴보았듯이, 자전거는 '개인의 발견'이라는 근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자전거 경 주'를 통해 인간의 경쟁심리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명 의 발전이란 개인 간의 경쟁심리, 그 중에서도 속도경쟁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문명의 발전이란 단적으로 말해, 개인의 평균(이동) 속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달리다 보면 '더 빨리' 달리고 싶어지기 마련 이다. 자전거에서 오토바이로, 또 다시 자동차로 자연스레 옮겨가고 싶다. 베트남의 경우에서처럼 말이다. 호치민을 1990년 중반에 갔더 니 도심이 자전거 물결로 넘쳐났다. 2000년대 중반에 갔더니 어느새 오토바이 물결로 바뀌어 있었다. 2020년 대 초반에는 자동차 물결로 또 다시 바뀌어 있었다. 평양의 자전거 물결이 부디 베트남의 전철을 따라 밟아가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 p.37~45
#15 북한 서해안 간척사업, 어디까지 왔나
압록강 하구에서 황해남도 용매도까지
북한에서는 김일성 시대부터 지금까지 간척사업을 지속적으로 벌 여오고 있다. 하지만 별로 주목받은 적은 없다. 6.25 전쟁 이후 김일 성은 압록강 하구 비단섬 개간에 착수했고, 이어서 평안남도 대계도, 금성 간척지 서해 능금도 간척지(중략)
한반도 서해안은 일명 '동북아의 지중해'로 불린다.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황해는 중국의 발해만과 요동반도, 그리고 산동반도 로 둘러싸인 갇혀있는 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해안에 는 조수간만의 차가 큰데, 일반적으로 북쪽으로 갈수록 커지기 마련이다.
북한 간척사업의 미래
〈그림 4〉의 위성지도에서 보듯이, 대상 지역은 압록강 하구에서 임진강 하구까지 골고루 펼쳐져 있다. 50년대 후반부터 무려 60년 이상의 간척사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북한의 식량난 이유는 무엇 일까? 바다를 메워 간척지를 조성하는 일도 어렵지만, 그 간척지를 기름진 논으로 전환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간척지가 기름진 논이 되기 위해서는 제염 과정, 관개수로 조성, 양질의 퇴비와 비료 등이 필수적인데, 북한의 간척사업은 이를 모두 충족하지 못했 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서해안의 위성지도를 살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우리는 새만금 방조제가 세계 최대라고 자랑하지만, 전체 방조제 길이로 보면 북한의 방조제가 오히려 더 길 것만 같다. 조만간 옥토로 변할 그 땅들을 기대하며, 기왕이면 가까운 미래에 북한산 간 척지 쌀을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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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단천 열차 전복사고와 심각한 전력난
'지난달 말, 평양에서 출발해 함경남도 검덕(금골)으로 향하던 여객열차가 전기부족으로 고개를 넘지 못해 전복되면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시체처리 전담반’까지 조직했지만 여전히 사고수습이 계속 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하략)'ㅡ미국의 소리(RFA), 2024. 1.16
RFA 보도 전문에 의하면, 사고 경위 및 지점 등이 상당히 구체적이라 놀랍다. 사고의 진위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지만, 북한 당국은 사고 발생 1달이 지나도록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선뜻 이해가 안 된다.
(*2004년 4월 22일 발생한 용천역(평안북도) 폭발사고의 경우, 북한 당국은 신속히 보도하고 국제 사회의 구호를 요청했다. 당시 우리나라도 230억 규모의 구호물품과 복구용 건축자재를 지원한 바 있다.) (중략)
북한은 전체 전력 생산의 80% 이상을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데, 특히 겨울철이면 전력난이 심각하다. 이유인즉, 수력발전소의 댐에 가둔 물이 꽁꽁 얼어버려 발전기를 가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력발전의 대안으로 화력발전을 가동해야 하는데, 화력 발전소 역시 석탄 공급이 제때 안 되고, 노후 발전소에 부품 조달이 제때 안되어 가동조차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올겨울(2024), 평양은 전력 사정이 나빠 여명거리 50~70층 초고층 아파트들이 제각기 냉장고로 변했다고 한다. 설상가상 평양의 주택 단지는 중앙 집중 난방 시스템이라 전력이 부족할 경우, 평양 시 전체가 거대한 냉동창고로 변할 수 있다. 평양이 이럴진대, 단천시를 비롯한 인근 김책시, 함흥, 원산 지역도 전력난이 심각할 것이다. (중략)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란 말이 있다. 우리 정부 당국은 이런 때일수록 북과의 물밑 접촉을 다각도로 시도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 아래 2500만 동포들의 신음 소리가 높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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