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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간의 풍경들

청어시인선-432이동
이영산 | 청어 | 2024년 03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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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152*225*20mm
ISBN13 9791168552296
ISBN10 11685522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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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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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국경과 장벽이 없듯, 저 열렬한 항변엔 깊은 뜻이 있다. 외도는 차가워진 심장을 뛰게 하고, 책임감, 성실성은 더 공고해지고, 모두에게 이로움으로 승화시켜 준다나.

그러고 보면, 저 부족할 것 없는 남자에게, 신은 그저 그 어렴풋한 ‘환상곡(幻想曲)’일 따름이었다. 그 환상곡이란 게 본질적으로 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지극히 편리한 환상의 일종이란 점에서, 그리고 오늘을 사는 누구도 그 환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 부조리극의 연출자로서 인간은, 늘 욕망의 존재로서 충실했다. 그 투명한 불빛은 어둠을 밝힌다기보단 오히려 한층 더 환상적인 부조리극을 연출하는 거였고, 여흥(餘興)과 환상 속, 빛의 자녀들로서 무척 어울리는 낙원이었다.

“목사님, 저 같은 평신도도, 어릴 적에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는 질서를 알았어요. 아버지를 증오했던 이유예요. 돈 잘 버는 회사 사장이니까, 간통하고, 폭력, 복종, 평화로운 집안을 원했으니까요. 어린 제 눈에도, 그런 이율배반이 없었어요. 난 죽음으로 맞서려 했어요. 내가 맞설 무기가 그것밖에 없더라구요. 그런 나를 신앙의 길로 인도해 준 분이, 두 주인을 섬기더군요. 왜, 왜 목회를 하죠? 뭐, 저도 이젠 알 만큼 알았습니다만!”

의로움, 의로움으로 충만했고, 투쟁했던 신학이 퇴색한 것이었다. 급격한 시대의 변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그들이 열망한 사상(신)의 퇴색이었다.
민중의 예수, 그 해방자요, 부활한 민중, 그는, 어떤 화려한 신학과 갈릴리의 인간 예수, 그가 전한 복음, 그 가난한 영혼들을 동시에 떠올리곤 했다. 그는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현대신학들도 그런 신학들이었음을 훗날 고백하기에 이르지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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