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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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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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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74g | 135*195*15mm
ISBN13 9788937473272
ISBN10 893747327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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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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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세계가 손을 잡는 순간
박형욱 (kaeti@yes24.com)
이야기를 하거나 듣기 위해 타인에게 시간을 내어줄 때가 있다. 그때, 각자의 속도와 방향으로 흐르던 세계는 잠시 멈춘다. 그 정거장에서 우리는 궤도를 점검하거나 연료가 충분한지 살피고 가끔은 다른 이의 걸음에 맞춰 짧은 여행에 나선다. 책은 그 멈춤의 시간을 조명한다. 소박해보이지만 실은 엄청난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는! 세계와 세계가 손을 잡는, 스치는, 충돌하는, 의미심장한 순간들을. 이 책과 함께 숨을 고르는 우리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까. 분명한 것은 그 길에 더 온화한 빛이 부드러운 미소가 더해져 있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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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경진은 오늘 오전에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문득 자신에게 다가와서 속사정을 털어놓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경진은 그들에게서 반년 넘게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던 일이나 결혼결심을 굳히게 된 점괘, 혹은 삼대에 걸친 가족의 병력에 대해 들을 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무엇보다도 경진의 예상을 뛰어넘은 것은 그 후로 해미네서 연락이 없다는 점이었다.
경진은 해미와의 대화창을 열어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하고 계신 줄 아느냐고 적었다. 10대 시절에 한 번쯤 가출하는 일은 흔한 사건이니 그 경우에 가능성을 걸어 보기로 했다. 행여나 반발심이 들 만한 표현이 있지는 않을까 싶어 몇 번이고 메시지를 수정한 뒤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로 향했다
--- pp.26-27

왼쪽에 남산 도서관이 보이면서 서울 타워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남산의 중턱을 가르는 차도 주변으로도 은행나무 길이 이어져 햇볕을 적절히 가려 주었다. 바야흐로 산책하기 제격인 계절이었다. 반팔을 입고 걷기에 덥지도 춥지도 않았고 산을 따라 이어진 길은 한산하기까지 했다. 이따금 오른쪽 시야를 가릴 만한 건물이 없는 경우에는 남산 아래로 적색 기와를 얹은 후암동의 다세대주택부터 여의도 방면의 스카이 라인까지 서울 시내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 길을 따라 느긋하게 20분쯤 걸었을 때였다.
--- p.45

듣고 보니 신기하다고 경진은 맞장구를 쳤다. 사실 경진에게 가장 신기한 것은 따로 있었다. 엄마 입에서 ‘재미’라는 말이 연거푸 나오는 모습. 그야말로 전에는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는 신기한 일이었다. 경진은 산책을 하며 발견한 것을 더 들려 달라고 했다. 그러고 짐을 찾으러 가는 길에 지나가는 말처럼 질문을 던졌다.
“엄마, 어제부터 뭐에 씌었는지 사람들이 저한테 와서 막 묻지도 않은 별별 얘기를 다 해 주더라고요. 엄마는 저한테 뭐 하고 싶은 얘기 없어요?”
“하기야, 그때 얘기를 하기는 해야겠지.” 엄마는 자못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그래. 하는 게 좋겠다.”
--- pp.98-99

어깨 위에 떨어진 뜨거운 물방울이 세신사의 눈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진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세신사는 눈물을 훌쩍이며 경진의 몸 위를 따듯한 물로 다시 한번 훑어 냈다. 경진은 잠시 숨을 고르고 손등으로 눈가를 닦은 후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세신사의 손에서 노란 때밀이 장갑을 벗기고 그녀의 두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경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뿐이었다. 따님은 분명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 전하고 싶었지만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잠시 손을 맞잡고 있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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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지나친 자기애도, 격한 자기혐오도 없이 자신과 외부 세계를 설정해 나가는 묘한 며칠에 대한 소설이다. 인물들은 걷고, 헤매고, 자라고, 말하고 듣고, 넘어선다. 마지막 넘어서는 순간은 확실히 빛이 난다. 눈물의 빛이면서 이해의 빛이다. 은모든이 또 어느 방향을 택하여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갈지 나는 이미 감탄할 준비가 되어 있다.
- 정세랑 (소설가)
산책이 책이라면 은모든의 소설 같을 거라고 늘 생각해 왔다. 그는 주로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났거나 벗어났거나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소설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지만, 그 기저에 한결같이 흐르는 나른하면서도 느긋하고 무겁다가도 홀가분해지는 은모든 특유의 리듬은 햇볕이 따뜻한 날 강변을 산책할 때의 그것과 무척 닮았다.
- 김혼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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