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5월 29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80쪽 | 274g | 135*195*15mm |
ISBN13 | 9788937473272 |
ISBN10 | 8937473275 |
발행일 | 2020년 05월 29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80쪽 | 274g | 135*195*15mm |
ISBN13 | 9788937473272 |
ISBN10 | 8937473275 |
1부 7 2부 29 3부 69 4부 153 작가의 말 171 추천의 글 172 |
믿고 읽는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의 27번째 책이다. 주인공이 휴가를 떠나는 내용이라서 휴가나 여행 중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과외 교사인 경진은 사흘 간의 휴가 직전 과외 학생인 해미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걱정은 되지만 부모도 아니고 담임 선생님도 아닌 자신이 개입할 일은 아니라고 여겨서 일단 계획한 대로 휴가를 떠난다.
그런데 휴가 기간 동안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경진에게 말을 건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나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마치 친한 사이처럼 경진에게 말을 걸고, 심지어 친하게 지내도 속마음까지는 말 안 했던 절친, 그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엄마, 우연히 만난 동창까지 경진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진이 지금 가장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은 혜미인데...
처음에는 다들 나한테 왜 이러나 의아해 했던 경진이 점점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중에는 자기가 먼저 상대에게 할 말 있으면 하라고 청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때로는 내가 먼저 말하지 않고 상대의 말을 가만히 듣기만 해도 문제의 원인이 파악되고 해결 방법이 보인다는 게 신기했다. 산책과 여행, 만남과 방문을 통해 좁았던 세계가 넓어지고 관계의 물꼬가 트이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어느 날, 경진에게 모두가 말을 걸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사연은 평범하면서도 한국적(?)이다. 경진은 서울에서 고향인 전주로, 다시 서울로 이동하며 거리에서 기차에서 술집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경진이 방문한 곳의 풍경이 여행기사처럼 묘사되며 동시대의 모습들이 있는 그대로 서술된다. (전주에 한옥보다 닭꼬치 가게가 더 많다든지 하는 것들) 먼 훗날까지 이 책이 살아남는다면 교과서에 ‘2020년대의 도시 생활을 보여주는 세태소설’ 정도로 소개되지 않을까.
줄거리는 별것 없다. 경진의 서사가 하나 있고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의 작은 서사들이 계속해서 소개된다. 여행하다 만난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식이다. 왜 자영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지금 휴대폰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조카들을 키우게 되었는지 등. 병원에서 만난 노인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며 전달의 전달이 실리기도 한다.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작은 서사들의 접합 지점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아주 매끄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경진이 들른 장소에 정말로 살고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그들에게 정말 일어났을 법한 사연을 읊는다. 사연들도 바로 이 시대에 사는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것들이고. 독자를 끌어가는 작가의 ‘쓰는’ 재주가 대단했다.
정세랑의 『피프티피플』이 연상되기도 했다. 나는 그 책이 사람들 간의 ‘연결됨’을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모두가 각자의 사연을 갖고 이 사람은 저 사람에게, 저 사람은 그 사람에게 연결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이 읽는 내내 따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는 중심인물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연결됨의 의미보다는 모두가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쪽이 더 컸다. 당신은 어제까지는 나를 몰랐겠지만, 나도 당신과 비슷하게 살고 있었어. 내 이야기 한 번 들어볼래?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이야기를 통해 그 삶에 접점이 생겼다. 책의 끝부분에서는 다음에 보여 줄 접점은 어떤 것일까 기대하게 된다. 문자 그대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은모든 작가에게 관심이 간다.
태어나 처음 사랑니를 뽑으러 갔다. 초등 저학년으로 보이는 소녀는 치료가 끝나서인지 너무나 여유로워 보였다. "아팠니"라고 물어보니 "흔들린 이를 빼는 건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라고 어른이 그것도 모르냐는 눈빛을 보내며 내게 말했다.
헉~ 여기 꼬마 철학자가 있었네^^ 나는 "너무 무서운데"라고 하자 자기는 다음주에 또 흔들린 이를 빼러 온다며, 이까짓 쯤이야 라는 미소를 보낸다. 마스크에 가려져 있었지만 나는 그 미소를 보았다.
생니를 빼는 것도, 곪을 대로 곪은 이를 빼는 것도 모두 무섭다. 아마 아픈것보다 두려움이 더 앞서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느끼지 않아도 되는 고통까지 너무 안고 살았나 싶다.
꼬마 숙녀의 기백에 나는 기가 눌렸다. 아니 용기를 얻었다. 고통을 바로 볼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는 거. 오늘도 하나를 배운다.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는 과외 수업을 하는 경진에게 일어난 4박 5일간의 짧은 이야기다. 토요일 오후 부터 화요일 저녁 수업 전까지 3일간의 휴가를 맞이한 경진은 이게 얼마만의 호사냐며 집에 들어간다. 자정이 다 되어 핸드폰이 울리고 마지막 과외학생이었던 해미의 가출소식을 듣게 된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해미의 마음을 모른척 한 건 앞선 두 수업에서 질리도록 입씨름을 한 상태였고, 빗길에 차가 막혀 저녁 식사마저 김밥 한 줄로 때웠으며 결정적으로 해미의 마음을 세세하게 살필 만한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날 부터 그녀의 주변에 낯선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고 속내를 얘기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단어처럼 짧은 에피소드들이 계속 이어진다.
딩크족을 꿈꾸는 친구 은주의 상견례 이야기부터 완벽주의자 언니, 친구 웅과 첫사랑이었던 현수의 이야기까지...
2년만에 고향 전주로 내려간 경진은 엄마의 변화에 놀란다. 믹스커피만 먹던 엄마가 한옥카페에서 먹은 아인슈페너 한잔으로 드립커피로 노선을 바꿨다는 것, 일 밖에 모르던 엄마가 친구들과 모임을 갖게 된 모습이 너무 생경하게 다가온다. 대화라는 것도 어쩌면 딱 맞는 시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등이 생겼을 때 바로 풀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입을 꾹 닫아버리는 사람도 있는데 이 시간의 간극이 때로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해가 풀리는 시간, 포용하는 마음이 생기는 시간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언젠가는 네가 모든 걸 내게 얘기해 줄거라고, 그 때까지 나는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태도를 가지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치과에서 만난 꼬마 숙녀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말을 지나가면서 하지 않을까?
낯선 사람이 속내를 얘기해도 들어줄 귀를 내어주는 것, 오늘1cm는 열려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