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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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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소설Y이동
천선란 | 창비 | 2021년 11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184건 | 판매지수 10,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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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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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0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28쪽 | 436g | 134*194*21mm
ISBN13 9788936438609
ISBN10 8936438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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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식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식물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고등학생 나인, 숲의 속삭임을 들으며 우연히 2년 전 발생한 실종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그는 친구들과 함께 숨은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작고 연한 빛 하나도 쉬이 꺼지지 않도록 살피고 손 내미는 선한 마음들이 곳곳에 촘촘하게 뻗어 소설을 채운다. -소설MD 박형욱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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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사는 것에 미련이 없던 미래는 그때부터 한 꺼풀씩 세상의 비밀을 벗겨 먹으며 묵묵히 기다렸다. 그러다 주워 삼킨 세상의 비밀 중 어마어마한 것이 있다면 꼭 서로 털어놓자고 약속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현재도 약속에 동참했다. 믿기지 않을 진실이라도 일단은 서로 믿어 주기로. --- p.28

그러니 방법은 딱 하나다. 세상 일이 신경을 전부 긁기 전에, 더 큰 일이 또 들러붙기 전에 발목에 채인 일부터 빨리 치우는 것이다. 애초에 알지 못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알아 버렸는걸. 그리고 도저히 모르는 체할 수 없는걸. --- p.116

답답하게 사는 게 가능했으면, 아니 애초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다면 짓궂게 장난치는 반 친구들의 코를 때리지 않았을 테고, 그로 인해 숱하게 교무실에 불려 가지도 않았을 것이며, 때때로 부모 없이 자라서 저렇다는 말을 듣지도 않았을 거였다. 그렇지만 나인은 답답하면 못 참는 성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 p.139

나인도 한때 자신이 밤에는 세상을 구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새벽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영웅이라 믿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리라는 걸 깨달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모두가 천천히, 자연스럽게, 은밀하게,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는 걸,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다는 걸, 아주 평범하거나 혹은 평범하기 위해 아등바등 헤엄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듯이. --- p.239

도현은 경계에 서 있다. 붉은 선의 경계 넘으면 돌아갈 수 없다. 그 경계를 넘으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무언가 들려도 신경 쓰이지 않을 것이고, 보여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경계 너머는 현실과 비현실이 혼잡하게 섞인 세계. 피는 꽃처럼 터지고, 길고양이는 솜 인형처럼 느껴지는 부드럽고 잔혹한 세계.
도현이 그 경계의 선을 밟기 전에 누군가가 다시 이곳으로 끌고 와야 한다. 비린 냄새와 어두운 산이 존재하는, 고통이 잇따르는 잔혹하기만 한 세상으로.
그렇지만 내일이 있는 세상으로. --- p.276

“그냥 말해.”
미래의 표정과 말투는 평소와 다를 거 없이 단호했다. 겁을 먹지도, 이 상황을 황당하다 느끼지도, 비웃지도, 지루해하지도 않았다.
“네가 하는 말 다 믿어.”
그러니 이 말은 사실일 것이다. 미래는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 온 사람처럼 보였다. 옆에 앉아 있던 현재도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p.306

“그러니 오래 이곳에 있어. 네가 만난 이 세상을 다 누리고, 세상이 변하는 걸 목격하고, 기쁨과 슬픔을 전부 겪고 나서 이 세상에 미련이 없어질 때.” --- p.316

그렇게 어떤 일은, 죽음은, 억울함은, 호소는 한없이 뒤로 밀리고 밀려 세상 밖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걸, 그렇게 사라지지도 분해되지도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로 우주를 떠돌게 된다는 걸 미래는 아직 모른다.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지만 조금씩 알게 되겠지. 그걸 알아 가는 게 살아가는 것이고, 나이를 먹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것도 알게 됐으면 한다.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건 온몸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 명이 막는 것보단 여러 명이 막는 게 더 좋다는 것, 무른 흙도 밀리고 밀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주 단단해진다는 것.
--- p.376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천선란 소설이 사람들에게 꼭 가닿기만을 바라고 있다. ― 정세랑 소설가

‘이 숲에 사람이 묻혀 있어.
죽은 자에게 진실을 물을 수 없다면 산 자를 찾아내 물으면 된다.’


열일곱 살 유나인은 이모와 단둘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인에게 식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손톱 사이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나인에게 ‘승택’이라는 소년이 다가오더니 ‘너와 나는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나인의 혼란스러움은 더욱 커진다. 이모가 그제야 털어놓은 비밀은, 나인이 ‘아홉 번째 새싹’이며 특별한 능력이 있는 존재라는 것.

“……어제 나한테 말 걸었던 거.”
“…….”
“너 맞지?”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든 식물이 나무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 나인은 바람 소리에 뒤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나무의 목소리였다. (본문 84면)

나인은 새로이 알게 된 자신의 존재가 혼란스럽지만, 여전히 곁에 있어 주는 이모, 친구 ‘현재’와 ‘미래’, 그리고 승택 덕분에 전과 같은 생활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달라진 게 있다면 식물과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식물과 교감하는 능력을 통해 나인은 2년 전 자취를 감춘 학교 선배 ‘박원우’ 실종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이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숲이 전해 준 이야기만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다. 나인과 나인을 믿어 주는 친구들은 모두 열일곱 살. 고등학생 몇 명이 2년 전 수사가 완료된 사건에 갑자기 관심을 보인다면 진지하게 받아들여 줄 리 없다. 나인과 친구들은 그들 각자의 방식을 찾기 시작하는데……. 실종된 박원우는 돌아올 수 있을까?

“나는 못 그만둬. 네가 나한테 알려 주려고 했듯이 나도 알려 줄 거야. 나도 그 선배가 저기 있다고 알려 줘야겠다고.”
자신이 이렇게 정의로운 사람이었는지는 나중에 따지기로 했다. 일단은 원래도 잘 못 참는 성격이었으니 눈물도 단지 참지 못했을 뿐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본문 141면)

“이거 하나는 약속해 주라. 아무리 답답하고 화가 나도 네 능력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절대.”
“어렵지는 않은데……. 우리 종족이 위험해져서?”
“아니. 그 말 한마디로 인간들은 네가 뱉은 모든 말을 거짓말로 여길 테니까.” (본문 144면)

작은 진실에 귀 기울일 것.
사람들이 진실을 멸종시키기 전에.


사람들이 무시하려는 작은 진실을 나까지 무시하면, 우리가 디딘 이 땅이 서서히 붉게 물들 것이다. 이 사실을 나인은 본능적으로 안다. 나인이 낯선 존재라는 것과 아직 이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어린 존재라는 두 가지 사실이 나인의 시각을 더 날카롭게 벼렸을 것이다. “답답하면 못 참는 성질을 가지고 태어난” 나인은 자신과 같이 작은 목소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 자들을 지나치지 않는다. 무시하면 평온을 얻을 수 있고, 무시하지 않으면 곤란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모르는 체할 수 없”다. 진실의 멸종을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그것은 나인의 곁을 지키는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야.”
정수리를 토닥거리던 미래의 손이 멈췄다. 숨이 옅어진 걸 보니 잠이 든 모양이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무조건 믿어 준다고 해서 고마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존재하게 한다. (본문 416면)

작가 천선란은 전작 『천 개의 파랑』에서 휴머노이드 기수의 이야기를 빼어나게 그린 바 있고, 소설 속에 낯선 존재들을 등장시켜 왔다. 사실 낯선 자들은 곳곳에 있으며 나 자신이 이방인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사회의 문법에 길들여지지 않은 10대 아이들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끔찍한 것을 더 끔찍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종종 잊는다. 나인은 가장 척박한 땅에서 마지막에 눈을 떴다. 그리고 자라나 척박한 땅에 물을 주기 시작한다.
『나인』은 성장소설의 감동이 가득하면서도 그 안에 서스펜스와 추리가 공존하는 소설이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나인과 친구들, 진실을 쫓는 흥미진진한 여정이 덩굴처럼 서로를 엮으며 뻗어 나간다.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 거대한 숲처럼 이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은 『나인』은 영상화가 기대되는 새로운 대작이다.

뒤틀린 어른이 뒤틀린 아이를 만들고, 그 아이가 자라 뒤틀린 어른이 되어 다시 뒤틀린 아이를 만드는 세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온전한 어른이 사라진 세상이 되기 전에, 상처와 슬픔이 무기가 되어 또 다른 출혈을 일으키는 세상으로 향하지 않도록. 그런 마음으로 썼다. (작가의 말 중에서)

“금옥아, 나는 나인이야. 아홉 개의 새싹 중에 가장 늦게 핀 마지막 싹이라 나인이 됐어. 더는 생명이 태어날 수 없는 척박한 땅에서 나는 가장 마지막에 눈을 떴어.”
그러니까 나인은, 기적이라는 뜻이야. (본문 417면)

▶ 소설Y 시리즈 소개

이야기의 새로운 차원이 펼쳐진다!
K-영어덜트의 시작, 소설Y


소설Y는 한국형 영어덜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창비에서 자신 있게 선보이는 ‘K-영어덜트’ 시리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으며 장르를 불문하고 이야기의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작품들로 꾸렸다. 스릴과 재미 중심의 서브컬처로 여겨지는 해외 영어덜트 소설과 달리, 동시대의 감각과 호흡하며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재미뿐 아니라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점이 특징이다. 『아몬드』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 『우아한 거짓말』 등과 같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영상화 등 2차 콘텐츠로의 확장성을 지니고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 가는 ‘K-영어덜트’ 소설이 새로운 문학의 세계를 펼쳐 보일 것이다.

▶ 캐릭터 소개

“나는 나인이야. 아홉 개의 새싹 중에 가장 늦게 핀 마지막 싹.
그러니까 내 이름은, 기적이라는 뜻이야.” ― 나인

“어쨌거나 우리는 멸종 중이야. 유나인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 승택

“나는 그냥 네 말이면 무조건 믿기로 했어. 그러니까 의심 안 해.” ― 미래

“그냥 타이밍의 문제잖아. 아직은 아닌 것뿐이지, 영영 아닌 건 아니잖아.” ― 현재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 나는 잘 모르겠거든.”― 도현

“이러니 꼭 니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니는 그렇지 않니?” ― 금옥


▶ 작가의 말(발췌)

타인을 이해하지 못할 때,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할 때 우리가 종족이 다른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는 누군가를 보면 외계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신호등 초록불이 삼 초 정도 남았는데 뛰지 않고 걸음을 멈추는 사람을 볼 때도, 길가에 핀 꽃을 찍기 위해 기꺼이 땅에 누워 버리는 사람을 볼 때도, 아이와 강아지에게 친절한 사람을 볼 때도. 너무도 당연했던 선의를 잃은 인간들 속에서 그 원초적인 힘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외계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팔 년 전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목 놓아 울다 문득 나무와 들풀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나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울음을 들었을까 고민도 했다. 이 이야기는 아마도 그날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소설을 쓸 때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유아의 「숲의 아이」, 아이유의 「이름에게」, 김세정의 「SKYLINE」을 들었다. 나는 나인의 목소리가, 꼭 그들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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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의 소설은 온유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성장소설 속에서도 누구나 성장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인』은 이 점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움트지 않는 삶은 움트지 않을 것이고 아슬아슬한 나이를 지나도 슬픔은 이어질 것이다. 『나인』은 주인공들이 움직일 때마다 발밑에서 소리 없이 자라나는 비밀과 뒤틀림을 긴밀히 뒤쫓는 이야기다. 아이들은 스스로 삼킨 말들에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지면서도 서로를 일으키는 것만은 계속한다. 언젠가 멀어질 걸 알면서도 곁을 파고드는 마음들이 식물의 은근한 악력을 닮았다. 생장점 가득한 천선란 소설이 가닿아야 할 사람들에게 꼭 가닿기만을 바라고 있다.
- 정세랑 (소설가)
21세기에도 전쟁이 있고 그 안에 영웅이 있다면 그 영웅은 반드시 식물성일 것이다. 유나인과 그의 친구들처럼. 『나인』은 행성처럼 무거운 눈물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우리들에게, 눈물 안에서 유효한 희망을 건져 내는 길을 알려 준다. 고립이 일상이 된 시대에 읽고 나서 ‘안 외로워지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목표였다면 천선란 작가는 충분히 성공했다.
- 김지은 (문학평론가)
나인이 스스로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변화를 이끄는 모습이 하도 청량해서,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속에 탄산이 맴도는 기분이었다. 『나인』 속 인물들처럼 누군가를 아낄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별난 일이 되어 버린 이 세상에서, 끔찍한 것을 끔찍하게 여겨 다행인 사람이 되고 싶다. 천선란 작가의 글들을 내 자리에서 읽고, 진심으로 응원하겠다. 가까운 궤도에서, 언제까지나.
- 이설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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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22-21] 다른 시선으로 보는 법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w******f | 2022.05.25 | 추천14 | 댓글2 리뷰제목
다르다는 것   ‘외(外)’지인, ‘외(外)’계인, ‘이(異)’종족 등이 등장하는 소설, 영화, 만화들은 많다. 그런 작품에서 그들은 종종 나와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도구로 활용된다. 유명한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처럼. 동시에 이런 ‘다른’ 존재는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도구의 역할도 한다.   이 소설 <나인>을 읽다가 문득 영화 <슈퍼맨>이 떠올랐다.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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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는 것

 

외(外)’지인, ‘외(外)’계인, ‘이(異)’종족 등이 등장하는 소설, 영화, 만화들은 많다. 그런 작품에서 그들은 종종 나와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도구로 활용된다. 유명한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처럼. 동시에 이런 ‘다른’ 존재는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도구의 역할도 한다.

 

이 소설 <나인>을 읽다가 문득 영화 <슈퍼맨>이 떠올랐다. 평범한 지구인처럼 키워진 클라크 켄트(Clark Kent)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히어로(Hero)로 활동하는 영화 말이다. <나인>의 주인공 ‘유나인’도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자라왔다.

 

평범하게 살던 주인공이 어느 날 자신의 힘을 깨닫고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나, 옆집의 친절한 이웃이 사실 영웅이었다는 이야기를 좋아했던 이유는 그것이 삶에 일어나지 않을 판타지를 대리 만족 할 수 있어서였다. 나인도 한때 자신이 밤에는 세상을 구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새벽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영웅이라 믿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리라는 걸 깨달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모두가 천천히, 자연스럽게, 은밀하게,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는 걸,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다는 걸, 아주 평범하거나 혹은 평범하기 위해 아등바등 헤엄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듯이. [pp. 238~239]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인에게 식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손톱 사이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심지어 환영(幻影)처럼 보이는 소년마저 등장한다. 당연히 자신을 평범한 지구인이라고 여기고 살아왔던 나인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때 헛것인줄 알았던 소년, ‘해승택’이 그녀가 인간이 아니고 식물이라고 얘기한다. 여기에 나인의 이모로 살아왔던 ‘유지’, 즉, 지모(유지 이모의 약칭, 이하 ‘지모’)는 이제 와서 그녀가 멸망위기의 행성에서 탈출한 누브족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안 그래도 질풍노도의 사춘기인데, 자신의 정체성 문제까지 겹치니 얼마나 황당하고 당황스러울까?

 

 

진실을 밝힌다는 것

 

“이거 하나는 약속해 주라. 아무리 답답하고 화가 나도 네 능력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절대.”

“어렵지는 않은데……. 우리 종족이 위험해져서?”

“아니. 그 말 한마디로 인간들은 네가 뱉은 모든 말을 거짓말로 여길 테니까.”

나인은 이런 말들을 뼈에서 나온 말이라 표현했다. 깊은 상처는 뼈에도 흔적을 남기는 법이니까.

인간들은 그래. 믿을 수 없는 게 하나 생기면 모든 걸 다 가짜로 만들어 버려.” [p. 144]

 

누브족의 식물과 교감하는 능력을 통해 나인은 2년 전 자취를 감춘 학교 선배 ‘박원우’ 실종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문제는 진실을 안다고 해도 나인과 그 친구들의 나이는 열일곱 살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나인이 누브족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지만, 그들이 누브족이라는, 외계인이라는 좋은 핑계거리가 있었다.

 

다른 존재가 이 행성의 생태에 관여하면 안 된다고 했어. 우리는 바깥에서 온 존재들이니까. 그리고 곧 떠날 테니까. 나는 그래서 그게 맞는 줄 알았어. 관여하지 않는 거. 우리는 처음부터 이 행성의 법칙에 끼어 있지 않았으니까. [p. 142]

 

다음은 진실을 알리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수사가 종결된 사안을 당사자도 아닌, 고등학생 몇 명이 나선다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재수사할 리 없다는 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박원우 실종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중심이 된, 일종의 스릴러 소설 비슷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의 진실은 박원우 실종사건과 관련된 것 하나가 아니다.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가 희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의 입장을 우리는 ‘공리주의(功利主義)’라고 한다. 구체적인 예시를 한 번 들어보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치 큰 사람을 다리 아래로 떨어뜨려 선로를 이탈한 전차를 막는 행위를 꺼렸던 일은 떠올려보라. 그 사람의 삶은 그에게 속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를 밀기가 꺼려지지 않았던가? 그 덩치 큰 남자가 자기 목숨을 던져 철로의 인부를 구했다면, 그 행동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어쨌거나 그의 삶이니까.

하지만 명분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의 목숨을 우리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다.1)

 

라는 얘기가 있다. 공리주의 원칙에 따르면, 보다 많은 이들을 살리기 위해 덩치 큰 사람을 다리 아래로 밀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최선일까?

 

외곽 도로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가는 사람들을 지모가 전부 신고했을 때 신고 당한 사람들이 내뱉은 말이었다. 남의 집 앞도 아니고 차만 다니는 길에 쓰레기 좀 버린다고 누가 피해 보는 것도 아닌데 가만히 좀 있지, 꼭 저렇게 본인만 정의롭다는 식으로 굴어야 속이 편한가. 지모의 등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중얼거리던 아저씨의 말을 나인은 십 년이 지나도록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뿐이 아니다. 특수 학교 설립에 찬성했을 때도 대부분의 주민이 지모를 그런 눈초리로 흘겼다. 가만히 좀 있지. 애도 없는 아가씨가 뭘 안다고 자꾸 말을 얹어. 땅값 걱정할 일이 없으니까 그러지. 모르면 말을 말든가.

~ 중략 ~

소수가 다수를 이기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겹고,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 나게 구는 것이라고. [p. 138]

 

이 이야기에서 누가 다수이고, 누가 소수인가? 직접적으로 관계된 사람의 숫자가 아닌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의 숫자까지 따지면 오히려 지모가 최대다수의 행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 우리가 멸종할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어떻게 그것만 멸종일 수 있니?”

나인의 목소리가 커졌다.

저 선배는 세상에 딱 저 선배 하난데 사라졌잖아.”

말을 할 때마다 비를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 비를 다 마시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말해야 했다.

~ 중략 ~

“…… 근데 내가 들었어. 저기 있다는 거 내가 알았는데 나야말로 그걸 어떻게 모르는 척해. 사람 한 명이 지구에서 멸종했는데.” [pp. 140~141]

 

한 명의 사라짐도 개인의 입장에서는 ‘멸종’이라고 얘기하며 그 또한 엄청난 일이라고 말하는 나인의 관점은 사소한 것을 사소하지 않게 여기고 있다. 그런데 단기적인 최선, 최대의 행복이 아닌 장기적인 최선, 최대의 행복을 구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나인의 시각이 옳은 것이 아닐까?

 

누브족이 자신들이 살던 행성, 리겔리에서 떠나 지구로 이주하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더욱 나인의 생각이 옳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주선의 정원을 맞추기 위해, 식량의 확보를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었으니,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The war of all against all)’이 현실에서 구현된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세상의 모든 일에는 중요도가 있다. 누구든 소중하지만 어떤 죽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죽음은 살인자의 한 끼보다도 보잘것없다. 그렇게 어떤 일은, 죽음은, 억울함은, 호소는 한없이 뒤로 밀리고 밀려 세상 밖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걸, 그렇게 사라지지도 분해되지도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로 우주를 떠돌게 된다는 걸 미래는 아직 모른다.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지만 조금씩 알게 되겠지. 그걸 알아 가는 게 살아가는 것이고, 나이를 먹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것도 알게 됐으면 한다.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건 온몸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 명이 막는 것보단 여러 명이 막는 게 더 좋다는 것, 무른 흙도 밀리고 밀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주 단단해진다는 것. [p. 376]

 

작은 것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다른 것을 틀린 것이 아니라 여기고, 다름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그래야 복잡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대신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진짜 어른이 아닐까? 물론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힘든 일이라고 포기해버리면 그건 어른이 아니다. 나이를 먹어 생물학적으로 어른이라고 보아야 하더라도.

 

1)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이창신 옮김, (김영사, 2010), p.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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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나인]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크****이 | 2022.05.23 | 추천7 | 댓글0 리뷰제목
    【 “해승택이야, 승택. 내 이름. 이름 말해 주려고 왔어.” “내가 네 이름 알아서······.” “그래야 부르기 편하잖아. 너 나를 헛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네가 듣고 있는 이상한 소리, 그거 식물이 대화하는 소리야. 그게 들리는 건 너도 식물이라서야. 좀 많이 진화하긴 했지만.” (p. 29) 】   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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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승택이야, 승택. 내 이름. 이름 말해 주려고 왔어.”

내가 네 이름 알아서······.”

그래야 부르기 편하잖아. 너 나를 헛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네가 듣고 있는 이상한 소리, 그거 식물이 대화하는 소리야. 그게 들리는 건 너도 식물이라서야. 좀 많이 진화하긴 했지만.” (p. 29) 】

 

희귀 식물을 기르고 판매하는 화원 브로멜리아드. 이곳에서 이모와 함께 살고 있는 고등학생 소녀 ‘나인’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평범한 아이였던 나인은 언제부턴가 이상한 소리를 듣기 시작하고, 헛것을 보다, 급기야 손톱 사이에서 새싹이 돋아나게 된다. 믿기 어려운 일들이라 속으로 혼자 고민에 빠져 있던 그녀는 어느 날 밤 화원에서 마주친 소년에게서 자신이 식물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 듣게 된다. 부모 없이 이모와 살고 있고, 아파도 병원 한번 가본 적 없던 나인은 정말 진화된 식물일까.

 

【 학교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보았다. 여기에 붙여 봤자 아무도 안 본다고 했는데 아저씨는 기어코 붙였고, 나인은 그런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세상 바깥에라도 그 이름을 붙여 두고 싶은 것이라고. 파도에 휩쓸릴지라도 모래에 이름을 적어 두는 것이라고. 】 (p. 158)

 

나인의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와 더불어 소설은 2년 전 실종된 고등학생 박원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종된 날 밤 친구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원우는 그날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고, 소년의 아버지만이 원우를 찾기 위해 애타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나인은 어느 날 사라진 원우와 관련된 큰 비밀을 알게 되는데…

 

주인공 나인이 실종된 고등학생에 얽힌 비밀을 캐어내는 과정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기도 하고, 그녀가 남다른 출생의 비밀을 품은 존재이기까지 해서 더욱 흥미롭게 읽히는 작품이었다. 또한 주인공이 십대이고 그 나이 또래의 고민과 이야기(부모의 이혼, 집단 따돌림, 교우관계 등)가 꽤나 나오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천선란 작가를 SF 전문 소설가로 알고 있어서 이 작품 역시 SF인줄 알고 펼쳤는데, 일부 설정만 SF에 포함될 수 있을까, 내용은 전혀 SF스럽지 않아서 기대했던 만큼의 만족감은 얻지 못했다. (기대가 컸던 것이 문제인듯하다. 내용이 재미없다는 말은 아님.)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에 평소 SF 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게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이 책은 10대~20대의 젊은 독자들에게 더 와닿을 만한 내용이었다. 가볍게 읽기 좋은 재미있는 스토리의 소설을 찾고 있는 이에게도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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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나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꿈*******자 | 2022.01.29 | 추천6 | 댓글6 리뷰제목
드라마에 나오는 극적인 출생의 비밀. 드라마에선 그렇게도 흔한 것이 왜 현실에선 만나기 어려운지. 사춘기 시절 나는. 나에게도 그런 출생의 비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더랬다. 어느 날 짠~~ 하고 나타나는 부잣집 부모님. 이제 내가 널 데리러 왔어 하는. 하지만 나는 울 엄마의 외모를 너무 닮아서 결코 출생의 비밀은 없을거라는.. ^^ 사춘기엔 한 번쯤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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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나오는 극적인 출생의 비밀. 드라마에선 그렇게도 흔한 것이 왜 현실에선 만나기 어려운지. 사춘기 시절 나는. 나에게도 그런 출생의 비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더랬다. 어느 날 짠~~ 하고 나타나는 부잣집 부모님. 이제 내가 널 데리러 왔어 하는. 하지만 나는 울 엄마의 외모를 너무 닮아서 결코 출생의 비밀은 없을거라는.. ^^ 사춘기엔 한 번쯤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되는데 어느 날 나에게 너는 외계인이야. 라는 터무니없는 출생의 비밀을 이야기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외계인인 내가 특별한 능력을 발휘한다면? ^^

 

열일곱 살 나인은 이모와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어느 날 나인은 식물의 목소리가 들리고 손톱에서 새싹이 자라나게 된다. 이런 나인에게 승택이란 소년이 찾아와 너와 나는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이모는 나인에게 그제야 비밀을 털어놓는다. 나인은 아홉 번째 새싹으로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 하루아침에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된 나인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식물과 교감하는 능력을 통해 나인은 2년 전 실종된 박원우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나인은 박원우 사건을 알리기로 마음먹지만, 숲이 전해준 이야기이기에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나인은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 현재와 미래 그리고 승택의 도움을 받아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알릴 방법을 찾기 시작하는데...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 내는 것이라고 했다. (27)

성벽처럼 쌓여 있던 화목이 모형이었음을 받아들이는 건 제 손으로 벽을 부수는 고통이었다. (36)

세상 모든 일들은 엮이면 피곤해진다. (137)

소수가 다수를 이기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겹고,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 나게 구는 것이라고. (138)

인간들은 그래. 믿을 수 없는 게 하나 생기면 모든 걸 다 가짜로 만들어 버려. (144)

말하지 못하는 게 생길 때 관계에도 거리가 생기는 걸까? 그럼 끝끝내 말하지 못한다는 건, 그렇게 멀어지다 결국 남이 된다는 걸까? (153)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세상 바깥에라도 그 이름을 붙여 두고 싶은 것이라고. 파도에 휩쓸릴지라도 모래에 이름을 적어 두는 것이라고 (158)

사랑이 모든 걸 다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걸. 사랑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그럴듯한 낙관주의라는 걸. 낙관주의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173)

이 세계가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괴로운 것 같아. 누군가가 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이 찢고 나간 틈으로 또 다른 세상이 보여. (178)

버티고 사는 건 전부 강한 것이다. (382)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존재하게 한다. (416)

 

꽤 매력적인 소설이다. 나인을 외계인이라 설정했지만, 학창시절 우리 곁에는 외계인 같은 특별하거나 특이한 친구들이 있었다. 이 친구들을 통해 우리 곁에 늘 함께 하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춘기 시절 늘 하는 이야기. 비밀은 없어야 해. 이거 너만 알아야 해. 누구에게도 이야기하면 안 돼.로 시작하는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들. 비밀이 생기는 순간 약간의 틈이 생기고, 한 번 생긴 틈은 악어의 무서운 입처럼 벌어지고 만다.

 

어른이지만 어른같지 않은 어른들. 아이들 앞에 성적이, 대학이, 자본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걸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사람들. 인성은 그지같아도 공부만 잘하면 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나는 아니라고, 나는 그런 부모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청소년 소설 같지만 어른과 함께 아니 부모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고민과 아픔 그리고 다양한 생각들. 그들의 생각이 조금 달라도 그건 틀린 게 아니다. 우리들 부모가, 어른이 다름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그래야 복잡해지지 않는다고 나인에게 말하는 어른들. 하지만 나인과 현재, 그리고 미래와 승택은 그런 어른들의 생각을 깨부순다. 그게 힘든 일이어도 깨야 한다고 그렇게 말한다.

 

어른인 내가 오늘을 사는 것도 기적과 같다. 아프지 않고 무사히 무난히 지내는 시간 자체가 매일 기적 같다. 나의 하루가 그럴진데 아이들의 하루는 또 얼마나 기적 같은 하루일까?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어떻게 마음이 성장해야 할지 모르는 그 아이들이 하루를 살아간다. 이 또한 매일 기적 같은 일 아닐까? 어른이 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처 어른이 되는 것 인지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6

한줄평 (75건) 한줄평 총점 9.6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2점
솔직히 물어볼게요. 이거 재미 포인트가 어디인가요ㅠㅠ
10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0
독***절 | 2021.11.11
구매 평점5점
이 정의로운 외계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4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4
YES마니아 : 골드 p******q | 2021.12.02
구매 평점4점
오자때문에 읽다 흐름끊겨 화가나네, 중후반부터 그런데 왜때문인가? 책임편집?? 엉???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임*름 | 202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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