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8월 18일 |
---|---|
쪽수, 무게, 크기 | 392쪽 | 420g | 130*187*20mm |
ISBN13 | 9791191824001 |
ISBN10 | 1191824004 |
발행일 | 2021년 08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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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2쪽 | 420g | 130*187*20mm |
ISBN13 | 9791191824001 |
ISBN10 | 1191824004 |
MD 한마디
[이 마음들이 우리를 구할 것이다] 소설가 김초엽의 첫 장편. 이야기는 ‘더스트’로 멸망한 지구에서 생존을 꿈꾸는 이들과, 이후 재건된 세계에서 묻힌 과거의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보통 사람들의 진심을 다한 분투가 어떻게 거대한 절망으로부터 모두를 구하는지를, 흔들림 없이 곧게 그려나가는 소설 -소설MD 박형욱
프롤로그 _007 1장 모스바나 _023 2장 프림 빌리지 _111 3장 지구 끝의 온실 _245 작가의 말 _387 참고문헌 _390 |
2050년경, 갑작스럽게 지구를 뒤덮기 시작한 ‘더스트’라는 물질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가 파괴되고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고통받고 죽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인류는 무너진 것들을 일으켜 세웠고 새로운 평화를 되찾게 된다. 소설은 지구가 재건의 시기를 거친 2129년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 더스트 생태연구센터에 보내진 식물 샘플. ‘모스바나’라고 불리며 ‘악마의 식물’이란 별칭을 가진 이 식물은 더스트 시대에 번성하다가 근래에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자취를 감추었는데, 최근 특정 지역에서 이상 증식 현상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극한의 환경을 지나 평화를 되찾은 지금, 이 식물은 왜 다시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모스바나라는 의문의 식물과 푸른빛의 관계, 이희수라는 사람의 정체와 행방, 더스트 시대에 대한 호기심과 프롤로그에서 들려준 사람들의 뒷이야기까지. 소설은 초반부터 궁금한 점들이 계속 흘러나와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 “그건 생존과 번식, 기생에 특화된 식물이지요. 더스트 시대의 정신을 집약해놓은 것 같다고 할까요. 악착같이 살아남고, 죽은 것들을 양분 삼아 자라나고, 한번 머물렀던 땅은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한자리에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멀리 뻗어나가는 것이 삶의 목적인······ 그 자체로 더스트를 닮은 식물이지요.” 】 (p. 106)
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한 답답한 하늘을 보고 있던 어느 날, 인류의 종말이 미세먼지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소설 속 ‘더스트’가 공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고, 팬데믹을 겪고 있어서인지 세계적 재난 상황을 그려낸 이야기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오직 생존만이 목적인 시대. 여차하면 맞이하는 개인의 종말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덕적 가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살아남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소설은 재미있는 스토리와 함께 철학적인 고민도 넌지시 던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이 작품은 대부분이 기계로 교체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의 마음이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지 그리고 인간적인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도록 만들기도 했고, 식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에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다른 종들을 내려다보는 오만한 인간의 생각을 반성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 “돔을 없애는 거야. 그냥 모두가 밖에서 살아가게 하는 거지. 불완전한 채로. 그럼 그게 진짜 대안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 똑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 거야.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뭔가를 해야 해. 현상 유지란 없어. 예정된 종말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해서 벌이는 것 자체가 우리를 그나마 나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거야.” 】 (p.277)
【 이제 아영은 이곳에 있었을 누군가의 안식처를 그려볼 수 있었다.
해 지는 저녁, 하나둘 불을 밝히는 노란 창문과 우산처럼 드리운 식물들. 허공을 채우는 푸른 빛의 먼지. 지구의 끝도 우주의 끝도 아닌, 단지 어느 숲속의 유리 온실.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깊도록 유리벽 사이를 오갔을 어떤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 (p. 385)
하. SF 소설이 이렇게나 아련할 일인가. 이번에도 김초엽 작가님 덕분에 머나먼 세계로 흥미로운 여행을 즐기고 돌아왔다. 예상외로 식물이 주연급으로 등장하여 더욱 즐겁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재난과 관련된 SF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김초엽식 감성이 녹아 있는 흥미진진한 SF 소설을 찾고 있다면 <지구 끝의 온실>을 추천하고 싶다.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도 들리던데, 더스트 시대, 모스바나, 프림 빌리지와 온실을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매우 궁금하고 기대된다.
【 온실의 모순성을 좋아한다. 자연이자 인공인 온실. 구획되고 통제된 자연. 멀리 갈 수 없는 식물들이 머나먼 지구 반대편의 풍경을 재현하는 공간.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 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 (p. 389, 『작가의 말』중에서)
뭐가 옳은 건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세계를 말하는 것이 이상했다. 프림 빌리지 바깥의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인류 전체의 재건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 그들은 우리를 착취하고 내팽개쳤다. 그 사실만은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버려진 우리가 세계를 재건해야 할까.
어디선가 거센 바람이 불어올 때면, 빼곡한 나무들 사이의 작은 공백이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그 풍경을 볼 때면 이곳이 투명한 스노볼 안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아득하게 아름다웠고, 당장 깨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p215
지수는 자신이 조금씩 사람들이 가진 어떤 활력에 물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수년 뒤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삶만을 생각하는, 그러나 그 내일이 반드시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데에서 오는 매일의 활기에.
-p304
온실의 모순성을 좋아한다. 자연이자 인공인 온실, 구획되고 통제된 자연. 멀리 갈 수 없는 식물들이 머나먼 지구 반대편의 풍경을 재현하는 공간.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p389
요즘 읽는 책들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인지 바이러스 등,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무언가와 사투를 펼치는 이야기들이 꽤 등장한다. 평범한 삶이 불가능해져 바이러스가 유입하지 못하는 돔을 지어 산다거나, 피할 수 없는 바이러스에 목숨을 잃는다거나,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싸움을 하는 등의 그림이 그려지는 책을 읽을 때마다 괜시리 마음이 불안해진다. 언젠가는 다가올 것 같아서. 픽션을 픽션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다.
더스트 폴 이후 더스트 생태에 대해 연구하는 아영은 해월 지역에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모스바나 식물 조사 요청이 들어와, 그 지역으로 출장을 간다. 엄마의 직장 때문에 온유라는 지역에서 잠시 살았던 아영은 어릴 적 아영에게 돔 시티에 살았던 이야기를 들려줬던 이희수씨를 기억해냈다. 이희수씨의 정원에서 봤던 푸른 빛의 식물 때문이었다. 아영이 더스트 생태학을 공부하게 된 데에는 이희수씨가 들려준 식물 이야기 때문이기도 했다. 돔 밖에서는 더스트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다 죽어갔던, 더스트 폴 시대의 이야기.
더스트가 지구를 휩쓸면서 사람들도 다 휩쓸어버렸다. 더스트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내성종으로 분류되었고 내성종은 사냥꾼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하고 연구실로 끌려가 실험 대상이 되었다. 나라, 인종 구분없이 더스트가 가득한 곳에서 살아남을 어딘가를 찾아다녀야만 했다. 아마라와 나오미도 온갖 위협을 어렵게 피해 살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도착한 곳이 프림 빌리지였다. 프림 빌리지에는 그들만의 질서가 있었다. 외부인은 경계하는 마을이어서 아마라와 나오미는 마을 사람들의 회의 끝에 어렵게 프림빌리지 거주 허가를 받았다. 당장 내일을 살아가는 데 급급한 더스트 폴 시대의 사람들은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는 데에 만족했지만 점점 삶이 안정을 찾아가자 내일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방향이 각기 달랐기에, 프림빌리지 또한 불안전한 곳이었기에 사람들은 결국 프림빌리지의 최후를 마주하게 됐다.
삶과 죽음이 공존했던 더스트 폴 시대였기에 죽음을 목전에 앞둔 사람들의 일상은 두려움과 극도의 긴장감, 불안정함으로 휘감겼을 테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삶을 지배당하고 잠식당하는 기분은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프림빌리지 속 은은한 빛을 뿜어냈던 온실은 더스트로부터 프림빌리지 속 사람들을 지켜냈다. 온실 안에서 식물만 들여다보고 연구하는 레이첼 덕에 더스트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프림빌리지 안의 온실은 희미한 반짝임을 낼 수 있었다. 레이첼이 만들어낸 식물들은 더스트 폴 시대의 사람들을 구해냈지만, 이 식물이 보다 더 넓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길 바라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온실을 지켜내지 못했다.
레이첼이 만들어낸 모스바나는 더스트 시대 생태학을 연구하는 아영에게까지 이어진다. 모스바나와 이희수씨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아영은 돔 시티에 살았던 아마라와 나오미를 만나게 되고, 그녀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녀들이 말하는 사람과 이희수씨가 동일 인물이라는 강한 끌림을 받게 된 아영은 이희수씨를 찾아 나선다.
김초엽 작가가 더스트 폴 시대의 이야기와 그 이후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식물'과 흥미롭게 연결시킨 점이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정적인 이미지인 '식물'이 지극히 동적인 '사람'과 만나는 김초엽 작가의 이야기는 '식물'이 단지 정적인 대상이 아니라는 걸 각인시켜준다. 인간과 로봇이 결합된 시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생존의 위협을 움켜쥐는 시대에도 자연의 터줏대감인 '식물'이 갖고 있는 힘을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다. 느끼지 못했던 '식물'의 힘 때문에 이야기가 내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구 끝 온실>은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모스바나’와 ‘3장 지구 끝의 온실’의 주인공은 2129년을 살아가는 더스트 생태학자 정아영(이하 ‘아영’)이고, ‘2장 프림 빌리지’의 주인공은 2058년 멸망한 세계를 언니와 함께 헤매는 아이, 나오미 재닛(이하 ‘나오미’)다. 마치 액자소설 같은 구성의 이 소설은 운명에 저항하고 희망을 얘기한다. <지구 끝 온실>은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유명한 격언처럼, 시시각각 멸망을 향해 달음박질하는 세상에서 기어이 희망의 씨를 뿌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니까.
실질적인 이야기는 ‘유령 도시’로 알려진, 강원도 해월의 복원 사업이 진행되는 중, 세발잔털갈고리덩굴, 소위 ‘모스바나’가 수상할 정도로 빠르게 증식하면서 시작한다. 이에 방제 담당은 더스트 생태 연구센터에 모스바나의 성분 분석을 의뢰한다. 연구센터에서 근무하던 연구원 아영은 이 임무를 떠맡았고, 해월시의 불법 회수 처리업자들이 남긴 제보에서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이희수 할머니의 정원을 떠올렸다.
어떤 집의 정원이었다. 아영은 정원을 향해 홀린 듯이 걸어갔다. 정원의 흙이 푸른빛을 가득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허공에도 푸른색을 띤 먼지가 흩날렸다. 마치 푸른빛이 정원에 한 겹 덧씌워진 듯한 모습으로, 자연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것 같은, 으스스하면서도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었다. 가까이 가서야 아영은 그곳이 이희수의 정원이라는 걸 깨달았다. 원래 알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시들하던 나무도 무성한 잡초들도 지금은 그림자로만 존재했다. 푸른빛의 먼지들만이 느린 바람을 타고 흩날리고 있었다. [p. 67]
아영은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Addis Ababa)에서 열린 생태학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기회를 틈타,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모스바나의 푸른빛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했다. 그 노력의 결과, 더스트 시대에 모스바나를 약초로 활용하면서 사람들에게 ‘랑가노의 마녀들’이라고 불려진 자매 중 나오미와 만나게 된다.
아영이 나오미로부터 들은 것은 먼 과거, 더스트에 의해 멸망을 향해 치닫던 2058년의 이야기였다. 자가증식 나노붓의 크기를 줄이다가 그 나노붓이 통제에 벗어난 상태에서 유출된 결과가 더스트 사태였다. 이후 더스트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둠을 만들었지만 어느새 둠을 유지하기 위해, 아니 둠에 살고 있는 기득권자들을 위해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는 세상이 되었다. 수단이 목적이 된 것이다.
돔 시티는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더 자인한 방식으로 침입자들을 학살했다. 작은 마을들도 돔 시티에서 보낸 로봇들에게 파괴당했다. 건질 수 있는 것은 전부 가져가 시체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목격한 사람들의 말이었다. [p. 230]
뿐만 아니라 아마라, 나오미 자매는 더스트에 내성을 지녔다는 이유로 사냥감이 되고 실험대상이 되었다. 그녀들이 랑카위(Langkawi) 연구소에서 가혹한 실험에 시달리다가 침입자들의 습격으로 연구소가 무너지는 틈을 타서 도망친다. 그 와중에 유토피아 같은 도피처의 소식을 듣는다. 계속된 도피 생활로 아마라의 건강이 악화되자 마지막 희망을 갖고 그 도피처로 향했다.
그곳, 프림 빌리지는 놀랍게도 실존하는 유토피아였다. 대부분의 유토피아가 사람들의 머리 속을 유령처럼 떠도는 것과 달리 그곳은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는, 실재(實在)하는 공간이었다. 물론 불안요소는 있었다. 프림 빌리지의 리더 지수만이 들어갈 수 있는, 언덕 위 온실 속에 사는 사이보그 식물학자 레이첼이 건네는 작물들과 더스트 분해제에 의해 마을이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힘이 없는 평화가 지속될 수는 없는 법, 평화롭던 프림 빌리지는 침략자들의 습격으로 붕괴된다. 그리고 이를 예상했던 프림 빌리지의 리더인 지수는 나오미에게 더스트 분해제 제조법을 알려주면서
떠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만약의 경우를 이야기하는 거지. 이 덩굴은 바깥에 지금 이곳과 비슷한 환경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야. 우리가 혹시 이곳을 더 지킬 수 없게 되더라도, 이게 있으면 또 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 수 있어. [p. 236]
라고 한다. 그리고 침략자들이 습격하자, 지수는 이에 저항하는 대신 프림 빌리지 사람들에게 레이첼이 개량한 더스트 대항종인 모스바나 종자를 주며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
지금부터는 실험을 해야 해. 내가 가르쳐준 것, 그리고 우리가 마을에서 해온 것들을 기억해. 이번에는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 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 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알겠지? [p. 242]
이후 프림 빌리지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모스바나를 세계에 퍼트려, 인류가 재생의 첫발을 디딜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적은 오랫동안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인식되었고, 오히려 더스트를 만들어낸, 솔라리타 연구소가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한 더스트 대응협의체의 대응만 널리 알려졌다. 분명 이들이 거대 흡착 그물 및 다공성 포집 기둥 설치 등의 더스트 제거 작업과 증식형 분해제인 디스어셈블러의 살포를 통해 더스트를 감소[2차 감소]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둠 밖에 살던 이들의 영웅적인 희생이 잊혀져야 할까?
프림 빌리지 사람들의 처지를 보며, 왠지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초개(草芥)같이 던진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오버랩 되었다.
아마도 그래서 <지구 끝 온실>에서 화자(話者) 역할을 한 아영을 대신해서 작가가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p 389]
라는 말을 남기게 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