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1월 28일 |
---|---|
쪽수, 무게, 크기 | 200쪽 | 328g | 143*205*20mm |
ISBN13 | 9788954654753 |
ISBN10 | 8954654754 |
발행일 | 2019년 01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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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0쪽 | 328g | 143*205*20mm |
ISBN13 | 9788954654753 |
ISBN10 | 8954654754 |
MD 한마디
[나'답게 자라가는 아이들의 건강한 관계의 숲]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친구들 시선 신경쓰느라 진짜 자신을 감추는 다현이와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은 아이' 은유의 관계 이야기. 그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말고 온전히 '나'답게 살아가도 괜찮다고 토닥이는 소설. -소설MD 김도훈
반 배정 개꿀꿀 007 5분 대기조 019 이상한 대화 034 나의 변호사 047 밉상 지수 057 켜켜이 쌓인 것 071 안아주세요 083 혼자가 되는 것보다 098 오해 117 어떤 생일 파티 128 이제 그만! 143 체리새우 껍질을 벗다 164 낯선 거리에서 175 나무들처럼 185 작가의 말 197 |
진하게 우려낸 곰국을 먹을 때처럼 헛헛한 속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이야기다.
역시 문학동네 문학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친구라면 가족 여행도 마다할 만큼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중학생 딸과 딸의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현이는 친구가 엄마만큼 중요하다. 초등학교 때 은따를 겪었던 다현이는 중학생이 되어 만난 다섯손가락 친구들이 없는 인생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보통 아이들이 거의 하지 않는 블로그를 하지만 친구들이 자기를 진지충이라 여길까 봐 체리 새우 블로그도 비공개로 설정해 두었다.
친구들이 싫어하는 노은유란 아이와 짝이 되고 프로젝트형 국어 모둠 과제를 위해 은유 집에 모여야 하는 상황이 되자 다현이는 친구들의 눈치를 본다. 친구들이 싫어하는 은유에게서 많은 장점들을 발견하고 은유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다.
다섯손가락 친구들에게 자신은 그저 셔틀이었으며 진정한 친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 다현이는 상처를 받는다. 어떠한 말과 모습에도 비난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받아주고 이해하는 모둠친구들에게 위안을 얻으며 친구는 동등한 관계여야 함을 깨닫는다.
주인공 다현이가 독립된 존재로서 온전한 관계를 맺기 위한 방법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촘촘하고 사려 깊게 풀어가는 감동적인 글이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나무들처럼 혼자야. 좋은 친구라면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돼.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그러다 보면 과제할 때 너희처럼 좋은 친구도 만나고, 봉사활동이나 마을 밥집 가면 거기서 또 멋진 친구들을 만나.”
노은유의 말이다. 은유도 은따 경험이 있는 아이다. 언젠가 딸이 친구라는 시를 한 편 썼는데, 자기는 햇살과 물 같은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쩌면 딸도 은따 경험이 있는 건 아닌 가 가슴이 철렁했다. 아마 잊을 만하면 매스컴에 학교폭력 관련 기사가 뜨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따를 당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한다. 따는 누구나 당할 수 있다.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씨앗을 뿌리면,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지, 완전 이상해.’라면 싹을 틔운다. 그다음부터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좀 이상한 그 애’로 찍혔던 아니는 나중에 어마어마한 이미지의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52쪽)
이 책은 따를 당했을 때 그걸 벗어나는 방법을 말하지 않는다. 아이가 그 상황을 직시하고 자기와 관계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고 나를 존중하라고 이야기한다.
<친구는 동등한 관계여야 한다. 그런데 나는 자주 무시당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자초한 듯, 나는 친구를 잃을까 봐 늘 전전긍긍이었다. 선물 주는 버릇, 눈치 보기, 거절 못하는 것, 스스로를 업신여기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존중하기 어렵다. 당당해지자!>(170쪽)
다현이가 온전한 관계에 눈을 뜨고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이 안타깝도록 마음에 다가왔다. 딸에게 들려주고 싶다. 이 땅의 모든 청소년들에게, 아니 관계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체리새우는 맑은 물에 사는 담수 새우고 몸집이 자라면 주기적으로 탈피를 한다. 빈 껍질을 벗어버리고 점프하는 모습이 무척 신비롭다.>(172쪽)
주인공 다현이가 좋아하는 체리새우는 곧 다현이의 새로운 모습이다. 상처로 인해 아프겠지만 상처를 견디고 나면 조만간 새롭고 단단한 껍질이 생길 거라고 자신을 추스르는 다현이는 결국 더 단단해진다. 더 성숙하고 단단해진 다현이가 마지막에 자신을 아프게 한 아람이를 배려하는 모습은 참 의미심장하다.
OECD국가에서 청소년 자살률 1위인 우리 나라에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좋을 리 없다는 것은 뻔하다. 마음이 황폐한 아이들이 온전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입시 위주, 경쟁 위주의 사회 시스템을 고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아직 멀기만 하다. 비록 그런 환경일지라도 내 마음의 곳간이 풍요롭고 단단해진다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마음이 짠하게 읽혀진다. 청소년들의 성장일기라고 보면 될 듯하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마음의 흘러감과 감정의 기복으로 인해 일어나는 행동들이 섬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주인공 다현은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하길 원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따돌림을 당하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어떤 소속감을 지니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 조금의 저자세가 되더라도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 위로를 받는다.
다현은 4명의 친구들과 함께 5명이 한 울타리가 되어 서로 보호하면서 학교생활을 해나간다. 그것이 밖에서까지 이어지고 서로 돈독한 관계를 형성한다. 그것은 외로움과 서러움을 이겨나가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다현은 그들에게 선물도 자주 사주고, 혼자 학원에 다니지 않기에 심부름도 해주고, 교실에서도 그들에게 많은 눈길을 준다. 이들이 학년이 올라갈 때 두 명은 다른 반으로 다현과 둘은 같은 반으로 편성된다. 다현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실에서 앉는 자리가 다른 둘은 짝지가 별로 문제가 없는데 다현은 그들(5명)이 왕따로 몰아붙이는 은유와 짝으로 앉게 된다. 다현은 그것이 무척이나 못마땅하다. 미칠 것 같은 마음이 되고 밥도 먹히질 않는다. 학교도 가기가 싫고, 생활이 무너져 내린다. 친구들 보기도 그렇고, 마음의 고통을 엄청 느끼게 된다.
청소년들의 단편적이고 감정적인 생각들이 관계에서 잘 표현된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같은 학급에 들어간 다른 두 친구들은 짝을 새로 사귀고 다현에게 눈길이 잘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현은 짝지와 앞뒤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그러면 5명의 친구들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이런 관계들이 다현의 미묘한 위치를 나타내 준다.
다현은 블로그를 하나 운영한다. 그 불로그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 블로그 이름이 체리새우다. 체리세우는 작고 약해 보이지만 굳건한 생명체다. 외갓집에 가서 처음 보고 반해 그것이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에 블로그 이름을 그것으로 했다. 그는 이 곳에서 흔히 아이들이 진지충이라 부르는 고전적인, 가곡 등을 듣고 옮겨 놓고 듣곤 한다. 이 공간을 이용해 자신만의 세계를 가꾸어 나간다. 진지충이란 말은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올드하고 고리타분하다는 뜻으로 인식되는 용어다. 즉 어울릴 수 없는 존재라는 말일 게다 비슷한 말로 ‘선비질한다’를 사용한다. 다현은 원래 성향이 가곡을 좋아하고 그러면서 친구들에게는 그런 소리가 듣기 싫어 케이팝을 좋아하는 듯, 척하는 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마을신문’ 만들기를 과제로 내어 주었다. 그리고 조를 만들어 주었는데, 싫어하는 은유와 시끄러운 재강이, 그리고 성적에 연연하는 시후 이렇게 다현의 조가 되었다. 은유와 어울린다는 것은 친구 5명을 배반하는 것이 된다. 은유가 자기 집에서 마을 신문 제작의 예비 모임을 가지자고 제안을 하는데도 다른 친구들의 조언을 들어 치과에 가야한다고 거절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그 치과 건물에 갔다가 돌아 나오는 길에 조원들을 만나고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 되어 은유의 집에 간다. 그 후 은유는 친구들에게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다고 변명까지 해야 한다.
상황은 신문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져 간다. 신문을 열심히 만들어 보자고 4명의 의논하고 자료 조사를 해나가는 상황에서 다현은 은유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은유를 거부할 이유가 없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도 깊고, 공부도 잘 하고, 배려심도 많다. 그리고 가정도 어머니가 계시지 않아 이 학교에 전학 왔을 때 마음을 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이때 다섯 명 중의 한 명이 은유를 좋아해 다가가려 했다가(집에 가보려 했다가) 거부를 당하고 그것이 은유를 미워하는 계기가 되고 친구들에게 그렇게 심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현은 5명의 친구들을 포기할 수도 없고 은유와 조의 친구들도 모두가 좋다, 은유는 섬세한 마음으로 조원들에게 배려를 해나간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일을 확실하게 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사귀는데 서툴다는 얘기를 하면서도 다현에게는 차츰 마음을 내어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다섯 친구들은 다현을 빼고 자기들이 시기심에 가장 싫어하던 인물을 넣어 그룹을 만든다. 그리고 학교에서 그들끼리만 모인다. 다현이 가까이 가면 어색하다. 그래도 다현은 포기할 수 없어 가까이 가고, 그들에게 마음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그들은 노골적으로 다현을 밀어내는 듯한 형태를 취한다.
다현은 마음이 아리다. 자신을 낮추어 가면서 그들의 심부름도 해주고, 선물도 사주면서 가까이 하려 했는데. 그리고 그들 속에 녹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되지 상실감에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깨닫는다. 구태여 그들에게 그렇게 저자세로 다가갈 이유가 없다는 것을, 친구들은 또 사귀면 되고. 주변에 조도 좋은 친구들이 될 수가 있다는 생각도 들고. 은유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한다. 그러면서 다섯 명으로 이루어지던 단톡방에서 빠져 나온다.
이런 생각과 행위들이 다현을 성숙하게 한다. <체리새우 껍질을 벗다>라는 소제목으로 비밀 블로그를 공개 블로그로 전환할 결심을 한다. 그동안 자신 혼자만의 대화 창구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공개로 하고 알렸을 때 조원들이 가장 먼저 달려와 준다. 그리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블로그가 어찌보면 진지충으로 불려질 내용들이 많지만 친구들이 격려를 해준다. 특히 자신이 혼자 좋아했던 방송반의 친구가 자신의 블로그에 들어와 보고 그 속에 소개해 두었던 노래를 학교에서 틀어 준다. 이런 일들이 다현이 세상에 자신 있게 설 수 있는 길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성숙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제 5명이 어떻게 자신을 대해도 그들을 위해 웃어줄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그들을 배려해 줄 수도 있게 된다. 그만큼 마음의 성장이 이루어졌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껍질을 벗고 마음의 비상을 이울 수 있는 기회가 그에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다현의 성장 과정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심리의 묘사가 탁월하다 *학교에서 사용되는 진지충, 은따, 왕따 등의 말들이 생경하지 않게 들린다. *아이들의 격정적이고 감정적인 감정의 흐름이 잘 표현되었다 *사소한 일이 침소봉대가 되는 일상은 청소년 세계의 한 모습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게 한다. *청소년의 일상을 통해 우리들의 단편적인 일상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청소년들의 장기인 SNS 활용도 눈에 띈다. *행복하게 읽은 아릿한 느낌이 강하게 남는 청소년 세계다. |
꺼내서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이 더러 있다. 놀라움은 대개 그런 것들에서 비롯된다. 아무도 볼 수 없으니 그러려니 무시하고 지내다가 어찌할 수 없는 막다른 국면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겨우 알아채는 것들. 자녀를 키우다 보면 그와 같은 일들을 수시로 겪게 된다. 걱정과 불안 속에 시작되는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 학년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형성되는 교우관계, 담임 선생님과의 관계 등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의심과 걱정은 고등학생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 아들 역시 그와 같은 과정 속에서 성장했다. 사회성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숫기가 없는 아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짝처럼 붙어 다녔던 두 명의 절친이 있다. 그러나 올해 각자 다른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중 한 명은 같은 학원에 다니면서 일주일에 한 번꼴로 얼굴을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황영미 작가의 소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중학교 2학년인 주인공 다현을 통해 아이들 세계의 관계 맺기와 만연한 따돌림, 그리고 청소년기의 고민과 피할 수 없는 여러 과정, 이를 극복하면서 맞는 한 뼘 성장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작가는 현실감 있는 언어와 어색하지 않은 상황 설정을 통해 청소년기의 학생뿐 아니라 다른 어떤 세대의 사람이 읽어도 이야기에 쉽게 동화될 수 있도록 한다.
소설은 중학교 2학년이 된 다현의 반 배정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초등학교 시절 은따를 경험한 바 있는 다현은 친구를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단톡방 '다섯 손가락'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행운으로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반 배정은 그닥 나쁘지는 않았다. '다섯 손가락' 멤버 중 미소와 설아는 각자 다른 반이 되었지만 아람이와 병희가 한 반이 되었고, 담임도 좋아 보였다. 그러나 '다섯 손가락'이 선정한 밉상 2위인 노은유가 짝이 되면서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국어 선생님인 담임이 반 아이들에게 모둠 과제로 마을신문 만들기를 내주었다. 다현의 모둠이 된 아이는 모두 네 명. 다현과 그녀의 짝인 노은유, 시후와 해강이 모둠으로 정해졌다. 같은 모둠이기는 하지만 '다섯 손가락' 멤버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은유와 가까이 지내기라도 하면 단톡방 멤버들로부터 압박을 받을 게 뻔한 상황. 설상가상으로 모둠의 회의 장소가 은유네 집으로 정해지면서 다현은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데 첫날 모임은 치과 예약을 핑계로 빠지기로 했다. 그러나 모둠 멤버들과 딱 마주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은유네 집으로 가게 되는데...
"은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파편처럼 와서 나한테 박혔다. 저렇게 덤덤하게 말할 수 있는 경지를 나는 안다. 저 말에 실린 무게도, 그것은 말이 아니라, 켜켜이 쌓인 그리움이다." (p.82)
변호사인 은유의 아버지는 이따금 방송에도 출연하는 유명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은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강남에 살던 은유네는 고모가 사는 아파트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은유는 그때의 충격으로 대인기피증을 앓는 것처럼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게 되었다. 엄마가 없는 은유네 집은 공간은 넓지만 꾸미거나 정리가 되지 않은 듯 황량했다. 은유와의 만남이 계속되면서 '다섯 손가락' 멤버들과의 사이는 점점 벌어졌다. 단톡방에서도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고, 멤버들이 밉상 1위로 꼽았던 황효정이 자신을 대신해 멤버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독립영화를 좋아한다는 은유 역시 가곡이랑 클래식을 좋아하는 다현만큼이나 '진지충'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다.
"체리필터의 <낭만 고양이>. 내 비공개 블로그 '체리새우'의 배경음악이다. 배경음악은 자주 바뀐다. 이 노래 말고도 좋은 노래를 많이 올려놓았다. 책 읽다가 발견한 좋은 문장이나 내가 찍은 동네 풍경도 있다. 체리새우 블로그는 내가 좋아하는 걸 다 말하는 공간이다. 물론 비공개로." (p.20)
학원도 다니지 않고, 혼자 있어도 어색하지 않으며, 독립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은유. 사고로 아빠를 잃은 후 마을에서 조그만 우동 가게를 하는 엄마와 함께 알콩달콩 살아가는 다현. 다현 역시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모둠의 만남이 늘어갈수록 은유 쪽으로 살짝 마음이 기우는 다현. 다현은 자신을 '다섯 손가락'의 멤버로 이끌어주었던 설아에게 은유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심정과 짝사랑하는 남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러나 자신의 비밀을 지켜주리라 믿었던 설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자신의 이야기가 단톡방에서 오가는 것은 물론 밉상이라던 황효정을 다현의 짝남과 맺어주려 하는 걸 보면서 다현은...
"어차피 우리 모두는 나무들처럼 혼자야. 좋은 친구라면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돼. 독립된 나무로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그러다 보면 과제할 때 너희처럼 좋은 친구도 만나고, 봉사활동이나 마을 밥집 가면 거기서 또 멋진 친구들을 만나. 그럼 됐지 뭐." (p.156~p.157)
다현은 이제 비밀글로 하던 자신의 블로그를 공개로 전환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시선이 어떻든 간에 '그래, 나 진지충이다. 어쩌라고!' 외치면서 세상을 향해 한 발 나아가는 다현. 그런 다현을 위로하는 댓글들이 다현의 블로그에 올라온다. 몸집이 자랄 때마다 주기적으로 탈피를 한다는 체리새우처럼 소설 속 다현이도 자신의 블로그를 공개함으로써 '비밀'이라는 껍질을 벗고 세상으로 나아갔던 게 아닐까. 어른들의 걱정과 불안이 우리의 아이들을 세상으로부터 꽁꽁 가두고, '비밀'이라는 껍질 속으로 숨어들게 하는 건 아닐까. 우리는 아이들로부터 그들의 '실수할 수 있는 권리'마저 빼앗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