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8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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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0쪽 | 588g | 142*208*30mm |
ISBN13 | 9788936476694 |
ISBN10 | 8936476696 |
[2023 베스트] 페이퍼 인센스, 다이어리, 캘린더 (국내도서 3만원↑, 포인트 차감)
발행일 | 2018년 08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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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0쪽 | 588g | 142*208*30mm |
ISBN13 | 9788936476694 |
ISBN10 | 8936476696 |
책을 펴내며 산사의 미학 영주 부석사 사무치는 마음으로 가고 또 가고 안동 봉정사 양반의 고장에서 고찰의 품격을 말한다 순천 선암사 산사의 미학, 혹은 깊은 산중의 깊은 절 해남 대흥사와 미황사 아늑함과 호방함이 한데 어우러질 때 고창 선운사 동백꽃과 백파스님, 그리고 낙조대의 일몰 부안 내소사와 개암사 소중한 아름다움들 끝끝내 지켜온 절집들 예산 수덕사와 서산 개심사 그리움에 지친 듯한 대웅전과 아담한 거울 못 부여 무량사와 보령 성주사터 바람도 돌도 나무도 산수문전 같단다 문경 봉암사 별들은 하늘나라로 되돌아가고 청도 운문사 청아한 새벽 예불이 은은히 울려 퍼질 때 창녕 관룡사 비화가야 옛 고을의 유서 깊은 산사 구례 연곡사 섬진강과 보성강의 서정이 깃든 천 년 고찰 영암 도갑사와 강진 무위사, 백련사 남도의 봄이 어서 오라 부르는 고즈넉한 절집들 정선 정암사 세 겹 하늘 밑의 이끼 낀 선종 고찰 묘향산 보현사 그리하여 산은 묘향, 절은 보현이라 했다 금강산 표훈사 금강의 맥박은 지금도 울리는데 수록 글 원문 출처 |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봉정사, 부석사, 통도사. 한국의 산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은, 산사를 잘 모르는 나도 들뜨게 했다. 우리나라의 산사만이 가지는 특징, 혹은 느낌이 전해지는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아서다. 지난봄에는 금산사에 갔었다. 노래와 흥으로 무장한 관광객들을 뒤로하고 막상 걸어 올라간 금산사에서 본 것은, 제법 큰 법당에 모여든 사람들이 간절하게 바라면서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종교의 의미를 떠나서, 절은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고요하게 하며, 마음속 간절함을 표현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아마도 여러 나라에 그 나라 고유의 그런 장소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산사를 따라올 곳이 있을까 싶다. (내가 본 곳이 우리나라만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 오래전부터 산사를 예찬해왔다는 유홍준 작가의 마음이, 이번 산사 순례 답사기로 다시 확인하는 것만 같다.
이미 만나본 독자도 있을 테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너무도 유명한 베스트셀러이고, 마니아 독자는 1권부터 주제별로 따로 출간된 것까지 다 만나봤을지도 모른다. 이미 선보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뽑아낸, 한국의 산사 20여 곳을 소개한 책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기념으로 출간된 책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산사만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요점정리 해주는 느낌이기도 하다. 산사만을 돌아보겠다는 계획을 세워도 좋을 것처럼 각 산사의 특징과 매력을 이야기하듯 펼쳐 놨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를 포함해서,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놓치면 아쉬울 산사를 빼곡히 담아냈다. 특히 북한의 산사를 소개한 부분은 의외였다. 통일되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을 곳이라고 생각했던 장소까지 소개해주다니!
우리나라 산사 건축은 진입로부터 시작된다. 산사의 진입로는 그 자체가 건축적·조경적 의미를 지난 산사의 얼굴이다. 약 반 시간 걸리는 이 5릿길 진입로는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속세와 성역을 가르는 분할 공간이자 완충 지역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산사에는 반드시 저마다의 특징을 가진 진입로가 있다. (73페이지, 순천 선암사)
저자는 산사의 진입로부터는 걸어서 간다고 했다. 요즘에는 길을 많이 정리해놔서, 절의 입구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나부터도 다리가 아프니 차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자고 말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저자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그동안 산사를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진입로 따위는 무시하고 지나가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까, '그곳'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쌩~ 지나가 버리는 일이 참 가벼워 보이지 않았을까 싶은? 어딘가로 들어갈 때, 대문이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는 (혹은 똑똑 노크를 하는) 일을 생략한 것만 같다. 그곳을 방문하는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주 많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저자는 '여기서부터는 구석구석 잘 보고 들어가야 여기를 제대로 보는 거다'라는 의미를 담고 말했다. 이곳과 저곳의 구분 짓는 선을 넘어서 들어가니, 무엇이 다르게 느껴지는지 확실히 알 것이라는 예고, 혹은 충고 같은 말. 이 문장을 들으면서 다짐했다. 다음에 다시 산사에 가게 된다면, 절대 진입로를 걸어서 들어가리라.
수덕사는 결코 볼거리가 많은 절은 아니다. 문화재를 찾는다면 대웅전 하나로 끝이다. 그 밖에 오층석탑이니 뭐니 있지만 대수로운 것이 못 된다. 그러나 덕숭산의 사계절과 그 자연 속에 살았던 인간의 이야기와 전설이 있기에 우리의 가슴속에 젖어오는 감성의 환기가 있고 이성의 일깨움이 있다. (186~187페이지, 예산 수덕사와 서산 개심사)
사람들은 국보나 보물이라는 명칭 때문에 문화유산의 가치와 멋을 그런 데에서만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봉암사에서 진실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절집의 자리앉음새이다. 경내 어디에서 보아도 우뚝 솟은 희양산 준봉들이 봉암사를 호위하듯 감싸고 있다. 깊은 산속에 이처럼 넓은 분지가 있다는 것이 차라리 이상할 정도다. (247페이지, 문경 봉암사)
뭔가 유명한 볼거리가 없어도, 우리가 산사를 찾는 이유 중의 하나를 콕 집어서 말해주는 것 같아 많이 공감했다. 이름 있는 문화재나 특징 있는 다른 것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산사 특유의 고즈넉함과 침잠하는 분위기 때문에 찾게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산에서 뿜어대는 사계절의 바람과 변화하는 색들,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줄기 하나에도 우리는 종종 특별함을 느낀다. 아니, 오히려 그 고요함과 자연이 그대로 있는 곳을 찾아가는 목적일 때도 있다. 이건 뭐라고 분명하게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아니면 그 마음 조금은 다독여주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인위적으로 만든 배치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모양 그대로 그 자리에 자리한 구조들이 특이하기도 하다. 아니면 저자가 말한 봉암사의 위치처럼, 주봉들이 호위하듯 감싸고 있는 배치라니 참 놀랍다. 오랜 시간, 그 중심에 있는 봉암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산사를 유지해왔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북한에도 절이 있고 스님이 있다는 데서 조금 놀랐다. 당연히 있을 수도 있는 일인데, 나는 '북한'이란 나라에 많은 부분이 폐쇄되어 있다고 생각했기에,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절과 스님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못했다. 북한에도 우리나라와 같이 오랜 시간 같이 해온 역사가 있었을 텐데, 그 안에서 자리한 절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마도 김씨 일가의 우상화를 먼저 떠올리다 보니 다른 종교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저자가 1997년 9월에 찾아간 보현사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특별하게 들린다. 보현사가 북한에서 가장 큰 절이라고 한다. 금강산 4대 사찰 중의 한 곳인 표훈사가 금강산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찰이라는 것도 놀라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표훈사는 금강산의 핵심처고, 금강산의 복부에 해당하는 곳이라고.
책으로 수없이 보아왔고, 해마다 한국미술사 시간이면 슬라이드로 비추며 보아온 이 보현사 8각13층석탑은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준수하게 잘생겼다. 생각만큼이나 크고 세부의 묘사에도 게으름이 없고 마감질에 불성실은커녕 추녀마다 풍경, 북한말로 바람방울을 무려 104개나 달아매는 치밀성을 보여주고 있다. (372페이지, 묘향산 보현사)
작가가 전국을 돌면서 본 많은 산사 중에서도 특히 애정이 묻어나는 곳을 이렇게 들려준다. 여기에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볼 게 없는 산사는 없을 터였다. 전국 어느 산을 가더라도 만나게 되는 게 산사다. 우리나라만의 전통인 산사의 아름다움을 이렇게나마 전달하면, 이 내용을 접한 독자는 알아서 더 많은 산사와 절의 자태, 산사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우리나라의 산사가 등재된 게, 세계에 우리나라 산사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우리가 산을 찾을 때 절의 모습, 지붕의 이음선 하나, 기둥 하나, 배치, 그 땅에 뿌리내린 나무 등 산사를 이루는 많은 것을 보는 눈이 달라졌기를 바라게 된다. (나부터!) 종교를 떠나서 그냥 그곳에 자리한,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이 되어온 산사를 느끼는 것이면 충분하다. 저자가 이 책으로 전하고 싶은 말도 같은 의미이지 않을까?
지난 6월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봉정사, 부석사, 통도사 등 우리나라의 산사 7곳이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산사라면 우리나라의 산 어느 곳을 가도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친숙하지만 의외로 우리는 산사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한다. 산사는
우리의 독특한 자연환경이 낳은 불교유산이다. 같은 불교문화권임에도 인도와 중국은 석굴사원, 일본은 사찰 정원이 대표적인 것을 볼 때 산사는 분명 우리만의 특징이다.
우리나라에 산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9세기경 도의 선사에 의해 선종이 전파되고 전국 각지에 구산 선문이 개창되면서라고 한다. 구산선문이란 가지 산문의 장흥 보림사, 실상 산문의 남원 실상사, 동리 산문의 곡성 태안사, 성주 산문의 보령 성주사지, 사굴 산문의 강릉 굴산사지, 사자 산문의 영월 법흥사, 봉림 산문의 여주 고달사지, 희양 산문의 문경 봉암사 그리고 수미
산문의 해주 광조사지를 말한다. 이중 성주사지와 굴산사지, 고달사지, 그리고 광조사지는 임진왜란과 같은 외적의 침입으로 소실되어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고, 그나마 수미 산문의 중심 사찰인 해주 광조사지는 북한에 있다.
유홍준교수는 우리의 산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기왕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한 산사 20여곳을 추려내어 한 권으로 엮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특별 판인
셈인데, 저자도 이를 두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별권 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홍준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출간될 때마다 빠짐없이 읽어온 나로서는 모두
한번쯤 읽어본 답사기이지만 지금은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산사를 새롭게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우리의 산사를 읽어나갔다.
저자는 이들 산사를 답사하면서 단지 산사의
역사와 풍광 만을 논하지 않는다. 산사의 앉음새와 가람 배치, 그리고
산사와 자연이 이루는 조화는 물론 산사 주변의 문화유산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들 산사 중에는 답사기에서
소개하기 전에 가본 산사도 있고, 그 후에 가본 곳도 있지만 언제든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저자의 답사기를 숙지한 후에 가서 본다면
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계산의 선암사는 순천에 일이 있을 때
두어 번 가 본적이 있다. 후에 사람들 사이에 그곳의 해우소가 회자된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지만 멋모르고
찾아간 산사에서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단지 풍경뿐이었다. 선암사답사기를 다시 읽으면서 정호승 시인이
쓴 [선암사]란 시에 눈길이 머문 것은 아마 그런 까닭이지
싶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에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언제부터인지 종교와 무관하게 산사를 좋아했다. 산에 오를 기회가 있으면 그곳에 있는 이름 없는 산사일지라도 꼭 들른다. 샘에
가서 물한모금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툇마루나 혹은 근처의 바위에 앉아 자연을 바라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각과 마주칠 때 대립하기도 하지만 겸손해 진다고 한다.
그리고 옛 생각과 새로운 생각을 통합하여 더욱 완전함에 이르고자 한다. 이를 불교에서는
너와 나의 분별이 없는 경지, 즉 해탈, 깨달음의 경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떠한가? 나와 다른
생각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아니 다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풍토 속에서 모두들 저만이 옳다고
아우성이다. 산사에 앉아 있으면 나는 어떤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는 느낌이 든다. 이래저래 산에 산사가 있다는 것, 그런 산사를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저자가 소개한 산사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7곳의 산사 중 법주사, 마곡사, 통도사가 빠져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아직 그 산사들이 있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구산선문중에는 문경 봉암사와 보령 성주사터 만을 소개하고 있다. 나의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구산선문 답사기나 폐사지를 찾아가는 답사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의 안목과 해박한 지식이라면 독자에게 또 다른 산사를 찾는 즐거움을 맛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추석 연휴 끝자락. 여동생네와 함께 안동으로 출발했다. TV에서 나왔다는 숙소를 예약해 도착했더니 명절이라 손님이라곤 우리밖에 없었다. 주인장 또한 친구분들을 만나러 시내로 나가시면서 우리에게 오늘 도착할 손님 방을 안내하라는 전갈을 남기셨다. 그때 여행했던 곳이 안동의 하회마을, 안동 봉정사, 영주 부석사 그리고 영화 촬영지인 단양의 새한서점이었다. 2박 3일 간의 짧은 여행이었는데도 굉장히 깊은 의미가 있었다. 영화속에서 본 숲속에 자리한 헌책방의 모습이나 답사기에서 보았던 영주 부석사의 배흘림기둥을 본다는 건 감동이었다. 배흘림기둥을 한없이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 곳에서 사진을 찍고 목조건축물로는 가장 오래되었다는 봉정사에서도 몇 시간을 보냈다.
흔히 산사를 종교적 의미로 보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바라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그냥 바라보아서는 모른다.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책을 먼저 읽고 바라보면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예를들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순천 선암사를 꽤 여러번 다녔었다. 외울 정도로 다닌 곳이었는데 유홍준 교수가 쓴 책에서 선암사의 다리 승선교를 논한 것을 보고 다시 선암사를 찾았었다. 교수가 한 설명을 기억하며 승선교를 바라보고 걷는데 그 느낌은 이루말할 수 없다.
먼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산사는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봉정사, 부석사, 통도사 등 7곳의 절이 '산사, 한국의 산지공원'으로 등재되었다. 산사라는 말을 발음 그대로 사용해 그 의미를 알게 했고, 우리나라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가진 불교유산이라는 설명을 실었다.
엊그제 주말의 일이다. 우리는 주로 여동생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데, 좋은 곳을 가면 꼭 사진을 찍어 연락하는 습관이 있다. 이는 다음에 오자는 소리인데, 이번에 그들이 간 곳은 해남 대흥사였다. 대흥사는 목포에 살 때 수없이 다닌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의 가보지 못했고, 3년전쯤 친구들과 함께 가볍게 다녀온 게 다였다. 명절에 해남 대흥사앞 유선관이란 여관에서 1박을 하자는 것이었다. 흔쾌히 오케이를 하고 이미 예약된 상태다. 이후 해남 대흥사 편을 읽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유홍준 교수가 설명해 주는 대흥사 편을 속속들이 외우리라 다짐을 할 정도였다.
우리가 한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이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한 후에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다. 이는 우리가 가진 것보다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다른 아름다움을 찾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산사야 흔한 게 아니던가 했단 말이다. 지금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나 어렸을 때 수학여행을 가면 거의 불국사, 석굴암등 거의 절이 많았다. 왜 자꾸 절에만 다니는지 그때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아마 역사 교과서에 수록된 사진 속의 문화유산을 실제로 보게 해주려는 의미였을텐데 그때의 우리는 그걸 알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내가 역사를 좋아하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꾸준히 읽는덕에 아이들 어렸을 때도 경주며 부여, 우리의 유물이 있는 곳을 자주 찾았으나 아이들은 그걸 싫어했다. 오죽하면 걷기 힘들다고 '박물관병에 걸렸다'고 했을까. 그러고 보면 나도 극성 엄마였다. 지금은 다 컸지만 아이들은 빼고 어른들끼리만 자주 여행을 다니는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어 그나마 낫다고 해야겠다.
산사의 미학은 건물 자체보다 자리앉음새에 있고, 산사의 답사는 진입로부터 시작된다. (361페이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는 총 20 곳의 산사를 수록했는데, 우리가 가보지 못하는 금강산의 표훈사와 묘향산의 보현사가 수록되어 있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마곡사와 속리산 법주사는 최근에 다녀와 만약 다음 답사기에 수록된다면 또한번 방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산사의 고즈넉함이 좋다. 위의 발췌글에서도 나타났다시피 산사는 산사를 향하는 진입로에서부터 경건함을 느낀다. 절을 향해 나아가는 진입로를 걷다보면 저절로 사색에 잠기게 된다. 커다랗게 쭉쭉 뻗은 나무들과 좁은 길 틈새를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그야말로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석등이나 오래된 목조건물의 수수함에 발길이 머물고 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사를 바라보는 즐거움과 등재되지 않았지만 그 아름다움과 기품이 서려있는 산사가 수록되어 있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 쉽게 쓰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운 학문을 알지 못해도 그저 그가 설명한 대로 따라보다보면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안목이 생기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