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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 양장 ]
리뷰 총점9.4 리뷰 235건 | 판매지수 26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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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50위 | 국내도서 1위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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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30주년] 하루키 아크릴 시계, 문장 달력 (포인트 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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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5회 동리문학상 수상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0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412g | 128*188*30mm
ISBN13 9788954699914
ISBN10 89546999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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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소설가 김훈이 그린 인간 안중근] “안중근을 그의 시대 안에 가두어놓을 수는 없다.” 말하는, 작가 김훈이 선보이는 또 한 편의 역작. 『하얼빈』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순간과 그 전후의 시간에 집중해 ‘동양 평화’를 가슴에 품은 청년 안중근, 인간 안중근을 그린다. 기록된 역사 그 너머의 안중근을 바라보게 하는 소설 -소설PD 박형욱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 그의 대의는 ‘동양 평화’였고, 그가 확보한 물리력은 권총 한 자루였다.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탄창 한 개, 그리고 ‘강제로 빌린(혹은 빼앗은)’ 여비 백 루블이 전부였다. 그때 그는 서른한 살의 청춘이었다. (…) 안중근을 그의 시대 안에 가두어놓을 수는 없다. ‘무직’이며 ‘포수’인 안중근은 약육강식하는 인간세의 운명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다. 안중근은 말하고 또 말한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
---「작가의 말」중에서

쇠가 이 세상에 길을 내고 있습니다. 길이 열리면 이 세계는 그 길 위로 계속해서 움직입니다. 한번 길을 내면, 길이 또 길을 만들어내서 누구도 길을 거역하지 못합니다. 힘이 길을 만들고 길은 힘을 만드는 것입니다.
--- p.40

어둠 속에서 잠을 청하는 밤에, 안중근은 이토의 육신에 목숨이 붙어서 작동하고 있는 사태를 견딜 수 없어하는 자신의 마음이 견디기 힘들었다. 이토의 목숨을 죽여서 없앤다기보다는, 이토가 살아서 이 세상을 휘젓고 돌아다니지 않도록 이토의 존재를 소거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바라고 안중근은 생각했다.
--- pp.88~89

우덕순이 말했다.
- 이토가 온다는 얘기냐?
- 그렇다. 하얼빈으로 온다.
- 온다고?
항구 앞 루스키섬의 등대 불빛이 어둠을 휘저었다. 불빛은 술집 안까지 들어왔다. 불빛이 스칠 때 우덕순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 p.104

둘은 사진관 의자에 앉았다. 사진사가 카메라 뒤에서 러시아 말로 뭐라고 소리치더니 셔터를 눌렀다. 새 옷을 입은 두 사람의 몸 매무새와 이발을 한 이목구비가 사진에 찍혔다. 안중근은 사진값으로 이 루블을 냈다. 러시아인 사진사가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이며 닷새 후에 와서 사진을 찾아가라고 말했다. 닷새 후에 올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안중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 p.142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가늠쇠 너머에 표적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표적으로 시력을 집중할수록 표적은 희미해졌다. 표적에 닿지 못하는 한줄기 시선이 가늠쇠 너머에서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보이는 조준선과 보이지 않는 표적 사이에서 총구는 늘 흔들렸고, 오른손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는 방아쇠를 거머쥐고 머뭇거렸다.
--- p.159

탄창에 네 발이 남았을 때, 안중근은 적막에서 깨어났다. ……나는 이토를 본 적이 없다…… 저것이 이토가 아닐 수도 있다……
--- pp.166~167

이토가 죽지 않고 병원으로 실려가서 살아났다면, 이토의 세상은 더욱 사나워지겠구나. 이토가 죽지 않았다면 이토를 쏜 이유에 대해서 이토에게 말할 자리가 있을까. 세 발은 정확히 들어갔는데, 이토는 죽었는가. 살아나는 중인가. 죽어가는 중인가.
--- p.193

안중근은 용수를 벗은 눈으로 우덕순을 바라보았다. 우덕순도 안중근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고, 안중근은 우덕순의 눈 속을 들여다보았다. 메마른 눈동자가 버스럭거리는 듯싶었다.
--- p.227

빌렘은 겟세마네의 예수 앞에 꿇어앉았다. 빌렘은 조선에 부임한 이래 이 작은 반도 안에서 벌어진 죽음과 죽임을 생각했다. 교회 밖은 하느님의 나라가 아닌지를 빌렘은 하느님께 물었다. 하느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안중근이 이토를 죽였으므로 이토의 사람들은 또 안중근을 죽일 테지만, 안중근이 사형을 당하기 전까지 아직은 며칠이 남아 있을 것이었다. 빌렘은 안중근의 생명이 살아 있는 그 며칠을 생각했다.
--- p.248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폭력과 야만으로 가득찬 시대,
청년들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그린 김훈식 하드보일드

안중근을 다룬 기존의 도서들이 위인의 일대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하는 데 주력한 것과 달리, 김훈은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한 순간과 그 전후의 짧은 나날에 초점을 맞추어 안중근과 이토가 각각 하얼빈으로 향하는 행로를 따라간다. 이로써 『하얼빈』에는 안중근의 삶에서 가장 강렬했을 며칠간의 일들이 극적 긴장감을 지닌 채 선명하게 재구성된다.

구한말, 쇠약해져가는 조국을 바라보기만 할 수 없었던 청년들의 결기가 들끓고, 세상의 흐름에 맨몸으로 부딪친 민중들이 공허하게 스러지던 어두운 시대상도 김훈 특유의 단문으로 하드보일드하게 형상화된다. 이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안중근이 좇는 대의와 그가 느끼는 인간적인 두려움은 더욱 효과적으로 대비를 이룬다. 동양의 평화를 위해 자신과 타인의 희생을 불사하면서도, 집안의 장남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며 천주교에서 세례 받은 신앙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수시로 머뭇거리는 그의 모습은 그간 상대적으로 주목되지 않았던 낯선 면모이다.

이 세상이 끝나는 먼 곳에서 빌렘이 기도를 드리고 있고, 그 반대쪽 먼 끝에서 이토가 흰 수염을 쓰다듬고 있고, 그 사이의 끝없는 벌판에 시체들이 가득 쌓여 있는 환영이 재 위에 떠올랐다. 시체들이 징검다리처럼 그 양극단을 연결시키고 있었다. ……신부님은 여기에 계시렵니까? 라는 말을 안중근은 참았다.(66~67쪽)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하기로 결단하는 순간은 우연과 운명이 뒤섞여 빚어지는 전율로 가득하다. 암울한 미래에 고뇌하며 간도와 연해주 일대를 떠돌던 안중근의 하숙집으로 신문지 한 조각이 흘러드는데, 그 위에는 통감 공작 이토가 대한제국의 위상을 격하하고 일제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교묘히 연출한 순종 황제의 사진이 실려 있다. 사진에 암시된 일제의 야욕을 감지한 안중근은 즉시 마음을 정하고 이토가 방문할 하얼빈을 향한 생애 마지막 여정에 오른다.

안중근은 곧바로 의병 활동을 함께했던 동지 우덕순을 찾아가고, 안중근을 맞은 우덕순 역시 안중근의 의중을 간파하고 두말없이 동행을 결정한다. 동일한 목적을 공유한 두 청년의 망설임 없는 의기투합이 간결한 대화를 통해 전달되며 묵직한 인상을 남긴다.

- 꿩을 쏘고 남은 총알로 이토를 쏘는구나.
우덕순이 소리 없이 웃었다. 웃음은 엷게 얼굴에 번졌다.
- 우습지만 그렇게 되었다. 겨누어 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 총을 많이 쏘아보았는가?
- 많이 쏘지는 않았다. 나는 사냥꾼이 아니지만 이토는 꿩보다 덩치가 크니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안중근이 소리 내어 웃었다.
- 그렇겠구나. 그렇겠어. 나는 이토의 덩치가 너무 작아서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 그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다.
둘은 마주보며 웃었다. 웃음은 흐렸고 소리 끝이 어둠에 스몄다.(115쪽)

일본인 검찰관과 법관들이 거사를 단행한 안중근 일행을 조사하며 남긴 신문조서와 공판 기록 또한 적재적소에 활용되어 소설의 현장감을 높인다. 극도로 정제된 공문서의 이면에서 인간사의 비극을 읽어내는 것은 김훈의 특기 중 하나이다. 일면 건조해 보이던 이 문서들은 소설의 맥락 속에 절묘하게 배치됨으로써 당시의 뜨거웠던 현장을 증거하는 절절한 기록으로 다시 읽힌다.

- 그대는 안의 명령에 따른 것인가?
- 아니다. 나는 안에게 명령을 받을 의무가 없다. 또 명령을 받을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일은 명령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내 마음으로 한 것이다.

- 이토 공은 고관高官으로 수행원과 경호원이 많은데, 그대는 암살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가?
- 그것은 사람의 결심 하나로 되는 일이다. 결심이 확고하면 아무리 경호가 많아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232쪽)

이러한 공술들은 소설적 각색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히 긴장되어 있고, 안중근과 우덕순의 답변은 단순하고 정확해서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김훈은 이 기록들에서 유불리를 떠나 오직 스스로의 신념을 밝히기 위해 거침없이 발화되는 청춘의 언어를 읽는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짧은 생애를 바친 청년들의 모습이 동경심과 슬픔, 안타까움 등 복잡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신념을 지키는 일의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한 이들이 뿜어내는 순수한 빛


소설에서 안중근과 이토의 갈등만큼이나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안중근에게 세례를 준 빌렘 신부와 한국 교회를 통솔하는 뮈텔 주교의 갈등이다. 일본 형법에 근거한 재판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안중근은 죽음을 앞두고 신에게 죄를 고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빌렘은 그런 안중근에게 고해성사를 베풀어주려 하고, 뮈텔은 한국에 겨우 자리잡은 천주교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빌렘의 뜻에 반대한다. 한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애쓰는 빌렘과, 교회의 안위를 위해 역설적으로 세속과 결탁한 뮈텔의 대치는 성聖과 속俗의 대립이라는 갈등을 더하며 소설의 결을 더욱 풍부하게 일구어낸다. 안중근과 마찬가지로 빌렘은 뮈텔의 권위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안중근을 만나러 감옥으로 간다. 이러한 빌렘의 용기는 안중근의 거칠었던 영혼을 평온한 안식으로 인도하는 명장면을 탄생시킨다.

안중근이 몸을 앞으로 굽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빌렘이 몸을 앞으로 굽히고 들었다. 안중근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사형수의 머리와 사제의 머리가 가까워졌다. 안중근의 목소리는 숨소리처럼 들렸다. 옥리들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목소리가 끊기고,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빌렘은 침묵 속에서 안중근에게 고해성사를 베풀었다.(273~274쪽)

김훈이 그리는 안중근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온몸으로 길을 내며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안중근이 지녔던 젊음의 패기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환상은 그의 생명과 함께 부서져간다. 안중근이 부딪혔던 벽은 그로부터 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한 듯하다. 청년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길을 찾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고, 때로는 시류와 타협하여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을 버릴 것을 요구받는다. 그렇기에 거대한 세상에 홀로 맞선 안중근의 생애는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과 탄식을 자아낸다.

책의 말미에 실린 ‘후기’에는 안중근의 사형이 집행된 후 남겨진 이들이 겪어야 했던 수모와 배반의 이합집산이 펼쳐진다. 안중근의 외로운 고투가 일으킨 변화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져간 비극을 담담하게 서술한 이 후일담 형식의 글은 소설 바깥의 현실과 맞닿으며 또다른 울림을 준다. 『하얼빈』은 동양 평화라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안중근을 비롯한 인물들이 선택한 길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려 한 책 속 많은 이들의 모습은 각자가 만들어낸 명장면 속에서 순수하게 빛나고 있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명불허전이다. 21세기 지금 여기에서 청년 안중근이 부활한 이유는 뭘까? 묵직하게 남는 질문이다.
- 황영미 (작가)

회원리뷰 (235건) 리뷰 총점9.4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주간우수작 인간 안중근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자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포***C | 2022.08.05 | 추천54 | 댓글25 리뷰제목
머뭇거림이 없다. 막힘없이 곧장 나아간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던 역사적 현장, 하얼빈을 향해.     <하얼빈>은 안중근이 태어나기 전에 북두칠성이 보였다는 이야기나, 다른 철부지들과는 확연히 달랐던 그의 비범한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가 된 안중근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김훈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
리뷰제목

머뭇거림이 없다. 막힘없이 곧장 나아간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던 역사적 현장, 하얼빈을 향해.

 


 

<하얼빈>은 안중근이 태어나기 전에 북두칠성이 보였다는 이야기나, 다른 철부지들과는 확연히 달랐던 그의 비범한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가 된 안중근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김훈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직전과 직후의 안중근에만 집중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것은 안중근의 마음이었다. 세례까지 받았던 독실한 천주교인이 어쩌다 살생을 결심하게 되었을까.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믿음 사이에서 어느 것을 골라야 옳을지 번민하지 않았을까. 안중근의 전기에서는 그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전기에 묘사된 안중근에게는 번민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안중근은 단번에 결심하며, 단박에 이토를 쏜다. 그를 나와 같은 사람으로 느낄 수 없었다.

 

<하얼빈>에서 안중근은 번민한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목적지 없이 방황한다. 부인 김아려에게 남편은 어색한 나그네였다. 그는 집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떠나는 사람이었다. 안중근은 상해로,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난다.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밖을 떠도는 그의 모습에서 방황하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보았다.

 

안중근이 가장 먼저 떠돈 곳은 상해였다. 그는 상해에서 동지를 모아 독립의 실마리를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상해에서 안중근은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상해에 갔을 때, 안중근은 변변한 가문도 직업도 없는 한량이었다. 독립에 대한 안중근의 뜻은 그의 초라한 배경에 가로막힌다. 안중근에게 대문을 열어주는 이는 상해에 없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안중근의 모습은 생소했다.

 

하얼빈 역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토를 저격할 때까지, 안중근의 총구는 계속 흔들렸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의병 활동을 하는 동안, 안중근은 일본군 포로들을 쏘지 못하고 풀어준 적이 있었다. 심지어 포로들에게 빼앗은 소총까지 줘서 돌려보냈다. 부하들이 강력히 반대했지만, 안중근은 포로를 쏘는 것과 적을 쏘는 것은 다른 일이라며 끝내 포로를 풀어주고 만다. 이 일로 안중근 부대의 위치가 탄로난다. 그의 부대는 쫓기고, 죽임 당하며, 끝내 산산히 흩어진다.

 

안중근은 이토를 쏘기 전까지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렇기 때문에 이토를 죽여야 한다면 그 죽임의 목적은 살에 있지 않고 이토의 작동을 멈추게 하려는 까닭을 말하려는 것에 있는데, 살하지 않고 말을 한다면 세상은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세상에 들리게 말을 하려면 살하고 나서 말하는 수밖에 없을 터인데, 말은 혼자서 주절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대고 알아들으라고 하는 것일진대, 그렇게 살하고 나서 말했다 해서 말하려는 바가 이토의 세상에 들릴 것인지는 알기가 어려웠다.”

 

 

이토가 하얼빈역에서 내렸을 때, 안중근은 지체 없이 이토를 향해 세 발의 총을 쏜다. 이토에게 방아쇠를 당기던 그 순간이, 안중근이 총을 쏘며 흔들리지 않았던 유일한 때가 아니었을까. 그의 총구는 수천 번의 흔들림을 겪고나서야 비로소 이토를 향해 고정될 수 있었다. 안중근도 끝없이 고뇌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하얼빈>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토를 쏘고, 그가 쏜 총알에 이토가 죽은 것은 모두 한 순간의 일이었다. 하지만 안중근의 생애는 이토를 쏘기 전부터, 이토를 쏘고 난 뒤에도 지지부진하게 계속되었다. 누군가는 안중근의 거사에 속이 통쾌했을 테지만, 안중근의 생애는 통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뜻은 번번이 좌초되었다. 이토 저격을 성공한 뒤에도 그랬다.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한 이유는 세상에 자신이 이토를 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뜻은 일본의 사법체계와 그의 정치적 의도를 필사적으로 감추려 하는 일본에 의해 좌절되었다. 일본은 안중근이 이토 저격의 이유를 밝히는 것을 번번이 막으며, 재판 내내 그의 의도를 축소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일본의 명백한 의도 속에 안중근이 벌인 거사는 폄하되었다.

 

 

“안중근은 범행에 사용할 자금이 없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석산에게 백 루블을 강탈했고 우덕순은 블라디보스토크의 하숙집에 숙박비 칠 루블이 밀려 있다. 이런 부랑아들이 천하를 짊어지겠다는 것은 미치광이의 과대망상이다, 라고 미조부치는 말했다. 안중근과 우덕순은 정치범이 아니고 사전 공모에 따라 범행한 살인범이라고 미조부치는 결론지었다.”

 

 

안중근이 이토를 죽이고 소망한 것은 두 가지였다. 부활절 이전에 죽는 것과 조선이 독립될 때까지 하얼빈에 묻히는 것. 안중근은 원하는 시일에 죽을 수 없었고, 죽은 뒤에는 소망한 곳이 아닌 교도소 내의 공동묘지에 묻혀야 했다. 이토를 죽이는 것을 제외한 안중근의 나머지 뜻은 모두 좌절되었다. 김훈은 안중근의 좌절을 소설속에 담담히 그려낸다. 그의 담담한 문체는 안중근의 삶을 한층 더 비극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통쾌한 사건 뒤에는 통쾌함과는 거리가 먼 길고 지루한 과정이 있었다. 통쾌한 복수와 호쾌한 결말을 가진 스토리가 사랑받는 시대에 <하얼빈>은 따분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소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훈은 통쾌하지 않을 권리를 택함으로써 인간 안중근과 가장 가까운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사이다 활극에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에서는 그런 식으로 일이 명쾌하고 통쾌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다. 인간의 생애는 톡 쏘는 시원한 사이다 보다는 김이 빠지고 미지근한 콜라와 가깝다. 통쾌하지 않은 것이 인간과 가까운 성질이다. 김훈의 <하얼빈>에 나오는 안중근의 인간다움은 끝없는 실패와 좌절에 있다. 소설에서 안중근의 삶은 이토를 저격한 순간 잠시 반짝였고, 그 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빛이 점멸해 있었다. 우리의 삶이 대게 그렇듯이.

 

안중근과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찾고 있다면, <하얼빈>이 바로 그 장소다. 어서 달려와 <하얼빈>에서 인간 안중근과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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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약육강식의 지금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생각하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작*공 | 2023.01.20 | 추천40 | 댓글30 리뷰제목
예전에 《칼의 노래》를 재밌게 읽은 후, 오랜만에 작가님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그래서 얼른 책을 손에 집어 들고 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안중근의 출생부터 이야기하는 일대기가 아닌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순간을 중심으로 그 전후의 시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였다. 그렇게 안중근과 이토가 각각 하얼빈으로 향하는 동안의 서술이 번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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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칼의 노래》를 재밌게 읽은 후, 오랜만에 작가님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그래서 얼른 책을 손에 집어 들고 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안중근의 출생부터 이야기하는 일대기가 아닌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순간을 중심으로 그 전후의 시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였다. 그렇게 안중근과 이토가 각각 하얼빈으로 향하는 동안의 서술이 번갈아 이어지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이 빠르게 읽어나갔다. 이토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안중근은 어떤 마음으로 하얼빈으로 향했을까? 지금의 안중근을 있게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더욱 궁금해졌다. 그렇게 이토를 저격하기까지가 소설의 절반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일본경찰과 검찰이 안중근을 조사하며 남긴 신문조서와 공판 기록을 바탕으로 한 극도의 실재감을 담은 대화가 담겨있어 가슴 뭉클하고 또 먹먹해졌다.

그리고 이번 독서 모임을 통해 다시 읽게 되었다. 두 번 읽어도 좋은 책들이 있다. 그리고 두번 세번 또 읽고 싶은 책도 있다. 이 책이 그랬다! 그리고 다시 읽으면서 처음엔 보이지 않던 단어들도 문장들도 작가님이 고심하고 고심했을 문체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또한 작가님의 인터뷰도 찾아보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다시 읽으니 재미와 몰입도가 더 높아졌다. 그래서 읽기 전에 또는 다 읽고 나서라도 한번 쯤 생각해보면 좋을 책과 관련한 이야기들 몇가지를 정리해본다.
1.
《하얼빈》은 작가께서 대학 시절이던 50년 전 안중근의 신문조서 기록을 처음 접하고 언젠가는 이 내용을 꼭 글로 써보겠다고 생각했던 게 이제야 완성됐다고 했다. 그걸 마치 숙제처럼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청년이었던 작가님의 마음 속 품은 결심을 50년만에 연필을 펜을 들고 써내려간 그 결단력과 추진력에 정말 깊이 감동했다. 늘 잊지 않고 생각하셨다는 대목에서 특히.
2.
원래 생각했던 이 책의 제목은 ‘하얼빈’이 아니라 ‘하얼빈에서 만나자’였다고 한다.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어떤 의미인가. 작가께서 제시한 제목은 ‘하얼빈에서 만나자’였는데 출판사에서 ‘하얼빈’ 세 글자로 바꾸었고, 동의하셨다고 한다. “‘하얼빈’은 낯설고 불친절한 제목이지만, 비극적 완결성이 있다. 그리고 제국주의 세력들이 부딪치던 철도의 교차점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하얼빈에서 만나자’는 친절하고 설명적인 제목이지만 주제를 지나치게 노출시켜 긴장이 풀려 헤벌레하다. ‘하얼빈’은 이 소설에 가장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셨다. 과연 책의 제목 하나도 고심하고 또 고심했을, 제목이 주는 그 책의 첫 인상이자 중요한 메시지의 무게감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3.
그리고 다시 읽기의 묘미는 북흐 멤버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
3-1. 지금 당장과 연결되지 않는 백년 앞을 이해할 수 없었던 청년 안중근. 백년도 넘은 지금의 우리 현실을 안중근 의사가 마주한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이 질문에 나는 가장 먼저 분단된 우리 현 정세를 떠올렸다.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궁금해도 그 어떤 소식도 마음대로 묻고 들을 수 없는 그곳과 그곳 사람들. 그렇다 우리는 여전히 종전이 아닌 휴전국에 살고 있는, 언제 이 평화가 깨질지도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음을 가끔 아니 자주 잊고 살뿐이었다.
3-2. 지금으로부터 백 년 후 우리 후손들에게 기억되고 있을 우리 시대의 황사영, 안중근 같은 인물들은 누가 있을까요? 혹은 어떤 인물들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이 질문을 던진 나 스스로도 사실 쉽게 한마디로 답하는건 어려웠다. 그래서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 오늘날의 청년이라고 했을때 제일 먼저 떠오른 몇가지 단어들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이 많았다. 그 중 가장 빨간 불을 밝히는 말은 높아지는 청년 자살률, 청년 우울증, 청년 고독사
(참고: 10만 명당 자살한 사람을 뜻하는 자살 사망률이 OECD 회원국 중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회원국 38개국 평균 자살률이 10.9명이었는데 한국은 25.7명을 기록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려스러운 건 40대 이상의 자살률은 모두 줄었는데 30대 이하, 특히 10,20대 청년들의 자살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10대 자살률은 2019년 10만 명당 5.9명에서 6.5명으로 9% 이상 늘었고, 20대 자살률은 19.2명에서 21.7명으로 12.8% 급증했다. 특히 10대 남성 자살률은 10만 명당 5.5명에서 6.5명으로 18.8% 증가, 20대 여성도 10만 명당 16.6명에서 19.3명으로 16.5% 증가를 기록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인 내가 가장 슬프고 안타깝게 여길 수 밖에 없는 이 사실에 그저 고개 들 수 없이 비참한 마음이지만 아직도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비통하고 절망적인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고, 그 곳에는 생존자도 생존자를 있게 한 또다른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충격적인 사고 현장에서 한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노력한 모든 이들에게 특히 많은 청년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태고 싶다. 혼자만 살아남은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더 많이 구하고 살리지 못한 안타까움과 슬픔에서 조금은 나아지길 감히 소망하며.
그런 나도 주변에 살고자 하는 모든 청년들의 앞길에 작은 힘이 되어 희미하게나마 빛이 되어주는 동무이자 옆집 언니이자 누나가 되어주고 싶다. 포기하기엔 지금의 우리를 있게한 수많은 역사 속 아무개 영웅들의 희생이 너무 값지고 또 감사하기에.

책 하얼빈을 통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우리의 영웅 안중근이 인간으로서 어떤 고민을 했을지 어떤 고뇌와 어떤 의지로 생각을 몸소 실천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나서 뮤지컬 영웅이나 영화 안중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양한 예술 형태로 역사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감독, 배우, 연출가, 편집가 등 모든 관련분야에 몸담고 있는 분들 역시 우리의 영웅이 아닐 수 없다.

영웅이란 무엇인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하고, 지금의 내가 곁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고
그 사실을 잊지않고 끝까지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키며 행복하게 최선을 다해보는 삶 그 안에 있는 모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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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하얼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R**a | 2022.10.01 | 추천35 | 댓글53 리뷰제목
책은 안중근이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동양 평화’ 대의를 위해 권총 한 자루,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탄창 한 개, 그리고 ‘강제로 빌린(혹은 빼앗은)’ 여비 백 루블을 가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서른한살의 청춘 안중근을 이야기 한다. 김훈 작가는 안중근의 몸은 대의와 가난을 합쳐서 적의 정면으로 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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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안중근이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동양 평화’ 대의를 위해 권총 한 자루,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탄창 한 개, 그리고 ‘강제로 빌린(혹은 빼앗은)’ 여비 백 루블을 가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서른한살의 청춘 안중근을 이야기 한다.
김훈 작가는 안중근의 몸은 대의와 가난을 합쳐서 적의 정면으로 향했던 것인데, 그의 대의는 후세의 필생이 힘주어 말하지 않더라도 그가 몸과 총과 입으로 이미 다 말했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고 했다.

신문 속 이토의 사진 한장을 보고 이토를 죽이겠다고 말하는 안중근은 얼굴을 명확히 모른 상태에서 진행시키는 판단이 맞는지 총을 겨눈 후에도 몹시 궁금했을 테지만 묻지 않았다. 주변의 상황을 보며 이토를 겨눈 것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는 행동들은 진중하고 말을 아끼는, 내면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안중근으로 묘사가 되고 있다.

가족을 생각하면 일을 그르칠까하여 생각하지 않으려는 모습과 총을 겨누기 전 아이들과 처를 보지 않은 것이 거사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된 것이라 생각하며 가족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들은 고통이 얼만큼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절제된 문장들이 감정을 누르고 있음을 고스란히 느껴졌고,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안중근을 잘 표현된 것 같았다.

수의를 보낸 어머님의 기록보다 나는 세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부름에 아들들을 데리고 하얼빈으로 찾아간 김아려가 대단했다. 후기에서 김아려에 대한 기록이 없다고 나오고 살아 남은 아들, 딸마저 일본의 기획에 의해 이용당하는 모습을 보면 살아남은 자들 또한 죽음과 다를바없는 암울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안중근은 취조를 당할 때 응칠이라는 이름을 말한다. 안중근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밖으로 나도는 아들의 기질을 눌러 주느라고 무거울 중과 뿌리 근을 써서 중근으로 이름을 바꾸어주었지만 개명은 안중근의 기질을 바꾸지 못했다고 했는데 안중근도 스스로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한인을 대표하여 세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고 죽음을 이미 각오하며 잡힐 때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 코레아 후레(만세)를 외치는 장면은 내면에서 슬픔과 응원이 끓어올랐다.

생각보다 이토를 총으로 쏘는 내용은 아주 짧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소설에서는 안중근은 이토를 죽이는 것이 조력없이 홀로 실행하는데 이토를 죽이는 것이 성공하지 않을 수 있음에 대한 불확실함이 의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날들에 대한 걱정보다 ‘이토의 존재를 소거해야 한다’는 마음이 가리키는 바를 따르는 안중근의 뿌리처럼 내린 우직함이 안중근을 버티게 한 것은 아닐까.

나도 담담하게 청년 안중근의 삶을 잘 따라가며 읽고 있다 생각했는데 동생 안정근, 안공근이 안중근의 시신을 돌려달라며 감옥 문 앞에서 요구했지만 불가하다는 통보에 ‘땅을 치며 울었다’ 는 문장 하나에 가슴이 저민듯 슬펐다.

읽고 나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감정이 들었지만
이 무거운 감정을 오랫동안 잊지 않고 가지고 있고 싶다.

ㅡㅡㅡㅡㅡㅡ
<<책 속 기억에 남는 문장>>

일본군이 숭례문 문루에 기관총을 걸어놓고 일본군과 싸웠다. 일본군이 숭례문 문루에 기관총을 걸어놓고 쏘았다. 가리에 시체가 쌓였더. 한국군 병사들이 흩어져서 민가로 숨었다. 일본 군인들이 일본 여자를 앞세워서 민가의 내실을 수색했다. 잡히는 자들은 그 자리에서 때려죽였다. 달아나던 한국군 병사들은 고립된 일본 군인들을 만나면 묶어놓고 때렸더. 때려서 죽였다. P71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가늠쇠 너머에 표적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표적으로 시력을 집중할수록 표적은 희미해졌다. 표적에 닿지 못하는 한줄기 시선이 가늠쇠 너머에서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보이는 조준선과 보이지 않는 표적 사이에서 총구는 늘 흔들렸고, 오른손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는 방아쇠를 거머쥐고 머뭇거렸다.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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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372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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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대통령님이 추천하신 책이라 믿고 주문합니다!!!
1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1
j********n | 2022.08.19
구매 평점2점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뭘 기대한걸까
1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1
YES마니아 : 골드 짱* | 2022.08.10
구매 평점5점
윤대통령이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9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9
꿈**화 |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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