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5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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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446g | 148*210*30mm |
ISBN13 | 9788934943457 |
ISBN10 | 8934943459 |
발행일 | 2022년 05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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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446g | 148*210*30mm |
ISBN13 | 9788934943457 |
ISBN10 | 8934943459 |
MD 한마디
대한민국 대표 석학 최재천이 공부론. 그는 어쩌다 그렇게 공부에 삶을 바치게 된 걸까? 공부의 즐거움, 스승과 제자의 관계, 대한민국 교육이 놓치고 있는 점 등 교육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 손민규 인문 MD
전주. 삶을 즐길 권리-최재천 1부. 공부의 뿌리: 누구나 꽃피울 잠재력이 있다 제대로 교육을 생각할 시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배움과 깨움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주자 나에게 공부란 무엇인가 수학의 민낯을 보다 수포자에서 수학 천재로 거듭나다 시험과 평가가 달라지면 된다 2부. 공부의 시간: 끌려가지 않고 끌고 간다 공부의 집을 짓는 기술 스스로 길을 내며 방향 찾기 일에 휘둘리지 않고 삶을 지키기까지 홀로 있을 때 생각은 자란다 1주일 앞서 한다 3부. 공부의 양분: 읽기 쓰기 말하기 친숙함을 낯설게 하는 전략 쓰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칸을 막는 ‘불통’과 삶을 나누는 ‘소통’ 글쓰기가 키워내는 힘 공부의 한 축은 학습량 나의 생각이 자리 잡는 글쓰기 무엇을 어떻게 읽을까 독서는 빡세게 한다 까짓것 당당하게 말한다 겁먹지 않고 들이댄다 토론으로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간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오늘의 숙제 4부. 공부의 성장: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창의력은 경험에서 나온다 각자의 더듬이를 존중한다 마음이 가는 방향을 좇는다 스승은 제자의 발을 밟지 않는다 온몸으로 뇌를 깨운다 5부. 공부의 변화: 섞이면 건강하고 새로워진다 21세기 미래 지식 지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자 자연을 가까이하면 최소한 똑똑해진다 거름이 되고 꽃이 되고 우리는 왜 서로에게 배타적일까 승자독식 경쟁에서 공생으로 대학은 어떤 개혁을 준비해야 하는가 6부. 공부의 활력: 손잡아야 살아남는다 밥심은 우울의 처방전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 자존감을 높이는 기술 왕성한 활동의 비결 삶으로서의 배움 후주. 나의 공부 그리고 모두의 삶-안희경 찾아보기 |
이 책은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와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나눈 대담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최재천 교수의 삶과 그간의 공부를 토대로 인간과 자연, 그리고 교육과 공부에 대한 그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동물학을 전공한 교수답게 그의 문제 제기는 환경과 생태로부터 시작한다. 그간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로 15년간 수업을 진행한 과목도 ‘환경과 인간’이며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이 전공과목이 아님에도 자발적인 학생 모임을 만들어 일상에서 그 수업을 이어나갈 정도로 학생의 호응이 높았다. 심지어 수업을 듣고 진로를 바꾼 학생들도 상당수 발생하였다. 그의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은 “혼란스럽다”라고 반응하며 4년 동안 전공 공부를 포기하고 미얀마에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균형 잡힌 도시 발전을 위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고급주택화)을 저지하려 나서는 등, 특권과 특혜를 정의와 공정으로 바꿔나가며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였다. 분명 그의 수업은 지식전달이 아닌, 학생의 행동을 바꾼 실천적 수업이었다. 물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방향은 아닐지 몰라도 “인생은 깨달음을 향한 짧은 여정”이라는 관점에서 그의 수업은 바른 수업처럼 보인다. 그의 표현만큼이나 그야말로 그의 수업은 ‘남의 인생을 너무 휘저어놓은’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공부’를 실천하는 제대로 된 수업인 것이다.
그의 첫 문제 제기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생태와 환경에서부터 시작한다. 극심한 생물학적 불균형,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환경 파괴가 총체적으로 자연환경을 나쁘게 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고 최재천 교수는 말한다. 특히 그가 주목하는 것은 박쥐이다. 박쥐는 1,400여 종이 있는데 거의 열대에 살고 있다고 보면 될 정도로 완벽한 열대 포유동물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박쥐는 계속 온대로 이동하고 있는데 인간은 온대에 밀집해서 살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진이 지난 100년 동안의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박쥐의 분포를 계산했는데 박쥐의 새로운 중점 서식지 서너 곳 중 한 곳인 중국 남부에만 열대에 살던 박쥐 40종이 새롭게 유입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결과가 시대를 바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다.
농경을 시작하고 1만 2,000년이 지난 지금,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의 무게는 전체 포유류와 조류의 무게에서 96~99% 차지한다. 이는 지구 역사에서 보기 드문 반전의 결과인데, 불과 1만 년 사이에 야생동물이 1% 남짓으로 줄고 인간과 가축이 지구의 거의 99%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이주하려 할 때 만날 수 있는 생명체는 인간 혹은 인간이 기르는 가축일 수밖에 없기에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은 앞으로도 자주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최재천 교수는 말한다. 결국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불균형을 균형된 상태로 맞추는 것인데 혁신적인 조치나 방법을 찾을 길은 요원하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적 문제인 주입식 교육을 해소하고 교육을 지탱할 구조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부란 한 사람을 성숙시키는 길이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개체들이 모여 사는 이 세상을 사려 깊게 만드는 도구와 같다. 공부가 익을수록 우리는 관계를 보살피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삶으로서의 공부로 다가오는 것이다. 최재천 교수의 공부 이야기는 그의 특별한 경험에 대한 지나친 일반화로 혹자에게는 보일 수도 있지만, 교육의 본질에 대한 의미 있는 문제 제기이며, 공부란 인간에게 평생의 과업이라는 관점을 잘 설명해준다. 누구나 교육을 제대로 비판하고 있다고 여길지는 몰라도 사실 대부분은 그저 교육에 대한 불만, 편견, 오해를 뿜어내는 경우가 많다. 교육의 실제적 종사자의 실질적 경험에서 비롯되는 문제 제기가 사실 드물기 때문이다. 『최재천의 공부』는 우리가 엘리트 출신인 그에 대한 오해 가득한 시선을 거둔다면 교육을 제대로 경험한 노학자의 진정성 있는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다.
‘주객전도(主客顚倒)’, ‘본말전도(本末顚倒)’는 사회 현상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상황인데 그게 교육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다. 정신·육체적으로 건강한 다음 세대 양성을 위한 것이 교육이지만 실상은 모든 것이 입시와 진학이라는 결과에 따라 변질하거나 퇴색되어 버린다. 學問 如逆水行舟 不進則退,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학문은 물을 거슬러 가는 배와 같아서 나아가지 않으면 물러나느니라. 빨리하려 하면 이루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면 큰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부를 쉰다는 것은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올라온 길을 내려가는 것과 마찬가지인 마이너스 작업이다. 그걸 깨닫는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걸리느냐가 인생의 도에 빨리 도달하는 방법이다. 인생은 성공을 위한 길이 아니라 ‘자각(awakening)’, 스스로 깨닫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 외 모든 것은, 학교도, 제도도, 수능도, 결혼도, 종교도, 친구도, 가족도, 자식도, 모두 그저 작은 방편, 도구에 불과하다. “인생은 깨달음을 위한 짧은 여정이다(Life is a short journey to enlightenment).” 나머지 모두는 수단에 불과하며 심지어 나(我)조차도 깨달음을 위한 도구이기에 자각 이후에는 그저 잊혀질 불필요한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 방편에 불과할 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무아지경(無我之境), 마지막에는 나도 버리는 도구에 불과하다. 아(我) 조차도 집착할 필요가 없는데 돈, 명예, 물질, 사랑 등 나머지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다만 순서만 있을 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솔깃할만한 제목의 이 책은 ‘2022년 올해의 책’으로 뽑힌 베스트셀러다.
최재천. 생태학자, 생물학자. 서울대 교수 역임, 이화여대 석좌교수. 《과학자의 서재》, 《개미제국 발견》 등 30권이 넘는 책의 작가. 2020년부터 <최재천의 아마존>이라는 유튜브도 운영 중. 서울대 동물학과를 나와 펜실베니아 주립대에서 석사를 하고 하버드 박사까지. 누가 봐도 본 투비 수재인데 자꾸 손사래를 친다. 그 땐 서울대학 가기 쉬웠고, 그 중에서도 동물학과는 최하위 과여서 재수 끝에 2지망으로 붙은 거라고. 발끝도 따라갈 수 없는 내겐 이런 모습이 한 문제 틀렸다고 우는 전교1등의 엄살처럼 보이지만 학계의 탑들이 모인 곳에서 평생을 보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어쩌면 천재들 속에서 계속 좌절해봤기에 교만해지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고 결국 이런 책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은 최재천 교수와 저널리스트 안희경의 대화문으로 이루어진 대담집이다. 제목으로 알 수 있듯 최재천 교수의 공부 이야기가 주로 나오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독자가 궁금해할만한 질문과 추임새를 넣고 최 교수의 말을 정리하는 안 작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책의 본문은 기존 한국 교육의 공과에 관한 성찰로 시작된다.
비록 주입식일망정 수십 년간의 교육 덕에 우리의 의식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고 그 결과 코로나 위기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 잘 넘겼다고 말이다. 물론 서구인들 기준으로는 정부 지침에 잘 따르는 우리가 비민주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최 교수는 이를 정부에 대한 순종이 아닌 교육을 통한 집단지성의 성장으로 해석한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교육,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부의 뿌리, 공부의 시간, 공부의 양분, 공부의 성장, 공부의 변화, 공부의 활력으로 나뉘는 6개의 챕터에는 각각 잠재력, 자기주도 학습, 창의력 등에 관한 얘기가 경험담과 함께 나온다.
공부의 대가가 설파하는 비법인 만큼 짧은 리뷰에 다 담아낼 수 없는 좋은 이야기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부분을 몇 군데 소개해 보겠다.
다양하게 배우면서 쌓아가고 조금은 어설프게 흔들거리다 보면, 어느 순간에 관심이 가는 분야를 찾습니다. 그럴 때 저는 심도 있게 들어가도록 도움을 줍니다. 언젠가는 전반적으로 이해를 높이는, 쓸 만한 학습 성취 구조를 이룰 수 있다고 기대하는데요. 저는 교육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지금도 제가 지도하는 수업에서는 시험 대신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풀어보게 하죠. 자칫하면 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다른 분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 비해 기초가 조금 부족할 수도 잇어요. 제가 모든 걸 다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꼭 그렇게 꽉꽉 다져 넣고 확인하면서 가르쳐야 할까요
(p.84)
최 교수의 수업은 토론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며 평가 또한 시험 대신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풀어보는 과정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기초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수업의 목적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르치고 주입하고 다지는 대신 자유를 주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게끔 하는 수업이다.
수업의 결과로 스스로 공부를 찾아하고 자기만의 진로를 찾은 학생들이 많아졌다니 할 수만 있다면 이런 개방적인 수업이 이상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실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방법이 적용될 곳이 어디 있을까. 입시와 연관이 덜한 유치원, 초등학교. 그리고 대입이 마무리된 대학교육 이상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이상적인 교육에 앞서 사회적 안전망이 만들어져서 성적이 미래를 좌우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안 작가의 첨언처럼 대학입시가 미래를 결정하고 패자부활전이 없는 우리 사회에서는 요원한 이야기처럼 보였다.
독서는 일입니다. 빡세게 하는 겁니다. (p.144)
유튜브에서도 여러 번 듣던 말이다.
기획독서를 강조한다. 쉬운 책으로 시간낭비 하지 말고 어려워도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독서량을 늘려야한다고. 또한 평생 교육의 시대에는 젊은이 뿐 아니라 장년층 이후에게도 독서가 필수라고 설파한다.
그리고 궁금했던 최재천의 글쓰기.
수십 권의 책을 쓰고 교과서에도 여러 번 글이 실린 그의 글쓰기 비법은
‘일단 미리 쓴다. 계속 검토하면서 물 흐르듯이 넘어갈 때까지 손본다.’였다.
1주일 전에 미리 써놓고 끊임없이 문장부호와 조사를 고치고, 문단을 바꿔가며 글을 다듬고.
이게 비법인가 싶을 정도로 당연한 얘기지만 딴죽 걸 수 없는 모범 답안이다.
본래 잘 쓰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쓰는 건 쉽지 않을까 했는데 세상에 저절로 얻는 건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다윈의 이론을 핵심만 말하라 하면 상대성이에요. 다윈이 이야기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성입니다.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적응을 잘했으면 살아남을 수 있음을 설명해냈습니다.
그런데, 적자생존이란 말이 부각되면서 진화에 대한 오해가 생겼습니다.
(p.166)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 다윈 진화론의 핵심처럼 여겨지는 단어이다. 최상급 표현대로 가장 잘 적응한 하나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걸까.
그는 ‘적자생존’이라는 말로 인해 진화에 대한 오해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자연계에서는 가장 적응을 잘한 하나만 살아남고 다 죽는 것이 아니라 풍요로운 시기라면 모두 생존할 수 있고, 힘든 시기라도 가장 적응하지 못한 하나만 도태되므로 1등만 살아남는다는 생각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최재천 교수의 이야기 중에는 자신이 경험한 미국 명문대의 엘리트 수업을 이상적인 교육의 기준으로 삼고 독자를 설득하거나,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해 등록금 인하에 반대하고, 기부금 입학에 찬성하는 등 찬반이 엇갈릴만한 주장도 있다. 하지만 공부하여 얻은 바를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애쓰거나,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구체적인 개선방법까지 제시하는 모습에서는 평생 교단에 서온 교육자의 고뇌가 느껴진다.
한번이라도 공부로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모두 부정하기보다 배울 점이 있다면 하나라도 내 것으로 만드는 일. 그 또한 공부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