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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과의 산책

: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

리뷰 총점9.6 리뷰 139건 | 판매지수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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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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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512g | 140*210*23mm
ISBN13 9791198009050
ISBN10 1198009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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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자연과 공존을 시도한 세 사람이 만들어낸 기적
손민규 인문 PD (lugali@yes24.com)
2023-04-06

어린 시절 본가에서 개를 키웠다. 요즘에야 반려견과 함께 산다는 표현이 선호되지만, 그 시절에는 개를 키운다는 말을 썼다. 단독주택이었고, 개는 마당에 있는 개집에서 먹고 잤다. 20년 정도 개와 함께 살았는데, 다롱이나 꽃순이는 꽤 오래 살았고 그렇지 못한 강아지도 있었다. 집안에서 막내였던 나를, 개들은 그들보다 낮은 서열로 파악하긴 했지만 함께 놀 때는 즐겁게 어울렸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개들은 저마다 개성이 달랐고, 그들도 감정이 있었다.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었고, 감정에 따라 행동이 달라졌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동물도 인간처럼 나름의 사회 생활을 했다. 감정이 있었으며, 관계 맺는 방식에 따라 행동이 달라졌다.

『유인원과의 산책』은 오지에서 오랫동안 체류하며 야생 동물을 연구하는 동물학자인 샤이 몽고메리가 쓴 책이다. 유인원 연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세 사람을 다룬다. 그들은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이다. 세 사람 모두 남성 위주의 학계에서 전통적인 연구 방법론과 관점에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거대한 연구 업적을 남기고 유인원 보호에 앞장 섰다.

이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제인 구달은 침팬지를, 다이앤 포시는 마운틴 고릴라를, 비루테 갈디카스는 오랑우탄을 연구했다. 각각의 유인원은 저마다 다르다. 인간과 유전자 측면에서 가장 닮은 침팬지, 가족 중심적인 마운틴 고릴라, 홀로 다니는 걸 선호하는 오랑우탄. 이러한 유인원 연구는 유인원 자체를 향한 이해와 함께 인간 사회에 관한 통찰력도 제공했다.

세 연구자 모두 다 연구 대상을 향한 열정과 유인원을 향한 사랑이라는 공통점과 별개로 각자 성향이 달랐다. 마운틴 고릴라 보호를 위해 경비원을 고용하고 밀렵꾼과 전쟁한 다이앤 포시의 거친 스타일 - 그리고 결국에는 밀렵꾼에 살해당한다 - 과, 섬세함과 온화함으로 소통한 제인 구달의 스타일은 확연히 구분된다. 개성 넘치는 세 사람의 일화를 읽어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심하고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 사이 몽고메리의 에피소드도 영화 '인디아나 존스'보다 더 위험하고 흥미진진하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유인원이 등장하는 이 책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연과 생명체간 공존이다. 『유인원과의 산책』은 인간이 유인원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 책은 새로운 문화와 인간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제공한다. 유인원들의 생활 패턴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 사회를 향한 통찰력도 제공한다. 우리 사회를 향한 이해, 다른 사회를 향한 이해를 가능하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이 관계 맺는 데 핵심은 '신뢰'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만든이 코멘트 만든이 코멘트 보이기/감추기

안녕하세요. 이책의 저자 입니다.
2023-09-08
동물에 관한 책들로 잘 알려진 사이 몽고메리의 첫 책.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 고릴라를 연구한 다이앤 포시, 오랑우탄을 연구한 비루테 갈디카스의 이야기. 대학 졸업장도 없었던 세 젊은 여성들이 중요한 장기 연구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되고 전 세계 과학 연구(동물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낸 과정을 세심하게 묘사합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지닌 개성과 고유한 스타일, 이들이 연구하는 동물들의 특징, 이들의 연구 현장이 지닌 역사와 배경 등 풍부한 이야깃거리들이 소설 혹은 대하 드라마처럼 펼쳐집니다. - 돌고래 김희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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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유인원에 대해 열정적이었다. 다이앤이 살해되기 전 뉴욕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나는 세 여성을 한꺼번에 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들 각자가 '어떤 점에서 자신의 유인원이 가장 인간과 닮았는지' 보여주기 위해 상대를 앞지르려고 기를 쓰는 모습에 다소 의아했었다. 그들은 청중들이 자신의 동물에게 더 끌릴 수 있도록 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비루테는 오랑우탄이 눈자위가 하얗다는 점에서 인간과 가장 비슷하다고 말했다. 다이앤은 가족 집단의 탄탄한 결속력을 이유로 마운틴고릴라가 가장 인간을 닮았다고 주장했다. 제인은 침팬지의 유전 물질은 인간과 99퍼센트 동일하다며 침팬지가 인간과 가장 관련이 깊은 유인원이라는 사실을 애써 상기시키고자 했다. 그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 아빠가 너희 아빠 이겨.”라고 우기는 아이들, 혹은 서로 자기 손주가 더 잘났노라고 극구 앞세우는 할머니들을 떠올렸다. 그녀들 누구도 상대방 작업을 비방할 의도는 없었지만 자신이 사랑한 동물이 최고라는 신념은 결코 굽히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동물을 사랑했다. 그 사랑은 마치 자 식이나 배우자, 연인에 대한 사랑처럼 깊고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그 어느 것과도 다른 사랑이었다. 그 여성들과 그들이 연구한 유인원이 맺은 유대는 복잡하고 미묘하며, 간단히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었다.
--- p.34

비루테는 로드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것에 대해 특별히 원망하지는 않는다. 비루테가 야생 오랑우탄을 관찰하는 데 전력을 다한 7년 동안 로드는 찌는 듯 무덥고 거머리가 들끓는 늪지에 길을 내거나 인도네시아 관리와 협상하는 일에 열과 성을 다했다. 그곳에 도착한 처음 몇 달 동안 부부는 캠프를 인도네시아 정부가 압수한 생포 고아 오랑우탄을 위한 자연복귀 센터로 사용했다. 그때부터 비루테와 로드는 자신들을 물고 자신들에게 매달리며 소리를 질러대는 어린 오랑우탄을 한꺼번에 다섯 마리까지 침대에 함께 데리고 지냈다. 그 오랑우탄들은 먹을거리를 찾느라 침대 매트리스 솜을 마구 풀어헤쳐 놓거나 움막의 초가를 떼어 냈다. 식탁에서는 쌀을 마구 입에 쑤셔 넣고, 사람이 보지 않으면 마시는 차에 몰래 알약을 집어넣었다. 샴푸를 들이마시고 치약을 삼키고 만년필 잉크를 쭈욱 빨아먹기도 했다. 로드는 비루테를 떠나면서 낙심한 어조로 "당신은 나보다 오랑우탄을 더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 p.36

비루테는 오랑우탄이 머릿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아는 척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에게 기억력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똑똑히 알고 있다. 1987년 비루테는 밀림의 차양부에서 퍼른과 프란을 다시 보았다. 10년 남짓 만에 만난 그들 모녀는 서로를 알아보고 껴안았으며 나흘 동안 함께 지냈다.
--- p.55

나이 많은 플로는 역사에 대한 감각을 지녔다. 그녀는 제인이 그때껏 상상할 수 없던 수십 년간의 고통, 출생과 죽음, 승리와 슬픔을 경험했다. 이 늙은 침팬지는 전투의 상흔을 몸 이곳저곳에 간직하고 있다. 너덜너덜해진 귀는 과거의 사건과 병마, 이기고 진 숱한 전투를 증거해 주었다. 제인은 플로에 대해 "최후까지 강인하게 살아남은 자"라고 찬미하듯이 말했다. 플로는 자신의 젊음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제인은 그 점이 늘 궁금했다.
--- p.61

제인은 인간이 자신을 인간이라고 규정하는 특성들, 즉 인간 의 상상력, 인간의 유희, 접촉하며 서로 맺는 관계 등의 기원을 바로 이들 침팬지에게서 보았다. 곰베 침팬지의 삶에서 제인은 인간의 유산을 보았고 우리 혈통의 먼 과거를 보았다. 그리고 플로의 깊은 눈동자에서는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 p.66

다이앤 포시는 어렸을 적부터 천식을 앓았고 10대 시절에 이미 골초였다. 대학을 졸업하며 찍었던 폐 엑스레이 사진은 마치 "뉴욕의 도로 지도에 로스앤젤레스의 도로 지도를 겹쳐 놓은 모습" 같았다. 그후 산소가 부족한 중부 아프리카의 비룽가 화산 분화구 고도에서 8년 동안 살아온 지금, 차갑고 다습한 밤 공기를 들이마신 그녀의 폐는 거의 못쓰게 되었다.
--- p.86

그날 디짓과 다이앤은 깊이 오래 소통했다. 당시 디짓은 이미 다이앤을 7년 동안이나 알아 왔다. 그녀는 디짓이 소년에서 젊은 검은등으로, 그리고 이제 은백색등의 보초로 성장하기까지 변함없이 함께 있어 주었다. 디짓은 자기가 다섯 살이 되기도 전에 죽었을 수도, 아니면 그 집단을 완전히 떠나버렸을 수도 있는 제 어미보다 다이앤을 더 오래 겪어 왔다. 마찬가지로 다이앤이 처음 그를 발견하고 약 1년 만에 자연사한 늙은 은백색등 아비보다도 그녀를 더 길게 경험해 왔다. 디짓이 아홉 살이 되었을 때 제4집단에 속한 동갑내기 암컷이 셋이나 그의 곁을 떠나갔다. 젊은 암컷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로 경쟁 집단의 은백색등에게 납치당한 것이다. 디짓은 그들 대신 다이앤을 놀이친구로 삼았다. 그는 때로 다이앤과 가까이 걷기 위해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기도 했다. 디짓은 다이앤의 물건을 만지거나 그녀의 장갑이며 청바지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으며 그녀의 긴 갈색머리를 살짝 잡아당기기도 했다.
--- p.92

성년 고릴라는 자기 가족을 방어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싸운다. 밀렵꾼이 동물원에 매매할 목적으로 고릴라 새끼 한 마리를 빼내려 할 때 성년 가족을 몰살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p.95

처음에 다이앤은 그 동물을 멀리 숨어서 숨 죽인 채 관찰했다. 그러고 나서는 여러 달 동안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먼저 그들이 만족스러울 때 토해 내는 소리를 흉내 냈다. '나움 나움 나움' 하며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나오는 맑은 소리를 낸 것이다. 야생 샐러리 줄기를 와삭와삭 씹어먹기도 했다. 또 고릴라처럼 몸을 구부정하게 하고 눈길은 다른 데로 돌린 채 제 몸을 오랫동안 박박 긁기도 했다. 마침내 다이앤은 그들 몸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만큼, 그들이 하품할 때 입 천장에패인 이랑을 볼 수 있을 만큼, 또 쌍안경 없이도 사람처럼 생긴 검은 손톱의 표피를 관찰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그들에게 접근하기에 이르렀다.
--- p.95

한 번은 다이앤이 좁고 가파른 골짜기 반대편에서 제4집단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힘이 달려 그쪽으로 건너갈 수 없었다. 그때 그녀를 본 엉클버트가 무리 전체를 이끌고 골짜기를 가로질러 그녀 쪽으로 건너왔다. 디짓은 행렬의 맨 끄트머리에 서 있었다. 다이앤은 이렇게 썼다. "이윽고 그는 내게로 와서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그들에게 주고 싶었다." 다이앤은 이따금 기쁨에 겨워 울었다. 그녀는 선택받은 것이다. 야생 고릴라는 한사코 그녀에게 다가왔다.
--- p.99

이언은 그날 다이앤이 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거의 초인적으로 감정을 억제했다고 회상했다. 아무리 통곡해도, 어떠한 주문을 외거나 기도해도 디짓을 잃은 그녀의 고통 이 줄어들 수는 없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다이앤은 일기장 한 바닥을 오직 한 단어만 계속 쓰고 또 쓰며 채웠다. "디짓 디짓 디짓 디짓 디짓......."
--- p.115

하지만 제인은 그날 밤 노천에서 잠을 자면서 아무런 실험도,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의 연구는 오직 신뢰만을 무기 삼아 접근했다. 제인은 침팬지가 침묵하는 그녀를 자신들 삶으로 받아들여 주기만 바랐다.
--- p.157

초기 18개월 동안 제인은 측량으로 연구를 수량화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숫자가 아니라 언어를 기록했다. 어떤 이론을 가지고 시작하지도 않았다. 대신 자기 앞에 펼쳐지는 드라마를 기꺼이 수용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적었다. 그녀는 어떤 일반적인 전형이 아니라 각 개체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인의 침팬지는 숫자화된 것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각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동물행동학이 점점 더 이론적이고 비인격화되고 실험적으로 통제되고 통계화되고 있던 때 그녀는 직관적이고 인격적이고 수용적인, 그리고 내러티브적인 접근법을 고집했다.
--- p.169

제인의 케임브리지 대학 지도 교수 로버트 힌데는 그녀의 방법론에 당혹감을 표했다. 힌데는 그녀에게 측량하여 수량화할 것과 양적인 분석을 할 것을 강요했다. 그는 "곰베로 돌아가면 침팬지가 음식을 먹는 장소와 그들이 노니는 숲 차양부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라."라는 식으로 제안했다. 힌데는 내러티브가 아니라 숫자만이 과학적 진실을 말해 줄 수 있으며, 직관이 아니라 통계만이 경험적 실재를 보여 줄 수 있다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존경받는 영국 동물행동학자 힌데는 당시 자연주의자에서 과학자로 변신하려고 분투하는 그 분야 종사자들 가운데 선두에 서 있었다. 독학했던 19세기와 20세기 초 대표 연구자로 꼽히는 자연주의자는 다만 노트에 휘갈긴 글씨로 기술할 뿐이었다. 한편 1960년대에는 흰 가운을 입은 명민한 젊은 남성 과학자들 이 새로 부상하면서 세계 구원자로 여겨졌다.
--- p.170

할로의 실험은 영장류의 정신과 감정을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정교한 수준으로까지 통제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그가 고안한 실험 장치들은 크리스마스 쇼핑 목록처럼 즐비하다. '절망의 우물'은 연구를 목적으로 새끼 원숭이의 극심한 우울을 유도하려고 설계된 독방이다. 그는 실험자가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나타나도록 되어 있는, 쇠못을 감춘 대리모 '철의 여인'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 고안물도 그가 제작한 다른 '사악한 어미들'과 마찬가지로 어미가 태생적으로 고통을 주고 악독할 때조차 새끼는 어미의 위로를 절실하게 필요로 함을 보여 주었다. 그는 '강간대'를 개발하기도 했는데, 이는 인공적으로 암컷 원숭이를 수태 시키는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장치다. 할로는 다른 실험실에 연구대상 동물 새끼를 제공하기 위해 건강한 야생 상태의 동물이 낳을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새끼를 인공수단을 통해 얻어 내기까지 했다.
--- p.185

"자연은 마땅히 그런 과정을 거쳐 소멸하게 마련이라면서 이러한 행위에 눈살을 찌푸리는 과학자들도 있다." 제인은 초기 26 년 연구의 학문적 성과물인 『곰베의 침팬지』에 이렇게 썼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 여러 장소에서 많은 동물에게 이미 상당 정도로, 그것도 대개는 아주 부정적인 방식으로 개입해 왔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긍정적인 개입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p.190

혼자 남았다는 공허함이 몇 주 동안 그녀를 괴롭혔다. 다이앤은 루이스가 그렇게 가져가라고 우긴 단파 라디오를 들을 마음도, 자신이 챙겨온 대중과학 서적을 읽을 생각도, 심지어 타자기를 사용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그녀는 "바깥 세계와 교신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나를 더욱 심한 외로움에 빠뜨릴 뿐이었다."고 썼다. 다이앤은 칠흑 같은 아프리카 밤의 심연 속에서 갈망과 외로움을 마주하고서야 비로소 스스로를 정화시킬 수 있었다. 엄혹한 고독에 힘입어 자신을 비워낸 뒤 맑고 넓은 그릇이 된 그녀는 비로소 연구 대상 동물의 삶으로 그 자리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 p.218

다이앤이나 그녀의 고릴라는 제인이나 그녀의 침팬지와 비교해 볼 때 결코 동일한 정도로 각광받지 못했다. 다이앤은 고릴라의 삶에 관해 중요한 사실들을 밝혀냈다. 암컷은 자발적으로든 경쟁자 은백색등의 습격을 통해서든 출신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옮아가기도 한다는 사실, 습격한 은백색등은 종종 교미 할 때 암컷을 흥분시키기 위해 그 암컷 새끼를 죽이기도 한다는 사실, 고릴라는 영양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자신이 배설한 똥을 다시 주워 먹기도 한다는 사실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들은 육식, 도구 사용,동족 잡아먹기, 전쟁 등 훨씬 더 인간과 유사한 존재로 보이도록 만드는 침팬지 행동에 가려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 p.240

하지만 비루테와 루이스의 첫 만남 이후 오랑우탄 연구를 위한 자금 지원을 보장받기까지는 2년 반이 넘게 걸렸다. 출발 시기가 턱없이 오래 지연되자 루이스는 언젠가 그녀에게 오랑우탄 대신 자이르에 있는 보노보를 연구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다이앤이 끝까지 마운틴고릴라를 고집했듯이 비루테도 오랑우탄을 연구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 p.268

오랑우탄은 자신들 면모를 아주 서서히 드러냈다. 8년이 지나서야 비루테는 오랑우탄이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수컷이 25초 동안 나무토막을 이용해 궁둥이를 긁은 것이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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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부디 한 사람이라도 더 이 기적 같은 책을 읽었으면 하는 간곡한 마음으로 논픽션 중에서 단연 가장 많이 추천하고 다녔던 책이 드디어 복간되어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말 그대로 완전히 압도당했다. 세 여성 과학자가 유인원들과 교감을 넘어 측량 불가한 사랑에 빠지는 과정, 그 사랑에 목숨을 걸고 서서히 온 삶을 바쳐가는 과정, 그 사랑을 감당하는 방식의 차이가 비슷하게 시작했던 세 여성의 삶을 현저히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과정을 좇는 일은 숨 막힐 정도로 감동적이면서 잠깐씩 읽기를 멈추고 한참 울어야 할 정도로 애끓고 아프다. 남성 지배적인 경험과학의 금기를 부수며 그들이 집요하게 밀고나간 연구가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이뤘듯이, 그들의 발자국을 한 발 한 발 따라 걷는 듯 생생히 담은 이 책도 여느 위대한 문학작품 못지않은 성취를 이뤘다. 읽고 나면 동물과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커다란 스케일의 시선 하나가 마음에 단단히 심겨지고, 그로 인해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 김혼비 (작가,『다정 소감』)
가진 것이 변변찮았던, 심지어 대학 졸업장도 없던 20대 여성 셋이 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기적 같은 이야기. 그들은 자격증을 따거나 남들이 그럴듯하다고 여기는 직업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일단 도전하고 부딪쳤다. 그들의 ‘용기’를 10대, 20대가 읽고서 느끼면 좋겠다. 영장류를 연구하던 세 여성 과학자의 선택은 또 얼마나 흥미로운가.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을 보호하고자 한 명은 총을, 한 명은 마이크를, 한 명은 찻잔을 들었다. 각각의 선택이 낳은 이야기를 따라서 읽다 보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그들이 평생 고민하고 시도하며 찾아낸 ‘지혜’까지 배울 수 있다. ‘용기’와 ‘지혜’를 주는 보석 같이 빛나는 책이다.
- 강양구 (『강양구의 강한 과학』)
명료하고 유려하고 세련되고 신선하다. 유명 여성을 다룬 수많은 전기가 한담과 시시콜콜한 가십들을 다루다가 내용이 꼬여버리는 것과 달리 이 놀라운 책은 그런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한다. 몽고메리는 생기발랄하고 빈틈없고 다정다감한 발군의 작가다. 이 책은 결국 ‘3인방’이라고 알려지게 되는 세 여성에 관한 전기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그들이 유인원과 맺은 관계를 다룬 전기다.
-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 (『개의 숨겨진 삶』)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가 우리를 유인원의 세계로 인도했다면, 몽고메리는 현대의 샤먼인 이 세 여성을 온정적으로 깊이 이해하도록 우리를 인도한다. 또 인간과 나머지 생명체 사이에 가로 놓인 거리를 좁혀 볼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깨닫게 해 준다.
- 팔리 모와트 (『울지 않는 늑대』)
열다섯 번째 생일을 맞는 조카에게 야생의 증거로서 선물할 참이다.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그리고 비루테 갈디카스가 뛰어든 작업을 친절하게 소개하는 연구서일 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드리운 야생, 특히 여성들의 맹렬한 헌신을 일별하게 하는 책이다. 여성 전사들의 세계에 오신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
- 캐슬린 노리스 ([헝그리 마인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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