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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언어

산책의 언어

: 발견하고 경험하게 하는 자연의 말들

우숙영 저 / 이민선 그림 | 목수책방 | 2022년 08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8건 | 판매지수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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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언어 (큰글자도서)
[도서] 산책의 언어 (큰글자도서)
우숙영 저/이민선 그림 목수책방
0% 41,000
산책의 언어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12g | 139*195*30mm
ISBN13 9791188806348
ISBN10 1188806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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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만든이 코멘트 만든이 코멘트 보이기/감추기

안녕하세요. 이책의 저자 입니다.
2023-09-08
새로운 언어는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는 열쇠입니다. 《산책의 언어》는 자연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을 볼 수 있도록, ‘언어’라는 돌다리를 놓아 주는 책입니다. 사전과 에세이를 결합한 형식의 이 책에는 수많은 자연 관련 단어가 등장합니다. 이미 익숙한 단어라면 그 뜻을 다시 음미할 수 있고, 처음 본 낯선 단어라면 그 단어 때문에 새롭게 내 주변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펼쳐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산책의 동반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퇴근 길에 만나는 풀과 나무도, 매일 보는 하늘도, 사랑하는 반려동물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늘 밑은 서늘하고 햇볕 밑은 따스한 봄. 바람 부는 어린잎 사이로 볼 수 있는 햇싸라기는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러운 움직임이다. 소시락소시락 가벼운 바람이 불 때마다 연둣빛 어린잎 사이로 물빛 하늘과 볕뉘가 일렁인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애를 쓰다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어떻게 찍어도 눈으로 보는 풍경보다 아름답지 않다. 어떤 좋은 카메라에도 담을 수 없는 빛여울볕내가 정수리와 어깨로 위로 살금살금 떨어진다. 축축하게 젖었던 마음도 햇살의 빛과 볕에 천천히 말라 간다.

달은 변덕쟁이가 아니다. 매일의 모양도 보이는 시간도 달라 변덕스럽게 느껴지지만, 그 움직임과 변화는 규칙적이다. 우리가 달의 사정을 알 만큼 오랜 시간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달은 우리의 관심과 사랑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달은 달만의 호흡으로 오늘도 묵묵히 가깝고 멀게 지구를 돈다. 차고 이지러지며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산다.

어둠이 골고루 내린 밤.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찾아본다. 북두칠성과 닻별은 찾았지만, 나머지는 쉽지 않다. 아쉬운 마음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다 서로 떨어져 있는 아무런 사이도 아닐 별 두 개를 찾아 선을 그었다. 주변에서 총총 빛나고 있는 다른 별들도 찾아 이었다. 공식적인 별자리는 아니지만 괜찮다. 어차피 밤하늘의 이야기는 제각각 떨어져 있던 서로 상관없던 별 사이를 이은 하나의 몸짓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산책길에 나뭇등걸을 보았다. 많은 사람이 쉬어 갔는지 조금 매끈하다. 그루터기에 앉는 대신 가만히 옆에 앉아 손으로 나이테의 흔적을 따라 그렸다. 나무가 살아온 세월을 읽었다. 마주 닿은 손끝을 통해 나무도 읽었을지 모르겠다. 살아온 대로 기록된 날것의 인간 삶을.

아름답고 유익하기만 한 나비는 없다. 징그럽고 해롭기만 한 나방도 없다. 그저 인간이 그어 놓은 선일 뿐이다. 오직 인간만이 다름을 찾아내 ‘너’와 ‘나’를 나누고, 옳고 그름을 규정한다. 물론 나비와 나방은 인간이 부르는 이름과 편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나비와 나방은 오늘도 인간이 그어 놓은 선을 훌쩍 넘어 자신의 의지로 꽃을 쫓고 빛을 따른다.

이동하는 삶과 정박하는 삶. 그 사이에서 새들은 자신의 형편에 맞게 머물고 떠난다. 떠나는 것에도 머무르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다. 오늘도 철새와 텃새는 자신의 부리칼깃을 다듬으며 내일을 위해 용감하게 떠나고, 씩씩하게 오늘을 산다.

눈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날씨 중 가장 감각적인 날씨다. 만질 수 있고 뭉칠 수 있다. 밟을 수 있고 그 위에 누울 수 있다. 냄새를 맡고 먹어 볼 수도 있다. 겨우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내린 자국눈은 금세 사라지지만, 깊게 쌓인 길눈은 단단하게 굳어 사람이 건널 수 있는 눈다리가 된다. 싸락싸락 내린 쌀알 같은 싸라기눈사박사박 쉽게 밟고 걸어갈 수 있지만, 발등이 빠질 정도로 내린 발등눈뽀드득 소리와 함께 발이 푹푹 빠진다. 고체였다가 액체가 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쌓이기도 한다. 눈에는 고정된 감각이 없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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