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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리뷰 총점9.7 리뷰 35건 | 판매지수 1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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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96g | 135*215*13mm
ISBN13 9791198009029
ISBN10 1198009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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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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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아이 돌봄은 엄마의 몫이다. 내 일과 육아 사이에서 많은 엄마가 힘들어 한다. 이 책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단단하게 성장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러 이야기가 담겼다. 일단 힘부터 빼자.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내려 놓자. - 손민규 인문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 서수연 | illustration
· editor’s note | 돌보며 읽고 쓰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존중과 응원의 말
· 정서경 | 진짜가 아닌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
· 서유미 |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일
· 홍한별 | 아이를 버리고 도망쳤던 기억
· 임소연 |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존재들과 살아가기
· 장하원 | 지식에 대한 생각을 바꾼 양육
· 전유진 | 사라지는 마법으로 사라지지 않기
· 박재연 | 여러 세계를 연결하며 살아가기
· 엄지혜 | 돌봄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말해주는 것
· 이설아 |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서로를 끌어안을 때
· 김희진 | 양육 간증: 나를 잃었다 찾은 이야기

저자 소개 (1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 정서경 | 진짜가 아닌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
- 정말로 아이에게 모든 것을 내주었다. 자고, 먹고, 씻고,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보고, 거울을 보는 나 자신. 아이를 재우고 기진맥진해진 밤이면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가슴이 느껴졌다. 돌아보면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중요하지 않은 쓰고 싶지 않았다. 진짜 사랑이 아닌 것은 쓰고 싶지 않았다.
--- pp.42~43

· 서유미 |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일
- 공원의 벤치에 앉아 하늘과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어떤 시기에도 아이는 자란다는 것과 어떤 일도 결국에는 지나가리라는 사실만이 희미한 위안이 되었다.
--- p.53

- 아이를 낳은 뒤 나는 줄곧 어떤 방향의 생각 쪽으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것은 대부분 후회와 관련된 것이었고 들여다보면 검게 출렁였다. 시간이 많았다면 소설을 더 잘 쓰지 않았을까, 돌아보는 게 대표적이었는데 그 생각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버텼던 건 그게 진실이 아니라는 걸 내가 더 잘 알았기 때문이다.
--- p.55

· 홍한별 | 아이를 버리고 도망쳤던 기억
- 베이비시터가 놀이터에서 아이의 주의를 끄는 동안 나는 몰래 도망쳤다. 아이를 울리지 않으려고 속였다. 아이가 울면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면서 일을 하는 게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몰래 도망쳤다.
--- p.69

- 내가 우는 아기를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도망친 적이 있으니까. 내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아이를 외할머니집으로 보내버린 적이 있으니까. 어린이집에서 아침에 울고불고하는 아이를 두고 사정없이 돌아 나온 적이 있으니까. 그렇게 내가 내 아이를 무수히 버렸으니까. 세상 모든 엄마는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아이들은 모두 가엾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라서 된 모든 어른, 한때 아이였던 사람도 모두 가엾다. 세상의 모든 여리고 약한 자들, 아이, 노인, 소수자, 장애인, 빈민, 외국인, 난민은 가엾다.
--- pp.74~75

· 임소연 |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존재들과 살아가기
- 임신 중 매일매일의 성취감도 컸다. 나는 그저 매일 먹는 세 끼를 먹을 뿐인데 배 속의 아이가 쑥쑥 커갔다. 임신 중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나에게는 임신 기간이 내 연구를 하면서 동시에 다른 일을 하는, 효율성 두 배의 시간이었다. 성취감, 한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은 나같이 성취감에 미친 여자한테는 최고의 일이었다. 와, 남자들은 이걸 모른단 말이지? 이 존재의 충만함을 모른다는 거지? 내 몸 안에서 다른 한 인간이 만들어지는 이 감각을 전혀 모른다는 거지? 내 안의 이 엄청난 생명력과 역동적인 힘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거지?
--- p.81

· 장하원 | 지식에 대한 생각을 바꾼 양육
- 아이의 개성을 지켜주는 것과 아이의 일탈을 교정하는 것 사이에서 보호자들은 종종 망설이지만 그때그때 결정을 내리고 그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동원되는 과학적 지식과 옆집 엄마의 노하우는 충돌하고, 소아정신의학에서 주양육자에게 요구하는 책임과 한국사회가 주문하는 이상적인 어머니상은 모순된다. 이런 분열 속에서 많은 엄마들은 꿋꿋하게 아이의 몸과 마음을 보조하고, 아이를 더 잘 돌보기 위해 갖가지 지식과 정보를 체화하고, 민감하면서도 정서적으로 안정된 엄마가 되기 위해 마음을 추스른다. 그렇게 돌보는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엄마가 된다.
--- pp.110~111

· 전유진 | 사라지는 마법으로 사라지지 않기
- 출산과 육아를 하는 것에 관해 당사자가 아니면 그 어떤 말도 보태지 말자, 마치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생각하자는 말이 아니다. 육아란 스스로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변화의 과정이며, 때로는 그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선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과정이라는 사실에 대해 최소한의 사회적 공감을 원한다.
--- p.129

· 박재연 | 여러 세계를 연결하며 살아가기
- 걸핏하면 불쑥 고개를 들어 나를 좀먹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법도 조금씩 배워간다. 밥을 지으면서도 글을 지을 수 있음을, 돌봄의 영역 바깥에서 나를 실현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사실과 어긋나는 것이 아님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 p.146

· 엄지혜 | 돌봄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말해주는 것
- 부모가 되기 전이었다면 스쳐 지나쳤을 말들이 마음속에 수시로 박혔다. 인터뷰이가 부모인 경우, 양육에 관한 질문을 빼놓지 않았다. 공감의 진폭은 저절로 커졌다. [……]부모가 된 후, 나의 시선은 생활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집중됐다. 타인에게 더 친절한 사람, 여유가 있는 사람, 젠체하지 않는 사람은 누군가를 돌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 pp.157~160

· 이설아 |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서로를 끌어안을 때
- 생물학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낯선 타인들이 만나 가족이 되는 건 미디어에서 보는 것처럼 아름답기만 한 일도, 쉬운 일도 아니다. 한 아이를 품기까지 거치는 수많은 감정적 혼란, 인식의 변화, 끝도 없는 기다림의 시간은 상상 이상의 인내와 헌신을 요구한다.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쓰며 헌신하는 일은 자신을 먼저 건강히 돌보는 시간이 없다면 견뎌내기 힘든 과정이다. 아름답고 선한 일이라는 핑크빛 꿈만으로는 절대 완주할 수 없는 길, 평생 나와 우리 가족, 내 삶으로 들어온 아이와 아이 뒤에 연결된 모든 인연을 돌보는 여정이 입양이다. 그래서 나는 부지런히 이 생태계를 오간다. 홀로 가면 안 되는 이 길의 길목을 지키는 중이다.
--- p.172

· 김희진 | 양육 간증: 나를 잃었다 찾은 이야기
- 어느 날 주변을 둘러보니 이런 여자들이 보였다. 어떻게 해서든 사회에서 내 몫 이상을 해내려는 여자들. 마치 늘 쓸모를 증명해야 존재할 수 있다는 듯이 그렇게 계속해서 자기를 몰아붙이는 여자들. 예전엔 그냥 대체로 여자들이 더 근성 있고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어서 그런 건 줄 알았다. [……]그 여자들에게도 꼭 말해주고 싶다. 증명하지 않아도, 입증하지 않아도, 논리적으로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당신들이 태어나 자라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충분히 수용받았다면, 당신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권리감 있는 인간들이 되었을 거라고. 그렇게 해서 열심 끝에 마주하는 결말이 번아웃이 아니라 창조적인 삶이 되었을 거라고 말이다.
--- pp.187~188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열한 명의 필자들이 열한 가지 색깔로 드러내는,
다양하고 복잡한 돌봄과 작업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다양한 조건에서 양육을 하는 여성들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엄마됨’, ‘양육’, ‘모성’ 같은 오해받기 쉬운 주제에 대해 용기 있게 발언하거나 표현해온 매력적인 필자들이다. 물론 독특한 방식으로 자기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는 필자들이기도 하다. 외동을 키우거나 아이 셋을 키우거나, 직접 낳았거나 입양을 했거나, 아이가 어리거나 크거나, 아이의 기질이 예민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베이비시터의 도움을 받거나 조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아무 도움도 못 받거나, 파트너와의 관계가 협조적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풀타임 직장에 다니거나 프리랜서로 일을 하거나,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결혼과 출산에 익숙한 문화에서 자랐거나 그렇지 않거나, 아이 먹거리나 교육에 힘을 쓰거나 그렇지 않거나, 양육서를 읽거나 읽지 않거나. 열한 명의 필자들은 이 다양한 변수들을 통과해 나름의 선택을 하고 또 그 선택에 대해 나름의 책임을 지는 과정을 공유한다.

이 책은 돌보면서 작업을 할 때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 혹은 올바른지 따지지 않는다. 열한 명의 필자들이 돌보면서 작업하는 방식은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많은 필자들이 고백하듯 한 사람의 선택 안에서도 일관성보다는 모순이 두드러질 때가 많다. 가령 우리는 엄마들에게 너무 쉽게 모순적이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는 양육 지침 때문에 상처받고 자책하고 분노하지만, 또 누구보다 열심히 그런 지침들을 수집하고 시도해보기도 한다. 또 아이의 교육 문제라는 예민한 주제에서는 어디까지가 아이의 개성을 함양시킬 지원이며, 어디부터가 과도한 개입인지에 대해서도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방식으로 책임진다. 또 아이와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 붙어 있는 것과 아이와 잘 분리해 떨어져 지내는 것 사이에서도 양육과 작업을 지속시키기 위한 각자의 방침은 다양하고 복잡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양육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언어들은 지나치게 명료하고 단호하고 해맑고 건전하고 평가적이다. 이런 언어들을 훨씬 더 복잡하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 가치판단의 언어가 아니라 관찰과 숙고의 언어로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여성에 대한, 여성의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와 전통과 과학과 자연의 요구가 얼마나 모순으로 점철되어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모든 사소하고 하찮은 모성적, 양육적 선택에도 엄마들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마디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유사한 상황이 반복된다고 해서 항상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없다. 이렇게 정답이 너무 많고 늘 바뀌는 상태에서 현대의 양육자들은 오히려 끝없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소리를 듣고 가장 어두운 욕망까지도 직시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많은 것들을 판단하고 가르치려고 드는 ‘엄마됨’에 관한 언어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데에는 큰 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열한 명의 필자들은 모두 정직하고 용감하게 가장 내밀한 이야기들을 공유해준다.

읽고 쓰고 만드는 여자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존중과 응원의 말들


돌봄과 작업이 서로 경쟁하거나 협력하기만 하는 잘 구획된 삶의 측면일 리는 없다. 돌봄과 작업은 서로 뒤섞인 채로 닥쳐온다. 이 책에서는 ‘돌봄’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양육과 여성에 대한 단순화된 언어들을 피하고자 한 것처럼, ‘작업’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직업, 일에 대한 통념을 피하고자 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읽다 보면 각각의 필자들이 지금 왜 그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지가 은연중에 드러난다. 이런 이야기들이 쌓여서 직업, 몰입과 창조성과 성취에 대한 새로운 모델들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작업’이라고 함으로써 일의 창조적인 측면이 조금 더 강조되기를 바랐지만, 창조적인 일을 순수한 예술의 영역에 가두지는 않았다. 연구든 예술이든, 다른 종류의 글쓰기든, 번역이든 인터뷰든 상담이든, 혹은 아직 이름이 없는 어떤 일이든 모두 창조적인 과업의 범주에 속한다고 믿는다. 작업이란 외부의 잣대나 규정과 무관하게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하는 일이다. (조금 겹칠 수도 있지만) 취미와도 다르고 직업과도 다르다.

이런 주제로 단순히 유명인들의 직업적 성취를 자랑하는 홍보물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읽힐 만한 출간물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 책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으리라는 확신 덕분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은 대체로 자신의 일을 양육만큼이나 소중한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게 된다. 양육을 기점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업으로 바꾸는 경우도 많다.(물론 양육이 시간과 체력 등의 자원을 엄청나게 잡아먹는 활동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양육에는 그런 힘이 있다. 하염없이 아이가 집중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기다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러는 사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포기하게 만들고 또 나에게 더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숙고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온전히 나의 욕망(욕심), 나의 자원, 나의 곤란에 집중하다 보면 이전보다는 더 명료하게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그런 과정에 있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책이다.

이렇게나 다르지만 이렇게나 공감이 가는,
웃기다가 슬프다가 아름답다가 서늘한 이야기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이야기들은 앞서 말한 대로 모두 다르고 때로 모순되는 것처럼 읽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할 정도로 모두 내 이야기처럼 읽힌다. “그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했지만 “사람은 너무 비싼 걸 사면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후기를 남긴다던데 어쩌면 난 아이들을 키우는 데 너무 많은 걸 투자했는지도 모른다.”고 쓴 정서경의 사실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자조적 고백도, “열 살 된 아이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그 속에 좀 더 어린 아이, 그보다 더 어린 아이가 들어 있을 것 같다.”는 서유미의 정확한 비유도 양육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다.

“동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놀이터에 데리고 나온 아기들이나 책가방 메고 초등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마주치면 예전처럼 '귀엽다'는 감정이 아니라 '가엾다'는 감정이 먼저 든다.”며 아이에게서 도망친 기억을 들려준 홍한별의 이야기는 돌봄의 마음이 어떻게 더 넓은 연대로 확장될 수 있는지 의외의 방향에서 드러낸다. “한 인간을 잉태해서 키워내는 수많은 여자들의 말씀이 포함되지 않은 철학은 아무리 고상해도, 아니 고상할수록 더더욱 ‘다 무효다!’라고 외치고 싶다.”는 임소연의 씩씩한 선언은 이 책의 출판 가치를 웅변해주는 듯하다. “인류의 수많은 여자들이 이 일을 해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양육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끊임없이 이야기되어야 한다.”

한편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여 성공에 이르는 영웅담은 육아에 어울리지 않는다. 육아의 서사는 그리 단순하지 않으며 단순해서도 안 된다. 그런 맥락에서 일과 육아에 모두 성공했다는 알파 우먼에 대한 기사를 그만 보고 싶다. 아무리 사연을 미화해도 그 삶에 있었을 온갖 고통이 다 읽혀 괴롭다.”는 전유진의 속 시원한 일갈도 이 책이 예민하게 살피려고 했던 대목을 콕 짚어준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슈퍼맘, 알파우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는 응석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가 이렇게 잘 해냈다는 자랑도 아니다. 돌봄과 작업을 각자의 방식으로 배치하는 와중에 어떤 다양한 어려움과 곤란들이 있고 어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지, 또 그 와중에 어떤 다양한 느낌과 생각들이 오가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대표성을 띈다기보다는 영감을 주는 쪽이다.

“완벽한 부모야말로 최고의 재앙”이라는 말에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엄지혜처럼 우리는 완벽과는 거리가 한참 멀지만("걸핏하면 불쑥 고개를 들어 나를 좀먹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법도 조금씩 배워간다."라는 박재연의 말이나 “타협만이 살 길이다!”라는 주문에 가까운 임소연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는 상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상실을 받아들이느라 아파하는 아이 곁을 지키려니 20년 가까이 잠재워두었던, 충분한 애도를 끝내지 못한 상실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아이들과 몇 년에 걸쳐 함께 울고, 조금 가벼워진 마음을 나누고, 삶을 긍정하게 되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이전보다 더 강건한 어른이 되었다.”는 이설아의 말처럼 돌봄의 과정에서 우리가 부쩍 성장해 어른이 되어왔다는 것은 확고한 사실이다.

회원리뷰 (35건) 리뷰 총점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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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돌봄과 일의 경계선에서 선 여성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달**러 | 2023.01.18 | 추천18 | 댓글27 리뷰제목
  "돌봄과 일의 경계선에서 선 여성들"   정서경 외 10인의 <돌봄과 작업>을 읽고      "여성의 돌봄과 여성의 일은 어떤 관계일까  " -돌보며 읽고 글을 쓰는 열 한 명의 여자들이 보내는 응원과 위로의 말들 -   '돌봄과 작업'은 언뜻 보면 서로 잘 어울리고 둘다 가능해보일 지 모르지만, 실제 아이를 양육;
리뷰제목

 

"돌봄 경계선에서 선 여성들"

 

정서경 외 10인의 돌봄과 작업>을 읽고 

 


 

"여성의 돌봄과 여성의 일은 어떤 관계일까  "

-돌보며 읽고 글을 쓰는 열 한 명의 여자들이 보내는 응원과 위로의 말들 -

 

'돌봄과 작업'은 언뜻 보면 서로 잘 어울리고 둘다 가능해보일 지 모르지만, 실제 아이를 양육하고 직장 일을 병행하며 사는 워킹맘인 나에게 이 두 단어는 서로 상충하고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 같다. 물론 일하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가능한 일이며 여성으로서 모두가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아이를 낳고 키우며 일을 병행하며 살아온 시간들을 생각해보며 이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는 것 같다. 출산 전 직장을 다니던 많은 여성들이 경단녀가 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비단 이 문제는 나혼자만 겪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성의 돌봄과 여성의 일은 어떤 관계일까? 왜 돌봄과 일은 서로 상충하는 것일까. 왜 많은 여성들이 출산 전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며 열심히 직장을 다니며 일하다가 출산 후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다시는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일까.

이 책 『돌봄과 작업』에서  자신의 전문적 분야에서 돌봄과 일을 병행하는 열 한명의 여성들이 여성의 돌봄과 일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았다. 그들은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고 다양한 조건 속에서 양육하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라는 점이다. 그들이 아무리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소위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일지 모르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 모두는 초보 엄마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 누구나 아이를 낳고 키울 때 되면 초보자가 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엄마'가 되는 것은 처음이고 이 엄마 되는 방법은 직접 경험하고 배우지 않으면 절대 그 비법을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산과 양육이야말로 우리 어머니들이 우리의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역사 속 수많은 여성들이 계속 해온 인류의 보편적인 것이다. 나이가 어리든, 나이가 많든, 교육을 많이 받았든, 적게 받았든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결혼을 하고 출산 후 '엄마'가 된다. 이 엄마가 되는 경험은 정말 축복받고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정작 양육 현장에선 왜 나는 없어지는 자괴감이 드는 것일까. 11명의 여성들의 돌봄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많이 공감받고 위로받았다.

 

이 책에 제시된 열 한 명의 여성들은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번역가, 과학기술학 연구자, 아티스트, 미술사 연구자, 인터뷰어, 입양 지원 실천가, 편집자, 일러스트레이터의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또한 외동을 키우거나, 아이 셋을 키우거나, 입양하거나, 아이가 어리거나, 아이의 기질이 예민하거나, 조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거나,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그들이 처한 양육 환경과 양육 방법은 모두 다르고 다양하다. 그렇지만, 그들 또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 속에서 '엄마'가 되어 갔다. 그러나 수많은 시행착오를 초보 엄마에서 진정한 엄마로 거듭날 수 있었다.

 

나를 내주고 '엄마'라는 사람이 되었다.

 정말로 아이에게 모든 것을 내주었다. 자고, 먹고, 씻고,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보고, 거울을 보는 나 자신. 아이를 재우고 기진맥진해진 밤이면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가슴이 느껴졌다. 돌아보면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중요하지 않은 쓰고 싶지 않았다. 진짜 사랑이 아닌 것은 쓰고 싶지 않았다.
-p.41~43, 정서경 <진짜가 아닌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

 

그들은 돌봄과 일의 경계선에 설 수 밖에 없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로서의 일은 정말 축복받고 감사하고 보람된 일이지만, 그들은 자신의 일 또한 가치있고 인생의 의미이기도 했다. 그래서 엄마로서의 역할과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역할을 병행해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두 가지 역할 속에서 많이 고민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에게만 신경을 써도 모자른 시간에 그들은 아이와 일 모두에 신경을 쓰느냐고 두 배로 더 힘들고 지치기도 했다. 아이에게 더 많은 신경을 못 써주고 놀아주지 못해서 아이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며 일을 병행하고 있는 입장으로 그들의 고충과 고민에 공감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돌봄과 일 둘다 잘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지만, 특별한 비법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주어진 상황과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해답인 것 같다.

 

홍한별 작가는 "세상 모든 엄마는 제 자식을 버린다"라고 말하며그녀 또한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버렸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워킹맘으로 나 또한 야근과 밀린 업무 때문에 아이를 방치한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엄마로서 잘해주지 못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시달리곤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홍한별 작가는 '부모로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경계를 짓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출발점'(p. 75)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라고 말이다. 확실히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나의 자유시간도 조금씩 늘어났다. 주중에는 물론 직장 일로 바쁘지만, 주말 동안에는 커피숍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 시간 동안 나를 찾고 나를 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비단 엄마의 책임만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이 아이 육아로 인해 끝내는 경단녀의 삶을 선택해서 전업주부의 삶을 살아간다. 또한  남편이나 주변 가족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독박육아의 고통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육체적인 피로와 고됨도힘들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정신적인 고통이다. 모든 갈등과 어려움을 여성 혼자서만 감내하나 보니 육아로 인한 우울증은 더욱더 심해진다. 나 또한 그런 우울증과 고통을 겪어봤고 그런 고통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장하원 작가는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과 함께 서로 육아의 고충을 나누고 아이를 돌보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양육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질거라고 말한다. 육아에 대해 서로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끼며 마음을 나누다 보면 '나 혼자'라는 외로움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돌보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쌓이고 아이라는 낯선 존재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늘어날 때, 양육의 무게는 조금 가벼워지고 돌봄의 분배는 조금 더 정의로워질 것이다.

-p.112, 장하원 <지식에 대한 생각을 바꾼 양육>

 

이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없는 것 같다. 나 또한 완벽한 엄마가 되고자, 돌봄과 일의 경계선 위에 서서 고분고투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여전히 육아와 일 모두에서 초보인 것 같다. 지난 11년 간의 육아 경험으로 얻은 게 있다며 완벽함에 대한 부담과 조금 내려놓고 좀더 나를 찾아가야한다는 것이다. 이제 아이들도 자라서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아직도 잠 잘때 엄마와 함께 자고 싶고, 엄마가 늦게 들어오면 보고 싶다며 빨리 들어오라고 하는 아이들이지만 앞으로 조금씩 일과 육아에서 균형을 찾고 나를 좀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재연 작가의 말처럼 돌봄과 일이라는 두 가지 세계를 연결하며 그렇게 나를 위한 삶도 살아가고 싶다. 

 

걸핏하면 불쑥 고개를 들어 나를 좀먹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법도 조금씩 배워간다. 밥을 지으면서도 글을 지을 수 있음을, 돌봄의 영역 바깥에서 나를 실천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사실과 어긋나는 것이 아님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p.146, 박재연 <여러 세계를 연결하며 살아가기>

 

 

이 책 『돌봄과 작업』 을 통해 돌봄과 일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었다. 아직은 현실적으로 돌봄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부족하다. 마치 이 일은 여성 개개인의 일로만 간주되어 외면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여성의 양육과 돌봄에 대한 지원과 대책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 책 속의 열 한 명의 여성들이 돌봄과 양육에 대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어서 좋았다. 임소연 작가의 말처럼 “인류의 수많은 여자들이 이 일을 해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양육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끊임없이 이야기되어야 한다.” 라고 말한 임소연 작가의 말처럼 돌봄과 양육에 대한 더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는 공유되어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 속 열 한 명의 작가들이 그 목표를 위해 씩씩하고 용기있는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 속에는 돌봄과 일을 병행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주로 제시되었지만, 대부분의 많은 여성들이 경단녀가 되거나 전업 주부로서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들 또한 돌봄의 영역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다음에는 전문적 여성이 아닌 좀더 평범한 우리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좀더 많은 여성들의 육아 경험과 생각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의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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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인문] 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두* | 2022.12.16 | 추천6 | 댓글0 리뷰제목
  머리에 근엄한 호랑이 한 마리를 올리고 가슴에는 시커먼 늑대 한 마리를 품은 검은 망토 휘날리는 드라큘라가 있다. 시시 때때로 역할을 바꿔야 하는 돌봄이 함축된 그림이 아닐까. 이런 표지라니 책장 열기가 쉽지 않다.   사실 복지 현장 종사자에게 '돌봄'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장애인 복지에서는 알파요, 오메가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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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근엄한 호랑이 한 마리를 올리고 가슴에는 시커먼 늑대 한 마리를 품은 검은 망토 휘날리는 드라큘라가 있다. 시시 때때로 역할을 바꿔야 하는 돌봄이 함축된 그림이 아닐까. 이런 표지라니 책장 열기가 쉽지 않다.

 

사실 복지 현장 종사자에게 '돌봄'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장애인 복지에서는 알파요, 오메가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돌봄이란 단어를 보는 내내 마음이 흠칫 했던걸지도 모른다.

 

엄마라는 돌봄 종사자 11명이 마음을 모았다. 각자의 영역과 전문성을 가졌음에도 엄마로 사는 건 '내'가 희미해지는 일이기에, '나'를 잃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이들의 이야기는 허투루 읽히길 거부하는 듯하다.

 


 

 

정서경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 버렸다. 신혼의 단꿈으로 젖어들려는 이들을 손바닥에 불이 나게 축하를 하는 이유가 너도 당해봐, 였음을 내가 결혼하고 알았다. 그 심정이 바로 그가 주변 사람들의 알 수 없는 미소를 알아채고 난 그 심정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의 12년 후의 소회에 아이들이 없던 삶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라는 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도 행복했으리, 라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없었던 22년 전 기억이 당최 그려지지 않아 단언할 수 없지만 나는 아이들이 없던 삶을 때때로 꿈꾼다.

 

행복할 수 있을까, 에는 망설이듯 점 세 개를 넣어야 겠지만 그래도 어떤 일에 아이들을 먼저 떠올려야 하는 삶보다는 아내와 둘이 먼저 떠오르는 삶이 조금은 더 행복할 거 같다. 아이들이 주는 행복? 성장기, 폭풍이 삶 한복판에서 언제 휘말려 오를지 당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불행이라기보다 막막함이다.

 

그 폭풍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아내의 단단함이 고맙다. 아마도 이 지점이 엄마와 아빠의 차이가 아닐까,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한다.

 


40쪽, 정서경-다시 돌아갈 수 없는 삶

 

그리고 서유미의 글, 그럴 때면 나는 어쩔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라는 문장에서 그가 앞서 얘기한 소설을 쓰지 않으면 나는 행복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 속에서 그럼에도 놓지 말아야 할 무언가는 내가 행복해야 할 이유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코끝이 찡했다.

 

나는 이 일(나는 사회복지사다)을 하지 않아도 분명 행복과는 무관할 것 같다는 예감은 이 일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적중할 건 뻔하다. 아무튼 그 문장 끝에 아이가 엄마가 참 좋아, 라는 말도 아빠가 참 좋아, 라는 말로 번역되지 않아서 더 아프다. 아주 많이.

 

아이를 품에 안는다는 행위가 모성이나 부성 같은 사랑을 담보로 하는 것이지 잘 모르겠다. 팔이 불편한 나는 아이를 안는 행위가 모험이고 도전이었으며, 심지어 두려움을 삼켜야 가능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두 팔 중에 한 팔은 더 불편했으므로 아이가 아무것도 모른 채 아빠에게 생명을 의탁하고 방긋 웃을 때는 반대로 나는 눈물이 났다.

 

식은땀(땀이 안 나지만 그런 느낌은 있으므로 흘렸다 하자)이 흥건해지고 가슴에 나는 아이를 안아들었다. 세상 조그맣고 세상 오물조물한 것이 품 안에서 꿈틀대는 동안 나는 안 나는 땀 대신 눈물을 흘려야 했었다.

 

"세상 모든 엄마는 제 자식을 버린다. 그래야만 아이는 홀로 서고 한 사람의 독립된 개체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버렸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일을 하고 있고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느낀다. 아이도 자신의 삶을 자기 책임으로 떠안는 독립적 개체로 성장해 가고 있다." 75쪽, 홍한별-경계를 만드는 일

 

홍한별의 글에선, (이렇게 개별적인 느낌을 쓰려는 건 아닌데 자꾸 그래져서 좀 그렇지만 어쨌든) 그의 글에선 비장함이 느껴졌었다. '버린다'라는 표현이 그랬는데, 그도 아주 고심하고 선택한 단어였겠지만 글을 읽은 후, 그보다 적절한 단어는 없겠다 싶다.

 

어쩔 수 없는 양육의 경계에서 아이의 독립성 혹은 자율성과 나를 찾는 일은 양단간에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한쪽을 포기할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면 그가 선택한 그 적절한 시기에 적절히 버릴 수 있음을 알아채는 것, 그래서 아이를 버려도 아이 혼자 설 수 있을 만큼만 그렇게 하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가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나'도' 중요하니까. 아무튼 가슴은 좀 먹먹했지만 그렇다고 슬프거나 아프진 않았다.

 

장하원의 <자폐성 돌봄의 현장에서>에서 지적하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서 겪는 눈치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의 발달 문제에 '민감해진' 엄마들은 지나치게 '예민하다'라는 평가나 쓸데없이 '불안이 높다'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저마다의 속도로 크는 아이를 '기다려주는' 엄마로 살다 보면 아이의 발달 문제를 적기에 발견하지 못한 '무지한' 엄마가 된다." 라고.

 

이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이는 이유는 복지관 발달 치료 대기가 2년 가까이 밀려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고, 그 대기하는 엄마들이 겪는 '빨리 알아채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너무 많이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전하고 싶다.

 

보통의 아이들의 돌봄은 어쩌면 끝을 예측할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언젠간 지나가리' 라는 안도감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애 아동의 돌봄에는 그 끝을 예측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절망감은 당사자 아니라면 가늠조차 하기 쉽지 않다.

 


108쪽, 장하원-자폐성 돌봄의 현장에서

 

결혼을 하고,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이유가 뭔지 지금도 깨닫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28살의 나는 무척이나 결혼이 하고 싶었다. 누구에게 소속된(이 표현이 적당하려나 모르겠지만), 한 여자의 남자로 표식 되고 그와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프랑크 소시지 엮이듯 줄줄이 엮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프랑크 소시지 어디에도 돌봄이나 양육은 없었다. 아내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결혼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무슨 유통기간이 있는 것처럼) 주변, 특히 부모님을 비롯한 친척 어른들의 무차별적이 2세에 대한 의무를 들어야 했다. 이제 낳아야지? 라거나 조금이 있으면 더 안 좋아, 라거나 심지어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니? 라는 무례한 말들.

 

어쨌거나 부모님의 불안을 해소(?) 시키기 위해서 우린 노력했고 아이를 얻었다. 그걸로 충분했던 벅참은 가부장적 세대의 부모님을 비롯한 집안 어른들의 떨떠름한 축하를 받아야 했고 이내 아들은 하나 있어야지, 라는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암시로 이어졌다.

 

관심 없었다. 집안이라는 의미는 화기애애한 행복 가득한 집안이라는 분위기도 없었고 몸이 불편한 내가 노력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았고, 아이를 얻기까지 나뿐만 아니라 아내가 겪은 고단함과 고통을 십분의 일 정도나 알면 다행일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컸기에 둘째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6년의 시간을 버텨냈다. 그동안 들어야 했던 아들에 대한 은근한 압박은 말해 뭣하랴. 낳기만 하면 지들이 알아서 큰다, 라거나 지들 밥그릇을 가지고 태어난다, 는 허무맹랑한 말들 속에 결국 아내는 둘째를 낳았다. 돌이켜보면 아마 아내는 이때 첫째 딸을 낳을 때 종종 무용담처럼 했던, "힘 한번 주니까 뿅 나왔어. 별로 안 힘들더라" 라고 했던 출산의 기억이 강력하게 작동했을 것이다.

 

그런데 둘째 아들은 엄마 자궁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부터 애를 먹였다. 태동을 느낄 수 없을 만큼의 미세한 움직임만 보이고 숨만 쌕쌕 들려주던 녀석은 엄마의 입덧을 가열차게 하게 했고, 출산이 임박한 즈음까지 멈추지 않았다. 새벽, 진통이 심해지고 양수가 터졌는데도 나올 생각이 없던 아이는 13시간을 엄마를 진통의 지옥 속에 빠트렸고 아내는 수술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결국 동이 틀 때쯤 자연분만으로 지옥에서 벗어났다. 아내는 죽다 살아난 후 나를 보자마자 다시는 애를 갖지 않겠다는 말부터 했으니 그 고통이야 말해 뭣하랴.

 

전유진의 출산에 대한 이야기에서 생각이 삼천포로 심하게 빠진 이유는 어른들의 '그건 겪어봐야 아는 것'이란 말이 저주처럼 느껴졌다는 것과 양가적 감정에 휩싸이는 일들에 격하게 공감됐기 때문이다.

 

반면, 엄지혜의 행복이 주렁주렁 매달린 가족을 보는 것 같이 돌봄의 현장을 온통 따뜻하게 그려 내는 글을 보자니 마음이 낮아졌다. 하루 종일 24시간 붙어있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 라면서도 아이가 어린이집을 마치고 마주하는 4~5시간 동안 화는 커녕 다정한 말을 나누기도 바쁘다, 라는 말에서 나는 아이에게 다정한 말을 해준 기억을 들춰낼 수 없어 울컥해졌다. 왜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아이에게 그리 험한 말들을 쏟아내야 했을까? 죄책감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생소한 입양지원 실천가, 라는 이설아의 글은 읽자마자 코가 벌름대더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무실이라 급히 고개를 들어 민망함은 넘겼지만 훌쩍거리는 소리까지는 없애지 못했다. 끝까지, 아이 편에 설 결심 없이, 부모가 되는 방법은 어디 있는 걸까, 라며 내게 눈을 부라리며 건네는 질문 같았다.

 

도대체 나는 그런 결심, 아니 생각이라도 해보고 부모가 되었을까. 큰 애가 21살이고 둘째가 15살인 여태 나는 그 많은 시간 동안 아이 편이었을까? 아이들은 아빠를 그런 존재로 여겨 주고 있을까?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어 다시 코가 벌름 댄다.

 

그렇게 쏟아지는 장대비 같은 말들을 다 맞은 느낌으로 마지막 김희진의 글을 읽는데 약간 놀라움이 있다. 돌봄의 주체인 부모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 어떻게 보면 사랑을 넘치게 쏟아붓는 부모를 향해 복수하듯 아이에게 사랑을 쏟다가 아이의 삶을 훼손하는 최악의 오류를 저지른다, 라며 자신의 그러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이 말이 놀랍게도 주춤거리게 하기도 했지만 모든 걸 다해 주려는 부모들이 자신들이 한 만큼 돌려 받으려 하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기에 이렇게 사이다 같은 말이 목에 걸린 무언가를 트림으로 터져 나오게 하는 건 아닐까 했다.

 

이 책은 손에 크레파스가 묻을 것 같은 촉감의 표지 때문인지 모르지만, 작가들의 이야기가 끝났는데도 가슴에 묻어 있는 느낌이 든다.

 


 

#돌봄과작업 #정서경외 #서평단 #책리뷰 #북로그 #추천도서 #육아 #부모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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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진짜 나, 진짜 창조에 대한 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r********e | 2022.12.10 | 추천6 | 댓글0 리뷰제목
자기를 상실했는데 자기를 발견하고세계가 부수어졌는데 세계를 창조한다.돌봄과 작업을 양 팔로 안고 가는 엄마들,한계 안에서 사랑하려고 애쓰는 사람들,그래서 상실과 부수어짐의 연속인 이들에게 이 책이 닿기를 바란다.따뜻하게 손잡아 주기도 하고 반짝이는 조명을 해주기도 하겠다.읽는 내내 선물하고 싶은 얼굴들이 떠올랐다.소중한 경험을 나누어준 작가님들과정성스럽게 엮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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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상실했는데 자기를 발견하고
세계가 부수어졌는데 세계를 창조한다.

돌봄과 작업을 양 팔로 안고 가는 엄마들,
한계 안에서 사랑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래서 상실과 부수어짐의 연속인 이들에게
이 책이 닿기를 바란다.

따뜻하게 손잡아 주기도 하고
반짝이는 조명을 해주기도 하겠다.
읽는 내내 선물하고 싶은 얼굴들이 떠올랐다.

소중한 경험을 나누어준 작가님들과
정성스럽게 엮어준 편집자님께 무척 고맙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0

한줄평 (7건) 한줄평 총점 8.8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5점
책소개만 봐도 기대가되네요
6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6
q*******r | 2022.12.10
구매 평점5점
엄마들이라면 일을 하든 안하든 작업이 있든 없든 공감할 수 있는 책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책**꽃 | 2023.07.20
구매 평점5점
기대됩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로얄 k*****3 |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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