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7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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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478g | 145*210*21mm |
ISBN13 | 9788954681179 |
ISBN10 | 8954681174 |
문학동네 도서 2만원 이상 구매 시 하루키 아크릴 시계 증정 (포인트 차감)
발행일 | 2021년 07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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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478g | 145*210*21mm |
ISBN13 | 9788954681179 |
ISBN10 | 8954681174 |
MD 한마디
증조할머니에게서 나로 이어지는 여성 4대의 삶을 담은 소설. 1930년대 황해도에서 백정의 딸로 태어나 모진 세월을 살아낸 증조할머니의 시간은 그를 닮은 나에게 전해져 새 숨을 얻고, 나의 오늘 또한 과거와의 조우를 통해 다시 쓰인다. 부드럽고도 힘있는 문장으로 그린 백 년의 이야기 -소설MD 박형욱
1부 _007 2부 _083 3부 _153 4부 _237 5부 _295 작가의 말 _339 |
[밝은 밤]은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증조모, 할머니, 엄마, 나로 이어지는 100년의 시간에 걸친 4대 모녀 이야기다. 소설을 읽으며 팔순을 바라보는 나의 엄마, 기억이 나지 않는 외할머니를 떠올려봤다.
소설의 배경인 희령을 검색해보니 강원도 회양지역의 옛 지명이라고 나온다. 주인공 서른두 살의 지연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희령’으로 이사왔다. 천문대의 연구원 채용공고를 본 건, 바람을 피운 남편과 이혼한 후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남편의 배신에 힘들어하는 딸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지 아빠와 엄마는 혼자 남을 사위가 불쌍하다고 했다. 마음 둘 곳이 없어 이곳으로 왔을 수도 있었다. 지연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친구 지우 뿐이었다. 바닷가 작은 도시인 희령은 엄마의 친정이기도 하고 열 살때 열흘 정도 지내는 동안 할머니는 이곳 저곳을 구경시켜주었던 추억이 있는 곳,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할머니와 함께 본 희령의 밤하늘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가 소원해져 이십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와 재회한다.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두 여인이 찍은 사진을 보며 한 사람은 할머니의 엄마라고 했다. 지연이와 많이 닮은 증조할머니다. 할머니는 지명으로 증조모는 ‘삼천’ ‘새비’아주머니로 불리며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 증조모가 어떻게 희령에 오게 되었는지를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증조모는 백정의 딸로 태어나 핍박받으며 살다 열일곱 살에 증조부를 만나 개성으로 떠났다. 증조모가 떠나올 때 아픈 어머니를 두고 나왔다. 증조부 친구인 새비 아저씨가 돌봐주었지만 열흘이 지나 돌아가셨다. 증조부는 증조모를 알게 되면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준비를 했다. 너를 구하기 위해 내 인생을 희생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새비 아저씨가 땅을 빼앗기고 개성으로 오면서 새비 아주머니와 증조모는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새비 아주머니는 아저씨 건강 때문에 고향으로 갔고, 친정 오빠가 사상범으로 죽음을 당하자 시댁에서 쫓겨났다. 개성에 잠시 머물다 새비 아주머니는 고모가 사는 대구에서 머물게 된다. 훗날 증조모 식구들도 대구 명숙 할머니 집에서 머물며 할머니는 바느질을 배우게 된다. 증조부가 군대에서 고향 동무를 만났고, 부모님과 형님을 만났는데 피난길에 오르셨는데 황해도 사람들이 희령이라는 곳으로 갔다는 것이다. 대구를 떠나 희령으로 왔지만 증조부 부모님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정착한 곳에서 할머니는 같은 고향 출신인 길남선과 결혼을 하게 된다. 지연의 엄마 미선을 낳고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p14
소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할머니의 이야기가 지연의 재구성을 통해 되살아난다. 증조모는 할머니를 중혼 시킨 것에 증조부를 원망하고, 할머니는 우리 눈에 띄지 말고 죽어버리라고 했다. 지연이 희령으로 온 건 분명 이혼 후에 상처를 줬던 엄마에게서 멀어지기 위한 것이었다. 지연은 원가족으로부터,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처로부터, 상처받을 가능성으로부터, 무엇보다도 진정한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곧 나에 대한 나의 기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연은 엄마와 앨범을 정리하며 엄마가 얼마나 증조할머니를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비가시권의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레 이해하였다. 그러면서 상처 받았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새비 아주머니는 딸 희자에게 갈 수 있는 한 가장 멀리 가라고 했다. 작가의 할머니도 손녀에게 앞으로 멀리 다니라고 지구본을 사줬던 할머니의 마음이 이 소설의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얼마 전에 봤던 다큐멘터리 [미싱 타는 여자들]에서 처럼 우리 세대는 여자가 공부해서 뭐하나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만 잘 가면 되지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밝은 밤]을 읽으며 삼천과 새비의 우정이 너무 따뜻해서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이 되었다.
“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찾은 사랑과 삶의 기록”
최은영의 <밝은 밤>을 읽고
과거의 무수한 내가 모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듯, 나의 존재는 이미 나의 엄마, 할머니, 증조할머니 4대를 거쳐서 만들어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여성들의 삶의 서사와 기록 속에 나의 삶도 이미 기록되어 가고 있었을지 모른다.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그녀들의 삶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나에게도 닿고 나의 시간 속으로 소환된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연결이 되어 나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연결고리에서 이 소설 『밝은 밤』은 시작한다. 증조할머니-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4대의 삶을 비추며 백 년의 시간을 감싸 안으며 그녀들의 사랑과 삶의 기록을 추적해나간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매개체가 되어 기억조차 나지 않는 증조모와 증손녀 지연이 서로 연결이 된다. 이렇게 자유롭게 100년 전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는 구성과 할머니의 입과 기억을 통해 증조모의 이야기는 현재로 소환된다. 증조모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와 '나' 지연으로부터 시작해서 증조모에게 닿는 이야기들이 마치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듯 100년이라는 시간과 세대 간격을 메우고 있다.
전작 『쇼코의 미소』에서는 작가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에 대한 고찰을 다루었다. 그 타인에 대한 탐구를 다음 작품인 『내게 무해한 사람』에서 작가는 미숙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통해 그 속에서 거세게 일어난 마음의 흔들림을 포착하여 섬세한 필치로 써내려갔다. 그렇게 인간의 내면과 타인과의 관계에 애정을 갖고 글을 써오던 작가는 이제 4대의 삶을 통해 나타난 인간의 내면과 가족관계, 여성 서사에 주목한 것이다. 이 책 『밝은 밤』은 최은영 작가가 지금까지 해온 인간과 관계에 대한 논의를 종합하고 가족관계로 더 확장하고 구체화한 것이다.
『밝은 밤』은 ‘밤’ 같은 시절을 견뎌낸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백정의 딸’로 태어난 이유로 공격과 비난, 따돌림을 받았던 삼천, 삼천과 끈끈하고 각별한 우정을 나누는 새비, 그리고 그녀들의 딸들, 또 딸들의 딸들. 이렇게 4대에 걸친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이다. 그녀들은 인간관계 단절과 소외에 힘들어한다. 작품 속 '나'로 지칭되는 지연, 지연의 엄마 미선, 미선의 엄마 영옥, 영옥의 엄마 삼천이는 인간관계 단절로 인한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며 관계맺기에서 실패한다. 그래서 오히려 그들은 경멸과 멸시에는 익숙하고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하지만 “사랑은 모욕이나 상처조차도 건드리지 못한 마음을 건드렸다.”라는 말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에서는 무너지고 만다.
“자신을 믿어야만 버틸 수 있었던, 힘든 가운데에도 피어난 우정들을 생각하면 ‘밝은 밤’ 같았어요.” 라고 말했던 작가의 말처럼 희망도 없고 밝은 미래도 보이지 않는 밤 같은 인생이었지만, 그 속에서 삼천이는 새비와의 우정, 자매애, 사랑을 통해 ‘밤’같은 힘든 현실을 이겨내고 삶을 계속해간다. 그 우정과 사랑은 그녀들의 딸들인 영옥과 희자의 삶에도 영향을 미쳐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들은 '지연의 죽은 언니인 정연' 이 꿈 속에서 나타나 정연에게 '네 곁엔 내가 있어' 라고 말했듯, 서로가 서로를 필요하고 의지하는 존재이며 그들간의 사랑과 연대를 통해 그 힘든 삶을 계속 이어나간다.
그리고 그녀들 모두가 만나고 조우하는 공간인 바로 '희령'이라는 공간이다. 어렸을 때, 지연이가 할머니 영옥을 만나고 20년 이후에 다시 만나게 된 공간이며 엄마 미선과 할머니 영옥, 증조모 삼천이의 행복한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과거는 완료된 것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끊임없이 재조명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지금의 나는 또한 과거의 무수한 나로 이루어진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지금 내가 갇혀 있는 공간에서 느끼는 마음의 상처와 혼돈, 환멸과 슬픔을 100년 간의 시간의 기록과 그 사랑 때문에 이제는 자신감있게 내 마음 속에 기록할 수 있고 혼란스러운 미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녀들의 삶을 통해서 나의 상처와 고독을 치유할 수 있는 열쇠는 인간관계 속 사랑과 연대 속에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예스24X문화일보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