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2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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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38g | 130*200*18mm |
ISBN13 | 9788954677257 |
ISBN10 | 8954677258 |
문학동네 에세이 1만 5천원 ↑ 구매 시,〈청춘유감〉 아크릴코스터 (포인트 차감)
발행일 | 2021년 02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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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38g | 130*200*18mm |
ISBN13 | 9788954677257 |
ISBN10 | 8954677258 |
프롤로그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1부. 대학의 비정규직 행성과학자 시간을 날아온 카시니 박사님이시네요 우리만의 유니버스 『실록』 베리에이션 시적 허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Re) 교수님께 2부. 이과형 인간입니다 즐기세요 발칙한 우주 산책 백 퍼센트의 별똥별 최고의 우주인 감정의 진폭 지구는 별이 아니다 관측하기 딱 좋은 날 인터뷰를 하시겠습니까 창백한 푸른 점 해 지는 걸 보러 가요 3부. 아주 짧은 천문학 수업 우주와의 랑데부 우주를 사랑하는 만 가지 방법 하늘의 어디 수분受粉하는 여행자 잘 알려진 천문학사 잘 알려지지 않은 천문학사 4부. 우리는 모두 태양계 사람들 안녕, 고리롱 플라이 미 투 더 문 화성에서 만나요 명왕성이 사라졌다 계절이 지나가는 시간 여행길 음악 우리, 태양계 사람들 에필로그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뷰
친한 언니들과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각자 책 한권을 추천하여 그 중에 이달의 책을 정한다. 정해진 책을 읽으며 필사도 하고, 리뷰를 남기는 등의 활동을 하기로 하였다. 1월에 읽은 책이 바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이다. 사실 나는 다른 책을 추천했고 이 책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는데,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천문학자인데 별을 보지 않는다고? 천문학자인데? 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찼다. 그리고 보진 않지만 알쓸인잡에서 추천한 책으로도 유명하다고. (그래서 도서관에서 구하기가 힘들어 이북으로 구매함.)
천문학자인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천문학의 관한 이야기부터 우주와 관련된 이슈, 작가 개인의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문과인 나는 천문학이 전문적으로 나오는 부분에서는 눈이 감기고 그 부분을 이겨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싶다는 의지는 강해서 완독에 성공했다. 그 외의 내용들이 충분히 흥미롭고, 눈물까지 맺히게 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했던 부분이 있다. < 책에서 다루는 모든 분야에 대해 얕은 지식이라도 있다면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하고 새로운 눈을 뜨게 됨에 매 문장마다 감사할테지만, 몇 문단 지나면 어느새 그저 한 사람의 활자 중독자가 되어 눈앞의 글자를 읽어내리며 '명상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 이 부분은 텍스트 그대로 나를 설명한 것 같다. 내가 천문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책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 처럼, 작가 또한 지식의 한계에 부딪혀 다른이의 책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위안이 되었다. 필사를 하면서도 공감했지만 책을 모두 읽고 필사 공책을 펼쳐놓고 이 부분을 다시 읽었더니 깔깔 웃음이 나왔다. 완독을 해도 이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아이엄마로서의 천문학자의 이야기도 담겨 있는데 모든 워킹맘들과 여성들에게 특히 공감을 얻지 않을까 싶다. 시대와 시선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워킹맘들이 이 사회에서 엄마와 직장인의 역할을 모두 무사히 수행하기란 어려우니까 말이다. 하던 일을 접고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퇴근을 하는 작가는 집에서도 아이를 케어하느라 결국엔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가 달려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아이의 모든 행사에는 엄마가 참석해야 하는 현실을 집어주는 부분이 고마웠다. 이 모든 것이 당연하다는 게 아니란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를 소개한 부분이 있다. 당시에 나는 어린 나이여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화가 났고 너무 속상했다. 원래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고산 이란 남성이었다. 결국엔 이소연씨로 교체가 되었는데, 그 당시 여성이 남성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그렇게도 아니꼬왔나 보다. 이소연씨가 우리나라의 최초의 우주인이며, 우주 정거장에서 하는 과학실험에 적합한 인물이었다는 사실 보다 남성의 옆에서 남성의 성공에 박수를 쳐야하는 여자가 오히려 그의 자리에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하고 밉게만 보았다. 여성과 남성이 아니라 한국에서 최초의 우주인이 나왔다는 사실과 그 우주인이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돌아오길 모두 응원해 줄 수는 없었을까? 너무 아쉬움이 남았다.
작가의 교양과목 수업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예술계열이었는데 그 중에 래퍼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명왕성에 깊은 감명을 받아 하지말라고 했던 과제를(직접 만든 곡) 제출했다던 그 학생은 비록 좋은 성적은 받지 못했지만, 작가가 만약 달 탐사를 가게 된다면 플레이 리스트에 넣고 싶은 곡으로 그 곡을 넣고 싶다고 한다. 지금 그 학생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나도 궁금해 진다. 이 책을 읽고 그때의 곡을 공개할 생각은 없을까? 하는 어이없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천문학자가 쓴 책이라 무조건 천문학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고, 전문적인 내용들로만 채워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편견이었다. 어떤 부분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위로와 조언이 되었고, 내가 대학생이 되기 전에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한 내용도 있었다. 그만큼 천문학자로 살아가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와 자신의 전공에 대해서 잘 써내려간 책 같았다. 천문학을 향한 작가의 진심이 독자에게 제대로 와닿았다. 앞으로 밤하늘을 전보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것 같다.
다누리가 보내온 달 사진
대한민국도 '우주산업'의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인공위성'쪽으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탐사'분야에서는 여전히 선진국들에 비해 걸음마도 못 뗀 수준이었는데 최근에 '달 탐사선'인 '다누리'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겨우 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사실, 우주의 영역에서 대한민국은 거의 전무하다 할 정도로 보잘것없는 존재였기에 이번 다누리의 성공은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하다. 앞으로 10년 뒤 유인 달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목표 아래 대한민국의 우주탐사 분야의 시대가 지금 막 펼쳐지고 있다.
▲ 다누리가 보내온 사진 '달에서 찍은 지구'
내 어릴적 꿈, 천문학자
나도 어렸을 적,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천문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대답했던 시절이 있었다. 실제로 수능을 보고 나서 지원한 학교가 지방 국립대의 천문학과였고 합격했음에도 실제로 가지 못했던 건 '천문학자가 되면 밥벌이는 할 수 있겠느냐?' 라는 부모님의 생각이 나에게 큰 영향력을 미쳤고 결국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주산업'이 전무했던 1990년대 후반 대한민국에서 '천문학자'는 배고픈 직업일 수밖에 없는 현실. 그 현실에서 나는 도망쳐야 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의 저자 '심채경'은 그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구는 돌고 시간은 흐른다' 의 일상적인 진리 안에서 심채경 교수는 천문학도로서의 길을 묵묵히 걷게 된다. 남에게 피해를 줄 일이 전혀 없는 이 '무해한 인간'의 삶을 나는 여전히 동경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때 포기하지 않았다면, 나도 어쩌면 동년배인 심채경 교수와 함께 달 연구를 같이 하고 있지 않았을까? 이런 망상에 빠진다.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의 저자 심채경
그래 맞다. 대한민국도 천문학의 나라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천문학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문학'에 대해 깊은 지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굳이 읽을 필요는 없는 책이지만, 천문학에 관심이 있고 그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책이다. 더불어서 하늘을 보는 게 좋은 사람에게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책 내용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만 원지폐 뒷면' 의 이야기였다. 지금 우리가 배우는 천문학은 서양의 천문학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기준이 다 서양 기준으로 되어 있다. 지구의 위치에 따라 보이는 하늘이 다르고 별자리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다소 불리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은 천문학의 나라였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바로 만원짜리 지폐 한 장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자, 만 원짜리 지폐가 있다면 꺼내서 뒷면을 보자. 뭐가 보이는가? 첫 번째로 보이는게 바로 조선시대 세종대왕 때 만든 천문 관측기기 '혼전의'가 보인다. 바로 옆으로 두 번째로 보이는 건 '보현산 천문대 망원경'. 그리고 세 번째로 보이는 뒷 배경의 '천상열차분야지도' 이다. 대한민국의 화폐 한 장에 천문학 관련 아이템이 무려 세 개나 들어가 있는 걸 보면, 대한민국의 과거에서 부터 지금까지 천문학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보여주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심채경 저자는 소개팅에 나가서 할 말이 떨어지면, 만 원짜리 한 장 준비해 가서 이 이야기를 하면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고 권장하기도 한다. 한번 써먹어 볼까? 이런 생각이 든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어느 순간 들어온 별. 그래서 시작한 천문 학도의 길, 시간이 남아 토성의 타이탄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타이탄 전문가로 시작했다가 어느 날 '달'을 연구하는 일원이 되어 그 길을 걷다가 세계적인 과학 저널 학술지인 '네이처'에서 뽑은 세계 천문학자 유망주 5인에 선정된 심채경님. 그 길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을 텐데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라며. 담담하게 자신의 길을 말할 수 있는 용기는 그만큼 또 자신의 길이 자신감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잡지 속 우주로부터 한 사람은 아름다움을 향해, 한 사람은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 p14
라고 말하는 저자의 앞길에 진심을 담아 무궁한 영광의 길만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그래서 10년 뒤 유인우주선이 꼭 달에 닿기를 희망해 본다.
p154.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할머니께서 손주의 경기 생중계를 즐겨 보시며 게임 용어를 줄줄 꿰고 계신다는 인터뷰를 보고 흠칫 놀랐다. 모두가 그런 판타스틱 할머니를 가질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어릴 땐 숙제하다 잘 모르면 부모님께 물어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요즘의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설명하기조차 어렵다. 부모님은 각자 나름의 인생에서 대가이시지만, 내가 가는 길은 그 방향이 아니다. 지구를 떠난 탐사선처럼, 내가 나의 삶을 향해 가열차게 나아갈수록 부모님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줄어든다. 그렇게 점차 멀어져만 가는 것이다.
이과 출신 과학자들이 글을 잘 쓰는 건 예상했던 바다.
문과에겐 아주 높은 벽처럼 느껴지는 이과의 용어들이 어느 새 책이라는 출판물을 타고
글자 속에서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주 등장한다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익숙해지니 어렵게 느껴지진 않는다.
심채경님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두고 한 참 뒤
예약된 도서가 도착했단 연락을 받고 바로 달려가 대출해 읽었다.
처음의 기대는 천문학자에 관한 이야기이려나? 거기까지만.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이 책이 이과 감성이라고? 믿을 수 없어!로
문장력에 더 놀라긴 했지만 말이다.
점점 빠져들고 나서부터는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단순한 내 일상에 대해 "성찰"을 하게 되었다.
p159. <어린 왕자>를 읽을 때면, 안타깝게도 나는 이 대목에서 집중력을 잃고 만다. 나도 법정 스님만큼이나 <어린 왕자>를 사랑하지만, 책 읽기를 멈추고 잠시 고개를 들어 다른 데를 봐야 한다. 문학의범주에서 직업병의 영역으로 하릴없이 흘러가버리는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서다. 그게 잘되는 날은 숨을 크게 몇 번 쉰 다음 책을 마저 읽고, 안 되는 날은 책을 덮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린다. 태양과 소행성과 어린 왕자의 개략도다. 천체와 관측자의 크기 및 거리는 실제 비례와 다름에 유의.
천문학이라는 학문의 깊이가 매우 심오하고 넓구나, 하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연구할 수 있는 분야가 광범위한만큼, 앞으로 더 많이 연구되어야겠구나 하는 것과
심채경 과학자가 가진 문학적 역량에 대해서도 감탄하며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