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3년 01월 06일 |
---|---|
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445g | 148*210*20mm |
ISBN13 | 9788988907412 |
ISBN10 | 8988907418 |
발행일 | 2003년 01월 06일 |
---|---|
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445g | 148*210*20mm |
ISBN13 | 9788988907412 |
ISBN10 | 8988907418 |
1. 움직이는 원자 2. 기초 물리학 3. 물리학과 다른 과학과의 관계 4. 에너지의 보존 5. 중력 6. 양자적 행동 리처드 파인만에 대하여 찾아보기 |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물리학자에 대해서는 몇 달 전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1권과 2권을 읽어본 게 전부였다. 그 책은 과학 이야기가 조금 나오긴 하지만 물리학 책이 아니라 파인만 교수의 개인사와 교육에 대한 생각 등이 내용의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과학적 지식이 없어도 책을 읽는데는 불편함이 없었다. 평생을 물리학 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 교육 등에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배우고 익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 책을 읽고나니 그의 다른 저작들도 보고 싶었다. 물론 고교 물리도 어려워하는 문과 출신인 내가 현대물리학을 제대로 이해할 리는 없다. 그래도 20세기를 살다간, 나와 시대의 일부를 공유했기에 더욱 마음이 가는 천재 물리학자가 규명한 세상의 이치를 조금이나마 알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1960년대 초반 칼텍의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기초 물리학 수업의 강의록을 발췌, 편집해서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일반 독자를 위한 책이라고는 해도 내가 이해하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파인만 교수의 학문에 대한 겸손한 자세라든가 되도록 학생들의 입장에서 강의를 준비한 점이 잘 보여 책을 읽는 동안 자상한 선생님이 하나하나 이끌어 가르쳐주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크게 6강으로 나뉜다. 제1강 움직이는 원자, 제2강 기초 물리학, 제3강 물리학과 다른 과학과의 관계, 제4강 에너지의 보존, 제5강 중력, 제6강 양자적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강 움직이는 원자 단원에서는 ‘과학이란 실험을 통하여 모든 지식을 검증하는 행위’ 라는 과학의 정의와 ‘원자가설’ 그리고 원자가설로 고체와 액체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 이론으로 액체가 왜 액체이고 고체는 왜 고체인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그리고 원자론을 그저 외웠을 뿐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었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물분자들이 새로운 배열을 찾아 정돈되었을 때, 우리는 그 상태를 ‘얼음’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모든 원자들이 정해진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얼음의 한쪽 끝을 손으로 잡고 특정 방향으로 힘을 가하면, 그 힘은 수 마일이나 떨어진(현미경으로 확대시킨 규모에서 볼 때) 반대편 원자에까지 전달되어 결국 얼음조각 전체가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물의 경우에는 원자들이 비교적 크게 진동하면서 자유로운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고체와 액체의 차이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본문 p.49~50
제2강 기초 물리학에서는 우주의 진행방식을 체스게임에 비유해 물리학을 설명한다. 그리고 원자 내부의 구성, 원자의 구성요소인 전자와 전자기파에 대한 개념, 각각의 파동이 각기 다른 진동수를 가지며 진동수에 따라 전자기파가 구분된다는 것도 알려준다. 그 중 하나가 인간의 눈에 감지되는 가시광선인데, 가시광선 또한 파동의 진동수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을 가진다고 한다. 빨간색이 빨갛게 보이는 이유, 파란색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를 이렇게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니.....
모든 인간은 선천적으로 이 진동수에 해당하는 파동의 감지장치를 몸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의 ‘눈’이 그 감지장치이다! 단파에서 진동수가 더 증가하면 그 파동은 드디어 우리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머리카락과 마찰시켜 대전된 머리빗을 1초당 5×1014~5×1015번 흔들 수만 있다면 빗에서 나오는 빨간색, 파란색, 보라색 등의 빛을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색의 차이는 진동수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본문 p.84
제3강 물리학과 다른 과학과의 관계에서는 물리학에서 영향받은 화학, 생물학, 천문학, 지질학 그리고 심리학에 대해서 다룬다.
원자들 사이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다보니 화학이 발전하게 되었는데, 화학은 크게 생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무기화학과 생명현상과 관계되는 유기화학으로 나눌 수 있고 유기화학은 다시 생화학, 생물학, 분자생물학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별과 행성의 운동규칙을 발견하면서 물리학이 발전해왔고 ‘지금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원소들은 먼 옛날에 신성이나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흩어진 잔해의 일부’이기에 천문학과 물리학은 밀접한 관계라고 한다. 지질학이 물리학과 연관 깊음은 말할 것도 없고 심리학조차도 신경계통의 문제를 과학적 원자가설로 규명하려 한다.
원자의 화학적 성질을 결정하는 것은 핵의 질량이 아니라 전자의 개수다.
.....
단백질이야말로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는 커다란 기준이다.
본문 p.116
물리학 이론이 어떻게든 유용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원자의 정확한 위치가 규명되어야 한다.
본문 p.131
제4강 에너지의 보존에서는 에너지 보존법칙과 변화하는 에너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맞닥뜨린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잠시 거론한다.
이렇게 왕복 운동을 하던 용수철은 시간이 지나면 평형지점에서 운동을 멈춘다. “아니, 용수철이 왜 운동을 멈춘다는 거지? 그러면 그동안 갖고 있던 에너지는 다 어디로 간 거야?” 이 시점에서 당연히 떠올려야 할 질문이다. 그렇다! 여러분이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듯이 진동하는 용수철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멈춘다! 그렇다면, 보존된다던 에너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것은 에너지의 또 다른 형태인 ‘열에너지(heat energy)로 전환된다.
본문 p.157
제5강 중력은 행성의 운동을 설명하는 케플러의 법칙과, 케플러의 법칙을 수학적 논리로 증명하고 확장시킨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편이다.
나는 지금까지 지구가 중력에 의해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만 이야기했을 뿐, 그 중력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뉴턴은 이 점에 대하여 아무런 가설도 내세우지 않았으며, 중력이라는 현상을 발견한 것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뉴턴 이후로 어느 누구도 중력이 생기는 원인을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이렇게 추상적인 구석을 갖는 것이 바로 물리법칙의 특성이기도 하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왜 보존되어야 하는지’ 에 대하여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러이러한 물리량들을 더한 값은 항상 일정해야한다’고 일방적으로 주장만 할 뿐이다. 이 밖에도 유명한 법칙들 역시 정량적인 수학 중력법칙의 범주를 넘지 못하며, 그 내부구조에 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앞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문 p.193
현상을 설명할 뿐 그 이유는 모른다고 하는 점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 자연 현상은 그저 현상일 뿐 아무 이유가 없다고, 그 이유를 찾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상의 원인마저도 알고 싶어하는 그의 태도가 학문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힘이 되었을 것 같다. 주변의 답을 알 수 없는 모든 것들이 그에겐 연구대상이었을테니까.
제6강 양자적 행동 편은 양자역학이론을 설명한다.
양자전기역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분답게 앞의 다섯 단원이 모두 마지막 단원의 준비단계였던 것처럼 보일 정도로 생생하게 양자역학을 설명한다.
실험기구의 주변환경을 아무리 이상적으로 만든다 해도(그리고 실험기구가 제 아무리 정밀하다 해도) 개개의 전자가 어디로 도달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은 없다. 우리는 오직 가능성(확률)만을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곧 현대물리학이 어떤 정해진 환경 하에서 앞으로 발생할 사건을 정확하게 예견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
지금의 우리는 그저 확률을 계산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사실 ‘지금’이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이것은 아마도 영원히 걷어낼 수 없는 물리학의 굴레인 것 같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인간의 지적능력에 그어진 한계가 아니라, 자연자체에 원래부터 내재되어 있는 본질이기 때문이다.
본문 p.233~235
열정 넘치는 강의에 비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읽는 동안 막막하기도 했다. 간섭파동, 확률진폭이란 개념도 어려운데 확률진폭을 복소수로 표현한다는 대목에서는 한계가 느껴졌다.
내가 이해한 게 맞는 지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양자역학의 핵심인 불확정성 원리란
간섭현상으로 인해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할 사건에 대해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며 오로지 확률만을 알 수 있다고 받아들였을 뿐이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양자역학 덕분에 스마트폰도 쓰고 비행기도 편히 탈 수 있으니 그저 천재들의 노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200페이지 남짓한 두껍지 않은 책이었지만 물리학, 특히 양자역학이라는 분야는 예상한대로 쉽지 않았다. 그동안 과학대중서로 양자역학을 몇 번 접하긴 했지만 볼 때마다 어렵긴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파인만 교수같은 천재 물리학자의 강의를 듣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이던가. 생각해보면 호기심을 잃은지는 오래 전이고, 학창시절 과학을 배울 때조차 법칙이라는 것에 대해 어떠한 의문도 가져본 적 없이 그저 암기하기에 바빴었다. 그런 나에게 ‘중력은 왜 생기는가’ ‘에너지는 왜 보존되어야 하는가’하는 질문을 끝없이 던지는 천재의 모습은 많은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호기심에 머물지 않고 끝없이 탐구하고, 한계 또한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은 배움을 추구하는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어렵게 읽긴 했지만 귀한 지식도 얻고 덤으로 천재 과학자가 지닌 삶의 자세도 배울 수 있으니 역시 참고 완독하길 잘했다.
현대물리학을 알고 싶어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