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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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40쪽 | 316g | 110*190*23mm |
ISBN13 | 9791190885621 |
ISBN10 | 119088562X |
발행일 | 2021년 0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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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40쪽 | 316g | 110*190*23mm |
ISBN13 | 9791190885621 |
ISBN10 | 119088562X |
MD 한마디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 『내가 되는 꿈』은 어른이 된 주인공이 과거와 마주하며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괴로움까지 빼곡히 꺼내어 깨끗이 씻어내 바로 보는 일, 그 가운데서 떠오르는 보편적인 삶의 순간, 생각과 감정이 어느 것 하나 누락 없이 작가의 주저하지 않는 문장들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 소설MD 박형욱
내가 되는 꿈 009 발문 224 작가의 말 236 |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를 바꿀 수 있을까.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알기 때문에 과거의 나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가지 못하는 답답함을 과거의 나에게 보낸다는 것.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조우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떤 시절의 그리움일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직장인 태희는 사는 게 버겁다. 직장에서는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 때문에 힘들고 애인은 바람을 피우고도 태연하게 아무 사이도 아니며 정리가 되었다고 말한다. 집주인에게 계약 만료 통보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 그저 답답할 뿐이다.
반면 십 대의 태희는 좀 더 어른스럽다. 엄마와 아빠가 별거 상태에 들어가며 외할머니 집에 맡겨진다. 자신에게 한마디쯤 물어보았으면 싶지만 통보다. 중학교에 들어간 태희는 자기와는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태희는 이모의 방에 얹혀살지만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자기에게 무심한 부산의 아빠에게 기대하는 게 없다. 매주 주말마다 찾아오던 엄마도 어느새 찾아오는 횟수가 뜸하다.
십 대의 태희는 어른이 되어 버렸고 정작 어른인 태희는 그렇지 못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미루기만 하던 태희는 카페 안의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써넣는다. 1년 후의 나에게 보내준다는 우체통이었다. 현재의 답답한 마음을 써 내려갔던 편지는 공교롭게 외할머니 집에 살던 십 대의 태희에게 도착한다.
십 대의 태희와 직장인 태희의 이야기는 각자 다르다. 과거의 회상이라고 볼 수 없다. 어린 시절의 태희는 자기를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고, 태희만큼 자기를 아는 사람도 드물 거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어떤 글을 보내도 이해해 줄 사람. 또 다른 자기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미루고 있었던 일에 관한 결정도 그 아이라면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어른도 아이의 가녀린 어깨에 기대고 싶은 것처럼. 마음 써주지 않는다고 해서 더이상 슬퍼할 태희가 아니었으므로 자기에게 어깨를 내줄 것 같았다.
다른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말을 나에게는 할 수 있다. 곤란한 상황이나 비참한 상태에서도 나에게는 말할 수 있다. 그 누구도 아닌 나므로. 그때 왜 그렇게 아파했는지. 과거의 나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과거도 현재도 나는 나다.
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다.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자칫하면 나조차 될 수 없다. (99페이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과거의 일이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건 현재의 나 보다 과거의 어떤 시간이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내 시간을 사는데 거기 누가 들어오는 거야. 그런다고 내 시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해가 뜨고 진다고 시간이 가는 거겠나. 내가 알고 살아야 그게 시간이지. (22페이지) 외할머니의 말씀처럼 부모들이 어떻든 나는 나만의 시간을 살면 된다. 어른 태희는 어렸을 적 친구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을 것이다. 내세울 게 별거 없는 태희에게 친구들이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거. 어른들이 힘들었지만 자기만의 잣대를 가졌던 태희가 부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다 어른인 것은 아니다.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아이인 경우가 많다. 나는 편지가 과거의 태희에게 도착한 게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그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 과거의 태희는 서울의 이태희라는 여자에게 해답을 주고 답장을 받은 현재의 태희는 비로소 자기가 될 수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나로 살 수 있는 길. 그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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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난 나로 살 수밖에 없다고. 사람은 다 그렇기는 하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바뀌고 싶다고 해서 쉽게 바뀔까. 이건 좀 다른 걸지도 모르겠다. 안 좋은 건 바꾸는 게 좋기는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된다. 그런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살아야 할지. 자신은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 같지만, 남은 왜 다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건 자신을 잘 몰라서일까. 자신이 가진 걸 생각하라고도 하는데. 나도 그런 말 쓴 적 있구나.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다니 좀 우습다. 중학교 졸업식 날 처음으로 친구 미지 집에 간 태희는 미지네 집 사정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할머니하고만 사는 미지. 그동안 태희는 미지 집이 잘산다고 여겼는데. 그 뒤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른인 태희가 미지한테 전화하는 걸 보니, 둘은 여전히 친하게 지내나 보다.
난 나로 살 수밖에 없다고 하고는 다른 말을 했구나. 이 소설 《내가 되는 꿈》에는 태희가 둘이 나온다. 자란 태희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것뿐 아니라 어린 태희도 지금을 산다. 그렇다고 둘이 다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별난 형식이다 생각해도 괜찮겠지. 어린 태희는 엄마 아빠가 갑자기 따로 살게 되어 중학교부터는 외할머니 집에서 다니게 된다. 엄마는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고 그저 일자리 때문이다 말한다. 아이는 부모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할 수밖에 없구나. 회사에 다니는 태희는 무척 힘들어 보인다. 쉬지 않고 일하는데도 상사와 마음이 안 맞고, 상사뿐 아니라 일터 분위기가 안 좋아 보인다. 남자친구와도 헤어져야 한다고 하면서도 바로 행동하지 못한다. 태희는 여러 가지 일을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으로 미뤘다. 왜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에 하려 한 건지.
초등학교를 마치면서 태희가 담임선생님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 그런 선생님이 있다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선생님은 여자아이한테 자신을 아빠라 하라고도 하다니. 최진영이 만난 선생님에는 실제 그런 선생님이 있었을까. 일기 검사하면서 태희 일기를 마음대로 찢다니. 어린 태희는 대단해 보인다. 선생님이 한 말을 그대로 일기에 썼으니 말이다. 어릴 때는 그랬는데 나이 든 태희는 상사한테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 거 보니 일터에서 상사가 부하를 괴롭힌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모든 일터 상사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태희는 앞으로도 자신이 그곳에서 일하면 상사인 박수원과 똑같아지리라고 여겼다. 어릴 때는 다른 어른처럼 안 될 거다 하지만, 자라고 보면 자신도 자신이 싫어했던 어른이 되기도 하고, 일터에서는 처음에는 자신은 괜찮은 상사가 될 거다 하지만, 자신을 괴롭힌 상사를 닮기도 한다.
이 책 제목 《내가 되는 꿈》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데 생각나지 않는다. 책을 다 보고 나니, 꿈을 잘 때 꾸는 꿈으로 여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내가 되는 꿈’은 어릴 때뿐 아니라 자라고도 자신은 자신일 뿐이다고 말하는 것 같다. 커서 뭐가 될 거야, 하지 않나. 그 물음에 ‘난 내가 될 거야’ 하는 거지. 자기 자신이 되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은 어려서는 부모 말 잘 듣는 착한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사춘기가 지나면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어릴 때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이 부모니 부모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나. 학교에서는 선생님이나 친구 눈치를 보겠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이 바라는 자신이 되겠지. 최진영이 말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꼭 이런 자신없는 말을 한다.
나이를 먹고 힘든 태희는 어느 날 어린 자신이 보낸 것 같은 편지를 받는다. 난 그 일이 일어나면 자신이 어릴 때 어른 태희한테 받은 편지를 떠올리지 않을까 했는데, 어른 태희 기억에는 그게 없었다. 여기에서 좀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어른 태희가 한해 뒤 자신한테 보낸 편지는 어린 태희한테 가고 어린 태희가 보낸 편지는 어른 태희한테 온다. 환상 같은 건 그거 하나다. 둘은 태희지만 다른 세계에 사는 태희일까. 어른 태희와 어린 태희는 자신한테 위로받은 느낌이 든다. 태희는 태희일 뿐일지도. 어린 태희는 미지와 더 친해지고 조금 나아졌을 것 같고, 겨우 일을 그만둔 태희도 남자친구와 아주 끝내고 괜찮아졌을 거다. 그렇다고 모든 게 확 바뀌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태희는 좌절하고 헤매면서 자신으로 살아갈 거다. 누구나 그렇게 살지 않을까 싶다.
희선
어린 시절이 누구보다 밝고 건강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는 내 어린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실까?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잘 키우셨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어린 시절은, 아팠다. 아주 많이. 마음도 몸도. 하지만 엄마는 모르실 거다. 나는 표현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 어린 마음에도 나는, 내가 부모가 된다면 적어도 내 아이들은 밝고, 건강하게 그리고 ‘한’을 남기지 말고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 아이들. 그 아이들이 스물두 살과 스무 살이 되었다. 이 녀석들 마음 어딘가에 엄마나 아빠에 대한 원망이 있을까? 부모가 되고 보니 또 그렇게 나는 엄마의 마음도 아빠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한 태희. 그녀는 자신을 키워진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외가에서 살던 기억을 떠올린다. 자신의 생일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와 연락 자체가 없는 아빠. 그리고 자신에게 ‘모욕감’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려준 순지. 폭언과 성추행을 아무렇지 않게 일삼던 담임과 자신의 방에 얹혀산다며 분풀이하는 이모까지. 어느 날 잘못된 주소였으나 수신인의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어린 태희는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 이 편지에 답장하는 태희. 이 편지는 성인이 된 태희에게 도착하게 되는데...
살면서 꼭 한 번은 아니, 몇 번은 어린 시절의 상처와 마주 봐야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그 상처가 마음속 어딘가에서 곪아 터질 수 있으니까. 나는. 어찌 보면 평범할 수 있지만, 또 어찌 보면, 평범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긴 한 것 같다. 가끔 지인들과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만 겪게 된 일화들이 제법 되는 것을 발견하니까. 그 일화들은 내 안에서 상처가 되었고, 지우려 하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은 예전 같은 아픔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엄마와 풀지는 못했지만 그냥. 그 서럽고 무서웠던 감정과 글로 마주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처음 그 당시를 떠올리고 글을 쓸 때는 많이 울었다. 그때는 우는 것조차 할 수 없이 갑자기 결정된 일들이 많아서, 내 의견과 상관없이, 나는 집이 아는 다른 곳으로 옮겨졌으니까.
나는 지금도 삶이, 인생이 두렵다. 누가 봐도 나는 어른이 된 나이지만, 여전히 무섭다. 하지만 무섭지 않은 척 살아가고 있다. 곁에 남편이 있고 아이들이 있고, 아직은 부모님이 살아계시니까. 세상 어딘가에는 오롯이, 혼자라고 생각하며 사는 청춘들이, 중장년층들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삶이 아니라, 오롯이 내가 되는 삶을 사는 것은 어떨까? 어떤 길이 될지 모른다. 내가 나로 살아야 하니까 해답과 정답은 나만이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되는 꿈. 결국엔 내가 나로 살아가는 꿈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