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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예스리커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 작가 사인 인쇄본 ] 창비시선-446이동
안희연 | 창비 | 2020년 07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4 리뷰 39건 | 판매지수 25,266
베스트
시/희곡 23위 | 소설/시/희곡 top100 3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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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84g | 128*188*10mm
ISBN13 9788936424466
ISBN10 8936424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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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마주한 슬픔의 끝에 희망이 맺힌다] 안희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길 위에 선 우리, 뜨거운 땀이 흐르고 숨은 거칠어져도 그 뒤에는 분명 반가운 바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의 시를 읽으면 믿게 된다. 힘겹게 오르는 언덕길에서 기꺼이 손을 맞잡을 친구가 될, 무거운 걸음 쉬어갈 그늘이 될 책이다. -소설M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제1부
불이 있었다
소동
굴뚝의 기분
업힌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면벽의 유령
오후에
망종
선잠
미동
마중
연루
알라메다
사랑의 형태
추리극

제2부
자이언트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빛의 산
역광의 세계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거짓을 말한 사람은 없었다
불씨
표적
지배인
단란
폭풍우 치는 밤에
가끔의 정원
에프트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거야

영혼 없이
풍선 장수의 노래
생선 장수의 노래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실감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제3부
반려조(伴侶鳥)
그의 작은 개는 너무 작아서
덧칠
앵무는 앵무의 말을 하고
검침원
양 기르기
캐치볼
태풍의 눈
측량
묵상
스페어

호두에게
알혼에서 만나
나의 규모
나의 투쟁
구르는 돌
슈톨렌

열과(裂果)

해설|양경언
시인의 말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이의 손을 잡고 언덕을 오르는 상상을 한다. 여름 언덕을 오르면 선선한 바람이 불고 머리칼이 흩날린단다. 이 언덕엔 마음을 기댈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없지만 그래도 우린 충분히 흔들릴 수 있지. 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가라앉는 동안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고 억겁의 시간이 흐른 것도 같다. 울지 않았는데도 언덕을 내려왔을 땐 충분히 운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이 시집이 당신에게도 그런 언덕이 되어주기를.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것이고, 이제 나는 그것이 조금도 슬프지 않다.
--- 「시인의 말」 중에서

천사, 영혼, 진심, 비밀……
더는 믿지 않는 단어들을 쌓아놓고
생각한다, 이 미로를 빠져나가는 방법을

(…)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을 더는 믿지 않기로 했다
미로는 헤맬 줄 아는 마음에게만 열리는 시간이다

다 알 것 같은 순간의 나를 경계하는 일
하루하루 늑대로 변해가는 양을
불운의 징조라고 여기는 건
너무 쉬운 일
--- 「추리극」 중에서

온전히 나를 잃어버리기 위해 걸어갔다
언덕이라 쓰고 그것을 믿으면

예상치 못한 언덕이 펼쳐졌다
그날도 언덕을 걷고 있었다

(…)

나는 무수한 언덕 가운데
왜 하필 이곳이어야 했는지를 생각했다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중에서

버려진 페이지들을 주워 책을 만들었다

거기
한 사람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한 페이지도 포기할 수 없어서

밤마다 책장을 펼쳐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처음엔 몰래 훔쳐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너는 정말 슬픈 사람이구나
언덕을 함께 오르는 마음으로
--- 「역광의 세계」 중에서

얼음은 녹기 위해 태어났다는 문장을 무심히 뱉었다
녹기 위해 태어났다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녹고 있는 얼음 앞에서
또박또박 섬뜩함을 말했다는 것
굳기 위해 태어난 밀랍초와
구겨지기 위해 태어난 은박지에 대해서도

그러려고 태어난 영혼은 없다
그러려니 하는 마음에 밟혀 죽은
흰쥐가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다
--- 「표적」 중에서

도려낸 자리엔 새살이 돋는 것이 아니라
도려낸 모양 그대로의 감자가 남는다

(…)

나를 도려내고 남은 나로
오늘을 살아간다

여전히 내 안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내가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내가
--- 「스페어」 중에서

더럽혀진 바닥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여름은 다시 쓰일 수 있다
그래, 더 망가져도 좋다고

나의 과수원
슬픔을 세는 단위를 그루라 부르기로 한다
눈앞에 너무 많은 나무가 있으니 영원에 가까운 헤아림이 가능하겠다
--- 「열과(裂果)」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안희연의 시는 “쇠구슬 같은 눈물”(「연루」)이 차오르는 슬픔의 자리에서 태어난다. “이렇게 많은 물웅덩이를 거느린 삶”(「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이라니. 시인은 세상의 모든 죄를 대속하려는 심정으로 시를 쓴다. 돌이켜보면 모두가 가엾은 존재들의 슬픔을 끌어안으며 대신해서 울어주고, “온몸으로 부딪쳐가며 얻은 이야기들”(「구르는 돌」)을 그들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온 우주가 나의 행복을 망치려”(묵상」) 드는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 있는 자체가 고통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피조물은 견디기 위해 존재하는 것”, 그러니 “그게 무엇이든 무엇도 아니든” “계속 가보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구르는 돌」)다. 그리하여 시인은 “더럽혀진 바닥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열과(裂果)」) 다시 시작하고, 실패와 절망 끝에 남겨진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나”(「스페어」)를 사랑하며 ‘지금-여기’에서의 삶을 살아가려 한다.
시인은 그토록 오랜 세월 “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가라앉는 동안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시인의 말)고 말한다. 그러나 “미로는 헤맬 줄 아는 마음에게만 열리는 시간”(「추리극」)임을 알기에 저 너머 “다른 세계로 향하는 계단”(「스페어」)이 있으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절망과 슬픔 속에 묻히기에는 “너무 커다란 우리의/영혼을 조망하기 위해”서 “뒤로 더 뒤로” “멀리 더 멀리 가보기로”(「자이언트」) 한다. 시인은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것”이라 자탄하지만 조금도 슬퍼하지 않는다. 슬퍼하다니. “물거품처럼 사라질”(「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거야」) 이야기일지라도 절망 뒤에 오는 더 큰 절망을 기꺼이 껴안으며 “최선을 다해 산 척을 하는”(「업힌」) 마음으로 삶을 견디어가는 시인의 노래는 오히려 삶의 “고요한 맹렬”(양경언, 해설)이자 희망일 것이다.

안희연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 ‘핀 시리즈’로 선보였던 소시집을 포함하면 세번째 시집인 셈입니다. 출간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시집이 나오는 일은 회를 거듭한다고 해서 익숙해지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여전히 떨리고, 걱정스럽고, 아득합니다. 첫 시집을 묶을 때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다신 그렇게 울 일이 없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시인의 말’ 마지막 문장을 쓰자마자 눈물이 터져나와서 스스로도 많이 놀랐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시집이 어떤 방향, 어떤 속도, 어떤 온도로 걸어가 어떤 이들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 〔문학3〕 기획위원, 304낭독회 일꾼 등 평소 바쁘게 지내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외적인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과 동시에 시를 쓰는 일상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봄부터는 대외활동이 많이 줄었고요. 보통 집에서 한끼 식사를 정성들여 해 먹거나 동네를 산책하는 일로 하루를 보내곤 합니다. 시 쓰는 일은 혼자 해야 하는 일이고 상당한 고립을 요하는 일이다보니 외로울 때가 많아요. 그럴 땐 또 사부작사부작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안쪽과 바깥쪽의 균형을 잘 맞추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한데요, 그 균형을 유지한다는 건 언제나 어렵단 생각이 드네요.

- ‘시인의 말’ 중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것이고, 이제 나는 그것이 조금도 슬프지 않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시집을 엮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나 특징은 무엇인가요?
시집 제목처럼, 독자 분들을 ‘여름 언덕’으로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첫 시집의 마지막 시가 「기타는 총, 노래는 총알」인데 거기 이런 구절이 있어요. “절벽이라고 한다면 갇혀 있다/언덕이라고 했기에 흐르는 것”. 고립된 절벽이 아니라 흐르는 언덕이라는 점이 제겐 중요했어요. 우리 삶의 기반이, 반복되는 하루의 끝이 매 순간 절벽 위라면 그건 너무 힘겨운 일이잖아요. 죽음의 기억에 지배당할 때, 세상이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 때, 무의미와 권태, 슬픔이 제집인 듯 맹렬히 들이닥칠 때 ‘나는 절벽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언덕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해보는 거죠. 여름 언덕을 오르는 일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무더위와 목마름, 그 밖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과 싸우는 일일 테지만, 언덕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머리칼이 흩날릴 테니까. 언덕 위에서 세계를 바라보다보면, 무거웠던 것들이 조금은 옅어지기도 하고, 다시 힘을 내 언덕을 내려갈 시간이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부디 이 시집이 여러분들의 언덕 행(行)에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집을 덮은 뒤엔 틀림없이 무언가 달라져 있기를 바라요. 그것이 아주 사소한,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일 리 없는 변화라 하더라도.

- 이번 시집에서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와 이유를 부탁드립니다.
시집 가장 마지막에 수록된 「열과」라는 시를 꼽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 한권의 시집은 「열과」의 첫 구절, “이제는 여름에 대해 말할 수 있다”라는 문장에 도착하기 위한 여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집 안에는 들끓는 마음을 가진, 어느 것도 용서할 수 없는, 한없이 공허한 채로 언덕을 걷고 있는 한 사람이 수시로 출몰하지만, 시집의 마지막 장에 도착했을 땐 그가 좀 가벼워져 있기를 바랐습니다. 읽어주시는 독자 분들도 함께 가벼워질 수 있기를 바라요.

- 앞으로의 활동 방향이나 삶의 계획 등이 궁금합니다.
계속 쓰는 사람의 자리에 있겠다는 다짐 외엔 어떤 말도 사족일 것 같습니다.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생수를 내어줄 수 있는 손. 머리칼을 흔드는 바람. 의자, 혹은 나무그늘 같은 시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시집을 만나주시는 분들에게 미리 깊은 감사를 전해요.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안희연은 어떤 슬픔의 자리를 끝없이 되묻고 되묻는다. 되돌아가 떠올리게 되는 최초의 슬픔 속에서. 다른 이름으로 되풀이하여 찾아드는 이후의 슬픔을 마주하면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한 사람의 죽음, 아니 죽었으나 여전히 살아 있는 그 모든 생명을 되살리면서. 다시 제대로 죽어가는 영원의 순간으로 되짚어내면서. “최선을 다해 산 척을 하는”(「업힌」) 방식으로 삶을 견디고 있는 자신을 제 곁의 사물들이 일제히 쳐다보는 순간을 아프게 자각하면서. 너무나 작다고 믿어왔던, 그러나 실은 “너무 커다란 우리의/영혼을 조망하기 위해”서 “뒤로 더 뒤로 가보기로” “멀리 더 멀리 가보기로”(「자이언트」) 하면서.
이때 이 언어는 그저 겨우 나아갈 뿐인 언어로서. “사실은 흰 접시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데/흰 접시의 테두리만 만지작거”(「시」)리는 무엇으로서. 그렇게 그 무엇도 밝혀낼 수 없는, 오직 지시하는 대상 그 자체만을 간신히 지시할 수밖에 없는 언어를 통해 존재의 결핍을 그대로 껴안음으로써 역설적으로 삶의 충만함을 온전히 드러내 보여준다.
“‘밤이 밤이듯이’ 같은 문장을 사랑하기”(「호두에게」)로 하면서, 살아 있기에 울 수 있는 인간의 바닥을 연민 없이 바라보는 것. “슬픔의 입장”(「폭풍우 치는 밤에」)을 헤아리는 섬세하고도 정확한 문장을 통해, “슬픔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려”(「소동」)는 깨달음의 우화와도 같은 이 낱낱의 시편들을 통해 안희연은 기어이 어떤 연약한 강인함에 가닿는다. 그리하여 “슬픔을 세는 단위를 그루라 부르기로 한다/눈앞에 너무 많은 나무가 있으니 영원에 가까운 헤아림이 가능하겠다”(「열과」)라는 시집의 맨 마지막 문장에 도착했을 때 어느덧 나는 너무 많은 슬픔을 담담히 걸어가는 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다.
- 이제니 (시인)

회원리뷰 (39건) 리뷰 총점9.4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파워문화리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파***거 | 2020.10.06 | 추천12 | 댓글4 리뷰제목
    표지가 눈에 띄는 시집이다. 창비시선 표지가 언제 이렇게 다아나믹하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제목도 마음에 든다. 여름 언덕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까. 우리 마을 저수지에 가려면 언덕을 올라야 한다. 개를 데리고 자주 산책을 가는 곳이지만 언덕 끝까지 가진 못한다. 저수지 건너편 집에는 작은 개들이 여러 마리 살고 있어 제 집 근처를 지나는 누구든 조;
리뷰제목

 

 

 

 

표지가 눈에 띄는 시집이다. 창비시선 표지가 언제 이렇게 다아나믹하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제목도 마음에 든다. 여름 언덕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까. 우리 마을 저수지에 가려면 언덕을 올라야 한다. 개를 데리고 자주 산책을 가는 곳이지만 언덕 끝까지 가진 못한다. 저수지 건너편 집에는 작은 개들이 여러 마리 살고 있어 제 집 근처를 지나는 누구든 조용히 보내주는 법이 없다. 그 개들이 부담스러워 언덕 중간쯤 가다 되돌아오곤 한다. 시인은 언덕에 올라갔다오면 위로 받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기분을 이 시집을 통해 독자들도 느끼기를 바란다고 했다.

 

(……) 이 시집이 당신에게도 그런 언덕이 되어주기를.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것이고, 이제 나는 그것이 조금도 슬프지 않다. 20207  안희연

 

시집을 읽고 소감을 쓰는 일은 어렵다. 짧아서 금방 읽지만 그걸 읽었다고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 이 짧은 시를 쓰기 위한 시인의 시간은 얼마나 길었을까 생각하다보면 더 할 말이 없다. 친구들을 만나 얘기하다보면 좋아하는 노래 장르가 다 다르다. 요즘 대세인 트로트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기타에 푹 빠져 사는 친구는 포크음악이 좋다고 하고, 민요를 배우는 친구는 '성주풀이'를 기가 막히게 불러 민요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시도 마찬가지다. 한눈에 다 들어오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소설처럼 서사가 있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리듬감이 있어 낭송하기 좋은 시를 찾아 읽는 사람이 있고 자신이 모르는 세계를 알려주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시에 대해 말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래도 읽었으니 시 한 편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나는 이렇게 천천히 시인이 본 세계로 나를 데려가는 시에 끌린다.

 

사랑의 형태

 

버리려고 던진 원반을 기어코 물어온다

쓰다듬어달라는 눈빛으로

숨을 헐떡이며 꼬리를 흔드는

 

저것은 개가 아니다

개의 형상을 하고 있대도 개는 아니다

 

자주 물가에 있다

때로는 덤불 속에서 발견된다

작고 노란 꽃 앞에 쪼그려 앉아

다신 그러지 않을게, 다신 그러지 않을게

울먹이며 돌아보는

 

슬픔에 가까워 보이지만 슬픔은 아니다

온몸이 잠길 때도 있지만

겨우 발목을 찰랑거리다 돌아갈 때도 있다

 

물풀 사이에 숨은 물고기처럼

도망쳤어도 어쩔 수 없이 은빛 비늘을 들키는

 

풀리지 않는 매듭이라 자신했는데

이름을 듣는 순간 그대로 풀려버리는

 

깊은 바닷속 잠수함의 모터가 멈추고

눈 위에 찍힌 발자국들이 소리 없이 사라진다

 

냄비 바닥이 까맣게 타도록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등 뒤에 있는

이 모든 것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댓글 4
여름은 이미 지났거나 아직 멀었거나 [시집-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책****벤 | 2023.03.14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시집을 읽으면서 내가 빠지는 두 가지의 경우. 온전한 시 한 편을 마음에 들어하거나 각 시들 속 몇몇 구절을 마음에 들어하거나. 다 마음에 들면 무엇보다 내가 좋겠지만 그건 또 다른 바람이 되고. 이 시집에서는 구절들을 얻는다. 앞뒤 맥락이 이어지든 그렇지 않든, 한 행씩 적다 보면 이것대로 울림이 나온다.    시는 대체로 내게 막막했다. 여름의 열기는 곳곳에서 피;
리뷰제목

시집을 읽으면서 내가 빠지는 두 가지의 경우. 온전한 시 한 편을 마음에 들어하거나 각 시들 속 몇몇 구절을 마음에 들어하거나. 다 마음에 들면 무엇보다 내가 좋겠지만 그건 또 다른 바람이 되고. 이 시집에서는 구절들을 얻는다. 앞뒤 맥락이 이어지든 그렇지 않든, 한 행씩 적다 보면 이것대로 울림이 나온다. 

 

시는 대체로 내게 막막했다. 여름의 열기는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듯했는데 나는 시인이 초대하는 언덕으로 오르지 못했다. 이만큼 떨어진 평지에서 흔들리는 마음 없이 바라보는 기분이었다고 해야 하나.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감정들을 굳이 빼앗듯이 가져오고 싶지는 않아서 허술하게 읽어 넘겼다. 그러다가도 눈이 멎는 구절들은 꼭꼭 챙기고.

 

책 표지가 신선하고 예쁘다. 시집의 제목으로 쓰인 시의 제목도 산뜻하다. 이게 또 어떤 이에게는 구매의 조건이 되기도 하나 보다. 시인의 이름과 출판사만 고려하여 시집을 구입하거나 읽는 나로서는 다른 차원의 취향을 인정하게 된다. 이런 즐거움을 만나는 일도 반가운 시절이다.   

 

13

어긋나도 자라고 있다는 사실

 

15

돌이켜보면 주저앉는 것도 지겨워서

 

16

생각으로 짓는 죄가 사람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을까

 

18

허물 수 없다면 세계가 아니란다

 

21

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27

낮게 나는 새들이 있고 그보다 낮을 수 없는 마음이 있고

 

46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88

구름이 아름다운 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겠지

 

91

알고 보면 모두가 여행자

너도 나도 찰나의 힘으로 떠돌겠지

 

107

내 마음이 던진 공을

내가 받으며 노는 시간

 

135

눈앞에 너무 많은 나무가 있으니 영원에 가까운 헤아림이 가능하겠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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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안희연, 여름언덕에서 배운 것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오***스 | 2021.07.22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언덕     온전히 나를 잃어버리기 위해 걸어갔다 언덕이라 쓰고 그것을 믿으면   예상치 못한 언덕이 펼쳐졌다 그날도 언덕을 걷고 있었다   비교적 완만한 기울기 적당한 햇살 가호를 받고 있다는 기쁨 속에서   한참 걷다보니 움푹 파인 곳이 나타났다 고개를 들자 사방이 물웅덩이였다   나는 언덕의 기분을 살폈다 이렇게 많은 물웅;
리뷰제목

언덕

 

 

온전히 나를 잃어버리기 위해 걸어갔다

언덕이라 쓰고 그것을 믿으면

 

예상치 못한 언덕이 펼쳐졌다

그날도 언덕을 걷고 있었다

 

비교적 완만한 기울기

적당한 햇살

가호를 받고 있다는 기쁨 속에서

 

한참 걷다보니 움푹 파인 곳이 나타났다

고개를 들자 사방이 물웅덩이였다

 

나는 언덕의 기분을 살폈다

이렇게 많은 물웅덩이를 거느린 삶이라니

발이 푹푹 빠지는 여름이라니

무엇이 너를 이렇게 만든 거니

 

언덕은 울상을 하고서

얼마 전부터 흰토끼 한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했다

 

그 뒤론 계속 내리막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밤이 왔다

언덕은 자신에게

아직 토끼가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고요 다음은 반드시 폭풍우라는 사실

여름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 위해 존재하는 계절이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토끼일까

쫓기듯 쫓으며

 

나는 무수한 언덕 가운데

왜 하필 이곳이어야 했는지를 생각했다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 안희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시인은 온전히 나를 잃어버리기 위해 걸어갔다라는 시구로 시를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를 잃어버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먼저 시인이 말하는 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시인은 를 일상적 자아로 생각하는 듯싶다. 일상적인 자아는 자기 욕망에 충실하다. 욕망은 늘 무언가를 향한 욕망으로 표현된다. 욕망하는 자아=나는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연을 파괴한 자리에 문명을 건설한 근대인들을 떠올려 보라. 근대인이 설정한 와 자연은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다. ‘는 자연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사물이 정말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근대인은 사물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사물을 온전히 지배하려고 한다.

 

어찌 보면 시적 사유란 근대인의 사물 인식을 내부로부터 해체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지도 모른다. 시인은 보이는 사물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보이는 사물 너머에서 빛나는 흔적에 시인은 주목한다. 그 흔적에 이르려면 시인은 사물을 지배하려는 헛된 욕망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 시의 문맥을 따르자면, “온전히 나를 잃어버리기 위해끊임없이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야 한다. 시인이 특정한 장소를 걷는 것은 아니다. “언덕이라 쓰고 그것을 믿으면이라는 시구에 주목해 보자. 시인은 상상의 장소로 길을 떠난다. 하긴, 상상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 나를 잃어버리기 위한 여행이라면 시인은 어디든 갈 준비가 되어 있다. 예상치 못한 언덕이 펼쳐져도 기꺼이 여행을 떠날 마음을 먹고 있다. 한마디로 시인은 어떻게든 를 잃어버리려고 한다.

 

그날도 시인은 언덕을 걷고 있었다. 비교적 완만한 기울기의 언덕에는 적당한 햇살이 내리비쳤다. “가호를 받고 있다는 기쁨이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드는 찰나, 갑자기 움푹 파인 곳이 나타났다. 사방이 물웅덩이로 뒤덮여 있다. “발이 푹푹 빠지는 여름에 암시된 대로, 여기저기에 생긴 물웅덩이는 언덕이 살아온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에둘러 보여준다. 시인은 묻는다. 무엇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언덕은 울상을 하고서/ 얼마 전부터 흰토끼 한 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했다”. 흰토끼가 사라지면서 언덕에는 물웅덩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만큼 언덕은 흰토끼를 의지하며 살아왔다는 얘기리라. 흰토끼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이후로 언덕의 삶은 계속 내리막이었다. 감상할 수 없는 속도로 밤이 와서 언덕을 옥죄었다.

 

이상한 점은 아직 언덕 곁에는 토끼가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언덕도 그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흰토끼와 토끼는 다른 것일까? 언덕 입장에서 보면 흰토끼는 그저 토끼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직 하나의 흰토끼가 있을 뿐이다. 언덕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흰토끼를 잃고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다. 언덕은 왜 이리 흰토끼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고요 다음은 반드시 폭풍우라는 사실을 언덕은 잘 알았고, “여름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 위해 존재하는 계절이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다”. 흰토끼에 매여 울상이 된 자기 얼굴을 볼 때마다 언덕은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을 계속 했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아는데도 언덕은 도무지 흰토끼로부터 놓여날 수 없다. 놓아버리려는 마음을 먹을수록 흰토끼는 더욱 더 언덕에게 들러붙는다.

 

언덕은 왜 이런 곤경에 빠진 것일까? 흰토끼를 찾으면 언덕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게 될까? 시인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토끼일까라고 묻고 있다. 토끼를 잃어버렸으면 토끼를 찾으면 된다. 한데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흰토끼를 쫓는 사람이 도리어 흰토끼에게 쫓기는 격이라고나 할까? 흰토끼에 집착하면 흰토끼 너머로 나아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언덕은 흰토끼 너머로 나아갈 수 있을까? “나는 무수한 언덕 가운데/ 왜 하필 이곳이어야 했는지를 생각했다라고 시인은 적는다. ‘를 온전히 잃으려는 상상의 여행길에서 시인은 왜 멜랑콜리에 빠진 언덕을 상상한 것일까? 멜랑콜리에 빠진 주체는 죽은 사물에 집착한다. 죽은 사물과 자신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언덕이 지금 그렇다. 언덕은 사라진 흰토끼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다. 시간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라는 시구의 의미는 정확히 이 맥락에 걸려 있다. 가고 있다는 사실은 시간 속에서 변하는 모든 사물을 가리킬 것이다. 변하지 않고 어떻게 시간을 살아갈 수 있을까?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해야 하고, 잊을 것은 잊어야 한다. 반으로 접히는 어떤 시간은 이리 보면 기억으로 주름진 시간을 나타낸다고 봐야 하겠다. 하지만 그 기억 자체가 삶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시인의 말마따나 펼쳐 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멜랑콜리에 빠진 언덕은 바로 시간 속에서 다른 풍경이 될 수밖에 없는 흰토끼에 집착하고 있다. 시인은 온전히 를 잃어버리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이 점을 깨닫는다. 시간을 견뎌내는 사물은 없다는 것. 그러므로 보낼 것은 보내야 한다는 것. ‘라고 해서 다를까? 끊임없이 변하는 를 시인은 여름 언덕에서 배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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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77건) 한줄평 총점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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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좋은 시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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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j**s | 2022.10.23
구매 평점5점
안희연의 '시'가 당신을 여름 언덕으로 안내할 거예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k****b | 2020.07.29
구매 평점4점
좋아요. 옆에두고 잘 읽고있어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d* |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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