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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128*205*20mm
ISBN13 978893204262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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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나는 당신의 미래의 오후의 꿈속의
조용한 기억에 담긴
잼 같은 것인가 봐요.
끈적끈적 흘러내리나요.
달콤한가요.

강아지 한 마리가 왈왈,
짖으며 따라왔다.
저것은 개이기 이전에 짖음 같구나.
저기 저이는
만나기 전에 헤어진 사람 같구나.

우리는 편백나무들 사이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 녹아버린 팔을 흔들며 안녕,
하고 인사를
--- 「개 이전에 짖음」 중에서

오즈 야스지로처럼 늙고 싶지만
인생을 이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카메라를 낮은 곳에 두면 돼.
다다미에 두고 계단 아래 두고
지하실에
무의식
밑바닥에

결국 호스피스 병동의 밤에 깨어나는 것이죠.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 침대로 다가와 인생을 고백할 거예요.
다른 삶을 연기하느라
고백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인생을.
그를 따라갈까요.
사랑을 할까요.

첨밀밀만 보면서 인생을 보내고 싶어.
죽을 때는 내 곁에 그대가 없겠지만 등려군의 노래는 흐르리. 뉴욕의 전파사 앞에서 우리는 만나자.
--- 「히치콕의 밀도」 중에서

우리는 몽두에 가본 적이 없지만
언제나 몽두에 있었잖아.

몽두에서는 모든 것이 조금씩 태어나네.
옛날 영화관
텅 빈 거리
밤의 청소차 그리고
모든 것이 모든 것을
조금씩 잃어가는 시간들이

[……]

젊은 사람은 늙은 사람이 되어 불현듯
이곳이 몽두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사람을 깊이 생각했는데 어째서
그이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 「몽두」 중에서

그런 건가요,
하고 내가 쓸쓸하게 중얼거리자 당신은
악마는 유물론자고 천사는 관념론자예요.
라고 말했네.

나는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고 대답했고
은행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지.
돈을 빌리려고
길고 장황하고 상투적인 문장이 되어

통유리 저편으로 오후의 햇살이 가득했는데
당신은 어째서 유리의 저편이 아니라 유리 자체를
유리 자체를
바라보는 사람

그건 대단한 재능예요,
라고 나는 말했네.
유혹을 느끼지 않고 악마를 바라볼 수 있는
희귀한 능력이라서
--- 「악마는 디테일」 중에서

당신이 나를 비난했어. 나는 쓰러졌네. 거의 사망했지. 내 시신을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요. 이곳을 떠나기 전에 할 일이 있어요. 그건 당신도 아는 일. 차가운 일. 복수의 일.

나는 불경을 읽고 성경을 읽고 코란을 읽었는데
오른뺨을 내밀고 왼뺨을 내밀었는데
주기도문과 성모송을 외우고 반야심경에 대해서라면 하루 종일 토론을

그래서일까? 당신을 용서하는 상상은 나에게 쾌감을 준다. 신은 죽었고 니체도 죽었고 도스토옙스키도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우리가 용서하듯이 우리를 용서하시고
나는 용서의 칼을 갈며 노래 부르네.
이해한다고 말하지 말아요. 미안하다고 말하지 말아요. 비명을 지르지 말아요. 목에 칼이 들어와도
--- 「용서하기는 불가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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