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엄마는 내가 일찍 죽을 거라 생각했다

걷는사람 시인선-111이동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210
정가
12,000
판매가
10,8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188g | 125*200*12mm
ISBN13 9791193412336
ISBN10 119341233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 술에 취해 있었을 거다. 눈이 하얀 원숭이를 만나 주거니 받거니 되지도 않는 말을 지껄이며 웃고 있었을 거다. 아니, 어쩌면 울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숭이의 괴성은 대체로 웃음소리라고 하는 편이니 웃었다고 해 두자.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추락한 시간만큼의 웃음이 있어야 최소한의 예의, 가득 찬 술잔의 술이 바닥에 닿아 흩어질 때까지 서로의 눈을 보며 울먹이듯 웃는 건 죽음에 대한 경의의 표시, 원숭이의 손이 검게 물들어 녹아내릴 때까지 술을 마셨을 거다.
--- 「하얀 눈이 붉어질 때까지」중에서

엄마는 내가 일찍 죽을 거라 생각했다. 밤낮없이 쏟아 놓은 흔적을 지울 때면 늙은 배롱나무 껍질처럼 생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같았지만 죽음의 흔적을 지우는 일은 엄마를 찾는 나의 울음인 듯 익숙해졌다. 새벽마다 엄마는 익숙하지 않은 모성애로 나를 흔들어 보았다. 나는 때론 늙은 할아버지의 숨결처럼 거칠었고, 생고기를 잘라 입에 넣어 주던 아버지의 손처럼 눅눅했다. 주방에서 끓고 있던 뱀의 비명은 새벽까지 산속을 헤매던 아버지의 발자국처럼 주위를 맴돌았고, 자라의 등에서 나온 다섯 개의 목은 밤새도록 꿈틀거리며 방바닥을 기어다녔다.
--- 「사자」중에서

밤은 닿지 못한 감각들이 검게 물들어 가는 시간

아직 끝나지 않은 이별들이 무서운 속도로 쏟아집니다

얼마나 많은 조각을 잘라야 먼 곳에서부터 지쳐 간 죽음을 위로할 수 있는 걸까요

얼마나 많은 조각을 꿰매야 가까운 곳에서부터 잊힌 이별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걸까요

예고된 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을 독백처럼 떠올리며 지금은 삐뚤어지는 중입니다
--- 「삐뚤어지는 중입니다」중에서

이 골에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사람이 셋입니다. 밭 너머 이어진 산의 푸른색들이 권태롭기 그지없어 거지 같은 삶을 버린 겁니다. 삶에 이골이 난 사람들은 물 대신 농약을 들이켜고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식도부터 위까지 녹아 호흡을 서서히 잃어 가는 겁니다.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닌 권태로운 녹색들의 장난입니다.

지구를 쪼갤 수 있도록 커다란 도끼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어설픈 생각을 샛강에 흘려보냈다. 사구에서 몸통만 남은 사체가 떠올랐다는 뉴스가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몸속에 피가 남았는지 궁금했지만 죽음이 흘러나온다는 소식에 이골이 난 사람들, 죽음마저 권태로운 진실이 되어 가고 있었다.
--- 「지구별 보고서」중에서

눈물에 젖은 꽃은 질 수 없어 녹이 슬었네
로 끝나던 마주 선 계절에게 자리를 내주고
서서히 사라진 날씨 같은 문장
그 한 줄이 버릇처럼 아파 책을 찢었다

찢어도 다시 피어나는 꽃잎
낡은 청바지의 밑단같이 허름해진 책은
낮 열두 시 무렵 뜨겁게 달아오른 체온처럼 날아가고
바람은 오와 열을 맞춰 목메어 울었다
--- 「녹슨 꽃」중에서

구멍에서는 기형의 기억들이
담쟁이덩굴처럼 걸어 나왔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입보다 큰 구멍에서 먼저 흘러내린 소음
소란을 덮어 버리고 몸을 관통해 흐느적거리던 너
기억 속 괴물을 피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발바닥이 축축해지도록 울던 날이었다
--- 「떠난 이들의 이름 대신 울었다」중에서

젊은 노동자가 죽었고
추운 겨울 어린아이가 맨발로 등교했고
컴컴한 방에서 오래된 사랑을 버렸지만
우리는 모두 침묵했죠
침몰하는 선원들의 아우성이 들렸지만
조용히 하지 않으면 같은 죄의 늪에 빠질까
두려움 속에 벌벌 떨며 겨울바람에 쓰러진
감나무처럼 모가지를 꺾었죠
--- 「벌의 독백체」중에서

끊이지 않는 비명이 커질 때면
온몸을 구겨 귀를 막고 싶었다
최후의 곡선인 듯 태초의 사선인 듯
길게 늘어진 길을 막고 웅크린 몸으로 잠들고 싶었다

(중략)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끝없는 귀가
귀가 처량한 날이면 최초의 집으로 돌아가
잘못 쓴 글자들이 얼룩질 때까지 서럽게 울고 싶었다
--- 「마지막 귀가」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잊힌 언어를 긁어모아 시의 집을 짓는 이가 있습니다. “커져 가는 어둠”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끄집어내고, 더 깊은 곳에 있는 “사람에 대한 허기”와 마주하며 “잃어버린 것들”을 되뇌는 이가 있습니다. 잔혹 동화처럼 그로테스크한 이 세상은 문자만으로 기록할 수 없습니다. 시인은 문자 이전의 기호로 “멈춰 버린 계절”과 “오래된 유전의 흔적”과 “오래전 떠난 소식들”을 벽에 새깁니다. 모든 죽음을 기억하려는 듯, “살아남은 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록하는 일”이라는 듯 우울과 울음으로 시를 씁니다. 시인은 무덤을 거닐며 죽은 자의 말을 받아 적습니다. 시인의 노래에 귀 기울입니다. 구구절절하고 구질구질한 이야기, 시답지 않은 시시한 이야기, 어쩐지 서글프고 불현듯 그리운 이야기가 마음에 박힙니다. 시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무성하게 자란 죽음을 돌봅니다. 죽지 않고 살아서 웃고 울다 잠듭니다. “세상은 그냥 말없이도 슬프기 때문입니다.” 그의 노래가 당신에게 닿아 당신이 슬펐으면 좋겠습니다. 슬프고 슬퍼서 울고 난 얼굴로 이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점점 멀어지는 중”이지만 “눈 오는 늦은 오후”에 다시 만나 “한 그루 나무가 되어”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최지인 (시인)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0,8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