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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넷 딸, 여든둘 아빠와 엉망진창 이별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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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508g | 150*220*18mm
ISBN13 9791198576965
ISBN10 1198576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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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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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
우리 부부의 관심이 적어지거나 섭섭한 일이 있을 때, 아빠가 내미는 협박성 카드와도 같은 말이었다.
--- p.12

‘그래. 아빠는 이런 사람이었지. 자기밖에 모르고, 화내고, 소리 지르면 다 되는 줄 아는….’
--- p.23

이제 그 자리에 아빠는 없다. 아빠가 저 자리에 다시 앉을 수 있을까? 평범한 일상은 언제나 예고 없이 바스러진다.
--- p.44

엄마아빠 옆에서 종알대는 손주와 손을 꼭 잡고 계신 할머니까지 복작복작한 가족들 사이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본의 아니게 그 장면을 보며 불쑥 튀어 나온 또렷한 감정이 나를 놀라게 했다. ‘부럽다….’
--- p.67

"나도 그래. 나도 우리 아버님이 이제 그만 돌아가셨으면 좋겠어...."
거대한 슬픔의 너울이 우릴 덮쳤다. 이 좋은 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우리가 너무 애처롭고 슬퍼서. 우리의 소원으로 몇 번씩 죽임을 소망 당하는 아버지들이 불쌍하고 또 불쌍해서….
그 날 그렇게 죽고 싶은 딸과 죽고 싶은 며느리는 살고 싶어서 엉엉 울었다."
--- p.83

곧이어 들썩이는 아빠의 입술 사이로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이 흘러나왔을 때 난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병실을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내 딸 밥은 먹었냐?” “미안하다. 미안해….”
--- p.92

이제 아빠가 정상으로 돌아올 거라는 허황된 꿈은 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아빠의 마지막만큼은 따듯하고 포근한 보살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만은 여전하고, 그것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해 보고 싶었다.
--- p.149

한 번도 TV를 끄지 않은 것처럼 방을 가득 채운 소음 속에서 아빠는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
--- p.154

“절대 죽어도 요양병원만은 싫다! 거동이 불편해져 생활이 어려운 건 너희들이 좀 더 자주 와서 보살피면 될 일이고, 그마저도 힘들면 사람을 써라.”
--- p.167

‘그래도 난 아빠를 포기하지 않았어.’라는 마음 하나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는데, 이렇듯 효녀가 되고 싶어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내 마음을 누가 알까? 아빠는 알까? 신은 알까?
--- p.199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3월의 봄볕이 마음을 흔든다. 갑자기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도 해야 할 것 같았다.
--- p.219

내가 두고 와야 할 건 아빠뿐만이 아니었다. 아빠에 대한 안쓰러움과 동정심, 애틋함 그리고 남아 있는 애정까지 모두 두고 와야만 했다.
--- p.223

무서워하지 말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한 걸까. 마치 주문처럼 쉼 없이 중얼대고 있으니… 아빠가 아니라 나에게 하는 말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 p.267

“아빠! 잘 가. 안녕….”
--- p.270

어두침침하고 지저분한 방.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과 썩어 가는 식료품들이 곳곳에 나뒹굴고, 시끄러운 TV 소리가 공간을 울린다. 아빠는 그 한가운데서 원망스럽게 벽을 노려보고 있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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