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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상) (큰글자도서)

고려거란전쟁 (상) (큰글자도서)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 들녘 | 2024년 03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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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92쪽 | 198*293*30mm
ISBN13 9791159258411
ISBN10 1159258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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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서로 간의 치열한 사격전이 펼쳐졌다. 한쪽은 결사적으로 성벽으로 붙으려고 했고 다른 한쪽은 필사적으로 붙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잠시 후, 고려군은 항아리들을 성벽에 붙은 거란군의 공성차 위로 떨어뜨렸다. 고려군이 던진 항아리들은 쇳물을 담은 항아리였다. 펄펄 끓는 쇳물이 튀자, 화공에 대비하기 위해 수레 위에 물을 뿌려 놓은 것도 소용이 없었다. 쇳물 항아리에 정확히 맞은 수레는 통째로 타올랐고, 쇳물이 조금이라도 튄 수레는 쇳물이 닿은 부분부터 연기를 내며 타들어갔다. (…)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수레가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뜨거운 쇳물이 거란의 철갑 보병들 몸에 닿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차라리 바로 죽었으면 좋으련만 쇳물이 철갑옷과 살에 달라붙어서 천천히 피부와 근육을 태웠다. 쇳물이 묻은 철갑보병 수십 명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 후방에서 접근하고 있던 다른 기계들도 고려군의 화공에 맥을 못 추고 있었다. 낭군군상온 해오야가 보니, 시도된 모든 공격이 막히고 있었다. 더구나 부상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데다가 너무 지쳐있었다. 해오야는 급히 왕계충에게 가서 말했다. “일단 한번 정비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후퇴하자는 표현을 돌려 말한 것이었다. 왕계충이 전황을 한번 살핀 후, 천천히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강까지 후퇴시키도록 하시오.” (…) “사망자는 오백여 명이고 부상자가 많습니다. 더는 전투에 참여할 수 없어 후송되어야 하는 인원만 천여 명 정도입니다. 기구는 공성탑 두 대, 운제 세 대, 소차 일곱 대를 잃었고, 성벽에 가까이 갔던 공성차를 많이 잃었습니다. 삼십여 대쯤 잃은 것 같습니다.” 소배압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역시 산성(山城)이라 급하게 공격하기 어렵군.”
--- 「공방전」 중에서

양규는 이현운의 겉옷을 벗기게 하고 머리에 쓴 두건 역시 벗겨 민상투가 드러나게 했다. 이현운은 포박당한 채로 대장대로 끌려갔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몸을 떨면서 어깨를 움츠리고 걸었다. 양규는 대장대에서 경계병을 제외한 흥화진의 전 병력을 소집하고 군사들에게 말했다. “나와 여러분의 처음 임무는 이곳 흥화진을 지켜내는 일이었다. 우리는 적 사십만 대군을 맞아 용맹하게 성을 지켜냈다. 우리의 첫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한 것이다. 우리의 용맹은 고금에 찾아보기가 힘들 것이다. 나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 군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 와! 와!” “고려 만세! 성상폐하 만세!” 군사들의 환호가 가라앉자 양규가 다시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라를 지켜내야 할 우리의 주력군은 적에게 패하고 말았다. 적들은 개경까지 혹은 그 이상 내려갈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국토에 눌러앉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군사가 탄식을 쏟아내었다. (…) 양규가 시름에 잠긴 군사들을 보며 다시 말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또 다른 임무가 주어졌다. 이번 임무는 첫 임무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단순히 성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밖의 북적들을 공격하여 그들을 우리의 땅에서 몰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군사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양규를 응시했다. “흥위위 초군은 나와 같이 성을 나아가 흩어진 고려군들을 규합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는 첫 임무이다. 북적들을 우리의 영토에서 몰아낼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군령이다. 내가 앞장설 것이다. 그대들은 용사의 자부심으로 나라와 가족들, 친우들을 북적들로부터 반드시 구원해주길 바란다.” 양규의 말이 끝나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 「흥위위 초군 흥화진을 나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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